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패션 | 2014-12-15 |
‘외모 지상주의’ 아베크롬비 CEO, 매출 부진으로 결국 사임
패스트 패션에 주도권 뺏긴 채 장기집권 막 내려… 사퇴발표 후 주가 8% 급등
아베크롬비앤피치(Abercrombie & Fitch)의 마이크 제프리스(Mike Jeffries) CEO가 20년 넘게 몸담았던 회사를 떠난다.
마이클 제프리스 CEO는 지난 9일(현지시간) 성명을 발표하고 이달 31일자로 이사직에서 모두 사퇴할 것을 표명했다. 제프리스는 이 성명에서 “새로운 리더가 회사를 다음단계로 이끌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주요 외신들은 최근 부진한 매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평가했다.
제프리스 CEO의 사퇴 발표 직후 아베크롬비의 주가는 8.01%가 올라 28.46달러를 기록했다. 아베크롬비는 올해 들어 주가가 20% 가량 떨어진 상태였다. 2011년만 해도 아베크롬비 주식은 70달러 대에 거래됐다.
제프리스는 1992년 2월부터 아베크롬비의 CEO로 활동하며 섹시하고도 패셔너블한 캐주얼 업체 이미지를 만들었다. 그는 10대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아베크롬비 로고가 선명하게 박힌 티셔츠와 후드 집업 등을 히트시키며 탄탄한 매출 성장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매장에 상의를 입지 않은 남자 직원들을 배치하고 선정적인 광고전략을 고수해 유흥과 성문화를 자극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2006년에는 온라인 매체 ‘살롱’과의 인터뷰에서 ‘아베크롬비의 타겟은 미남 미녀’라고 말해 외모 차별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매장직원을 뽑을 때 외모를 차별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하기도 했으며, 엑스라지(XL) 이상의 여성용 제품을 배치하지 않아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제프리스의 갑작스러운 사퇴 발표에 따라 아베크롬비는 후임자를 찾을 때까지 CEO 없이 마르티네즈 회장이 이끄는 위원회가 운영한다. 조나단 람스덴 최고운영책임자(COO)와 크리스토스 안젤리데스 아베크롬비 브랜드 사장, 프랜 호로비츠 홀리스터 브랜드 사장도 포함된다. 마르티네즈 회장은 세 임원이 CEO 후보라고 밝혔다.
아베크롬비의 매출하락은 10대들의 소비성향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이 주요원인으로 분석된다. 과거 아베크롬비와 같이 브랜드 로고가 선명한 프리미엄 캐주얼에 열광하던 10대들이 개인의 취향대로 다양한 스타일링이 가능한 저가의 패스트 패션 브랜드로 이탈함에 따라 매출기반을 빼앗긴 것이다. 이에 아베크롬비는 공격적인 할인정책으로 맞섰지만, 오히려 이익이 감소하는 결과를 얻었다.
한편 아베크롬비는 재도약을 위한 체질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로고와 브랜드를 감추는 대신 패턴을 늘리고 여성전용 제품을 도입하는 등 변화를 주고 있으며, 자사 브랜드인 「홀리스터」를 패스트 패션 브랜드로 전환해 10대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릴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들이 아베크롬비의 턴어라운드에 도움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아베크롬비의 최근 분기 전체매출은 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아베크롬비는 내년 1월 마감하는 연간 실적 전망을 하향조정 했다.
패션엔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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