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2014-12-16

내년 패션시장 저성장 지속, ‘스마트한 분화’로 돌파

삼성패션연구소 발표, 작은 사치·P형 소비자 주목… 세분화된 취향 공략해야



제일모직 삼성패션연구소가 2015년을 앞두고 올해 화제가 됐던 패션산업 10대 이슈와 내년 업계전망을 발표했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올해 국내 패션시장은 저성장 기조 속에 패러다임이 재편되는 해였다고 정리했다. 성장가도를 달리던 아웃도어 시장은 정체기에 접어들었고, 국내패션시장의 판도를 바꾼 SPA의 성장은 올해도 이어졌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경험과 삶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국경 없는 소비행태를 보였다. 유통업체들은 차별화된 컨텐츠로 까다로워진 고객잡기에 나섰다.

 


작은 사치,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 확장 주목



사진=편집매장 비이커 청담점


연구소가 선정한 올해 10대 이슈 중 첫 번째는 작은 사치(Macro to Micro)’. 저성장 기조 속에 국내 패션시장은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경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일상생활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라이프스타일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작지만 만족감을 주는 경험에 소비가 집중된 것. 혜택과 가격 사이에서 저울질 하던 가치 소비자들이 차별화된 경험을 위해 작은 사치와 같은 행태를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 번째는 '의식주휴미락(衣食服休美)'으로 이어지는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의 확장이다. 패션과 먹거리에 집중됐던 소비문화가 삶 전반으로 확장되면서 라이프스타일 소비가 조명을 받고 있다. 유행과 브랜드 자체에 집중했던 예전과는 달리 삶을 살아가는 방식, 태도, 가치, 소비습관이 묻어나는 라이프스타일의 한 부분으로 패션을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한 공간에서 다양한 상품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과 편집숍의 성장은 이를 뒷받침한다. 10꼬르소꼬모 서울(10 Corso Como Seoul), 비이커(Beaker) 등 패션을 중심으로 생활용품 영역까지 확장한 라이프스타일편집매장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으며, 최근에는 자주(JAJU) 플래그십스토어나 무인양품(MUJI) 등 생활밀착형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안하는 매장의 등장과 함께 오는 18일에는 리빙 제품을 원스톱 쇼핑할 수 있는 스웨덴 가구 브랜드 IKEA가 국내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세 번째는 ‘P형 소비자의 등장이다. ‘P형 소비자는 자신만의 강력한 준거 기준에 의해 소비생활을 영위하는 소비자로, ‘가치소비의 진화된 소비행태를 보여준다. 이들은 시대에도 열망하는 대상을 구입하기 위해 장시간 줄을 서고, 프리미엄(premium)을 붙여 더 비싼 값에 구입(purchase)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또 자신만의 관점(perspective)에 따라 열정(passionate)과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나 상품에 적극적으로 참여(participate)하고 해당 상품을 소유(possessive)함으로써 과시(proud)하고 인정받기를 원한다.

 

쉬운 예로 맥도날드 슈퍼마리오 해피밀 세트나 H&M x 알렉산더 왕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밤샘 줄서기를 마다 않는 소비자들을 들 수 있다연구소 측은 이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마니아적 감성을 자극할 차별적 가치이슈화될 만한 매력몰입할 수 있는 경험 제공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P형 소비자, 여미족 등장놈코어, 테크 소재 인기


네 번째는 여미족이다. 패션감각이 발달한 20~30대의 젊고(Young), 도시에 거주하는(Urban) 남성(Male)을 뜻하는 여미족(Yummy)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외모에 관심이 많고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기며, 패션과 언론에 관여도가 높고,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을 즐기는 것이 특징이다.


유통업계는 발 빠르게 여미족의 니즈에 집중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점 7층을 씨티 스케이프(The City Scape)’를 컨셉으로 남성 전문관으로 리뉴얼했으며, 남성복 갤럭시는 남성 편집매장 란스미어와 결합한 갤럭시 라운지를, 잡화 브랜드 루이까또즈는 남성 전문 편집숍 루이스클럽을 오픈했다.


다섯 번째는 1990년대 문화코드를 기반으로 한 아날로그'와 '놈코어. ‘건축학개론’, ‘응답하라 1997’로 시작된 1990년대 열풍은 올해도 이어졌다. 드라마와 음악으로 확산된 복고무드는 이제 패션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스웨트 셔츠, 스타디움 점퍼, 스냅백과 같은 제품이 인기를 끈 데 이어 최근에는 힙스터에 대응하는 개념의 놈코어(Normcore, 최신 유행을 따르지 않는 트렌드)가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여섯 번째는 기능성 소재의 활약이다. 스포츠웨어, 아웃도어 웨어에 한정됐던 기능성 소재는 이제 패션 전반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발열소재가 패션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지목되면서 국내 패션기업들도 기능성 발열내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BYC의 보디히트(Body Heat), 에잇세컨즈의 원더웜(Wonder Warm), 탑텐의 온에어 등이 그것.


신사복도 예외는 아니다. 로가디스는 기능성과 활동성을 강화한 스마트 수트 2.0를 출시했다. 신축성이 강화된 파워네트를 사용해 활동성을 극대화하고, 상의 스마트폰 전용 주머니에 NFC(Near Field Communication) 태그를 삽입해 편의성을 높인 제품으로 전년대비 3배 매출 증가 효과를 가져왔다.


 사진=갤럭시 스마트 수트 2.0(좌)과 에잇세컨즈 원더웜(우)



바이럴 마케팅, 직구 열풍중국자본 유입, 컨텐츠 확보 전쟁


일곱 번째는 '바이럴 마케팅'이다. 지난 8월 해태제과에서 출시한 허니버터칩은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없어서 못 파는 과자로 이례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처럼 올해는 SNS를 통한 구전효과가 마케팅의 화두가 됐다. 소비자들 스스로 입소문을 내는 바이럴 마케팅이 중요해지면서,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B급 유머 코드의 동영상이 쏟아져 나왓다. 온라인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길 원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내년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바이럴 마케팅의 영향력이 발휘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덟 번째는 직구열풍이다. 소비자들은 좋은 제품을 싼 값에 구입할 수 있다면 해외직구도 망설이지 않는다. 지난해 4만여 건이던 국내 해외직구는 올해 8만 여건으로 두 배 이상 뛰었으며, 그 규모도 지난해 1 1천억원에서 올해 2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 11월에는 미국의 연중 최대 쇼핑 이벤트인 블랙프라이데이 매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한국에서의 쇼핑도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직구가 늘어남에 따라 국내 유통업계도 다양한 할인행사로 맞서고 있다. 제일모직은 5일부터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전자제품을 사은품으로 증정하는 슈퍼 프라이데이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으며, 12일에는 11번가, 롯데닷컴, 현대H몰 등 온라인쇼핑몰 10여곳이 참여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펼쳐지기도 했다.


아홉 번째는 중국이다. 내수시장의 포화에 따라 국내기업들은 중국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반대로 국내 패션업계의 차이나 머니 유입도 본격화되고 있다. 인터크루, 아비스타, 서양네트웍스가 중국기업에 경영권을 인수하거나 자금을 투자 받은 데 이어 올해는 국내 유아동복 1위 기업인 아가방앤컴퍼니가 중국 랑시그룹에 인수돼 화제를 모았다. 내후년부터 중국 산아 제한정책이 풀리면서 중국 내 아동복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원인이 됐다.


마지막은 유통업체의 '컨텐츠 확보 전쟁'을 들 수 있다. 경험과 몰입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유통업계의 변화가 주목되고 있다. 리뉴얼 오픈한 갤러리아 백화점은 편집매장 형태의 개방형 MD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으며, 11월 리뉴얼 오픈한 코엑스몰은 문화, 예술, 비즈니스, 쇼핑이 어우러진 컬처 플랫폼으로 재 탄생했다.

 


내년 패션시장, ‘융합분화의 자유로운 변주가 관건


삼성패션연구소는 내년에도 패션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소는 내년 패션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빅 솔루션(Big Solution)’을 제안했다. 융합의 시대, 다양성과 양면성이 혼재하는 분위기 속에 한가지 욕구가 아닌 세분화된 취향에 주목해야 한다는 뜻이다.


오수민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이제는 경험을 넘어 교감을 토해 직관적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지금의 저성장 기조를 이겨낼 돌파구는 스마트한 분화(Divergence)에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일은 실용성과 편안함을 강조한 트렌드가 대두되는 가운데, 공감과 공유를 통한 균형 있는 라이프스타일이 화두가 될 전망이다. 또 스타일링과 조화가 중요해지면서 브랜드보다는 상품 자체의 경쟁력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패션엔 김은영 기자

fashionn@fashion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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