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14-02-18

인턴이 알렉산더 맥퀸을 고소한 이유

알렉산더 맥퀸 패션 하우스에서 일했던 전직 인턴이 런던패션위크가 오픈하는 날 회사를 입금 체불로 고소했다. 특히 런던패션위크가 열리는 날 킹스 칼리지 런던 대학생들이 행사가 열리는 서머셋 하우스에서 데모를 벌이면서 영국 패션계에 만연한 무급 인턴십에 대한 항의한 이유를 살펴보고 아울러 우리 패션계가 안고 있는 인턴십의 문제점도 진단해본다.



<2014 가을/겨울 런던패션위크가 열린 서머셋 하우스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킹스 칼리지 런던의 대학생들, 사진 출처=가디언>


지난해 미국에서 인턴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패션 콘데 나스트 잡지 그룹이 소송을 당하자 회사 측에서는 더 이상 인턴을 뽑지 않겠다는 대안을 내 놓으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잡지가 아닌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문제가 터졌다. 바로 런던을 대표하는 패션 하우스 알렉산더 맥퀸이 2014 가을/겨울 런던 패션 위크가 시작되는 날, 회사를 떠난 인턴에게 임금 미지급으로 고소를 당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유력지 <가디언>지가 보도한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알렉산더 맥퀸의 패션 하우스에서 일했던 전직 인턴사원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보도에 의하면 알렉산더 맥퀸에서 일했던 인턴사원이 지불하지 않은 4개월 치 임금을 지불하라며 고소장을 제출한 것이다.  한 때 알렉산더 맥퀸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한 적이 있는 레이첼 왓슨(가명)은 6,151파운드(약 1,140만원)의 임금이 지급되지 않았다며 회사가 국가 최저 임금을 지불하지 않음으로서 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왓슨은 지난 2009 ~ 2010년까지 인턴으로 일하면서 주로 자수를 위한 드로잉 작업과 장식된 옷을 수리하거나 직물 염색 업무를 주로 했다고 한다. 소송 대리인인 왓슨의 변호사는 계약에 따른 실제 작업을 수행할 경우 회사는 적어도 국가 최저 임금을 지급할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인턴십을 받아들인 이유에 대해서는“패션산업에서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변호사를 통해 왓슨은 "나는 인턴으로 일하면서 나 자신이 학대받고 있음을 깨닫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장차 패션산업에서 일할 나의 미래에 대한 모든 카드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내가 어떻게 고용주에게 정면으로 맞설 수 있냐?"고 반문했다.  결국 왓슨은 과거 소니와 의류 기업 아카디아그룹, X 펙터 등으로 부터 인턴들이 못받은 임금을 받도록 도와준 '인턴 어웨어(intern Aware)'에 도움을 요청했다. 인턴 어웨어는 2010 년에 설립된 공정 인턴십을 위한 영국 국민 캠페인 그룹으로 기업, 노동 단체 및 노동조합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고품질의 인턴십 제도 개발과 고용주가 인턴들에게 제대로 된 임금을 지급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알렉산더 맥퀸의 패션 하우스는 무급 인턴에 대한 공개적인 사과 요구를 받기도 했다. 아트 런던 대학의 학생회장인 셸리 애스퀴스는 임금 없이 11개월 동안 일주일에 5일을 일하도록 강요한 '재능 있는 니트 디자이너‘를 뽑는다는 자사 광고를 언급하면서 회사 측에 공개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맥퀸 측은 광고에 오류가 있었다며 회사의 HR 정책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고 변명하기도 했다.  왓슨의 소송에 대해 알렉산더 맥퀸의 대변인은 "우리는 이 소송이 4년 전에 우리와 함께 일한 인턴과 연관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그녀가 알렉산더 맥퀸에서 일한 노동 시간에 대한 임금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소송 후에야 알게 되었다."고 말하며 "우리는 업계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무급 인턴 논쟁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모든 인턴들에게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공교롭게도 런던 패션 위크가 시작되는 2월 14일(현지 시간) 금요일에 제출되었다. 이날 런던 킹스 칼리지 런던에 다니는 대학생들은 행사가 열리는 서머셋 하우스에서 패션업계의 무급 인턴 사용에 항의하는 데모를 벌이며 무급 인턴 사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서머셋 하우스에 걸린 항의성 프래카드는 보안을 이유로 수분만에 철거되었다. 하지만 트랜드 제시하는 패션계의 인턴에 대한 제대로된 임금지급은 여전히 오프 트렌드라는 비난을 받았다. 인턴 어웨어의 캠페인 매니저인 크리스 헤어는 "패션은 고수익을 올리는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알고 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회사 중의 하나인 알렉산더 맥퀸 패션 하우스가 무급으로 인턴에게 일을 시킨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사실 인턴사원에 대한 무급 혹은 국가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최저임금 문제는 바다 건너 영국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우리나라 패션계 역시 인턴십 악용에 있어 그다지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요에 비해 넘치는 공급으로 인해 우리나라 의류 관련 졸업생들 역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현실에서 불공정한 인턴십은 필요악이라는 생각을 하는 교수나 학생들도 많기 때문이다.


인턴십 악용 사례는 우리나라 역시 영국의 알렉산더 맥퀸의 예에서 보는 것처럼 내셔널 브랜드보다 디자이너 브랜드가 더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소위 60년대식의 ‘일하면서 배운다’는 도제식 경영 마인드로 인해 인턴사원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일정 부분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돈 주고도 배우는데 작지만 월급을 받으면서 일을 배우는 것이 어디냐는 발상이다. 하지만 이것은 모순이다. 결국 그렇게 배워 디자이너로 독립하다면 같은 방법으로 인턴을 착취하는 악순환의 고리는 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소문에 의하면 3개월 이상 근무하면 정식 직원으로 채용해야 하기 때문에 2개월만 일을 시키고 퇴사시키는 디자이너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국가와 회사가 50%씩 나누어서 지급해야 하는 인턴 월급을 정부에서 받은 50%만 지급하는 얌체 디자이너도 있다고 한다. 물론 일부 디자이너 브랜드의 사례이기 때문에 대다수 제대로 인텁십을 시행하고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도매급으로 넘길 생각은 없다.    


알렉산더 맥퀸을 고소한 왓슨 양처럼 사실 패션 디자이너로 성공하고 싶은 인턴들에게 고용주는 자신의 미래 카드를 들고 있기 때문에 맞대응하기 힘들다. 설사 임금 이야기를 꺼냈다가는 그것은 곧 선생님에 대한 반기로 받아들여 결국 "너 이 바닥에서 발붙이지 못할 것"이라는 협박이 뒤통수를 갈길 것이기 때문이다.


패션업계에서 인턴십은 꼭 필요한 부분이다. 자신이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현장 실습을 통해 배우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아울러 기업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기업에 맞는 인재를 미리 테스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사실 좋은 사원의 조건은 탁월한 업무 능력도 중요하지만 품성과 대인관계 역시 조직 사회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필요악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운용이 중요하다. 인턴사원을 미래의 꿈나무가 아닌 허드렛일을 시키는 견습생 정도로 대우한다면 꿈나무들에게 인턴십 제도는 기회가 아닌 비수로 날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디자이너들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대학에서 4년을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 한다며 푸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실무와 동떨어진 교육을 하는 학교나 현실 감각이 없는 무능한 교수를 탓할 문제이지 학생의 잘못은 아니질 않는가. 비싼 등록금 때문에 부모님의 등골 휘게 만든 죄와 4년간 꿈을 향해 달려온 죄 말고는 무죄다. 설사 일을 잘 못하는 고문관(?)이라고 해도 염연히 노동법이 있고 인권이 있는 대한민국에서 절박한 '을'의 입장을 이용해 무급이나 저임금으로 일을 시키는 것은 도덕적인 문제를 떠나 하나의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일을 못하면 안 뽑으면 되지 뽑아 놓은 다음에 실력 운운하면서 임금으로 장난치는 것은 업계 선배로서 온당치 못한 처사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인턴십 제도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뉴욕패션디자이너협회는(CFDA)는 21개 미국 내 패션 스쿨과 연계된 2년 인턴 프로그램을 을 포함해 장학 활동을 강화해 나가면서 많은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인턴을 마치면 CFDA/VOGUE 패션 펀드와 패션 인큐베이터, 애듀케이션 서밋 등을 통해 디자이너로 성공할 수록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런 과정을 가친 'CFDA+'로 불리는 64명의 검증된 졸업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거 있다. 특히 인큐베이팅 디자이너들은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에서 MBA 과정을 거치도록 하고 있고 우수 학생들은 브랜드와 연결해 주고 있다. 디자이너들에게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올 케어를 제공하는 미국 패션의 시작이 바로 인턴십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유재부 패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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