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14-06-24

“패션 관련 학점은행제 운영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

4년제 학점은행 학사 학위 기간으로 지정받은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가 평생교육진흥원을 상대로 로비를 한 증거가 포착되어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선 가운데 패션 관련 학점은행제 교육 기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빛과 그림자가 상존하는 패션 관련 학점은행제 운영에 대한 발전적인 대안이 패션업계와 학계에서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대한민국 검찰이 특정 학점은행제 교육기관의 인가와 운영 과정에서 로비와 특혜가 오간 정황을 포착하고 19일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을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오전 9시쯤 서울 서초구 평생교육진흥원에 수사팀을 보내 학점은행제 관련 문건과 내부 회의록,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또 평생교육진흥원 최 모 전 원장의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최 전 원장은 20101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원장으로 재직했고, 이전에는 평생교육진흥원 이사로 활동했다.

 

검찰은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가 4년제 학점은행 학사 학위 기관으로 지정받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최 전 원장 등 평생교육진흥원 간부를 상대로 거액의 로비를 벌인 구체적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평생교육진흥원은 교육부의 위임을 받아 학점은행 운영과 독학학위검정 등의 업무를 하는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16일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SAC) 압수수색을 통해 두 기관 사이의 유착 관계를 일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 대상에는 SAC 김모(54) 이사장도 올랐다. 검찰은 김 이사장이 수강생들로부터 받은 등록금과 수강료 등을 수십개의 차명계좌로 관리하거나 현금으로 받아 관리하면서 수십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일부 자금은 개인 부동산 구입 등에 사용됐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는 20023월 고용노동부의 방송·영상·공연 특성화 직업예술학교로 설립된 뒤 2009년부터 4년제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학점은행제 평생교육원으로 인가받았다. 특히 국내 패션 교육 기관 중 패션 디자이너들이 가장 많이 참여했기에 문제점은 심각해 보인다.

 

드디어 패션 관련 학점은행제 교육 기관의 문제점이 터졌다. 특히 패션 관련 학점은행제 시행기관의 운행 문제점이 수면으로 드러난 셈이다. 아시다시피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인해 졸업생의 50%만이 취업 및 진학을 하는 상황에서 학점은행제 운영은 현실을 무시한 불합리하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학원과 대학의 부수입 정도로 치부되는 패션관련 학점 은행제의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폐지를 건의하는 바이다. 이는 적폐이자 또 다른 교피아이기 때문이다.

 

사실 학점은행제 교육기관의 최대 관심사는 입학생들의 고액 등록금이다. 대학 수준과 맞먹는 등록금은 학점은행제 취지와는 전혀 다른 문제점이다. 그렇다고 학생들의 취업 관련 업무 역시 거의 전무한 상태다. 사실 학점은행제 출신의 패션업계 취업률은 거의 바닥상태다. 대학을 가지 못한 학생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는 하지만 학점은행제 교육 기관에 다니는 학생들을 취재해 본 결과 거의 50% 이상 대학 편입이 목적이었다. 그래서인지 학점 은행제 교육기관들은 편입생들의 명단을 플랭카드로 만들어 학교 건물에 게시한다. 결국 편입학원에 다름 아니다. 학점은행제 취지와는 전혀 다른 성장이다. 앞으로 몇 년 후면 100%가 대학을 가는 상황에서 학점은행제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학점은행제 교육 기관의 교수와 강사진의 문제다. 대부분 4년제 대학을 목표로 하는 시간 강사들이 강의를 하기 때문에 이 역시 편입 학원의 생리와 다를 바 없다. 또한 학교에서는 현직 패션 디자이너들을 크리틱 수업이라는 커리큘럼을 만들어 영입한다. 보통 한 학기에 수업에 최소1000만원에서 최고 2000만원의 강의료를 받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들 디자이너들의 강의 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단지 대중적인 인지도에 따라 강의료가 달라진다. 그럼 박한 강의료를 받고 일하는 전문직 강사들을 뭐가 되는가? 결국 학교의 인지도를 올리기 위한 눈 가리고 아웅이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휴강을 하면 강사에게는 강의료가 지급되지 않는다. 하지만 학생들은 강의료를 낸다. 그리고 채점은 거의 논문 수준이다. 법방을 피해가려는 편법에 다름 아니다. 4년제 대학에 강의를 나가는 필자 입장에서 학점은행제를 다니는 후배들을 보노라면 노동착취의 본질을 보는 듯하다. 여기에다 타과가 채점을 잘했는지 크로스체크를 해야 한다. 이게 대한민국 패션 교육의 현실이다. K패션이 변방의 후진국 패션으로 평가를 받는 그 뿌리인 셈이다.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한 이유다.

 

나름 학점은행제 관련 교육 기관에 나가는 패션 디자이너들을 파악해 봤다. 기자의 시각으로 볼 때 한 타임 특강 수준의 강사가 약 60% 수준이다. 물론 석사와 박사 학위를 가지고 유익한 수업을 하는 디자이너 출신 교수들도 많다. 하지만  자신의 브랜드조차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디자이너들이 사업상 여윳돈을 마련하기 위해 미래의 꿈나무를 키운다는 자체가 대한민국 패션이 가지는 한계이자 비극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지난 몇 년간 많은 디자이너들을 강의를 했다면 적어도 지금 정도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천재 디자이너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돈이 미쳐 그저 시간만 때우는 60%의 현직 패션 디자이너 강사 역시 문제다. 내셔널 브랜드 입사가 과제인 아이들에게 디자이너 브랜드의 노하우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결국 학생들을 교수와 강사, 디자이너들의 전혀 다른 3각 구도 속에서 결국 졸작(?)을 내놓게 된다. 유치원 잔치도 아니고 학부모와 학생들이 꽃다발을 주고 사이에 그들의 리그는 그 한계는 드러낸다. 왜 비싼 돈을 들여서 호텔에서 졸업 작품쇼를 하는가? 그리고 그 패션쇼가 작품성으로서의 가치가 있는가? 호텔에서 쇼를 하면 100% 취업이고 학교에서 쇼를 하면 50% 취업인가? 결국 그 모든 비용을 학생들, 즉 부모님의 몫이다. 아무도 주목받지 않은 그들만의 리그에 크리틱을 맡았던 디자이너들은 멋쩍은 미소를 드러내며 자리를 지킨다. 아마 고액 수강료 때문일 것이다. 정작 졸업생이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데 낯선 디자이너가 주인공이다.

 

패션 디자이너들은 인턴 운영에 있어 도덕적으로 자유롭지 않다. 정부 지원과 회사 부담금으로 합쳐서 임금을 주어야 하는데 간혹 정부 지원금 50만원 지급으로 대체하거나 아예 임금을 안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에 대한 필자의 반박에 모 디자이너는 "내가 패션을 가르치는데 왜 돈을 주느냐"며 대드는 경우도 있었다. 3개월이란 시간이 지나면 정식 고용을 해야 부담 때문에 2개월용으로 사용하고 대체 자원을 구하는 경우도 흔하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은 상황에서 디자이너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다. 하지만 퇴직 후 노동사무소에 제소를 해 사무관 호출을 받는 패션 디자이너들도 많다. 아마 둘 중의 하나다. 노무를 몰라서거나 아니면 인재 양성에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인 디자이너들에게 강의를 맡기는 학점은행제 교육 기관의 태도는 결국 얼굴 마담이 필요한 것이다.

 

대학민국 패션 관련 대학에서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나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20년 넘게 패션 전문 기자로 일하면서 느끼는 좌절감 중 하나다. 뉴욕 파슨스나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공부한 한국 유학생들이 날개를 달고 글로벌 패션에 진출하는 것이 비하면 비애에 가깝다. 대한민국 패션 대전을 통해 수많은 대통령상 수상자가 나왔지만 그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하다. 그보다는 케이블이든 공중파든 TV를 통해 얼굴을 비친 아이돌 패션 디자이너들이 더 각광을 받고 있는 세상이다. 물론 개성적인 디자인을 평가 받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기는 하지만 돈이 달려 있으니 눈감고 도전한다.

 

2년제와 4년제, 패션 관련 학원 까지 전 세계 최고의 인력 배출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학점은행제까지 패션 교육에 도입하는 것은 단지 대한민국 패션의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 아닌 돈벌이에 급급한 천민 자본주의의 다름 아니다. 물론 대학 진학에 실패한 자녀가 학점은행제 교육 기관에 가겠다는 것에 딴지(?)를 걸고 싶은 생각은는 없다. 하지만 학점은행제 교육 기관이 입학이 바로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성공을 의미하지 않는다. 2년제와 4년제 출신의 졸업생들조차 취업을 못하는 상황에서 학점은행제 교육 기관 출신이나 학원 출신은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내가 기업의 CEO라고 4년제를 먼저 뽑을 것이다. 패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의 자질을 볼 때 학원이나 학점은행제 출신은 수준 미달이다.

 

현재 대한민국 패션 교육이 글로벌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대학 정원을 현재 수준에서 최소 50% 정도 감축해야 한다. 대학이 고액의 등록금 때문에 패션 관련 학과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좀 먹는 행위다. 전 세계를 통틀어 대한민국만큼 거대한 패션 교피아는 없다. 고학년을 상대로 강의를 하는 필자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우리는 왜 대학에 왔는가?". 입시 위주의 6년 교육이 끝나고 대학만 들어가면 모든 것이 만사형통인줄 알았는데 결국 대학에 입학해 보니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실타래를 누가 풀어 줄 것인가? 교수? 강사? 학부모? 아니다. 그 적폐를 해소하기 위해 박근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결국 양적 팽창보다 질적 안정화가 우선이다, 필자가 만난 내셔널 브랜드 CEO는 인터뷰에서 대학 졸업생을 기업에 맞는 일꾼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 2년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4년간의 대학 교육 자체를 무시하는 태도다. 하지만 일견 이해가 가는 부분은 현재 대학교육 자체가 의류 기능사 배출 기능만하기 때문이다. 이미 해외의 사례처럼 우리나라 역시 생산은 거의 제3세계로 아웃소싱을 하고 있다. 즉 바느질 잘하고 패턴을 잘 뜨는 디자이너는 더 이상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패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필요한 시기에 여전히 의류 기능사를 배출하는 패션 교육에 패션업계가 불만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패션 및 의류 관련 자격증 시험도 문제다. 도대체 창의적인 패션에서 자격증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 역시 관련 학원과 자격증을 수여하는 기간의 부대 수입을 챙기는 또 다른 불법 교피아의 역겨운 행위다. 20년간 기자 생활을 하면서 자격증 숫자가 패션 업체 취업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를 들을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펙 차원에서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제자들을 보면 그저 한숨을 넘어 탄식이 나온다. 패션 관련 자격증이 요리 자격증처럼 통일된 메뉴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 돈이면 해외여행을 떠나라고 권고하고 싶다


한편 학점은행제 교육 기간의 긍정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재 학점은행제 교육 기관을 나와 디자이너가 된 학생도 있고 대학원이나 유학을 떠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입시로 인한 대학 입학 대신 대안 학교를 나온 꿈나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과는 차별화된 특성화된 커리큘럼으로 세분화된 교육을 하거나 현업에 종사하는 실무자들이 특강이나 강의를 통해 현재 시점의 패션계 흐름을 짚어주기 때문에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적어도 학력 위주의 채용 방식에 변화가 온다면 학점은행제 교육 기관 출신이라고 해서 불이익을 당할 이유는 없다. 그럼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가? 필자가 생각에 학점은행제 교육 기관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사디(SADI)를 제안하고 싶다. 패션 관련 기업이 투자를 해서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고 성적 우수자들을 그 기업에서 채용하게 되면 기업이나 학생들 모두에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알고 있는 사디의 경우 그리 큰 수익을 내지는 않지만 삼성의 패션 전문 인력 육성이라는 목표가 뚜렷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프라이드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양적인 성장보다 질적인 성장이 우선되어야 한다. 비싼 등록금을 받은 만큼 학생들의 수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료실이나 도서관 운영이나 장학금이 좋은 예로 보인다. 많은 학점은행제 교육 기간 중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악천고투하는 경우도 많기에 보다 긍정적인 미래를 바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2년제 대학과 학점은행제 교육 기관은 장기적으로 정리되어야 한다. 4년제 대학의 경우도 특성화 교육으로 차별화해야 하며 지방 대학의 패션 관련 학과들은 폐지되어야 한다. 단 패션 전문 학원은 더 전문화시켜 타 학과 4년제 출신들이 디자이너로 변신하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너무도 많은 공급으로 인해 패션업계는 미소를 짓고 있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과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이다.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의 출현을 위해서는 패션 관련 대학이나 학원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며 아울러 특성화를 통한 전문가 육성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글 유재부 패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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