역사와 문화에 대한 탐미주의적 시각으로 패션을 바라보는 디자이너 홍혜진의 이번 시즌 주제는 ‘당신은 어디에서 왔나요?’로 부제는 ‘Reinvented 00°00’00”’다.‘우리 모두는 어딘가에서 왔다’라는 대전제 아래 가상의 공간에서 컬렉션이 펼쳐졌다. 위도의 기준이 되는 적도와 경도의 기준이 되는 본초자오선이 교차하는 곳, 위도와 경도가 동시에 제로가 되는 스폿은 바로 기니만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서해안 바다 한 가운데에 있는 00˚00’00”를 가상의 공간으로 설정하여 이곳을 재조명했다. 더스튜디오K는 00˚00’00” 스폿을 기준으로 구의 형태인 지구가 자전하는 원리를 통해 또 다른 새로운 점, 선, 면을 만들어냈다. 다양한 방식으로 패턴을 이루는 선과 점이 간결한 테일러링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가로선(위도)과 세로선(경도)의 다양한 조합이 만들어내는 스트라이프와 체크 패턴, 기하학적인 패턴, 그리고 00°00’00”가 위치한 바다 한 가운데에서 볼 수 있는 블루 컬러들은 올 가을 블루이즘이라는 트렌드를 그만의 철학적 메시지로 풀어냈다. 하지만 의미가 철학적이라고 해서 의상 또한 철학적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런웨이 의상은 금방이라도 입고 나가도 될 만큼 웨어러블한 감성의 깔끔한 마무리로 여심을 유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