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 2014-01-16 |
역대 한국영화 최고 별은 하녀· 오발탄· 바보들의 행진
역대 '한국영화 100선'의 1위는 김기영 감독의 <하녀>,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이 공동으로 차지했고 90년대 이후 감독으로는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이 유일하게 10위안에 선정되었다. 한국 영화 초창기부터 지난해까지 영화 중에서 선정한 한국영화 베스트 100을 만나보자.
김기영 감독의 <하녀>,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이 한국영상자료원이 새로 선정한 ‘한국영화 100선’의 공동 1위를 차지했다.
70년대 청년 문화의 해학적이고 자조적인 정서를 그린 하길종 감독의 영화 <바보들의 행진>
한국영상자료원(원장 이병훈)이 개원 40주년을 맞아 한국 영화학자와 평론가, 영화계 종사자 등 62인이 뽑은 한국영화 100선을 지난 15일 발표했다. 한국영상자료원이 2006년 100선을 발표한 이후 8년 만에 개정한 목록이다. 국내외 한국영화 팬들에게 한국영화 대표작을 소개하고 한국영화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기획된 한국영화 100선은 지난 2006년에 1996년작까지 대상으로 삼았던 반면 이번에는 초창기부터 2012년 12월 31일까지 극장에서 개봉한 모든 한국 장편영화(극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불문)까지 범위를 넓혀 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이끈 작품이 대거 포함됐다. 순위는 10위권까지만 매겼다. 선정 방식은 2013년 4월 24일부터 6월 23일까지 두 달간 선정위원 62인의 설문투표로 진행되었다.
중산층 가정에 젊은 식모가 들어가 벌어지는 갈등을 그린 한국형 스릴러 김기영 감독의 <하녀>
그 결과 동률작품을 포함하여 총 101편의 작품이 선정되었는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무성영화인 안종화 감독의 1934년작 <청춘의 십자로>부터 2012년 국내외 평단과 대중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은 가장 최근작인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까지, 한국영화사의 찬란한 순간들이 한국영화 100선의 목록을 채우고 있다. 먼저 <하녀(1960)>와 <오발탄(1961)>, <바보들의 행진(1975)>가 공동 1위를 차지했고 4, 5, 6위는 한형모 감독의 <자유부인(1956)>, 강대진 감독의 <마부(1961>, 이장호 감독의 <별들의 고향(1974)이 각각 차지했다. 공동 7위는 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날(1980)>과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2003)>이 차지했고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와 김호선 감독의 영자의 전성시대(1975)>, 이장호 감독의 <바보 선언(1983)>,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1993)>가 공동 9위를 차지했다.
한국적 리얼리즘 영화의 진수를 보여준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
공동 1위를 차지한 김기영 감독의 1960년작 <하녀>는 중산층 가정에 젊은 식모가 들어와 벌어지는 갈등을 그린 영화로, 2010년 임상수 감독이 동명의 재목으로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유현목 감독의 1961년 작 <오발탄>은 이범선 소설 원작으로, 해방촌을 무대로 살아가는 박봉과 치통에 시달리는 가장과 그의 가족들의 부침을 통해 한국전쟁 이후 궁핍한 사회상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 리얼리즘 영화로 해외 영화제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은 1970년대 대학생들의 일상을 통해 당시 청년문화의 해학적이고 자조적인 정서를 포착했다. 특히 영화에 나온 송창식의 노래 <고래사냥>이 크게 히트했고, 장발 단속을 피하기 위해 경찰을 조롱하는 장면이나 육교 밑에서 미니스커트를 훔쳐보는 대학생 등 70년대의 캠퍼스 라이프를 살펴 볼 수 있는 좋은 자료다.
한국영화 100선에 뽑힌 가장 최근작인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동점 처리 결과 100선에 오른 작품은 모두 101편이다. 시대별로 일제강점기 4편, 해방이후~50년대 8편, 60년대 25편, 70년대 9편, 80년대 18편, 90년대 20편, 2000년대 17편이다.
감독별로는 현재 신작 <화장>을 찍고 있는 임권택 감독이 가장 많다. <짝코(1980)> <만다라(1981)> <길소뜸(1985)> <티켓(1986)> <씨받이(1986)> <서편제(1993)> <춘향뎐(2000)> 까지 모두 7편이 선정됐다. 이어 배우 이혜영의 부친이기도 한 이만희 감독이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 <마의 계단(1964)> <검은 머리(1964)> <귀로(1967)> <휴일(1968)> <삼포가는 길(1975)> 등 6편을 올렸다. 이외에 김기영· 김수용· 신상옥· 이장호 감독은 각 4편, 박광수·배창호· 유현목· 이두용· 이명세· 장선우 감독은 각 3편씩 선정됐다.
1990년대 이후 데뷔한 감독으로는 박찬욱· 봉준호· 이창동 감독의 영화들이 각 3편씩 뽑혔다.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2000)> <복수는 나의 것(2002)> <올드보이(2003)>,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마더(2009)>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1999)> <밀양(2007)> <시(2010)>다. 김기덕 감독의 <빈집(2004)>, <피에타(2012)>와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 <강원도의 힘(1998)>도 영화 100선에 선정되었다. 특히 봉준호의 <살인의 추억>은 상위 10편 중 7위에 올랐다. 90년대 이후 데뷔 감독 작품으로는 10위권에 든 유일한 작품이다.
90년대 이후 영화 중 유일하게 10위안에 든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스틸 컷
한국영상자료원 측은 “비교적 최신작까지 한국영화의 업적을 다시 정리했다는 것이 이번 100선의 가장 큰 의미”라고 밝혔다. 자료원은 관련 서적 『한국영화 100선: ‘청춘의 십자로’에서 ‘피에타’까지』를 발간하는 한편 100선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획전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국영화 100선 목록은 한국영상자료원 홈페이지(www.koreafilm.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영화 100선은 엄밀한 의미에서 한국영화사의 정전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도 활발히 제작되고 있고, 앞으로 제작될, 그리고 지속적으로 발굴될 영화들이 켜켜이 쌓여 언젠가 새로운 한국영화 100선을 채울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영화 100선은 선정 시점에서 한국영화를 바라보는 관점과 가치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국영화 나아가 영화에 대한 관점과 가치가 변한다면 향후의 한국영화 100선 목록 역시 변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014 한국영화 100선은 한국영화계와 평단이 현재 시점에서 한국영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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