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14-12-15

'패션의 검은 보석' 리틀 블랙 드레스의 진화

시크하고 심플한 리틀 블랙 드레스(LBD)는 코코 샤넬이 만들어 낸 현대 여성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었다. 연말 파티를 앞두고 여성의 필수적인 드레스 코드로 통하는 리블 블랙 드레스. 소매와 목의 디테일, 소재는 시대와 유행에 따라 변하지만 코코 샤넬이 추구한 무릎길이는 변하지 않는 공식으로 지금까지 그 역사성을 유지하고 있다. 리틀 블랙 드레스의 진화를 살펴본다.




리틀 블랙 드레스(Little Black Dress)는 사무실 복장이나 칵테일파티, 심지어 저녁 식사를 하러 나갈 때 입어도 손색이 없는 다용도성이 특징으로 화이트 셔츠와 청바지와 같은 클래식 아이템이다. 하지만 옷장의 크기를 합리적으로 줄여준 이 아이템도 한때는 여성들에게 기피 아이템이었다는 사실을 아는지. 옛날에는 옅은 색상의 옷을 관리하기에 힘이 들었기 때문에 지위와 부를 갖춘 상류층 여성들만이 입을 수 있었다. 반대로 블랙 의상은 이들을 위해 일하는 하녀들의 복장이었다. 따라서 귀족들을 비롯한 상류층 여성들은 자신들의 하녀처럼 검은 색 옷을 입는 것을 꺼렸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류층 여성들이 검은색 의상을 입는 경우는 상복을 입을 때뿐이었기 때문에 블랙은 금기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제1차 세계 대전에서 많은 군인들인 전사함으로써 그들의 미망인들과 그들을 애도하는 여동생, 누나 그리고 어머니가 많이 나왔고 이로 인해 각 계층의 여성들이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외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때 코코 샤넬이 패션 아이템으로 세상을 바꾸었다. 1926년 코코 샤넬은 리틀 블랙 드레스를 발표했다. 코코 샤넬이 처음 발표한 드레스는 허리도 가슴도 강조하지 않은 직선적인 실루엣이었고 미니라고는 하지만 무릎 아래 종아리 정도의 길이였다. 치맛자락이 바닥을 쓸고 다녀야 멋쟁이 대접을 받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다. 하지만 이 드레스는리틀 블랙 드레스로 명명되어 옥스퍼드 사전에도 올라있다. 패션 아이템이 언어 세계에서도 시민권을 따내며 보통 명사가 된 셈이다.


코코 샤넬의 리틀 블랙 드레스는 192610<보그> 미국판에 소개되면서 여성들의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당시 <보그> 편집장은 리틀 블랙 드레스에 대해 이 옷은 패션의 포드 자동차이며 이제 대중들이 입은 표준 의상이 될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지금 봐도 옷의 속성을 잘 표현한 설명 같다. 당시 잡지에 실린 드레스 일러스트를 보면 직선적인 실루엣에 허리선은 엉덩이 아래로 내려가 있고 치맛단에는 주름을 잡았다. 동그란 칼라를 달고 있기 때문인지 여학생 교복 같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어려 보여고 경쾌한 느낌이다. 그 시절 유행하던 머리에 꼭 맞는 종처럼 생긴 모자를 함께 쓴 모습은 세련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어쨌든 리틀 블랙 드레스는 짧은 스커트와 긴 소매 그리고 대각선형의 장식으로 인해 새롭고 모던했으며, 1920년대의 진취적인 여성들에게 어필하는 최신 유행이었음을 분명하다.

한편 당시 <보그> 미국판이 샤넬 드레스의 실용성과 심플함을 빗대어 거론한 포드 자동차는 모델은 검은색 T 형이었다. 검은색 T형은 우리나라에 가장 처음 들어온 승용차로 유명한데, 바로 고종황제의 차였다. 임금님의 차(?)라서 비쌀 것 같지만 사실 미국 현지에서는 노동자들의 월급을 모아서 살 수 있는 국민차에 가까웠다.

 

그럼 <보그>가 당시 리틀 블랙 드레스를 포드 자동차와 비유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샤넬의 리틀 블랙 드레스는 단순하지만 멋지고 실용적이며 표준화해서 생산하기 쉽다는 점에서 T형 포드를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샤넬 스타일의 많은 옷들이 그랬지만 리틀 블랙 드레스는 디자인이 단순해서 누구나 쉽게 따라 만들 수 있었다. 결국 그녀 덕분에 숙련된 파리의 재봉사 뿐 아니라 옷본을 들고 미국이나 영국에서도 비슷하게 만들어서 입게 된 것이다. 아마 이때부터 패션의 글로벌리즘이 시작된 것이 아닐까 한다.

 

하여튼 코르셋 해방에 이어 다시한번 패션 안에 존재하는 계급을 깨끗이 없애버린 코코 샤넬의 혁명적인 리틀 블랙 드레스 덕분에 여성들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우아한 분위기를 낼 수 있었고, 점차 많은 여성들이 리틀 블랙 드레스를 애용하기 시작했다. 포드 자동차의 모더니즘적 산업혁명이 코코 샤넬 덕분에 패션에도 영향을 준 셈이다.


 

코코 샤넬이 발표한 리틀 블랙 드레스는 검정 드레스라는 점은 같지만 디자인적으로 단순하지 않았다. 샤넬은 모직이나 모로코 천으로는 주로 낮에 입는 옷을 만들었고 비단 크레이프나 아주 얇은 비단인 새틴, 부드럽고 귀족적인 벨벳, 무늬를 넣고 짠 비단 같은 천으로는 화려한 이브닝드레스를 만들었다. 검정색으로 옷을 만들면 색감을 내세우지 않기 때문에 옷의 구조나 질감이 지닌 매력을 강조했다.

 

1950년대에 뉴룩이라 불리는 리틀 블랙 드레스와 반대 개념의 화려한 드레스를 선보인 크리스찬 디올 조차 리틀 블랙 드레스를 예찬했다. 그는 리틀 블랙 드레스는 낮이나 밤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그 어떤 경우에도 입을 수 있다. 리틀 블랙 드레스는 모든 여성들의 필수적인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원저 공작부인 월리스 심프슨은 제대로 된 리틀 블랙 드레스 한 벌만 있으면 다른 것은 아무 것도 필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성들 중 블랙 드레스를 가지고 있지 않은 여성이 드물 정도로 지금도 많은 디자이너들이 리틀 블랙 드레스를 클래식 아이템으로 선보이고 있다. 혹자는 몸매를 날씬하게 만들어 주는 섹시한 블랙 드레스를 패션의 검은 보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파티에서도 베스트이지만 파티가 끝난 후 입어도 손색이 없는 다용도성은 리틀 블랙 드레스의 최고의 미덕이다. 무채색이기 때문에 자주 입어도 사람들이 같은 옷을 또 입었다고 눈총을 주지 않는다.

 

 

리틀 블랙 드레스는 태어난 지 곧 9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매력적이다. 모던과 우아함이라는 두 얼굴을 가진 클래식 아이템으로 오랫동안 여성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다. 길이는 아찔하게 짧아지고 발목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어깨선이 목 끝까지 감싸며 올라오기도 하고 크리비지 룩으로 가슴골을 드러내거나 등이 깊이 파인 섹시한 디자인도 선보인다. 신인 디자이너부터 기성 디자이너에 이르기까지 90년 전에 코코 샤넬이 발표한 리틀 블랙 드레스는 여전히 영감의 원천이자 클래식의 대명사로 사랑받고 있다.

 

물론 리틀 블랙 드레스는 코코 샤넬에 의해 처음 소개되었지만 이 드레스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이 의상을 입은 오드리 햅번이었다. 오드리 햅번이 입은 지방시의 시스 드레스부터 비욘세가 입은 탑샵의 장식적인 미니에 이르기까지 리틀 블랙 드레스는 역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셀러브리티 여성들이 선택한 유니폼이 되기도 했다. 1920년대부터 2014년까지 시대를 초월하는 매력을 입증한 스타들의 LBD를 연대기 순으로 만나보자.

 


Joan Bennett, January 1928


 

Lauren Bacall, December 1944

 


Elizabeth Taylor, January 1950

 


Marilyn Monroe, July 1956

 


Audrey Hepburn, June 1961

 


Joan Crawford, October 1962

 


Sophia Loren, 1965

 


Catherine Deneuve, September 1966

 


Jaqueline Kennedy, September 1970

 


Madonna, November 1985

 


Kate Moss, January 1990

 


Princess Diana, June 1994


  

Sarah Jessica Parker, January 1995

 


Reese Witherspoon, September 1997


  

Gwyneth Paltrow, November 2000

 


Mischa Barton, December 2003

 


Naomi Campbell, February 2006

 


Angelina Jolie, May 2007



Charlize Theron, June 2008

 


Kim Kardashian, September 2009

 


Victoria Beckham, September 2010

 


Jennifer Aniston, June 2011

 


Olivia Palermo, December 2011

 


Karlie Kloss, June 2012

 


Halle Berry, October 2012

 


Kerry Washington, January 2013

 


Christy Turlington, November 2013

 


Kate Middleton, April 2014

 


Cara Delevingne, September 2014

 


Jennifer Lawrence, October 2014

 


Beyoncé, November 2014

 

<참고 서적=패션을 뒤바꾼 아이디어 100/ 명품 판타지/패션 100년사>

  

글 유재부 패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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