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15-10-20

[SFW 리뷰] 추상적 가치와 현실적 창조성이 만난 더스튜디오케이 컬렉션

디자이너 홍혜진이 이끄는 브랜드 더스튜디오케이(the studio K)는 2016 봄/여름을 위한 컬렉션에서 ‘부가가치(ADDED VALUE)’라는 비가시적인 경제 사회적 용어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해 가시적인 실루엣과 디테일로 변주했다.




지난 2006년 브랜드를 론칭한 지 올해로 10년째를 맞은 디자이너 홍혜진. 그동안 그녀는 자신만의 디자이너의 철학이 담긴 모던 감성, 테크날리지와 패션의 조화, 컨템포러리 감성을 반영한 트랜드 오리지널리티, 주얼리와 의류의 상호 유기적 조화, 정교한 테일러드 메이드, 다양한 소재의 믹스 & 매치 등을 통해 자신만의 확실한 아이덴티를 보여주며 늘 학구적 관점을 유지했다.

 

이번 시즌 그녀가 던진 컨셉은 부가가치였다. 부가가치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 개념을 시각적인 패션에 끌어들인 위트있는 시도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가가치 혹은 부가가치세(VAT)는 아주 익숙한 용어다. 부가가치란 기업이 일정기간 새롭게 만들어 낸 가치를 말한다. 즉 기업 활동을 통하여 생산한 제품의 총 판매액에서 생산을 위해 다른 기업으로부터 매입한 원자재 등 중간 생산물의 투입액을 공제한 순 생산액을 말한다.

 

흔히 패션을 언급할 때 우리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즉 총생산가격에서 재료비와 마케팅비를 제외한 디자인이 부가가치이기 때문에 하이엔드패션의 부가가치는 옷의 가격을 고가와 저가로 나누는 중요한 요소다. 같은 원단도 디자이너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셈이다. 디자이너 홍혜진은 부가가치라는 하이엔드 브랜드에게는 숙명 같은 화두를 패션으로 변주했다. 일반적인 거래 방정식은 10+10=20이지만 여기에 곱하기 부가가치가 더해지면 10x10=100이 된다. 하이엔드 패션의 가치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부가가치는 하이엔드 디자이너들에게는 과제이자 숙제다. 이러한 부가가치 성과는 콜라보레이션에서 극대화된다.  

 

월요일 아침, 행사장을 찾은 셀러브리티들이 촬영하는 포토그래퍼들과 지정석을 찾는 관객들로 인해 다시 혼잡했던 패션쇼장은 쇼 타임이 되어 런웨이의 무대 보호 천이 걷어내고 나니, ‘레드 카펫을 닮은 하이트 카펫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경쾌한 사운드 트렉에 맞추어 K 철자 자수가 들어간 시스루 드레스와 머스타드 스커트와 슬리브리스 베스트를 입은 모델 송경아와 시스루 티셔츠에 머스타드 반바지와 코트를 입은 모델 김원중이 연달아 등장하면서 쇼가 시작되었다.

 

이번 시즌 더스튜디오케이 컬렉션은 서로 다른 가치가 더해지고 결합되었다. 컬러 블로킹과 패턴 블로킹, 여기에 이질적이 아이템이 하나로 결합하는 아이템 블로킹까지 하나이면서 둘이 되었고, 둘이면서 하나가 되었다. 미니멀리즘이 잠시 주춤하고 레트로와 맥시멀리즘이라는 글로벌 트랜드 속에서 디자이너는 볼륨을 통한 맥시멀리즘보다는 텍스추어 특유의 질감을 살린 소재감이나 다양한 기호학적, 수학적 모티브를 이용한 액세서리로 깔끔하지만 화려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선보였다. 또한 아이템별이 서로 믹스되어 서퍼레이트와 레어어드가 혼재된 느낌은 입체감과 재미를 주기에 충분했다. 부가가치라는 컨셉으로 다양한 소재와 디테일이 결합되고 재구성되는 일련의 과정은 패션이 단지 입혀지는 것이 아닌 입는 것이라는 주체적 가치 소비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듯 했다.

 

특히 수학기호와 FUNCTION BOX, 화살표 모티브를 사용한 섬세한 디테일과 특유의 모던한 실루엣은 패션에 대한 철학적인 고찰이 패션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부과하는 핵심임을 잘 말해주었다. 디테일과 액세서리에 응용된 K라는 기호 역시 브랜드의 정체성과 K패션의 정체성이 동시에 담겨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최고의 컨텐츠였다. 아울러 한강에서 본 듯한 선 캡을 응용한 모자와 올 여름 유행이 예상되는 편안한 느낌의 바캉스 룩 역시 캐주얼한 플랫폼 슈즈와 잘 어울렸다.

 

흔히 명사를 나눌 때 크게 셀 수 있는 명사(countable noun)와 셀 수 없는 명사(uncountable noun)로 나눈다. 이중에서 패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거의 추상적인 셀 수 없는 명사가 많다. 추상성에서 구체성으로 변주된 패션은 하이엔드 디자이너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고차원적인 트렌드 방정식이었다. 패션이 가지고 있는 판타지는 이러한 추상성에서 출발해 구체화되기 때문이다.

 

또한 가치가 더해지는 테마를 뚜렷하게 보여줄 수 있는 디자인과 다양한 원단의 믹스와 번 아웃, 실크 스크린, DTP 등의 기법을 통해 텍스타일에 다양성도 부여했다. 이미 20세기 패션에서 나올 수 있는 실루엣은 모두 나왔다. 이제 젊은 디자이너들의 과제는 그 실루엣을 기본으로 디테일과 텍스타일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으로, 최근 자신만의 독특한 소재를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늘어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홍혜진 역시 마찬가지다. 코스튬적인 실루엣에서 벗어나 테크놀러지와 텍스추어의 조화를 통해 모던한 감성을 추구하는 그녀의 아이덴티티 역시 같은 흐름으로 보인다. 여기에 주얼리와 패션의 유기적 조화는 그녀만의 장점이자 힘으로 앞으로 더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즌 트렌드인 컬러 역시 눈길을 끌었다. 브랜드의 시그너처 컬러인 네이비와 블루를 기본으로 내년 봄 시즌 트렌드를 반영한 핑크, 그린, 머스타드 옐로, 그리고 데님이 더해져 감각적인 팔레트를 완성했다. 빛바랜 듯 빈티지 느낌이었지만 옛스럽지 않았고, 파스텔 느낌이었지만 전혀 가볍지 않았다.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깔끔한 컬러 블로킹과 패턴 블로킹 역시 돋보였다.

 

아울러 시즌 컨셉인 안락함을 연상시키는파자마 룩은 컨템포러리 스트리트 룩의 전형을 보여주며 에이지 타겟이 다소 내려갔음을 느낄 수 있다. 아울러 전체 룩을 보여주는 피날레를 대신 이번에 새로 선보인 데님 룩으로 피날레를 대신한 것도 색다른 시도였다. 패션은 발명이 아닌 발견의 문제다. 새롭고 기발한 그 무엇이 아닌 익숙하지만 새로운 그 무엇을 찾아내는 것이 베스트 셀링 디자이너의 최대 덕목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디자이너 홍혜진은 영리한 디자이너다. 주얼리 디자이너로 시작해 남성복과 여성복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며 느리지만 꾸준히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홍혜진의 크리에이티브 로드는 달려온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며, 앞으로 나갈 또 다른 10년의 출발점에 서있다.




























































 

글 유재부 패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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