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패션 | 2014-01-21 |
2014 가을/겨울 남성복 쇼킹 트랜드
런던에서 시작해 파리에서 끝난 2014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에서는 젠더리스적인 경향이 두드러졌다. 디자이너들이 선보인 컬렉션 중에서 쇼킹한 트렌드 를 소개한다. 아직은 다소 파격적이고 우스꽝스러운 트렌드이지만 그 안에는 다가올 남성 패션의 미래가 숨어있다.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는 오직 고객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여러분은 이 중에서 몇가지를 소화할 수 있는지 체크해 보시길
런던에서 시작되어 밀라노와 파리로 이어진 2014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은 파격과 새로움 그 이상이었다. 한마디로 남성복에서 상상하는 그 이상의 트렌드를 선보였다. 앤드로지너스와 듀얼리즘의 진화는 젠더리스의 경계를 넘어서 자웅동체의 모습으로 진화하는 느낌이다. 이제 21세기 패션의 새로운 화두로 남성성(masculinity)과 여성성(femininity), 그리고 매스큘린 페미닌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런던의 조나단 앤더슨은 플랫폼 하이힐과 버킷 핸드백을 남자 모델들이 패션쇼에 등장시켰는데, 특히 프릴의 사용이나 재킷 허리 부분에 부착된 페플럼, 반짝이는 플로럴 패턴은 남녀여성복의 구분을 없애 버린 듯 했다. 이제 스커트를 입은 남자를 패션쇼에서 보는 것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닌 게 되어 버렸다. 여성복이 남성복 보다 아이템이 많다는 선입견은 이번 남성복 컬렉션에서는 의미가 없어 보인다. 퍼켄스탁에서 부터 구속복에 이르기까지 <더 데일리 비스트>가 이번 2014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에 나타난 가장 쇼킹한 트렌드를 선정해 발표했다. 다음에 제시한 9가지 핫 트랜드를 통해 포스트 앤드로지너스로 진화하는 남성복의 현주소를 만나보자.
불편한 마우스 피스
알렉산더 맥퀸과 제레미 스캇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런던 디자이너 바비 에블리에(Bobby Abley)는 유니크하고 기발한 디자인으로 컬렉션마다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는 늘 자신을 베어라고 말할 정도로 곰을 사랑해 곰돌이가 그의 시그너처다. 이번 컬레션에서는 ‘유령의 집’이라는 미키 마우스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영화에 나오는 해골, 박쥐, 유령들에서 착안한 이번 컬렉션에서 무시무시한 마우스 피스가 특히 주목을 받았다. 컬렉션을 준비하는 브레인스토밍 과정 중 치과 의사의 의자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치아를 스케일링하는 고통스러운 순간이 패션쇼의 영감으로 작용한 듯 하다. 런던 맨즈 컬렉션에서 선보인 이 불편한 마우스 피스의 단점은 침을 받을 턱받이는 없다는 것.
<바비 에블리에 2014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
코트 같은 담요
‘코트 같은 담요’는 이제 용기만 있다면 남성들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의 트렌드로 부상했다. 애슐리 올슨이 담요 같은 코트를 걸친 이후 세계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얻은 코트 같은 담요는 이제 남성들에게도 그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여성들의 전유물로 만 여겨졌던 코트 같은 담요를 버버리와 미소니는 이제 메인스트림으로 가져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코트 같은 담요를 여자친구와 함께 걸친 모습을 올 겨울에는 쉽게 볼 수 있을 듯.
<버버리프로섬 2014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 파닐레>
<미소니 2014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
애스리스 챕스
엉덩이 부분이 없는 가죽 바지인 일명 ‘애스리스 챕스(Assless Chaps)’. 만약 올 가을 이 파격적인 아이템을 구입할 생각이 있는 남성들이 있다면 상체 운동보다 하체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 할 듯. 도나텔라 베르사체는 이 엉덩이 부분이 없는 가죽 바지를 패션쇼 무대에 올리면서 안에 입는 속옷을 강조하기 위해 엉덩이를 노출시키는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사실 남자의 엉덩이는 여성들에게 섹스어필하는 신체 부위 중 하나이기 때문에 여자 친구를 위한 깜짝 이벤트용이나 파티용으로 유용할 듯. 하지만 데이웨어로 입기에는 대단한 용기와 더불어 빵빵한(?) 신체적 우월함이 있어야 할 듯.
<베르사체 2014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
퍼켄스탁
트렌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생겨났다가 이내 사라진다. 트렌드가 사라지면 우리는 그 아이템에서 평화를 선물한다. 하지만 미소니는 이번 2014 가을/겨울 밀라노 컬렉션에서 잘 묻혀있던 트렌드인 퍼켄스탁과 어그를 남성 전용으로 부활시켰다. 퍼켄스탁(Furkenstock)은 모피를 뜻하는 ‘퍼(fur)’와 코르크 샌들 전문 브랜드 ‘버켄스탁(Birkenstock)’의 합성어다. 버켄스탁은 코르크 바닥과 심플한 디자인으로 발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한 샌들 브랜드로 독일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여름철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했다. 2013 봄/여름 시즌, 버켄스탁의 코르크 바닥에 모피를 깔아 놓은 것처럼 보이는 셀린느의 여성용 샌들이 발표되자 실제 제품명과는 상관없이 ‘퍼켄스탁’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제 그 퍼켄스탁을 남자 친구에게 양보해야 할 때가 왔다. 남자들도 겨울은 춥다!
<미소니 2014 가을/겨울남성복 컬렉션>
라이크라 레깅스
이제 레깅스는 새로운 스키니 진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최근 남자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그래서인지 남성복 패션쇼에서도 레깅스를 보는 것은 그리 낯선 장면이 아닐 정도로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다. 레깅스는 일반적으로 반바지나 팬츠 아래 레이어드해서 입는다. 인종차별(Racism) 이라는 정치적 구호를 내세운 패션 쇼로 주목받은 벨기에 출신 디자이너 월터 반 비렌동크는 몸에 딱 붙는 다양한 컬러와 패턴의 라이크라 레깅스 룩을 팬츠 대용으로 선보였다. 이제 남자들도 라이크라 레깅스를 입기 위해 날씬한 다리를 만들어야 할 듯. 그런데 여자친구보다 다리가 예쁘면 여자친구가 질투하지 않을까?
<월터 반 비렌동크 2014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
스키 마스크
벨기에 출신의 아방가르드 디자이너 마틴 마지엘라가 패션쇼에 마스크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선보여 주목을 받은 적이 있음을 모두들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릭 오웬스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만든 옷을 잘 입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한 보리스 비잔 사베리(Boris Bidjan Saberi)는 이번 시즌 얼굴을 가리는 풀 페이스 스키 마스크를 모델에게 착용시켜 극단적인 마스크 스타일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만약 모델들이 심한 바람에 대비하거나 혹은 은행을 털기 위해 이 마스크를 착용할 경우 말을 하기 어려울 듯. 말 많은 자칭 패셔니스타 노홍철에게 강추!!!!
<보리스 비잔 사베리 2014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
모피 야구 모자
드디어 모피와 스포츠가 만났다. 사실 럭셔리의 대명사인 모피와 스포츠와의 궁합은 왠지 낯설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펜디는 럭셔리 소재를 선택해 야구 모자를 패셔너블하게 변신시켰다. 가을 야구 때 쓰면 맵시가 날 듯도 하지만 왠지 야구 선수들이 이 모피 야구 모자를 쓰고 경기를 한다면 우스꽝스러울 것 같다. ㅋㅋ 하지만 야구 모자에 죽고 사는 마니아라면 컬렉션 차원에서 하나 정도 구입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 어쨌든 스포티즘의 강세가 지속되면서 스포티즘의 럭셔리 경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모피 축구화나 육상화가 나오는 것은 아니겠죠? 그럼 올림픽도 럭셔리 올림픽이 될 텐데...
<펜디 2014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
수도원 스타일
디자이너 릭 오웬스는 보수주의자? 수도원 복장이 그의 이번 파리 컬렉션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부상하자 관객들은 그를 보수주의자로 부르고 있다. 그는 패션쇼를 통해 수녀들의 일상적인 스타일인 베일을 쓴 스타일을 패션쇼 무대에 올려 베일이 단지 종교적인 의미의 여성만을 위한 전유물이 아님을 주장한 셈이다. 하지만 이슬람원리주의자들이 시비를 걸면 종교 비하로 오해를 받을 수도 있을 듯. 이슬람원리주의자들의 경우 복장에 많은 의미를 두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기를 깨려는 릭 오웬스의 도전 정신은 박수 받아 마땅할 듯. 그런데 이슬람 여성들은 굴레를 의미하는 베일에서 벗어나려고 하는데 그것을 다시 쓰려는 남성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여성들의 구속을 바라는 것은 아닐지...
<릭 오웬스 2014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
구속복
바비 에블리에가 런던 컬렉션에서 선보인 마우스 피스 트렌드 만큼 무섭지는 않았지만 완전히 비실용적인 ‘구속복(straitjacket)’은 런던 패션 위크의 케이티 이어리(Katie Eary) 컬렉션에서 관심을 집중시켰다. ‘구속복(straitjacket)’은 정신병원에서 난동을 부리거나 자해하는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다. 캔버스천과 같은 튼튼한 직물을 소재로 만든 이 구속복은 끝이 막힌 긴 소매에 환자의 팔을 넣고 앞 가슴부분으로 엇갈려 모은 후 뒤로 묶는 방식이다. 즉 상체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제압할 수 있다. 이 장비는 1790년 프랑스 비상뜨르 정신병원에서 처음 사용했다. 직물업자였던 귀를렛(Guilleret)이 고안한 것으로 정신분석학이나 정신 진단학이 발달하기 전에 정신병원에서 환자를 다루는데 보편적으로 사용했던 장비였다고 한다. 폐쇄된 공간에서 환자가 환상이나 우울증, 분노 등으로 처치 곤란할 때 의사들은 우선적으로 이 구속복을 환자에게 입혔다. 게다가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구속복을 입힌 상태에서 쇠사슬이나 밧줄을 추가적으로 사용했다. 현재도 정신 병원에서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제한적으로 사용 중이라고. 그런데 누가 강제로 입힌 것도 아닌데 구속복을 스스로 입는다면? 분명한 건 구속복에서 탈출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미리 각본을 짜놓은‘마술사’뿐이다. 하지만 현실 속에 마술은 없다. ‘착용시 주의를 요함’이라는 경고문을 붙인뒤 제품으로 풀시되어야 하지 않을까?
< 케이티 이어리 2014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
패션엔 유재부 기자
kjerry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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