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앤토크 | SOULPOT STUDIO 디자이너 김수진 2014-10-11

소울팟 스튜디오의 디자이너 김수진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전파할 수 있는 하나의 문화를 만들고자 사회적 성격이 강한 패션에 메시지를 담는다. 스타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보다는 패션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메시지를 담아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주고 싶다고. 2015 봄/여름 서울컬렉션에도 참가하는 그녀는 오는 10월 19일 오후 5시에 DDP에서 패션쇼를 연다..




브랜드 소울팟 스튜디오의 디자이너 김수진은 홍익대에서 미디어아트와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녀는 대학 시절 캠페인 메시지를 담은 그래픽 티셔츠를 만들면서 패션과 만났다. 대학 재학 중인 200722세의 나이에 브랜드를 론칭해 2008<데이즈드&컨퓨즈> 선정 뉴웨이브 아티스트 33인과 <보그> 선정 영 보그 17인에 선정되었고, 2009년 졸업과 동시에 서울패션위크 GN 컬렉션에 참가해 역대 최연소 데뷔 기록도 세웠다.

 

이후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2010LG 옵티머스 원 광고 트레일러 의상 디렉팅 및 제작, 2012년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 해외쇼룸 지원 사업 수혜디자이너 최종 1인에 선정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브랜드 론칭 7년차 디자이너인 김수진은 컬렉션과 전시회 참가와 프로젝트를 통해 독특한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국내 온라인 매장과 편집 매장은 물론 뉴욕과 두바이, 쿠웨이트, 중국, 홍콩 등 해외 편집 매장과 부티크에 입점하는 등 활발한 유통으로 느리지만 열정적 행보를 진행 중이다.

 

그녀는 정식으로 패션을 배운 적이 없다. 독학을 통해 어느새 패션은 자신의 삶을 채워가는 일부가 되었다. 브랜드 소울팟스튜디오의 소울팟은 '혼을 담은 그릇'이라는 의미로, 옷이라는 그릇에 각성의 힘을 담겠다는 의지다. 즉 브랜드가 하는 이야기, 브랜드가 만들어가는 또 다른 문화가 사람들에게 전파되길 바란다. 그녀가 지금까지 선보였던 컬렉션의 테마인 바람, 비원, 여백, , 서울 등에서 한국적 정서가 강하다.

 

언제부터인가 소울팟의 키워드는 '한국적'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소울팟의 브랜드 콘셉트 중에는 '한국적인 것'은 없다. 소울팟의 정체성은 한국 유산 자체가 아니라 한국적인 것을 미학적 관점으로 정의해 미학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명상적이고, 신비로운 특성으로 알려진 오리엔탈리즘에 '우아미(Calm elegant)와 정화미(purify beauty), 자연주의적 세계관(naturalistic world view)'으로 이어지는 특유의 서정성과 정교한 절제미를 통해 한국적 모던미라는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그녀는 한국 유산에 '정화미'라는 단어를 붙였다. 그녀가 정의한 '정화미'는 해소나 안정과 같은 마음의 정화를 불러일으키는 아름다움을 뜻한다. 지친 현대인들을 치유해주고, 위로해주고, 다른 데로 눈을 돌려도 지금 이 삶이 망가지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핵심이다.

 

그녀의 런웨이를 보노라면 청초한 조선시대 아낙이 떠오르는 고전적이고 우아한 미학 속에 모던미가 꿈틀거린다. 한국적이지만 구시대적이지 않고, 당장 입고 싶을 정도로 모던하고 현실적이다. 소리 없이 강한 한 사람을 위한 소울팟에서부터 심플하고 편안한 대중들을 위한 소울팟까지 그녀의 옷은 영혼을 위로하는 힘을 가졌다. 그가 원하는 여성미는 우아한 아름다움으로 입는, 사람을 위로하는 옷이다. 그래서 그녀의 한국적인 미학의 기본은 결코 요란스럽지 않다. 아무리 바빠도 화분에 물 한 모금 줄 수 있는 여유는 소울팟 레이디가 가진 최고의 미덕이자 절제미다.

 

미디어 아트 뿐 아니라 영화, 인문학, 디자인론 등의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탐구한 김수진 디자이너는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전파할 수 있는 하나의 문화를 만들고자 사회적 성격이 강한 패션에 메시지를 담는다. 앞으로 디자이너보다 브랜드가 앞서길 바라고, 스타 디자이너가 되기보다 브랜드가 단단해지길 바란다. 그녀는 스타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보다는 패션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메시지를 담아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주고 싶다. 앞으로 그녀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러가 되어 패션으로 영혼을 위로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녀는 10월 17일부터 열리는  2015 봄/여름 서울 컬렉션에도 참가하는데 2015 봄/여름 소울팟 스튜디오 컬렉션은  3일째인10월 19일 오후 5시에 DDP 2괸에서 열린다.. 그녀와 나눈 일문일답을 만나보자.





 

 

-어릴 적 꿈은?
디자인학교를 만들거나, 재단을 설립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학업에 있어 외부의 (장학금, 공모전 상금) 도움을 많이 받았고, 이때부터 무언가 성장하도록 돕는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래왔던 것 같습니다. 제가 받은 도움들은 저와 같은 상황의 이들에게 다시 돌려주어야 할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는 정말 돈을 많이 버는 것만이 정답인가 고민했어요. 정말 목적만을 위해 자본을 축적하는 결과론적 방법과 그 길로 가는 과정자체에서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로 가치를 만드는 일중에 저는 후자를 선택했고, 그것이 디자인이었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

세상에 마음먹어서 못할 일 없다 주의였어요. 그리고 실제로 학창시절 까지는 노력으로 대부분 이룰 수 있잖아요. 그렇지만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환경부터 스스로 만들어야 했기에 진취적이었던 만큼, 자기 자신을 돌보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대학교에 와서야 나 자신과 세상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졌고, 한 때는 교수님들 사이에서도 양극단에 서 있는 학생이기도 했습니다. 나를 제대로 마주하는 시간들을 가졌고, 손이 닿는데 마다 분야를 막론하고 흡수하고 배워갔어요. 그렇게 졸업 전 소울팟을 시작했는데, 난생처음 의지만으로 세상은 나를 돌보지 않는 다는 것을 바닥까지 끌어 내려가서야 배웠습니다. 자아가 두 동강이 나고 나서야, 제대로 조립해 볼 수 있었던 거죠.

-패션을 꿈꾸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사실 패션 디자이너 자체가 목표이자 꿈은 아닙니다. 어떤 이야기를 어떠한 도구를 통해서 전할 것 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그 도구의 첫 번째가 패션이었어요. 저는 샤넬을 알기 전에 후세인 사라얀을 먼저 알게 된 경우 입니다. 패션은 지구상 존재하는 디자인 분야가 모두 함께 배합되어, 통합적 가치와 컨셉을 하나로 만드는 유일무이한 산업군이에요. 아이덴티티로서 기능을 추월하는 분야이기도 하죠. 통합적인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면, 고지능의 패션이 도전의 첫 디딤돌 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옷이라는 그릇에 이야기를 담기 시작하다보니, 어느 덧 여기까지 왔습니다.

 

-브랜드 이름이 독특하다. 특별한 의미가 있나?

혼을 담는 그릇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그릇을 만들어 내는 크리에이티브 집단이 되고 싶어 스튜디오가 함께 쓰여 졌습니다. 각성의 힘이 담긴 사람을 닮은 브랜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브랜드의 시그너처 룩은?

소울팟스튜디오의 시그니쳐는 룩에 두지 않으려고 합니다만, 브랜드의 팬들이 설명하는 소울팟스튜디오는 와이드 블랙 룩이나, 오버 실루엣, 특유의 여백을 가진 룩 이 보편적입니다.



-지금까지 작업한 작업(컬렉션)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피스는?

콘셉트에 가장 부합하는, 혹은 가장 애를 먹였던, 혹은 시즌의 메인 피스들은 있기 마련이고, 하나 같이 소중합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 가장 마음에 드는 피스는 만들어 내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추구하는 패션 디자인의 핵심은?

제품이 아닌, 체험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어디에서 주로 디자인 영감을 얻나?

오늘입니다.오늘 안에 사람, 오늘에 느낌, 오늘의 공기, 오늘의 온도. 오늘의 사연들입니다.

 

-패션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더 이상 판타지와 허상만을 위해 존재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패션은 사람의 오감과 가장 빠르게, 가장 손 쉽게, 그리고 필수적으로 연결 되어야만 하는 유일한 사물입니다. 패션은 그 삶의 필요를 담아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당신의 경력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사회에서 원하는 커리어 한 줄을 위한 경력이 아닌, 소울팟스튜디오의 전과 후를 나누는 경력은 아무래도 지난 서울, 다시 긋다컬렉션 인 것 같습니다. 그 전 까지는 국내파, 독학, 최연소, 한국적, 음침할 것이라는 이상한 비난 까지, 본질을 비켜간 이미지 개입이 너무 많았어요. ‘한국적 재해석이라는 텍스트적인꼬리표가 달렸던 이전 작업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소울팟스튜디오가 어떤 태도를 지니고 감정을 지닌 곳인지 인격화로서 인식 된 첫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김수진이라는 디자이너 한명을 넘어서요. 해외 바이어나 프레스 뿐 아니라, 소울팟스튜디오에 문외한 이던 사람들 까지. 그 이야기를 편견없이 귀 기울여 들어 주었고요. 체감도가 남달랐어요.

 

-디자인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프로세스인가요 제품력인가?

제게 있어서는 둘 다 입니다. 이 둘의 밸런스가 무너지는 순간이 가장 끔찍한 순간입니다. 제품력만 신경쓰게 된다면, 무의미한 소음을 늘리는 것이고, 프로세스만 중시한다면 공허한 잡문이 되겠지요.

 

-디자인할 때 가장 어려웠던 적은 언제였나요?

첫 번째는 디자인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을 때입니다. 브랜드를 운영하다보면 디자인에 배분 할 수 있는 시간이 모든 일을 통틀어 가장 적습니다. 그래서 생겨 난 버릇이, 이동 중 일 때처럼 손과 발이 쉴 수 있는 틈마다, 머릿속에서 컨셉에 맞는 디자인이 유영하도록 한 달이든 두 달이든 내버려 두고, 머릿속에 서랍을 열어서 남은 진짜들을 삽시간에 그려냅니다. 두 번째는 감정적 소모가 너무 큰 컬렉션 테마를 작업할 때입니다. 제게 있어, 여백 컬렉션과 서울 다시 긋다 컬렉션은 그런 존재였습니다.

 

-그 어려운 시절을 어떻게 극복했나?

결국에 그 어려움을 전면에서 지나오는 것이 극복하는 법이더군요. 디자인 과정 자체가 어려움이기도 하지만 극복의 과정이 됩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Beauty)’의 정의는?

조화의 초월. 조화가 만들어내는 각기 다름의 공존이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이에요. 자연을 동경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생 철학이나 패션 철학은?

물질은 ‘0’으로 수렴하지만, 인식, 존재, 가치는 낮게 무한하다.

 

-지금까지 디자인을 하면서 배운 가장 소중한 교훈은?

가지지 못하는 것을 견디는 법. 속도가 방향을 이기지 않게 하는 법. 호흡을 가다듬는 법

 

 

-당신이 생각하는 커머셜과 아트의 경계는 무엇인가?
둘의 공통점은 개념이지만, 기능과 기호의 차이로 서로 다르게 존재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이념 속 에서 경계를 나누는 것은 무의미 하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제품은 작품화 되고, 작품은 제품화 되는 지형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이전에는 발현의 지점으로 나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현 시대는 프레임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 까 합니다. 이제는 물질 문화적 접근을 넘어서려는 방법론과 사고 자체가 현 시대에 얼마만큼 공명을 주는 가의 여부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패션 디자이너가 되면서 바뀐 점이나 버릇, 징크스는?

오히려 겉모습에 편안해 졌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패션디자이너가 되면서 라기 보다, 소울팟스튜디오 라는 브랜드를 하면서 인 것 같아요.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알아가기 때문이 것 같습니다.


-디자인 외에 여가 활동은 주로 무엇을 하면서 보내는가?

영화를 보거나, 텍스트를 읽는 것처럼 잠시 나를 일에서 떠나게 만드는 시간을 갖습니다. 눈을 감고 생각만 할 수 있는 시간과 함께요. 이 외에 특별한 활동은 사격을 합니다.

 

-최근에 본 영화나 책은?

최근에 <무문관>을 시작했어요. 48개의 질문이 담긴 화두 모음집입니다. 서양에서는 ‘The gateless gate’ 라고 번역되는 제목입니다. 말 그대로 문이 없는 관문이라는 뜻이죠. 화두는 삶의 주인이 되어야 풀리는 난제입니다. 아직 48개의 관문을 다 통과하지는 못했습니다. 자기만의 삶에 이르기를 원하는 분들께 긴 시간을 두고 곁에 둘 책으로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에게 영향을 주는 멘토나 롤 모델은 누구인가?

크리에이터로서 제 롤모델은 아이슬란드 뮤지션 시규어로스, 그리고 하라켄야입니다. 이 두 크리에이터의 공통분모는 하나의 이치를 알아, 모든걸 관통하고 이것을 자기 목소리로 보여준 다는 점입니다.


 

-패션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대학교 3학년 때부터가 시작이었어요. 완전한 패션 브랜드 라기 보다는 캠페인에 가까운 움직임이었어요. 미디어아트를 수학하던 저는 브랜드자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생각했고, 기존의 파인아트가 가지지 못한 사회성과 기능을 브랜드라는 툴이 해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그 경계에 전면으로 서기 시작했습니다. 그라운드, 예술, 언더 씬에 대한 시각에서 출발했는데 저희는 오히려 스트리트에서 시작된 브랜드죠. 워밍업 아이템들이 배포되고 나서, 도구적으로 한계를 느껴 옷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이슈라는 명칭을 이용해 매시즌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고, 저희에게 있어 컬렉션은 메시지를 완성시키는 프레젠테이션 도구가 되었습니다. 점점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깊어지고, 더 삶속에 들어 가고자 할수록 패션의 범주 안에 있는 안티패션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어요.

 

-초기 창업 비용은 얼마나 들었나?

사실, 30만원이라는 작은 돈으로 시작했습니다. 그 시기는 제게 있어 가장 소중한 시기 이지만, 지금의 제가 다시 돌아가서는 다시 할 수 없는 도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 취업과 함께 병행하기도 했고, 커머셜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미술감독과 스타일리스트를 병행하며 브랜드를 유지했습니다. 모든 감각이 집중이 되어야 한다고 느낀 시점부터 과감하게 다른 일 들을 손에서 놓았습니다.

 

-창업할 때 주위에서 어떠한 도움을 받았나?

주변 지인들은 그때의 저만큼이나 경제적으로 독립된 시기가 아니었고, 친인척 모두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받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혼자 재봉해 제품을 팔던 시기가 지나고 컬렉션과 생산에 들어갈 무렵에는 소상공인 지원 대출이나, 정부 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해 도움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자금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할 수 있는 부분들은. 그때의 제가 가진 눈빛만을 보고 함께 해주기를 마음먹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비단 함께 회사 일 을 도와준 것 뿐 아니라, 모델부터 포토그래퍼, 생산업체, 거래처 그리고 저를 버티게 한 이름 모를 응원이 있었습니다. 아직도 저는 제 눈 빛 을 믿어준 이들과의 약속이 소울팟스튜디오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초창기에 사업을 시작하면서 어려움이나 부담감은 없으셨는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는 컴컴한 동굴을 지나는데 한참이나 걸렸지요. 멘토가 없다는 것, 이 고통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동료가 없다는 사실이 가장 외롭고 힘들었습니다. 사업체가 문을 닫을 정도로 망한다는 것도 어느 정도 레벨에 올라가야 가능한 이야기이더군요. 정말이지 마르지 않는 샘물이 필요한데, 그 샘물을 만들려고 한 삽 떠내고 물을 기다리고, 한 삽 떠내고 물을 기다리는 반복의 나날들이었습니다. 그 때 먹은 마음가짐이 지금까지의 저를 버티게 했던 것 같습니다. ‘남과의 속도경쟁에 감정소모 하지말자. 자신의 신화를 쓰면 된다. ’

 

-직원을 채용할 때 눈 여겨 보는 부분은?

어떠한 경험을 했는지, 어떠한 실패를 해보았는지를 눈여겨보는 편입니다. 아직까지도 제가 많은 나이가 아니기에, 직원들의 평균연령도 낮은 편입니다. 이십대의 초중반의 실패는 흔한 것이라 하지만, 막상 흔한 일도 아니거든요. 제가 이일을 시작할 때 가장 필요했던 것은 간절함과 진정성을 가능성과 믿음으로 보아 줄 멘토와 기회였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간절한 어린 친구들을 돕고 싶었어요. 하지만 쉬이 주어지는 기회가 이 친구들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을 오랜 감정소비를 하고나서야 알게 되었죠.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 본적 없는 친구들은 일을 시작하고 나서야 제대로 된 사춘기를 겪어요. 착각으로 시작한 일이 혼돈이 되고, 결국 제자리로 돌아가거나 본인에 대해 고민해봐야겠다 며 떠나죠. 한번쯤은 제대로 엎어졌다 다시 걸으려고 일어난 친구들이 좋습니다. 그들은 넘어지면 아프다는 사실을 알거든요. 그들은 기회를 진짜 기회로 만들어요.

   

-예전과 비교할 때 현재의 패션 환경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디자이너 라벨, 명품 브랜드라 불리는 하이엔드 시장과 동대문 카피캣의 양극화가 심해지던 때에 이일을 시작했고, ‘시장은 분명히 존재한다믿으며 손에 꼽을 수 있을 수의 저와 같은 디자이너들이 뭉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분명한 시장이 형성 됐지만, 그 시장 안에서도 양극화는 똑같습니다. 그리고 시장의 파이가 커지는 것이 아니라, 조각 싸움을 하고 있는 형국이죠.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모두 비슷비슷한 브랜드를 양산하게 만들었어요. 이 정글이 지나면 진짜들이 남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모두들 예전에 비해 편해졌지하지만, 이 세대는 이 세대가 낳은 또 다른 고충이 있습니다.


-패션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하는 젊은 디자이너가 많은데 그 이유는?

시장 경쟁에 있어 살아남는 방법은 두 가지 라고 생각합니다. 경쟁자 보다 합리적이거나, 경쟁자와 다르거나. 자신감과 자기 기대가 이 객관화를 가려버리는 듯합니다. 시장에 뛰어 든 후발의 신인이 한정적인 자원으로 합리적 경쟁력을 갖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달라야 하는데, 깊은 고민 없이 결국 기성 디자이너의 아류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결국 이럴 경우 가격경쟁이라는 급류에 휘말리고, 결과는 지금의 한국 시장이라고 생각해요. 철저하게 계산된 방향성이 필요합니다. 패션이 분명 사업의 영역 안에 존립하기 위해서는 역동적인 자신감과 함께 타이밍을 읽는 감각이 결과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합니다. 타이밍을 읽는 감각은 결국 판을 읽어내는 통찰력이 밑바탕이 되어야겠죠. 그리고 계속 변화되는 판의 모양을 분석하며 본인의 호흡을 정해야 합니다. 이 부분이야 말로 간과되기 쉬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 호흡을 계산하기 전에 뛰어들어 오로지 작업지시서만 그리면서 브랜드의 존립을 이야기하기엔 지금의 패션시장은 좁은 땅에 밀도만 높은 개발도상국의 수도 같습니다.

 

-젊은 디자이너들의 영 파워가 무섭습니다. 신진과 기성의 차이는 무엇인가?
신진들의 작업은 물리적으로 무언가 부족해 보이는 차선이지만, 현시대의 환경에서 변화하며 적응하는 능력이 더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역시도 시간이 지날수록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아짐을 느끼는데, 그것이 사업 초기의 정신과 진일보한 능력이 더해졌을 때 최선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기성이 되 갈수록 지켜야 하는 것 들이 많아지는 만큼 오히려 합리적인 포기가 더디다고 할까요? 신진의 입장에서는 자원과 소스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빠르게 합리적인 포기를 하죠. 과감한 선택과 집중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오히려 힘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영 디자이너 정신에 대해 어떻게 정의 내리겠는가?

?” 기존의 프레임에 수없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정신. 그리고 던져야 하는 의무를 가진 것이 영 디자이너라고 생각합니다. 환경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환경을 탓할 게 아니라 환경부터 만들어야죠.  
 
-비즈니스적으로 롤 모델로 삼는 기업이 있다면?

한국의 프레인(PRAIN)과 일본의 무인양품. 전면적으로 롤모델이다 말할 수는 없지만, 어느 특정 부분에 있어서는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회사를 이끌어가는 데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사람입니다. 맨 파워 보다는 집단화 되었을 때 문화를 가장 중요시 합니다. 그렇다보니, 한사람의 뛰어난 능력이 첫 번째가 아니라, 지금 회사의 성장 과정에서 어떻게 융화 되서 집단 지성을 높일 것인가가 더 화두에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은 정말 많이 부족합니다만, 소명을 가지고 일하는 직원들이 걱정 없이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자가 제게 있어 현재의 목표입니다.

 

-패션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충고하고 싶은 사항은?
스물 셋에 시작한 대표 밑에서 일해서 그런 걸까. 저희 회사를 거쳐 갔던 직원들 중에 조바심을 내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사실 최연소라는 타이틀이 의미하는 바가 금메달이 아닌데 말이죠.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이른 성공이 의미하는 바를 한번 더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라는 겁니다. 저는 그만큼, 경험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소울팟스튜디오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는 상태에서 말이죠. ‘빠르게보다 단단하게가 더 중요하다는 점,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점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보다 디자인을 잘하는 사람은 너무나 많거든요.

-당신이 생각하는 창업에 필요한 필수 3 요소는?

철학, 사람, 방향입니다. 흔히 들 창업에 가장 필요한 것이 기술력과 자금이라고 하겠지만, 결국 위의 세 가지가 없다면 그 기술력은 지칠 것이고, 자금은 마를 것입니다.

 

-브랜드의 컨셉과 아이덴티티는 무엇인가?

소울팟스튜디오는 시대적으로 결핍되었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을 담은 고등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예술성과 기술성 인문학의 결합을 추구하는 디자인 원칙을 기반으로 정신유산의 현대적 재해석이라는 기조로 작업을 진행해왔습니다. 소울팟스튜디오는 정화미를 미적 가치로 두고 인문학적 화법으로 단단하게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기존에 한국미 자체에 포커스를 둔 해석이 많았는데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는 한국미 자체가 아니라, 한국미를 어떤 미적관점으로 해석하여 어떠한 태도를 가지고 풀어내느냐가 더 알맞다고 생각합니다. 명상적이고 신비로운 특성으로 알려진 오리엔탈리즘에 '우아미 (Calm elegant), 정화미(purify beauty), 자연주의적 세계관( naturalistic world view) ' 으로 이어지는 특유의 서정성과 정교한 절제미를 현대적으로 반영합니다.

 

-쇼룸 상품 구색에 있어 핵심 포인트는 무엇인가?

쇼룸에 내방할 바이어와 프레스의 특징에 맞춤형으로 접근했다는 것입니다. 몇 시즌 동안 세일즈 테스팅을 하면서 피드백과 실제 오더를 통해서 데이터 분석을 해왔습니다. 각 시장에서 선호되는 아이템들과 문화를 익히면서 르돔과 파리현지 쇼룸에 각 시장에 맞춘 아이템 포지셔닝을 했습니다.



-오는 19일에 패션 쇼를 여는데, 이번 2015 /여름 소울팟 스튜디오 컬렉션의 컨셉과 특징은 무엇인가?

서울 두 번째 이야기 'ACTIVE CALM' 은 가졌지만, 가지지 못한 서울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피어날 듯 한 생동의 에너지, 그 안에는 절제의 고요가 있었습니다.

한국 근대화의 시발점으로 서울은 그만큼이나 역동적이었고, 현대화의 상흔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서양의 물질문명 요소들이 어설프게 풀어진 잔재들과 문화 의식, 미학 속 깊이 베어 있는 상충의 가치.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강박과 절제를 요구하는 전통 정서적 특징이 현대화, 신자유주의 시류 속에 뒤엉켜 제 위치를 놓치고 우리의 삶에 피곤을 더합니다. 전통과 현대화 사이 부조화의 조화라는 충돌 그 자체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서울의 모습을 낯설게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본데 지니고 있지만 제 위치를 잃은 지점들을 다시 조립하는 작업입니다. 생동에 대한 재정의와 열림의 가능성이라는 키워드로 구조 작업을 했습니다. 이미지 개발을 통해 소울팟스튜디오의 컬렉션에 없었던 실크 프린팅이 특징적으로 등장합니다.

 

-이 기회를 통해 프레스와 바이어에게 어필하고 싶은 부분은?
끊임없이 아이덴티티가 진화하는 브랜드로 인식되고 싶습니다. 매출이라는 굴레에서 안정되게 머물며, 진화 보다는 변화를 택하는 브랜드들 사이에서 진폭을 넓혀가는 화법을 가진 브랜드의 깊이는 분명 달리 보이니까요. 보통 국내 바이어와 미디어에 책임론에 대해서는 항상 거론 되는 것 같습니다. 저희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관심을 촉구하기보다 저희가 그 컨텐츠를 먼저 만드는 일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서로가 당연 하기보다, 서로가 고마울 수 있는 존중의 문화가 먼저 자리 잡혔으면 합니다.


-최근에 직접 들어 본 전시회와 컬렉션에 대한 해외 바이어의 평가는?
추상적이면서도 힘이 있다는 이슈가 많았습니다. 컬렉션의 완성도와 구성을 높게 평가했고, 특히나 피니싱이나, 소재의 퀄리티 부분에 있어서는 굉장히 좋은 피드백들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결과적으로 브랜드의 퀄리티 평가로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현재 전개중인 소울팟 스튜디어의 매장 전개 상황은?

국내는 현대백화점 무역점 S2OUL 과 청담 퍼스트룩 마켓, 그리고 두산타워 1, 등 온오프라인 12개 매장에서 만나 보실 수 있고. 해외는 홍콩, 중국, 두바이 등 8개 매장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나 혹은 섬유 패션 관련 단체에 바라는 점은?
장기적인 시선을 가지고 큰 그림을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브랜드 가치나 다양성에 대한 시선이 부재한 상태에서 장기적으로 산업을 발전시킬 브랜드 양성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매출 등수매기기는 당장 오늘과 내일을 배불 릴 수 있겠지만, 브랜드의 컨텐츠를 키운다면 오랜 시간 효도하게 될 것입니다. 당장 얼마 벌어오지 않으면 너는 탈락식의 지원은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kjerry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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