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16-02-11

'현장 직구' 가능한 인-시즌 컬렉션,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패션 위크 캘린더의 변화는 이제 화두가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버버리, 톰 포드, 배트멍, 타미힐피거 등은 전통적인 패션 캘린더와의 작별을 고했다. 패션업계의 나머지 브랜드들이 그 뒤를 따르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시즌 전에 열렸던 패션 위크가 당 시즌에 개최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진짜 이유를 살펴보자



 

지난 몇 년 동안, 기존 패션 캘런더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문제제기가 여러차례 제기되어 왔다. 소비자들을 직접 상대하는 행사로 접어든 패션 위크의 인터넷 친화적인 변신과 패스트 패션 모방자들의 증가하는 속도는 런웨이 컬렉션 쇼와 매장에 제품을 출시하는 시기 사이에 존재하는 전통적인 4개월의 차이를 더욱 더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12,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가 뉴욕 패션 위크의 형식을 '재고'한다는 발표를 한 후 패션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3개의 디자인 하우스 버버리, 톰 포드, 그리고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배트멍은 기존의 패션쇼 일정과 생산 등 운영방식을 더이상 준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폭탄선언(?)을 했다.

 

지난 25(현지 시간) 금요일, 버버리는 런던 남성복 컬렉션 대신 오는 9월에 열리는 런던 패션 위크에 남성복과 여성복 컬렉션을 함께 선보이는 현장직구(buy-now, wear-now)’ 형식으로 컬렉션 일정과 운영방식을 변경한다고 발표해 패션업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버버리는 이미 5년 전부터 이러한 방향으로 서서히 진화하고 있었다.


지난 2010, 버버리는 온라인으로 패션 쇼 생중계를 시작했으며, 패션 쇼 직후 시청자들이 즉시 구매할 수 있도록 작은 상품 섹션(주로 액세서리)을 제공했다. 이제는 패션쇼가 끝나자마자 단지 몇 분안에 제품을 소비자가 직접 구입할 수 있는 런웨이 컬렉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즉 온라인 뿐 아니라 버버리 매장과 전세계 도매업자들의 편집 매장에서 쇼가 끝난 직후 따끈따끈한 신상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소비자들은 이제 4개월 동안 백화점에 신상이 진열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게 된다.

       

 

버버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겸 CEO인 크리스토퍼 베일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버버리는 시간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진화하고 있습니다. 실시간 인터넷 생중계(live stream)와 함께 라이브 소셜 미디어 캠페인을 통해 런웨이에서 바로 주문할 수 있는 창조적인 프로세스의 최신 단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버버리는 완벽하게 디자인 프로세스와 공급망을 재구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1년에 4번 실시했던 런웨이 쇼를 1년에 두번으로 줄여 9월과 2월에 열리는 여성복과 남성복 컬렉션을 결합해 선보이고 '시즌리스' 컬렉션을 디자인할 예정이다. 또한 패션쇼와 동시에 매장에서 상품구매가 가능하도록 생산 협력업체들과 훨씬 더 긴밀하게 협력할 계획이다.


크리스토퍼 베일리는 BOF과의 인터뷰에서 "브랜드들은 일반적으로 전체쇼를 디자인한다. 그리고 나서 쇼를 선보이면 브랜드의 공급망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제 우리는 쇼를 디자인할 예정이며 우리는 그 작업을 하면서 우리의 공급망 파트너들에게 '이 제품에 대한 리드타임(상품 생산 시작부터 완성까지 걸리는 시간)을 검토해 주십시오. 당신이 원하는 날짜에 이 제품이 도착할 수 있도록 하려면 공장에서 어떻게 작업해야할까요? 우리가 컬렉션을 만들기 시작하면, 우리는 패브릭과 트림, 자수를 투입해야 합니다. 이것은 특정 날짜에 제품을 넘겨주는 것 보다 훨씬 더 보다 협력적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즉시 제품을 전달한다."고 말했다. 홀세일 파트너들은 컬렉션이 개발되는 동안 계속해 밀려올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미리 주문을 해야 한다. 버버리의 오랜 광고 캠페인 포토그래퍼 마리오 테스티노 역시 쇼 직후 바로 출시될 수 있는 버버리 광고를 제작하기 위해 촬영 일정을 앞당길 예정이라고 한다

            

 

버버리의 폭탄선언이 나온 지 몇 시간 후, 미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톰 포드가 뉴욕 패션 위크에 예정되어 있던 자신의 2016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 발표를 취소하고 이번 시즌을 쉬는 대신, 오는 10월 남성복 컬렉션과 함께 2016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을 선보일 계획이라는고 발표했다. 그의 2016 가을/겨울 컬렉션 역시 쇼가 열리는 같은 날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제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톰 포드는 "우리가 알고 있는 패션쇼와 전통적인 패션 캘린더는 더 이상 옛날에 했던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소비자들이 컬렉션을 구매하기에 앞서 극단적인 흥분을 조장하는 행사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 엄청난 금액의 돈과 에너지를 소모했다. 매장에 옷이 도착하는 시점에 맞추어 컬렉션을 선보이는 것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패션쇼나 이벤트를 통해 소비자들이 바로 옷을 구매하고 싶은 열망을 가중시킬 것이며 아울러 판매도 촉진하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배트멍도 비슷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최근 발레시아가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댐나 즈바살리아(Demna Gvasalia)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배트멍은 내년부터 파리 패션 위크가 열리기 두 달 전 1월과 6월에 매년 파리에서 남성복과 여성복 컬렉션 쇼를 함께 선보일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댐나의 형이자 배트멍의 CEO인 구람 즈바살리아(Guram Gvasalia)<보그>와의 인터뷰에서 리테일러들이 예산의 70~80%를 프리-컬렉션(즉 리조트와 pre-fall)에서 소비할 뿐 아니라, 메인 스케줄에 배트멍 컬렉션을 선보이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연 초에 가을/겨울 컬렉션을 선보인 후 4~5개월 지난 6월에 제품을 공급하는 대신, 1월에 봄/여름 컬렉션을 선보인 후, 한 달 후에 곧바로 매장에 신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기존의 패션쇼 일정과 운영방식을 바꾼 브랜드들은 3가지 문제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첫 번째는 현장 직구가 가능한 런웨이 컬렉션은 소비자들이 충동구매를 일으켜 판매를 촉진하는데 도움을 줄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 번째는 정가판매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그동안 노골적인 카피로 위협했던 패스트 패션 브랜드의 디자인 카피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버버리는 이미 런웨이를 통해 판매하는 실험을 실시했으며 제레미 스캇이 지휘하는 모스키노는 쇼가 끝난 직후 온라인과 매장내 판매가 가능한 캡슐 컬렉션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런웨이 컬렉션이 끝나자마자 바로 상품을 구입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지켜볼 일이다. 충동구매의 폐해를 소비자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소비자들은 예전처럼 정가 구매보다 기다렸다가 할인 가격으로 구매할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컬렉션 발표와 함께 매장내 판매에 대한 시간차를 줄임으로써 패스트 패션 모방자들에게는 카피와 생산 계획에 차질이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브랜드들 역시 컬력션과 동시에 매장내 판매가 가능한 빠른 시스템 구축이 가능할지 의문이 드는것도 사실이다. 패스트 패션은 이미 컨셉 단계부터 매장공급까지 최소 2~3주 만에 일부 아이템을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소식통은 예기치 못한 희생자가 바로 남성복에서 나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새로운 스케줄로 이동한 일부 브랜드인 버버리, 톰 포드 그리고 배트멍은 모두 남성복과 여성복 컬렉션을 함께 선보일 예정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남녀 모두를 위한 컬렉션을 각각 진행했던 브랜드들은 남녀 라인을 각각 따로 선보이는 것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여길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빅 브랜드 없이 과연 남성복 쇼가 바이어와 프레스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충분한 인력풀을 가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어차피 그 결과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

 


한편 패션 위크 형식 변경에는 새로운 쇼핑 형태인 해외직구가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특히 G2 국가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연말 세일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즉 똑똑해진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백화점이나 쇼핑몰 대신 인터넷 쇼핑사이트를 검색해 더 싼 가격으로 상품을 주문한다. 최근에는 국내 시장만 안주하지 않고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 핵심이다. 어쨌든 국내 소비자들의 해외직구 바람은 더욱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124, 현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027000만 달러에 불과했던 국내 해외직구 금액이 2014년에는 155000만 달러로 늘어 연평균 54.1%의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고 한다. 해외직구 구매 건수 역시 2010357만 건에서 20141553만 건으로 급증했다. 구입 품목과 지역도 다양해져 직구 초기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구매가 이루어졌으나 최근에는 유럽과 일본, 중국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해외직구가 급성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가격 차이'. 국내서 사는 것보다 해외직구로 구매하는 것이 세금과 운송비용을 빼도 싸다는 점이다. 또한 모바일과 온라인 쇼핑 증가로 쇼핑 정보의 비대칭이 해결되면서 소비자들은 글로벌 시장 내에서 할인률, 가격 정보 등을 확인하고 해외직구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해외직구 거래방법의 간소화도 해외직구 급증의 원인이다. 구매에 어려움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좀 더 쉽게 해외제품 구매를 할 수 있도록 배송대행업체와 구매대행업체가 등장하면서 직구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온라인 쇼핑업은 해외의 대형 쇼핑몰들과의 경쟁으로 인해 수익성 악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백화점과 홈쇼핑, 아울렛 등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백화점의 경우 의류, 잡화, 가전제품의 매출이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의 독점 브랜드들이 대거 입점하고 있어 해외직구 확대에 따라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해외 직구가 높은 현실에서 해외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패션 쇼 직후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직접 판매하는 형식으로 패션 위크 형태를 변화하는 것은 국내 해외 직구 소비 패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즉 새벽 시간에 온라인 생중계로 패션쇼를 보고 온라인 쇼핑몰로 바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백화점에 신상으로 등장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따라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도 해외 백화점과 편집 매장 리테일러에 대한 짝사랑에서 벗어나 온라인으로 직접 소비자들과 접촉하는 '현장 직구' 형태의 패션 위크로 변신하는 것 또한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 하는 시점에 와 있는 셈이다.

 

여기에 글로벌 소셜 미디어의 발전과 스마트폰의 쇼핑 플랫폼의 확장으로 인해 이제 트렌드를 소비자들이 직접 만들어 가고 있다는 셀프 트렌드흐름도 주목해야 한다. 이전까지 패션 디자이너들이 시즌 전에 먼저 트렌드를 제시하고 광고와 기사를 통해 트렌드를 홍보했다면, 이제는 소비자들이 소셜 미디어 네트워크를 가지고 스스로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따라서 유행의 중심이 디자이너에서 셀렙이나 블로거 같은 인플루언서로 바뀌고 있다. 소비 시장은 생물과 같다. 늘 고정되어 있는 듯 보이지만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 흐름을 제대로 읽는 것만이 디지털 패션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한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kjerry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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