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 2014-10-28 |
시대의 쿠튀리에 장 폴 고티에, 발레의상을 디자인하다
프렐조카주 발레단 ‘스노우 화이트’ 내달 국내 공연… 고티에 최초의 발레의상 눈길
현대카드의 16번째 컬처프로젝트 스노우 화이트(Snow White)가 내달 14일부터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열린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안무가 앙쥴렝 프렐조카쥬(Angelin Preljocaj)가 지휘한 이번 작품은 그림형제의 원작 ‘백설공주’ 이야기를 에로틱하고 잔혹한 느낌의 파격적인 현대 발레로 각색한 것으로, 무용, 음악, 패션의 대가들이 만나 완성한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다. 음악은 클래식 마니아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의 교향곡으로 구성됐으며, 의상은 프랑스의 패션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가 맡았다. 프렐조카주는 이 작품으로 2009년 프랑스 언론연합에서 문화예술 분야에 주는 ‘글로브 크리스탈’을 수상했고, 미국 뉴욕 링컨센터를 비롯한 세계 유수 무대에 올랐다.
의상을 맡은 장 폴 고티에는 마돈나의 유명한 무대의상인 원뿔 코르셋을 제작한 장본인으로, 뤽 베송 감독의 영화 ‘제5원소’,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키카’ 등에서 패션 디렉터를 담당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아트웨어에 대한 관심을 표명해왔다. 그의 첫 번째 발레의상 도전작인 ‘스노우 화이트’는 그로테스크하면서도 백설공주의 순수한 이미지를 동시에 표현한 예술성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한 층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스 여신의 드레스를 관능적으로 재해석한 듯한 백설공주의 의상과 장엄한 케이프와 싸이하이 부츠를 착용한 여왕의 의상 등 파격적인 발레의상들은 극의 현대적인 감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장 폴 고티에가 이번 작품에 합류하기까지는 안무가 프렐조카쥬의 안목이 한몫 한 것으로 알려진다. 프렐조카쥬는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에서 영감을 받은 2008년 장 폴 고티에 쿠튀르를 본 후 그를 자신의 작품의 의상 디렉터로 초빙했다고 밝혔다.
<사진=장 폴 고티에 Spring 2008 Couture, 출처=style.com>
장 폴 고티에는 현 시대에 몇 남지 않은 쿠틔리에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펼치고 있는 패션 디자이너다.
1952년 프랑스 파리 인근의 아르퀼에서 내어난 장 폴 고티에는 1970년 피에르 가르뎅에서 처음 패션 디자이너로서 발을 내디뎠고, 1976년 자신의 이름을 건 첫 컬렉션을 선보였다. ‘앙팡 테리블(Enfant Terrible, 무서운 아이)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패션계의 신성으로 주목을 받은 그는 남성용 스커트와 유니섹스 룩, 종교적인 의상과 마돈나의 원뿔 코르셋 등 경계를 넘나든 다양한 창작활동을 통해 1980년대와 90년대 패션계를 호령했다.
오뜨쿠튀르와 기성복, 여성복과 남성복, 향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업성과 예술성을 과시해온 장 폴 고티에는 올해 9월 2015 S/S 파리패션위크 레디투웨어 컬렉션을 마지막으로 기성복 사업을 접고 오트쿠튀르와 향수사업에 전념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사진=장 폴 고티에의 마지막 기성복 컬렉션이 된 S/S 2015 Paris Fashion Week>
그의 결정은 모든 패션 디자이너들이 상업성과 유행을 향하고 있는 현재의 분위기와는 정반대의 노선이었기에 패션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장 폴 고티에는 기성복 디자인 은퇴(?)에 대한 명확한 사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WWD에 보낸 편지를 통해 “나는 오트쿠튀르 작업을 통해 진정한 성취를 발견했다… 정신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기성복 컬렉션 속도와 상업적 제약은 어떠한 자유도 허용하지 않는다. 앞으로 나는 어떠한 제한도 없이 나의 창의력을 완벽하게 표현할 것이다”라며 상업 디자이너가 아닌 아티스트로서의 비전을 내비쳤다.
이번 ‘스노우 화이트’ 공연은 쿠튀리에 장 폴 고티에의 예술성과 창의성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 십 년간 오뜨쿠튀르와 레디투웨어를 넘나들며 발휘해온 쇼맨십과 퍼포먼스 노하우가 이번 발레공연에도 유감없이 발휘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6, ‘스노우 화이트’ 공연은 11월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열린다.
패션엔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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