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앤토크 | 패션 디자이너 권문수 2015-04-13

바른 청년 권문수의 '진정성'과 소통 위한 완벽한 '스토리텔링'

세 번의 GN컬렉션과 두 번의 서울컬렉션을 마친 루키 권문수는 서울패션위크에서 꼭 챙겨봐야 할 스타 디자이너 반열에 올랐다. 모던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그의 문수권 컬렉션은 매 시즌 디자이너의 경험과 감성을 반영한 주제로 대중의 공감을 샀다. 「문수권」하면 디자이너가 아닌 패션을 떠올리게 하고 싶다는 권문수, 미소년 같은 수줍은 미소 속에서 강인한 내공이 느껴졌다.




서울컬렉션을 마친 디자이너 권문수를 만났다. 인터뷰가 진행된 날은 그의 2015 F/W 「문수권」 컬렉션이 끝난 지 정확히 1주일 째 되는 날이었다. “패션쇼가 끝난 지 아직 일주일밖에 안됐나요?” 컬렉션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그는 이미 다음 시즌 준비와 새 프로젝트 진행으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2013 F/W 서울패션위크를 시작으로 세 번의 GN 컬렉션과 두 번의 서울컬렉션을 치른 디자이너 권문수는 서울패션위크에서 꼭 챙겨봐야 할 스타 디자이너의 반열에 올랐다. 모던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그의 컬렉션은 매 시즌 디자이너의 경험과 감성을 반영한 주제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간결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그의 옷에는 소통을 향한 완벽주의적인 스토리텔링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불면의 밤, 양을 세듯 풀어간 2015 F/W 컬렉션


「문수권(MUNSOO KWON)」의 2015 F/W 컬렉션은 불면증을 주제로 펼쳐졌다. 「문수권」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스트라이프 가디건과 루즈핏 재킷, 도트 패턴 등이 시즌 컨셉에 맞게 업그레이드돼 남성 관객들의 쇼핑 욕구를 자극했다. 또 양과 수면기호가 모티브로 등장해 ‘CAN’T SLEEP COUNT SHEEP’이라는 주제 의식을 강조했다.


“컬렉션의 주제를 선정할 때 당시 느끼는 감정과 관심사에서 영감을 찾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불면증이라는 고민에서 출발했죠. 추상적인 감정을 디자인으로 풀기 위해 양과 수면기호(zzz)를 패턴화했고, 슬립 가운을 아우터로 활용해 쓰리 피스 수트를 만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컬렉션이 완성됐어요.”


모던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문수권 컬렉션은 매 시즌 디자이너의 경험과 감성을 반영한 주제로 대중의 공감을 자아낸다. 이는 그의 디자인 철학과 맞닿아 있다. 대중과 소통하고 즐겁게 입어야만 진정한 가치가 있다는 것권문수는 2013 F/W 서울패션위크의 신진 디자이너 무대인 제너레이션넥스트(GN) 컬렉션를 통해 세 시즌 동안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세계화와 K-패션을 화두로 무국적풍(?) 브랜드가 쏟아져 나온 가운데, 「문수권」이라는 이름은 특별함으로 각인됐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겁없는 젊은 루키의 자신감은 과연 어디에서 온 것일까? 


「문수권」이라는 이름에는 저의 아이덴티티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흔치 않지만, 해외에서는 디자이너 브랜드가 디자이너 이름을 타이틀로 내세우는 것이 당연한 일이죠. 대중들은 프라다하면 미우치아 프라다가 아닌 프라다 가방을, 샤넬하면 코코 샤넬보다 샤넬백과 트위드 재킷을 먼저 연상시킵니다. 저 역시 「문수권」하면 디자이너 권문수가 아닌 「문수권」의 패션을 먼저 떠올리게 하고 싶어요.”


디자이너 브랜드이기에 자신의 이름을 건 레이블을 전개하는 것, 이 당연한 논리가 한국 패션 씬에서는 긴 설명이 필요한 만큼 어색한 상황이 됐으니 아이러니컬하다. “「문수권」을 고유명사로 만들겠다는 그의 강경한 어조에서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과 책임감, 그리고 무한한 신뢰감이 느껴졌다.


↑사진=‘CAN’T SLEEP COUNT SHEEP’을 주제로 한 MUNSOO KWON 2015 F/W 



문수권이라는 고유명사를 꿈꾸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그는 군 복무 중에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하고 제대후 미국 유학 길에 올랐다. 샌프란시스코 AAU(Academy of Art University)에서 남성복을 전공하고 뉴욕으로 건너가 「이갈아즈루엘」 「톰브라운」 「헬무트랭」 「로버트갤러」의 인턴을 거쳤다. 이후 남성복 브랜드 「버클러」에서 정식 디자이너로 근무했으며, 2011년 국내로 돌아와 자신의 레이블 「문수권」을 런칭하고 해외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그가 서울패션위크에 서게 된 계기는 친한 동료이자 같은 미국 유학파 출신인 디그낙 강동준 디자이너의 권유 때문이었다.


제 옷은 세일즈를 위한 옷이지 패션쇼를 위한 옷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당시만 해도 패션쇼, 즉 컬렉션을 위한 옷은 따로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주변의 권유로 서울패션위크에서 주최하는 루키들의 등용문인 제너레이션넥스트(GN) 컬렉션에 도전하게 됐고, 20 착장으로 2013년 F/W 「문수권」 컬렉션으로 데뷔 쇼를 열게 됐습니다. 이후 패션지와 연예인 스타일리스트들의 협찬이 이어졌고, 본격적으로 「문수권」을 알리게 됐죠.”



올해로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한지 5년차인 그의 패션쇼가 서울패션위크을 대표하는 흥행 쇼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소통을 향한 완벽주의적인 스토리텔링에서 찾을 수 있다. 그의 옷은 겉보기에는 모던하고 웨어러블하지만, 내면에는 치밀한 스토리가 담겨 있다.


예를 들어 2014 S/S 「문수권」 컬렉션에는 취미인 '위닝 일레븐' 게임에서 영감을 받아 'Be a Goal Getter!'를 주제로 쇼를 선보였다. 축구를 주제로 다양한 자료 조사를 진행한 끝에 1920년대 축구 유니폼에 매료됐고, 이를 바탕으로 컬렉션을 완성했다고 한다. 2015 S/S 「문수권」 컬렉션에는 여유가 없는 자신의 일상에 대한 대리만족으로 한강을 주제로 선정했다. 한강에서 여유를 즐기는 서울 시민들의 모습을 연상했고, 한강의 교각과 하늘 위에 떠있는 연 등을 건축적 디테일로 풀어냈다.


간결함과 모던함을 추구하는 「문수권」의 옷에서는 디테일, 컬러 등 어느 것 하나 이유 없이 존재하는 것은 없다. 심지어는 컬렉션 타이틀의 운율까지 직접 맞출 정도다.


컬렉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렵고도 재미있을 때가 바로 컨셉을 정할 때입니다. 바쁜 일정으로 여행을 가거나 휴식을 취할 수도 없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과 관심이 있는 것들을 주제로 표현하는 편이죠. 그런 과정 탓인지 대중들이 쉽게 공감하고 호응을 해주는 것 같습니다.”


 

소통을 향한 완벽주의적 스토리텔링


「문수권」은 해외시장에서 호평을 얻고 있다. 지난해 1월과 6, 세계 최대 남성복 수주회피티 이마지네 워모(Pitti Imagine Uomo)’에서 세계 각국의 떠오르는 신예들을 발굴하는더 레이티스트 패션 버즈(The Latest Fashion Buzz)’ 2회 연속 초청됐으며, 연말에는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에서 주최한 2014 CFDK 어워즈에서는 남성복 신인 디자이너상을 수상했다. 올해 2월에는 자카르타에서 열린 2015 F/W 인도네시아 패션위크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의 옷은 현재 홍콩, 일본, 대만, 이탈리아, 미국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패션위크에 이어 새로운 프로젝트를 잇따라 진행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2일 서울모터쇼에서는 아우디와 함께 콜라보레이션 컬렉션을 선보였으며, 10일에는 신세계백화점 '블루핏'과 함께 여성 셔츠 캡슐 컬렉션을 출시했다. 특히 우영미, 앤디앤뎁, 최범석 등에 이어 올해 아우디 모터쇼를 장식한 권문수는 22종의 아우디 차량을 형상화해 참신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의상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여성복이 최초로 공개돼 「문수권」 여성복의 미래를 엿보는 계기가 됐다. 남성복의 모던하면서도 간결한 실루엣을 유지하면서도, 여성성과 우아함을 겸비한 그의 여성복은 기대 이상으로 근사했다.


「문수권」의 옷을 여성들이 입어도 어울리는 경우가 있어 여성복에 도전해봤죠. 여성복은 정말 어려운 거 같아요. 제가 여자가 아니니까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웃음). 우선은 남성복으로 내공을 쌓은 후 여성복 전문 디자이너와 함께 여성복에 도전해 볼 생각이예요.”

 



귀공자 같은 외모실제는 전천후 멀티플레이어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권문수의 아버지는 수입명품업계 1세대인 권기찬 전 웨어펀인터내셔널 회장이다. 자연스레 그는 어릴 적부터 좋은 옷을 보고 자랐다. 타고난 재능과 디자이너로 성장하기에 최적화된 환경, 어쩌면 그에게 패션 디자이너라는 운명은 이미 정해진 것이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친아'라는 표현은 부담스럽다. 그는 이제 나래짓을 시작한 루키이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도 '잘 나간다'는 표현보다 '잘 만든다'는 칭찬이 듣고 싶은 열정적인 청년 디자이너다. 오해와 편견 때문에 가끔 힘들기는 하지만 이 역시 그가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다. 다소 왜곡된 자신의 이미지가 다소 부담스러울테지만, 그는 자신만의 진정성과 자부심으로 그 과도기적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가고 있었다.    


패션사업을 하시는 아버지로 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해외에서 취직해 경력을 쌓고, 브랜드를 만들기까지 모든 것을 아버지 도움없이 저 혼자 해냈습니다.”


실제로 그는 모든 것을 직접 해내는 멀티플레이어다. 인터뷰가 있던 날도 생산 공장에 다녀오느라 점심을 거른 채였다. 자신의 길은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현재 직원 1·인턴 1명이 있지만, 일을 시작하고 1년 반 동안은 디자인·생산·영업·마케팅까지 혼자 회사를 꾸려갔죠. 회사의 규모가 커지더라도 모든 것 알고 디렉팅 해야 하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는 뉴욕에서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일하면서 익힌 방식이다. 그가 함께 일한 세계적인 디자이너 톰 브라운, 로버트 겔러 등 역시 역시 소수의 인력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문득 그의 아버지는 그의 옷을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해졌다.


아버지와 저는 스타일이 많이 달라요. 저는 모던하고 심플한 옷을 좋아하는 반면 아버지는 화려한 스타일을 좋아하시죠. 제 옷을 보면 디테일을 가미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아쉬워하십니다(웃음). 멀리서 지켜봐 주시고 좋은 조언해주세요. 편견과 오해는 어쩔 수 없지만, 아버지에게 부끄럽지 않은 브랜드를 만들 자신이 있습니다."


권문수는 단기간에 K-패션을 대표하는 잘 나가는 남성복 디자이너가 됐다. 비결이 무엇일까? “정말 열심히 했을 뿐입니다.” 식상하지만 단호한 그의 대답에서 진심이 묻어났다. “정말 열심히 했다고 자부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준비했다면, 누구나 이 자리에 올 수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문수권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예쁜 옷, 입고 싶은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 그의 옷처럼 미사여구 없는 간결한 대답이다. 바른 청년 디자이너의 진정성이 느껴졌다.


권문수는 본능적으로 패션의 본질을 간파하고 있는 듯 하다. 사실 소통은 패션의 본질이다. 디자인의 관점에서 볼 때 패션은 하나의 조형물로서 대중과 소통하고 그들에게 입혀졌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그래서 인지 「문수권」의 옷은 권문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패션엔 김은영 기자

fashionn@fashion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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