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앤토크 | Lafuente 디자이너 박희정 2014-11-23

“동양적 내면이 깃든 심플한 미니멀과 동양적 패턴의 공존”

디자이너 박희정는 고등학교 시절 학교 선배인 김창숙 디자이너를 알면서 디자이너를 꿈꾸었고, 이영희 디자이너의 패션쇼를 보면서 꿈은 구체화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생활기록부의 희망직업란도 디자이너로 적혀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디자이너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이 디자이너가 되는 진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이영희 디자이너처럼 그녀 역시 뒤늦게 디자이너 꿈을 이룬 행복한 늦깎이다. 그녀를 만나보자.


 

 

패션 디자이너에 대한 꿈을 가지고 뒤늦게 패션을 공부하기 시작해 동덕여대 석사 논문 주제가 한복과 관련되어서인지 대학원 졸업 후 매종드이영희에서 2년간 상품기획 팀장으로 일했다. 이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런던 칼리지 오브 패션을 졸업한 후 런던 부촌에 위치한 부티크에서 실무를 읽혔다. 귀국 후 홍익대에서 의상학 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대학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던 중 광고를 보고 지원한 2013 대구 패션디자인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를 계기로 2014년 브랜드 라퓨엔테를 론칭했다. 스페인어로 샘, 원천, 근원, 에너지라는 의미로 고객들에게 샘과 같이 갈증을 해결해 주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라퓨엔테는 한국적 모티브를 다양한 기법의 소재로 믹스 & 매치시킴으로써 동양적 미니멀리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미니멀리즘을 좋아하는 30대 커리어 우먼을 메인 타겟으로 크리에이티브한 감성을 중시한다. 소재감이 있는 모노톤 슈트가 시그너처 룩인 이유다.

최근에 선보인 한국적 모티브인 나비 민화를 그림자로 표현해 디지털 프린트 디자인이나 한국 민화를 디지털 프린팅으로 유니크하게 표현한 디자인은 창의성과 해학적 요소 모두를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레이저 커팅으로 창살 문양을 살린 오버사이즈 원피스는 그녀가 추구하는 한국적 모티브의 모더니즘적 변주라는 화두에 걸 맞는 시도로 유니크한 시도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의 디자이너 쇼룸인 르돔에 입점해 주목을 받고 있으며 중국 등 해외 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그녀와 나눈 일문일답을 소개한다.

 

 -어릴 시절 꿈이 무엇이었나요?

초등학교 때는 선생님이었고 유년기에는 디자이너가 꿈이었습니다. 언젠가 우연히 고등학교 때 생활기록부를 본적이 있습니다. 그때 희망 직업란에 디자이너라고 적혀있더군요. 그러고 보면 지금 그 디자이너의 꿈은 이룬 것이 아닐까요

 

-학창 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외모에서 느끼는 것처럼 특별할 것 없는 조용하고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패션을 꿈꾸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고등학교 선배님 중에 김창숙이라는 패션디자이너가 있었는데, 당시에는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영희 선생님 쇼를 보고 나서 패션 디자이너에 대한 구체적인 꿈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결국 이영희 선생님 매장에서 상품기획팀장으로 일을 하게 되었으니까 저에게 이영희 디자이너라는 존재는 중요한 존재였습니다.

 

 

-브랜드 이름이 독특합니다.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스페인어로 샘, 원천, 근원, 에너지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라퓨엔테(Lafuente)를 찾는 고객들에게 샘과 같은 갈증을 해결해주는 이미지로 남고 싶어서 그렇게 지었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라퓨엔테의 시그너처 룩은 무엇인가요?

소재감이 있는 모노톤의 슈트입니다.

 

-지금까지 작업한 작업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피스는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작업한 것을 보면 모두 자식과도 같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고른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지만 굳이 고른다면 브랜드를 시작하게 계기가 되었던 솔리드 라인의 화이트 셔츠가 아닐까 합니다.

 

-당신이 추구하는 패션 디자인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트렌드에 구애 받지 않고 시간이 지나도 꺼내 입을 수 있는 특별한 색깔을 가진 지속 가능한 패션이 바로 제가 추구하는 옷입니다. 미학적인 요소는 필수이고 환경을 살리는 환경 친화적인 에코 요소 또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복에 우리 여성들의 한과 삶이 스며있는 것처럼 삶의 냄새가 깃든 살아있는 옷을 만들고 싶습니다.

 

-어디에서 주로 디자인 영감을 얻나요?

영감을 얻는 곳은 딱히 어느 하나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저를 둘러싼 모든 환경으로부터 디자인의 영감을 받습니다. 유학을 한 런던이나 제가 살고 있는 김천이나 사무실이 있는 대구, 매주 원단을 가기 위해 올라오는 서울의 동대문까지 발길이 닿은 곳의 모든 오브제들이 저의 뇌를 자극하는 영감의 원천이라고 감히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패션이 추구해야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글쎄요. 한마디로 인간을 위한 옷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라퓨엔테의 슬로건 역시 피플&패션입니다. 요즘 패션은 유행보다는 라이프 스타일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옷이 최고의 가치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행복을 주어야겠지요.

 

  

-디자인할 때 영감을 주는 사람(혹은 사물)은 누구인가요?

글쎄요. 특정한 인물을 좋아하지 않지만 최근에는 샤넬의 칼 라거펠트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늘 젊은 컬렉션을 보여주는 그의 무한한 영감의 바다가 저에게 감동과 자극을 주거든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그의 행보가 저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되는 셈입니다.

 

-당신의 경력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인가요?

바로 가족입니다. 휴식과 에너지를 주는 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늦깎이 디자이너 길을 가고 있는 저를 묵묵히 지켜봐주는 부모와 남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디자인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프로세스인가요 제품력인가요?

당연 프로세스라고 생각합니다. 프로세스가 좋으면 제품력은 뒤 따라 간다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혼자서 하는 작업이 아닌 함께 어울려야 좋은 옷이 나온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프로세스를 통한 전문성이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가치입니다.

 

-디자인할 때 가장 어려웠던 적은 언제나요?

첫 번째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이고 두 번째는 시간 관리입니다.

 

-그럼 그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극복했나요?

먼저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특별한 방도가 없는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노력하는 수밖에요. 시간 관리 역시 현재도 그리고 앞으로도 힘들겠지만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균형 있는 삶을 위해 시간 관리는 필수입니다. 한 가정의 아내와 엄마로서의 역할,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의 역할, 박사논문을 쓰는 학생으로서의 역할 그리고 마지막으로 브랜드를 잘 이끌어가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의 역할 모두 저에게 주어진 운명이자 숙제입니다. 이 모든 것은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즐기면서 일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어차피 100% 만족하고 만족시키지 못할 것입니다. 결국 노력이 최선이고 긍정적인 생각이 앞으로의 일에도 도움이 되리라고 봅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Beauty)’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시대가 달라도 변하지 않는 것은 내면의 아름다움인 것 같습니다. 패션은 외적인 것이지만 내면의 아름다움과 같이 공존 되었을 때 진정한 아름다움이 빛을 발하는 것이니까요.

 

-당신의 패션 철학은 무엇인가요?

심플 이즈 베스트(Simple is Best)입니다. 살아가면서 복잡한 일이 생겼을 때, 예를 들면 내가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 베스트의 답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내가 추구하는 패션도 단순함입니다. 심플하다고 해서 정교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심플하지만 하나의 포인트가 오히려 더 큰 임팩트를 줄 수 있거든요.

 

-지금까지 디자인을 하면서 배운 가장 소중한 교훈은 무엇인가요?

100% 만족하는 디자인은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레서 늘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그러면 어느순간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온답니다.

 

-패션 디자이너 입장에서 볼 때 커머셜과 아트의 경계는 무엇인가요?

간단합니다. 대중들이 찾으면 커머셜이고 찾지 않으면 아트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트 작품들은 갤러리만 있는 것이 아닐까요? 물론 아트에서 영감을 받아 커머셜한 옷으로 변신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 역시 본질은 입을 수 있는 옷입니다. 결국 커머셜은 패션이 대중과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의 한 방법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 외에 여가 활동은 주로 무엇을 하면서 보내나요?

그냥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스며드는 것입니다. 가족들과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가고, 맛있는 것 먹고 이야기하면서 보냅니다. 그러면 복잡한 머리가 단순해지고 명쾌해져 다시금 심플한 창작의 뇌로 변신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본 감명 깊은 영화나 책이 있나요?

맷 데이먼이 나오는 영화 <엘리시움>과 조니 뎁이 나오는 영화 <트레센던스>입니다. 두 영화 모두 미래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미래가 그럴 것이라는, 있을 법한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보면서 지구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쓸쓸함을 느꼈습니다. 주인공들이 착용하고 있는 옷과 기계들도 눈여겨 볼만했습니다. 미래 패션을 예측할 수 있었거든요.

 

 

-패션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면서 패션 디자이너에 대한 꿈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만족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마음 속에서는 채워지지 않는 2%의 갈망이 있었습니다. 내 브랜드로 가치를 인정받고 싶다는 열정이었죠. 너무 늦은 건 아닌가 생각했지만 문뜩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하겠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치 않게 참가한 패션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브랜드를 론칭하게 되었습니다.


-초기 창업비용은 얼마나 들었습니까?

대구시 지원으로 시작하였기 때문에 거의 초기 창업비용은 보증금 100만원으로 시작했습니다. 시제품 개발비 정도였습니다.

 

-초창기에 사업을 시작하면서 어려움이나 부담감은 없으셨는지요?

디자인 분야는 잘 알고 있었지만 패션 비즈니스는 전혀 모르는 분야였기 때문에 모르는 분야에 대한 부담감과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인들의 격려와 대구시와 의산협의 지원으로 오늘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직장에서 근무한 경험은 있는지요?

늦은 나이에 패션을 공부하였고 그 전에는 패션과 무관한 다양한 직업을 가졌었습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디자이너 이영희 선생님 매장에서 2년동안 상품기획팀장으로 근무했고, 영국 유학 당시에는 부티크 매장에서 1년 정도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직원을 채용할 때 눈 여겨 보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첫째로 인성입니다. 물론 디자인적 감각이나 열정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좋은 인성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브랜드나 디자이너가 누군지 묻습니다. 그 대답으로 대략적으로 패션에 대한 감각이나 태도를 알 수 있으니까요.


-예전과 비교할 때 현재 패션 환경을 보고 느낀 점은?

패션계는 여전히 치열하고 힘들지만 예전보다 정부나 지자체, 협회 차원에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기 때문에 신진 디자이너가 활동하기에는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패션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실패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패 없이 성공은 있을 수 없으니까요.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철저한 준비와 버텨내는 근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즈니스적으로 롤 모델로 삼는 기업이 있다면?

조수용 대표의 제이오에이치 기업입니다. 브랜드에 대한 그의 독특한 철학은 라퓨엔테라는 브랜드가 인식되어야 할 방향을 제시하거든요.

 

-패션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충고하고 싶은 사항은?

사업계획서를 미리 구체적으로 써보고 자신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라고 조안하고 싶습니다.

 

  

-그럼 창업에 필요한 필수 3 요소는 무엇인가요?

용기, 근성, (타이밍)입니다.

 

-브랜드의 컨셉과 아이덴티티는 무엇인가요?

하이앤드와 컨템포러리의 중간에 위치한 라퓨엔테는 지적이고 크리에이티브한 감각을 가진 30대 여성을 위한 룩으로 절제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최근 쇼룸 르돔에 입점했는데요. 쇼룸 상품 구색에 있어 핵심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믹스 & 매치(Mix & match)입니다.

 

-2015 /여름 컬렉션의 컨셉과 특징은 무엇인가요?

2015 /여름 컬렉션의 테마는 공존(Coexistence)입니다.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여성과 남성의 공존을 옷으로 표현하였고 미니멀한 실루엣에 동양적 패턴을 평면적 또는 입체적으로 이용했습니다.

 

-해외 전시회에 참가했을 때 라퓨엔터에 대한 바이어의 평가는?

새롭게 보는 것 같습니다. 첫 해외 수주 전시회(베를린 프리미엄)에서 중국 바이어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르돔 임시 쇼룸에도 참가했는데 바이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기 때문에 중국 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부나 패션 관련 단체에 바라는 점은?

정부 차원에서 디자인 사업을 전략적으로 지원했던 영국처럼 패션 한국도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패션 관련 업체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중장기적인 전략적 접근 방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만 한류, K-패션이 시대의 흐름에 묻히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더불어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kjerry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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