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14-12-03

하디 에이미의 스페이스 파워와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

영화 <인터스텔라>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게 영감을 주었다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68년 작품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영화의 비밀 무기로 불리는 영국 여왕의 쿠튀리에 하디 에이미가 재조명을 받고 있다. 업적에 비해 크게 주목받지 못한 패션 천재 하디 에이미를 재조명해 본다.


 

패션 용어 중 스페이스 룩(Space Look)이라고 들어 봤을 것이다. 보통 우주복 스타일을 말하는데, 1968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통해서 인간의 우주에 대한 관심은 사회 전반에 영향을 주었다. 이 영화의 코스튬 디자이너는 영국의 궁중 디자이너로 유명한 하디 에이미(Edwin Hardy Amies)였다. 그 덕분에 피에르 가르뎅과 앙드레 꾸레주의 미래주의 패션은 영화 속 실현 가능한 패션으로 재탄생한 셈이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이후 1977년 영화 <스타워즈>가 개봉되면서 "아주 먼 옛날 은하계 저 너머에...“의 영화 속 대사처럼 우주의 전설이 시작되었고, 이에 따른 전 세계적인 사회, 문화 전반에 미친 스페이스 룩의 영향력은 엄청났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시대를 관통하며 이어졌고, 패션에서 스페이스 룩은 다양한 스타일로 패션쇼와 영화에 등장하면서 미래주의 패션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영화 <인터스텔러> 덕분에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영화관에서 다시 상영되고 있다는 소식은 공상과학 영화 마니아들에게는 즐거운 선물이다. 그러나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68년 스페이스 서사시를 대형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기회는 또한 패션 전문가들에게 일종의 스릴이기도 하다. 영화 속 의상들은 60년대 우주 시대 스타일을 선보인 피에르 가르뎅과 앙드레 꾸레주의 미래적인 스타일을 담고 있지만 영화 속 모든 코스튬은 1952년부터 은퇴할 때까지 영국 여왕의 옷을 만든 장인 하디 에이미가 디자인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주 클래식한 여왕의 드레스와 미래적인 스페이스 룩은 궁합이 잘 맞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시와 영화 <티파티에서 아침을>이나 혹은 이브 생 로랑과 영화 <세브린느>와 같은 영화와 달리 스탠리 큐브릭 감독과 디자이너 하디 에이미의 파트너십은 상대적으로 무명에 가까운 콜라보레이션이었다. 그러나 4년 전 하디 에이미의 작업실에서 우연히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코스튬 디자인 관련 스케치가 발견되어 지난해 LALACMA 갤러리에 있는 큐브릭 아카이브에 전시되면서 그의 영화 속 스페이스 룩이 재평가 받고 있다. 하디 에이미 스케치의 3가지 파일에는 스튜어디스의 슈가 핑크 유니폼과 우주 비행사가 착용한 트위드 수트, 그리고 거의 모든 다른 캐릭터들이 들어 있었다. 올 블록 컬러와 심플한 스퀘어 컷 그리고 비스듬한 디테일 등 그는 다소 이상한(당시로서는) 시대를 초월한 퓨처리즘을 영화를 통해 선보였다.

  

디자이너 하디 에이미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콜라보레이션은 퍼스넬리티적 충돌 때문에 더욱 더 흥미로웠다. 궁중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항상 깔끔함을 중시하는 패션 디자이너와 코듀로이 수트에 수염을 기르는 개성 강한 감독이 만났으니 마음이 통하는 쉬운 관계는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디 에이미 아카이브의 큐레이터 오스틴 무티 미유즈는 "내가 이들 둘에 대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말 했을 때 사람들은 거의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는 그들이 잘 지냈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단지 큐브릭의 눈빛만으로도 이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제작한 콘 고넬 워너브라더스 수석 부사장은 하디 에이미의 코스튬 디자이너 임명은 스탠리 규브릭 감독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말한다. 그는 영화 <아이 와이드 샷>에서도 톰 포드 대신 원래 우디 알렌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한다. 스탠리 큐브릭은 늘 부수적인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한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하디 에이미가 한 가지 것만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그가 2001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만 생각하고 결정했다고 한다.

 

 

영화 의상에 대한 큐브릭의 시선은 그의 영화를 통해 잘 드러난다. 알렉산더 맥퀸에게 영감을 준 배리 린든(Barry Lyndon)을 위한 피리어드 피스 부터 시계 태엽 오랜지 룩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팝스타와 로리타의 고양이 눈 선글라스로 사랑받고 있다. 스탠리 큐브릭의 전설적인 완벽주의는 에이미의 디자인이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룩에 잘 맞는지 직접 입어본 것에서 잘 드러난다. 그가 영화를 만들면서 통제하지 않은 것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그는 모든 코스튬에 사용된 스와치를 모두 컨폼할 정도로 코스튬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하디 에이미에게는 일종의 새로운 도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완벽한 가치를 중시하는 그의 작업 방식 때문에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여왕은 패션을 추종하지만 패션에는 관심이 없다. 하지만 큐브릭은 단추와 소재,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했다. 그것은 그에게 일종의 스릴이었을 것이다."라고 큐레이터 오스틴 무티 미유즈는 말했다.

 

  

영화에서의 하디 에이미의 역할이 요즘 들어 새롭게 조명 받으면서 그는 영화 속 코스튬은 단순히 옷을 넘어 영화 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영화 속 레드가 핵심으로 꼽힌다. 하디 에이미는 항상 레드는 가장 남성적인 컬러라고 말해 왔다. 오스틴 무티 미유즈 큐레이터는 "디자인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은 그들이 전혀 미래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마도 그는 지금까지 상영될 영화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디 에이미는 스타일이나 색상이 절제미를 중시하는 위대한 신봉자였다. 그는 단지 도시와 국가, 우주선에서 일을 할 때 입은 수 있는 옷을 원했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사랑했고, 스탠리 큐브릭이 매료되었던 디자이너 하디 에이미스는 여성 테일러 수트 창시자로 부드러우면서도 간결한 재킷 라인을 선보였으며 처음으로 남성 기성복 패션쇼를 선보인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의 이력을 살펴보자.

   

 

하디 에이미는 1909년 런던의 하위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낫다. 블앤우드 스쿨에서 공부를 한 후 저널리스트의 꿈을 가지고 3년 동안 프랑스와 독일에서 머물며 영어를 가르치다 다시 영국으로 돌아와 세일즈맨 일을 하면서 20대 초반을 보냈다. 그는 글쓰기에 타고난 재능이 있었는데 당시 메이페어에 위치한 패션 하우스 '라체스' 오너의 아내가 입은 드레스에 대한 좋은 글을 쓴 것이 계시가 되어 1933'라체스'에 일자리를 얻었으며 이를 통해 패션계에 말을 들여 놓았다.

 

패션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그는 타고난 유머 감각으로 손님들과 대화하면서 상류층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빠르게 배웠다. 드디어 193425세의 나이에 매니즈먼트 디렉터가 되어 브랜드의 전체 컬렉션을 맡아 디자인하면서 패션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2차 세계 대전 중에는 군의 정보기관에 배속되어 노만 하트넬, 크리드, 몰리뇌와 함께 스커트 길이, 단추 숫자까지 제한했던 'CC41'이라 불리는 정부의 실용주의 의상 정책에 참여해 디자이너로서 재능도 인정받았다.

 

 

1945년 하디 에이미는 첫 직장인라체스의 고객이자 저지 섬의 백작인 버지니아의 도움으로 런던 새빌로에 자신의 매장을 오픈했다. 그의 디자인은 영국 상류층 여성은 물론 남성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그의 소문을 들을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1955년에 그를 자신의 드레스 메이커로 임명했고 그는 92세의 나이로 은퇴할 때까지 여왕을 의상을 직접 디자인하는데 열정을 쏟았다. 1959년에는 남성복을 디자인하기 시작해 1961년 패션계 역사상 처음으로 남성 기성복 패션쇼를 런던의 사보이 호텔에서 선보였다. 또한 패션쇼에 처음으로 배경 음악을 넣어 디자이너가 모델과 무대에 동행하는 관습을 시작하는 등 세계 패션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으로 부터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미래적인 의상 디자인을 제안 받는 등 다양한 활동으로 패션 영역을 넓혀 갔고 미국과 호주, 일본 등으로 자신의 비즈니스를 확장했다. 이 밖에도 1966년 영국 월드컵 팀의 유니폼을 디자인했고 홈 웨어와 테이블 웨어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전통적인 여성 테일러드 수트의 창시자이기도 한 그의 작품은 요부와 같은 모습이 아니라 고상한 아름다움이 강조될 때 성적 매력이 발산한다고 생각이 들어 있다. 영국의 전통적인 디자인을 고수하는 공로를 인정받아 1977년 영국 왕실로 부터 '커맨더 오브 더 오얄 빅토리안 오더' 칭호를 받았고 1989년에 기사 작위를 받았다. 20033월에 93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92세에 은퇴했다고 하니 패션에 대한 그의 사랑과 장인 정신을 느낄 수 있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kjerry386@naver.com


News Ranking

  • Latest
  • Popular
  1. 1. [패션엔 포토] 에스파, 경희대학교가 발칵! 틱톡 어워즈 빛낸 보이시한 요정들
  2. 2. 이지혜 “오늘 쬐끔 멋냄!” 찬바람에 꺼내 입은 뽀글이와 바라클라바 외출룩
  3. 3. [패션엔 포토] 고준희, 코트 자락 휘날린 숏컷 여신! 성수동 홀린 앞트임 벨티드 ...
  4. 4. 차정원, 스타일 퀸! 벨티드 스커트와 화이트 패딩 찰떡 올 겨울 첫 패딩룩
  5. 5. 솔비, 15Kg 빼니 슈트도 완벽! 돌싱오빠들과 슬림한 방송 출근룩
  6. 6. 황신혜, 드디어 꺼내 썼다! 완전무장 퍼 바라클라바에 패딩 겨울 외출룩
  7. 7. [패션엔 포토] 에스파 지젤-카리나, 보이시한 뷔스티에 블랙 시밀러룩
  8. 8. 정소민, 무스탕 입었다 벗었다! 하늘하늘 가을 감성 원피스 나들이룩
  9. 9. [패션엔 포토] 혜리, 찬바람에도 미니 직진! 오프숄더 미니 청순 원피스룩
  10. 10. [패션엔 포토] 에스파 닝닝-윈터, 틱톡의 요정! 쿨하고 섹시한 젠더리스룩

Style photo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