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14-10-21

[리뷰]‘영혼의 그릇’으로 담아낸 사유적 역동성과 젠 스포티즘

디자이너 김수진은 2015 봄/여름 소울팟 스튜디오 컬렉션을 통해 치유와 회복에 대한 사유적(思惟的) 메시지를 전달한다. 역동적이지만 페미닌하고, 구조적이지만 해체적인 이질적 요소의 변증법적 조화를 통해 서구적 액티브 스포티즘에 맞선 한국적 젠 스포티즘을 선보였다.




패션쇼가 끝난 후 가슴이 저릿해 온다. 그리고 세월 호 참사와 판교 붕괴가 뇌리를 스치는 순간 눈가에 물기가 촉촉해 짐도 느낀다. 하지만 그 눈물은 좌절과 분노의 표출이 아닌 치유와 회복을 위한 힐링 카타르시스였다. 그렇게 나는 영혼의 그릇이 선물하는 사유적 메시지를 통해 스스로 치유가 되는 셀프 힐링을 몸이 아닌 머리로 체험한다. 이번 소울팟 스튜디오 2015 /여름 컬렉션은 베이지, 그레이, 올리브 그린 등 차분한 뉴트럴 컬러를 사용해 마치 대도시의 고요한 아침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또 한복에서 모티브를 얻은 소재와 재단을 세련되게 재해석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무대를 보여줬다.

 

패션쇼가 시작되자 먼저 빠르게 변심하는 불안정 도시, 서울을 담은 동영상이 나왔다. 서울 시민들의 바쁜 움직임과 뉴스 화면의 사운드를 교차시킨 영상이 스크린 위에 펼쳐지고 이내 단정한 로우 포니테일을 한 모델이 무대 위에 올랐다. 미래적인 홀로그래픽 소재가 돋보이는 재킷에 이어 한복 고유의 은은한 광택감을 지닌 옷들이 줄을 이었다. 직사각형 블록의 모티브는 홀로그래픽 원단과 네이비, 살구 컬러 등으로 묘하게 변주돼 전반적인 상의 소재와 이질적인 대비를 이루었다. 스포티즘과 미니멀이 만나 빚어내는 젠 스포티즘은 창의적이면서도 트렌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근대화를 시점으로 서울은 번영의 역동성과 압축 성장의 상흔이 함께 뒤엉킨 혼돈의 도시다. ‘빨리빨리를 외치는 현대화와 천천히를 외치는 유교적 전통은 좌우와 신구로 나뉘어 부조화의 조화를 이룬다. 디자이너는 그 상처뿐인 서울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본다. 모두 가진 듯 말하지만 결국 가지지 못한 도시 서울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그 본질의 제자리를 찾아주는 해체와 조립의 사유적 접근이다.


 

상처뿐인 2014년 대한민국 현실이 느껴질 찰나에 등장한 의상들은 한마디로 서울의 치유와 회복을 위한 순수한 젠 스포티즘 그 자체였다. 최근의 세계적 트렌드인 스포티즘이 실용주의적 역동성으로 표현되었다면, 소울팟 스튜디오의 스포티즘은 사유주의적 역동성으로 표현되었다. 이질적인 사회 요소의 조화와 균형을 외치듯 조화로운 레이어드부터 미니멀한 해체주의, 실크나 코튼 같은 천연 소재부터 메탈이나 PVC와 같은 인공적인 소재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이질적인 요소들이 서로 충돌을 일으키며 결국 하나로 통합되는 몸부림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그 몸부림은 찬란하고 순수해서 슬프게만 비쳐진다. 내재적 상처가 겉으로 드러났을 때 느끼는 솔직함이다. 이질적인 요소들의 변증법적 조합은 조화와 용서를 위한 꽃 봉우리 역동성으로 표현되었다. 철학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스포티한 와이드 팬츠와 화이트의 순수함과 미래주의가 녹아있는 트렌스퍼런시, 힘을 뺀 여유가 느껴지는 구조적인 실루엣, 겹치기를 통해 숨김과 보임의 경계를 절묘하게 넘나드는 레이어드 룩의 철학적 디테일 등은 스포티즘이 얼마나 순수한 테마 인지 역설적으로 보여주었다.

 

2014년은 세월호 참사 때문에 전 국민이 울었다. 최근의 판교 사고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스스로의 지켜야 하는 정신적 코쿤을 준비해야한다. 그것이 패션이라면 사유적이어야 하고 철학적이어야 한다. 패션은 공유를 통해 전파되는 공익성을 가지고 있다. 패션은 형식의 문제가 아닌 본질적 문제다. 그래서인지 이번 소울팟 스튜디오의 컬렉션은 패션에 대한 본질을 질문하게 만든다. 패션이란 무엇인가? 소울팟 스튜디오의 쇼를 보면서 그 답을 굳이 찾는다면 이질적인 요소의 조화와 배려를 통한 힐링 라이프 스타일이 아닐까 한다. 내가 먼저가 아닌 우리가 먼저인 세상을 소울팟 스튜디오는 다양한 의상으로 관객들과 공명한다.

 



그녀는 보도 자료를 통해 말한다. “서울 시리즈의 첫 번째 목적은 사유 이미지의 채집이다. 서울의 동경에 대환 성찰을 통해 긴장으로 가득한 헌시에 각성의 기제를 만들 수 있음을 믿는다. 기성의 이미지에 방치가 빚어내는 낯설게 보기를 통해 타성에 젖은 인식에 변화가 되기를... 서울 곳곳의 거리에 아로 새겨진 서로 다른 수많은 들이 공명하기길

 

이번이 서울 그 두 번째 이야기로 컬렉션의 테마는 액티브 캄(Active Calm)’이었다. 피어날 듯한 생동의 에너지, 그 안에는 절제의 고요함이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 겹겹이 쌓여 온 힘껏 오므리고 있는 꽃 봉우리는 타인에게 아름답기 위해 피지 않을 뿐 아니라 애써 힘을 풀어 해치지 않는다. 동시에 절제된 강한 생명력과 만개의 가능성을 머금고 있다. 만개하고 나면 뿜어져 흩어질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가 가장 깊게 머금어진 상태다. 바로 인위나 시스템, 물질, 외부 요소에 의해 흔들리지 않는 본질과 강한 집중력 안에 생동의 역동성이 있다. 이 메타포는 컬렉션의 주요 테마로 등장하며 역동에 대한 재 정의를 미학적 관점으로 풀어 나간다,

 

그럼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역동의 재 정의는 무엇일까. 그녀는 보도 자료를 통해 정교한 중립을 통해 현대적 요소와 함께 조용하고 평온한 감각을 빌렸다고 말한다. 풍부한 빛을 통해 여과하는 무드 속에서 폴딩, 트위스트, 랩핑 등 구조성으로 만들어 내는 역동성과 본연의 물성과 공간이 만나 움직임의 상호 작용을 통해 또다른 역동을 만들어 낸다. 더 나아가 디자이너는 열림의 가능성을 이야기 한다. 구조적인 형식에 자유, 연결, 개방의 감각을 더해 표면 커팅, 상호 연결등을 통해 열린 공간을 표현하거나 스트링이나 벤딩, 셔링, 타이 요소 등을 통해 공간을 조절하며 개방성을 표현하는 디테일들이 등장한다.

 

(풀 먹인 것처럼) 뻣뻣하게 서는 느낌을 말하는 고시감이 극심하게 다른 소재끼리의 배합이나 완전한 인공 소재와 천연 섬유의 사용과 같은 상충된 요소들은 디스트로이드 디테일을 지나 조화를 이룬 절제의 요소로 귀결된다. 이후 점차 소재나 디테일을 통해 하이테크, 스포티즘으로 표현된 역동성이 소재 본연의 움직임과 이미지를 통해 만들어 내는 역동성으로 진행된다.


 

특히 이번 컬렉션에서는 전통 원단에서 차용한 모던한 친환경 소재도 인상적인 포인트였다. 아마 지속가능 패션에 대한 젊은 디자이너의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지의 특징인 구김을 재현한 원단은 곳곳에 악센트처럼 사용했고 가볍지만 흐물거리지 않는 재질로 뻣뻣하지 않은 독특한 라인을 살렸다. 이 밖에도 잭슨 폴록의 그림을 연상케 하는 프린팅의 스커트와 천위에 펼쳐진 수묵화 같은 의상 등이 주목을 받았다. 또 앞과 뒤, 옆의 길이가 서로 다른 언밸런스 컷의 의상도 미니멀하면서 감성적인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잘 드러냈다. 여기에 올 시즌 트렌드인 70년대 풍 와이드 팬츠가 스포티즘 요소인 스트링이 들어간 한국적인 우아함이 들어간 와이드 팬츠로 변주되어 묘한 매력을 발산했다. 젠 스포티즘으로 변주된 한국적인 모티브는 K 패션의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었다.

 

해체된 마음을 다독거리기도 전에 패션쇼는 구조적으로 마무리되며 쇼 장 전면에는 해가 저무는 서울의 모습을 담은 영상 위에 철학적인 자막이 흐른다. “다시 한번, 우리를 믿는다./서로가 서로를 끌어안는 것, 다시 한번 손 내밀고. 다시 한번 손 잡아주는 몸짓./ 그 차분한 움직임만이 우리를 만개로 이끈다는 것을./우리 모두 많이 아팠던, 2014년의 서울그리고 모델들의 피날레 엔딩 끝난 후에 디자이너가 나타나 핸드폰으로 관객을 찍는다. 아마도 관객이 패션쇼를 통해 디자이너를 보듬었듯이 디자이너역시 관객들의 끌어안고 싶다는 추임새가 아닐까 한다. 늘 찍히는 대상이었던 디자이너는 본인이 직접 관객을 찍는 스토리텔러가 되어 더 많은 공감의 패션을 풀어내겠다는 의지가 아닐까 한다. 세 번째 서울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글 유재부 패션 평론가

kjerry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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