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 2014-09-26 |
‘웨어러블의 미래는 패션이다’ 패션업계, ICT와 협업 활발
웨어러블 결국 ‘패션’이 답… 소비자 친화적인 디자인으로 시장 주도권 잡아야
지난 9월 9일. 뉴욕시는 2015 S/S 뉴욕패션위크에 참석하기 위해 몰린 전세계 패션 관계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세계 4대 컬렉션 중 가장 먼저 열리는 뉴욕패션위크는 새로운 시즌을 알리는 첫 행사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이번 시즌 패션위크 취재를 위해 뉴욕으로 모인 패션·뷰티·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의 에디터들은 이날 색다른 런웨이 스케줄을 추가했다. 바로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장이었다.
애플은 아이폰6의 런칭 발표회에 패션·뷰티·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의 에디터를 대거 초청했다. 행사가 열린 쿠퍼티노 플린트센터 주변에는 IT기자들과 긱(IT 마니아)들로 가득 찼던 과거의 모습과 달리 알록달록 화려한 차림새의 패피들이 등장해 장관을 이뤘다.
애플은 아이폰6 발표회에 왜 패피들을 초청했을까?
애플은 이번 발표회장 한 켠을 런웨이로 구성했다. 행사장 안에는 패션쇼장을 연상케 하는 화이트 하우스가 설치됐고, 내부에는 다양한 스타일의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 애플 워치가 포즈(?)를 취했다. 런웨이의 주변을 둘러싸고 쉴새 없이 플래시가 터졌고, 이는 흡사 패션위크의 쇼를 연상케 했다.
애플의 이 같은 행보는 IT 제조기업으로서가 아닌, 패션을 포함한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새롭게 도약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실제로 애플은 입생로랑의 CEO였던 폴 드네브와 버버리 CEO였던 안젤라 아렌츠를 임원으로 영입했으며, 최근에는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마크 뉴슨을 영입해 패션·디자인 전문 역량을 강화했다. 단순한 협업이 아닌 패션과의 융합을 통한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구축해 소비자들의 일상에 깊이 침투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패션 디자이너들이 애플워치를 디자인한다면 이런 모습 아닐까? <사진출처=rockthetrend.com>
기술의 혁신을 넘는 ‘디자인’의 힘… 입고 싶은 제품 만들어야
최근 모바일 IT제품의 웨어러블(wearable)화가 본격화되면서 IT업계의 패션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폰, TV, LCD, LED 등으로 대표되는 IT산업은 지금까지 패션과는 무관한 시장으로 인식되어 왔으나 구글글래스, 스마트밴드, 스마트워치 등 직접 착용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상용화되면서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기술의 개발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입고 싶은 기기’를 만드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스마트 워치를 최초로 선보인 삼성전자는 갤럭시 기어를 야심하게 출시했지만, 투박한 디자인과 ‘사이보그’적인 이미지로 인해 대중에게 시큰둥한 반응을 얻었다. 올해 선보인 구글 글래스 역시 너드웨어(neardwear : 괴짜들이 쓰는 장비)라는 오명을 썼다. 스마트 디바이스가 지닌 기술의 혁신이 디자인의 힘을 넘지 못한 것이다.
<컨텍스트의 시대>의 공동 저자이자 글로벌패션위크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셀 이스라엘은 “웨어러블 시장은 먼저 문을 여는 것보다 소비자가 입고 싶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은 뺏고 빼앗길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받아들일만한 제품을 누가 먼저 내놓느냐”라고 말했다.
<사진=구글글래스>
웨어러블=패션… 웨어러블 시장 패션이 주도해야
시장조사기관 ABI 리서치는 전세계 스마트 시계 출하량이 올해 750만대에서 2019년에는 9천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는 지난해 5천400만대에서 2019년 4억5천만대로 늘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전망 속에 애플의 행보는 IT업계와 패션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미 주요 IT업체들은 웨어러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기술적인 이미지를 벗고 패션적 측면을 강조하는 것을 핵심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패션업계에도 이를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이고 적극 수용하고 있다.
구글은 올해 초 구글글래스의 출시를 대외적으로 천명했다. 구글글래스는 안경 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날짜와 시간 알림, 네비게이션, 음악재생, 운동 보조 기능 등을 가지고 있다. 구글은 안경 제조회사 룩소티카, 미국 패션 디자이너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와 파트너십을 맺는 등 다양한 패션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리테일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와로브스키」 「몽블랑」 「디젤」 등과 협업하며 패셔너블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번 뉴욕패션위크에서는 「디젤 블랙 골드」와 협업해 패셔너블하게 재해석된 갤럭시 기어 S 가죽 스트랩을 선보였다. 뉴욕패션위크 공식 후원사로 나선 삼성은 패션위크 주간 ‘갤럭시 라운지’를 오픈해 패션 피플들이 스마트 디바이스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으며, 카린 로이펠트, 스테팥 강, 안드레아 로소 등 세계적인 패션 인사들과 함께 ‘테크x패션 토크 포럼’을 개최해 웨어러블 기기와 패션의 콜라보레이션 방향을 논의했다.
<사진=2015 S/S 뉴욕패션위크 디젤 블랙 골드 쇼에서 포착된 삼성 '갤럭시 기어S'>
애플은 아이폰6 출시와 함께 애플워치를 선보였다. 애플워치는 앞서 출시된 스마트 워치와 비교해 패션성을 강조한 디자인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애플워치의 강점은 ‘진짜 시계 같은 시계’. 스마트 워치인 동시에 패션 아이템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애플워치는 내년 1월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인텔은 미국 패션 디자이너 협회와 바니스 뉴욕, 「오프닝세레모니」와 함께 전략적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결과물은 이번 뉴욕패션위크 「오프닝세레모니」 쇼에서 공개됐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팔찌 ‘MICA(My Inteligent Communication Accessory)’는 SMS메시지, 미팅, 알림 등의 기능을 확인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준보석과 스네이크 스킨이 결합된 고감도 디자인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인텔과 오프닝세레모니가 협력한 스마트 팔찌 '미카'>
세계 주요 패션기업들도 웨어러블 시장의 선점을 위한 발 빠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랄프로렌」은 지난 8월 US오픈 테니스 대회 기간에 스마트 압축셔츠 폴로 테크(Pole Tech)를 선보였다. 폴로 테크는 옷에 심장 박동수와 호흡량, 스트레스 수치, 칼로리 소모량 등 다양한 생체인식 기능을 탑재했다.
「토리버치」는 미국 1위 헬스케어 웨어러블 업체 핏빗(Fitbit)과 손잡고 핏빗 `플렉스(Flex)’를 펜던트, 팔찌, 목걸이 등 다양한 장신구로 변형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파슬」 「게스워치」 등 패션기업들도 스마트 워치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랄프로렌의 '폴로 테크' 티셔츠>
패션엔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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