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19-04-19

속옷에서 잇-액세서리로! 세기를 넘나든 코르셋의 해방과 부활

속옷에서 잇 액세서리로 거듭난 코르셋은 패션사에서 오래 세월 다양하게 변주되며 오늘날 패션위크 런웨이에서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기를 넘나드는 코르셋의 역사를 살펴보자.




배와 허리 둘레를 졸라매 체형을 보정하거나 교정하기 위해 착용하는 여성용 속옷 코르셋(Corset)은 논란이 많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여성의 몸을 기형으로 만드는 가부장적 사회제도가 강요한 고문 도구로 비반을 받았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코르셋은 여전히 마니아들이 착용하고 있으며 패션쇼에도 자주 등장하면서 스트리트 스타일 스타 사이에서는 잇-액세서리로 활용범위가 넓어졌다. 역설적이지만 코르셋은 역사적으로는 사라졌지만 또한 사라지지 않았다. 




코르셋과 유사한 의복은 이미 기원전 1600년경에 나타났다. 하지만 패션으로 본격적으로 모양새를 갖춘 것은 14세기부터 20세기초까지로 서구의 여성들을 물론 때로는 남성들도 착용을 했다.


20세기 초반의 유럽과 미국의 여성들은 고래수염이나 금속으로 만든 딱딱한 코르셋을 입고 레이스로 자신의 상체를 무자비하게 조였다. 허리는 비정상적으로 잘록해 보이도록 했고 엉덩이는 패드를 넣었으며 바닥까지 닿는 스커트를 입고 패션을 완성했다.




코르셋의 행태는 실질적으로는 패션의 개념으로 인식된 약 400년에 걸쳐 진화했으며, 엉덩이를 덥고 있는 긴 변종과 허리선을 중심으로 한 짧은 버전 사이에서 교대로 나타났다.


코르셋은 1800년대에 유행한 모래시계 형태부터 1900년대의 'S'자형 실루엣까지 바디를 독특한 실루엣의 형태로 만드는 데 도움을 주어 남성들에게 여성 몸매 라인에 대한 선입견을 만들었다.



코르셋 사용이 최고조에 달했던 19세기에는 여성 건강에 해로운 코르셋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급물살을 탔다. 다양한 가격대에서 구할 수 있는 코르셋은 상류층과 중산층 여성들이 모두 착용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노동자 계층의 여성들도 착용하게 되었다.


일부 의사들은 호흡기 질환, 갈비뼈 기형, 내장 손상, 선천적 결손, 유산 등의 원인으로 코르셋을 지목했다. 반면에 또 다른 의사들은 단단하고 몸을 지탱하는 데 도움이 주는 '적정한' 혹은 '건강'한 코르셋으로 착용해도 무방하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패션 역사학자 발레리 스틸과 콜린 가유는 코르셋을 착용한 여성들은 실제로 대폭 줄어진 폐 크기와 호흡 패턴의 변화로 인해 고통을 받았다는 설에 대해, 물론 코르셋이 반드시 호흡기 질환을 야기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고통으로 정신을 잃게 만들거나 지나친 조임으로 인해 생활의 활력이 떨어졌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너무 힘들어 앉아서 겨우 숨을 쉬는 경우가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1904년 영국의 여성 참정권자들은 여성의 몸을 구속하는 코르셋을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였고 이는 곧바로 패션의 종주국 프랑스에 이어졌다. 이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디자이너가 바로 패션사에서 '최초의 패션 디자이너'로 불리는 폴 푸아레였다.


사실 코르셋으로 부터의 해방은 코코 샤넬의 리틀 블랙 드레스가 시킨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미 그 이전부터 코르셋으로 부터 해방은 움직임이 시작된 셈이다.


↑사진 = 디자이너 폴 푸아레와 앰마피어 라인에서 영감을 받은 드레스


당시 폴 푸아레는 18세기 엠파이어 라인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아 부드러운 실루엣을 선보였다. 가슴 바로 밑에 위치한 엠파이어 밴드라인으로 시작해 곧바로 바닥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더이상 코르셋을 입을 필요가 없었다. 이로서 여성들은 더이상 가느다란 허리를 만들 필요가 없었고 자유롭게 숨을 쉴 수 있었다.



또한 1920년대에 신축성 있는 소재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활동적인 라이프 스타일에 매료된 여성들이 사용하는 유연한 스포츠 코르셋이 생겨났다.


그러나 코르셋 광고와 코르셋 스타일에 대한 최신 기사는 20세기 초 <보그> 잡지에 등장하는데, 여성들이 여전히 거들, 압축 속옷, 브래지어와 함께 그들의 몸을 형성하고 지탱하기 위해 변화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속옷의 압박으로 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고래수염으로 만든 코르셋은 사라졌지만 대신 튜브 코르셋이 대안으로 등장했다. 손으로 짠 튜브 코르셋은 엉덩이를 끌어 올려주고 배를 눌러주면서 가슴에 자유를 주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스포츠와 건강한 라이프스타일로 전환되면서 속옷 가능을 하던 코르셋은 옷장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문화적 관습을 학습이나 사회적 적응을 통해 허리를 날씬하게 만드는 것은 코르셋에서 기인한 미의 기준으로 여성들에게 내면화되었다.


여성들은 더이상 코르셋과 같은 의류에 의존하지 않았지만 대신 다이어트와 운동, 성형수술로 몸을 만들고 허리를 가늘게 만들었다. 하지만 가는 허리를 위한 무리한 다이어트는 아직도 여전히 사회적 문제로 남아있으며 요즘은 다양성이 존중되면서 플러스 사이즈 모델도 등장했지만 가는 허리에 대한 강박관념은 여성들의 운명처럼 보인다. 



↑사진 = 비비안웨스트우드 컬렉


오늘날, 코르셋은 여전히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착용하고 있으며 페티시즘, 의상도착증, 풍자적인 관습의 일부로 착용하고 있다. 그리고 코르셋이 일반 여성들의 일상 생활의 일부가 더이상 아니지만 엄밀하게 말해 패션에서 코르셋이 사라진 적은 없었다.


1970년대에 영국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역사주의 펑크 미학의 일환으로 코르셋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그녀의 코르셋을 묶기보다 여성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상상했다.



프랑스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와 티에리 뮈글러는 1980년대에 코르셋을 그들의 디자인에 통합했다.


마돈나는 1991년 블론드 앰비션 투어에서 장 폴 고티에의 핑크 새틴 코르셋을 유명하게 만들었다. 스텔라 맥카트니, 이브 생 로랑, 톰 포드, 발렌시아가의 니콜라 제스키에르 등은 모두 자신들의 디자인에 코르셋이나 코르셋같은 테일러링을 실험했다.



최근 컬렉션에서는 코르셋을 안에 입기 보다는 의류 위에 코르셋을 레어어드 하기도 했다. 즉 속옷에서 허리에 착용하는 액세서리로 변신한 셈이다. 또한 코르셋은 패션 사진에서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상징적인 페미닌 섹슈얼리티로 자주 이용하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등장했던 코르셋은 2019 가을/겨울 캣워크에서도 여전히 런웨이를 질주했다. 코르셋이 수세기 전 패션의 핵심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 진정한 패션 디자인 역사에 대한 친화력인 셈이다.



↑사진 = 왼쪽부터 알렉산더 맥퀸, 에트로, 루이비통, 프리다의 2019 가을/겨울 컬렉


주류가 아니면서도 세기를 넘어 패션과 동행한 코르셋의 존재감은 바로 페미닌의 상징적인 요소 때문이 아닐까 한다. 20세기 폴 푸아레부터 마들렌 비오네, 가브리엘 샤넬 등의 디자이너들이 여성들을 코르셋으로 부터 해방시켰다면, 21세기 디자이너들은 코르셋을 섹시즘을 기반으로 한 포스트 페미니즘의 상징으로 부활시킨 셈이다.


유행을 돌고 돌지만 그 안에서 역사 속의 클래식 아이템들은 변화하는 역사와 교감하고 인류의 라이프 스타일에 적응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진화를 계속한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fashionn@fashion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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