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2014-06-16

1920년대의 프래퍼 룩 교과서, 영화 <위대한 개츠비>를 통해 본 혁명적인 실루엣과 문화 키워드

최근 세계적인 피겨에서 자연인으로 돌아온 김연아가 <보그> 한국판 잡지 회보를 통해 선보인 프래퍼 룩이 화제다. 소년스러움을 강조한 젊은 여성(가르손느)의 룩인 플래퍼 룩의 특징은 민소매 그리고 허리선이 낮은 직선적인 형태의 드레스를 입음으로써 가슴은 납작해보이도록 하고 활동성이 좋은 형태를 갖는 게 특징이다. 소위 코르셋에서 벗어난 혁명적인 실루엣이었다. 진한 화장에 머리는 단발머리, 그리고 이에 어울리는 모자나 머리장식를 곁들이는 프래퍼 룩의 특징을 1974년 영화 <위대한 개츠비>를 통해 만나보자.



영화
<위대한 개츠비>1975년 제28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과 제47회 아카데미 사상식에서 연거푸 영화 의상상을 수상했으며 세 번이나 리메이크된 영화다. 그 중에서도 1974년 작품이 가장 유명하다. 로버트 레드포드의 무뚝뚝한 얼굴과 갈색 피부, 그가 연인 데이지를 기다리던 초록색 정원과 흰색 저택들, 매일 계속되는 정원의 파티와 테이블 위에 쌓여있던 많은 갈색 술병들, 바람에 나부끼는 여자 주인공 데이지의 흰색 모자 등 이 영화는 1925년에 발표된 스캇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너무 충실히 반영해 혹평을 받았지만 랄프 로렌이 맡은 영화 의상만은 극찬을 받은 작품으로 1920년대 복식사인 플래퍼룩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영화이기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영화 줄거리를 살펴보자. 주인공은 제이 개츠비(로버트 레드포드)와 데이지 뷰케넌(미아 패로)으로 둘은 사랑하는 관계다. 하지만 개츠비는 이 영화의 배경인 1차 세계 대전으로 인해 프랑스 전선으로 떠나게 되는데, 데이지는 돈 때문에 개츠비와의 약속을 어기고 부자인 톰과 결혼을 하게 된다. 한편 미국으로 돌아온 개츠비는 데이지의 결혼 소식을 알게 되고 괴로워한다. 그래서 사랑과 세상을 얻을 수 있는 힘은 돈뿐이라 생각한 개츠비는 데이지를 다시 찾기 위해 돈을 벌기 시작한다.

 

세월이 흘러 개츠비는 부자가 되었고 롱아일랜드에 대저택을 구해 매일 밤 파티를 연다. 그곳에서 데이지와 재회를 하게 되고 데이지는 다시 한 번 개츠비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같이 타던 마차 사고로 개츠비는 데이지 대신 죄를 뒤집어쓰고 사고 용의자로 간주되어 살해를 당하게 된다. 그의 안타까운 죽음 후, 데이지와 톰 부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가고 개츠비의 파티를 함께 누렸던 사람들도 그의 죽음과 함께 연락을 끊는 새드 무비에 가깝다.


 

영화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롱아일랜드에서 개츠비와 데이지가 재화하는 장면이다. 아이보리 수트를 입은 개츠비는 자신을 배신한 연인 데이지를 자신의 저택으로 초대한다. 그리곤 드레스 룸에 들어서서 셔츠를 하나씩 끄집어낸다. 하얀 배경 위에 천정으로부터 서서히 날아 떨어지는 형형색색의 셔츠는 그야말로 장관! 산호색, 청록색, 라번더색, 짙은 오렌지색과 남색 글씨가 새겨진 드레스 셔츠까지. 갑자기 데이지는 드레스 셔츠 속에 얼굴을 묻고 오열한다. “이건 정말 아름다운 셔츠에요그녀는 훌쩍이지만 울음소리는 겹겹이 쌓인 옷 더미 속에 묻혀버린다. 개츠비를 기다리지 못한 미안함 때문일까요? 아니면 부자가 된 개츠비의 현재 모습이 감격스러웠기 때문일까? 참 여자의 마음이란 갈대 같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다. 어쨌든 영화 속 개츠비가 입은 셔츠는 깃의 높이가 5cm나 되는 데, 이는 원작이 발표된 1925년을 잘 묘사했다는 평을 받았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1920년대 패션을 재현한 영화다. 이 때는 물질적 번영을 배경으로 한 소비와 쾌락 추구의 시기였다. 우리는 그 당시의 미국을 재즈의 시대혹은 광란의 20년대라고 하며 이때 유행한 패션을 플래퍼 룩이라고 한다. 재즈를 중심으로 대중문화의 꽃이 피기 시작한 1920년대 미국에는 젊은이들의 통속적인 문화가 출현하기 시작한다. 광란의 파티, 담배, 짧은 스커트가 당시 젊은 세대의 문화를 대변하는 키워드였다.





먼저 영화에서 로버트 레드포드가 입었던 핑크 색 수트가 유행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남성복은 기본적으로 고전적인 우아함과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동시에 전해줍니다. 실크 셔츠와 흰색 수트, 전반적으로 날씬한 스타일로 나타났고, 20인치 폭의 밑단 넓이에 커프스를 댄 바지 스타일에 스니커즈가 유행했다. 특히 클래식하면서 박시한 아메리칸 스타일 수트가 등장하는데, 1차 세계 대전 직후 나타난 실용성을 강조한 형태로 허리엔 재봉선이 없고 소매는 좁으며 서너 개의 단추가 한 두 개로 줄어들었다. 개츠비가 파티장에서 입은 드레스 셔츠는 보통 턱시도 안에 입는 예복용 셔츠로 가슴부분의 플리츠나 러플 장식이 주목할 포인트

 

클래식한 회색과 브라운 계열 컬러는 부드럽고 지적이며 자신감이 넘치는 개츠비와 아주 잘 어울렸고 사업가적인 분위기를 잘 연출했다. 소재 또한 부자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헤링본이나 초크 스트라이프, 글랜 체크 등 패턴을 많이 사용했다. 그리고 대저택에 사는 개츠비의 일상복은 편안함을 유지한 브이넥 스웨터로 편직물을 짜서 꼬임을 넣은 것이 특징. 이러한 스웨터는 1920년대부터 여가 시간의 증대로 스포츠, 레저복으로도 많이 사용되었고 통기성, 활동성이 우수하고 신축성과 기능성이 높아 개츠비와 같은 부유층들이 많이 입었다고 전해진다.


 

한편 여성복의 전체적인 실루엣은 스트레이트 라인에서 변형된 튜블러 스타일과 엠파이어 튜닉 스타일 양식이 많이 등장한다. 하늘거리는 부드러운 레이스 실크나 시폰, 오간자 등이 많이 사용되었다. 사실 뭐니 뭐니 해도 1920년대의 키워드는 바로 플래퍼 스타일! 플래퍼 스타일은 인위적인 테일러링으로 체형을 강조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실루엣 전체가 하나로 연결되어 걸을 때마다 바람에 흩날리듯 나른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여주인공 미아 패로처럼 커다란 눈과 깡마른 몸매는 가슴과 허리선을 강조하지 않은 플래퍼 스타일이 얼마나 나른하고 퇴폐적인 매력을 갖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또한 미아 패로가 입은 투명한 라일락 빛 드레스, 넓은 밀짚모자, 찰스톤 드레스 등의 의상은 향수 어린 1920년대의 패션을 보여주고 있다. 허리선이 엉덩이 쪽으로 내려오는 드레스, 종 모양으로 생긴 클로쉬 모자, 깃털 장식이 있는 헤어밴드와 모자, 어깨에 걸치는 긴 솔, 길게 늘어뜨린 진주 목걸이 등이 1920년대 패션의 전형이다.

 


한편 플래퍼 룩은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들이 긴 머리를 짧게 잘라 남성과 같은 헤어 스타일을 선보인다. 또한 풍만한 가슴을 구시대적인 것으로 치부해 납작하게 동여매고 허리선은 로우 웨이스트로 힙까지 내리며 스커트는 무릎까지 오는 스타일을 입었다. 여성의 다리가 패션으로 노출되는 첫 유행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여기에 퍼머넌트가 개발되어 유행했고 스커트 길이가 짧아짐에 따라 스타킹과 구두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였다.

 

특히 빠른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어야 하기 때문에 스커트는 가벼운 소재로 만들고 가장자리엔 구슬을 달아 율동적인 모습을 만들어 냈다. 춤을 추다가 구두가 날아가는 일이 없도록 발목에 끈을 단 스트랩 슈즈도 유행했고, 파티에 참석할 때는 롱 드레스에 스팽글과 비즈가 장식된 종 모양의 실크 클로쉬 모자를 써서 화려한 스타일을 연출했다.

 

글 유재부 패션평론가






Related

News Ranking

  • Latest
  • Popular
  1. 1.[패션엔숏] 박신혜, ‘지판사’ 끝나도 당당! 자신감 넘치는 멋진 엄마 파워우먼 슈트룩
  2. 2.공승연, 동네 마실 나온 듯! 조거팬츠에 니트 스웨터 도쿄 꾸안꾸 여행룩
  3. 3.‘열애’ 한지민, 달라졌어! 청순과 관능 사이 더 어려진 방부제 미모 겨울룩
  4. 4.채정안, 이젠 머플러! 47세 스타일 퀸 머플러로 마침표 겨울 코트 외출룩
  5. 5.기은세, 스위스에서 첫 눈! 겨울 낭만 만끽 패딩 목도리에 얼죽코 여행룩
  6. 6.[패션엔 포토] 신예은, ‘정년이’ 영서에 하남이 들썩! 심쿵 미소 퍼 숏패딩 프레피룩
  7. 7.[패션엔 포토] 박신혜, ‘지판사’ 끝나도 당당! 자신감 넘치는 멋진 엄마 파워우먼 ...
  8. 8.[패션엔 포토] 모델 아이린, 끝내주는 비율! 모노크롬 케이프 재킷 슈트 드뮤어룩
  9. 9.시에로코스메틱, 3만개 리뷰 인기템 ‘젤러시 아카이브 플럼퍼’ 겨울에도 인기몰이
  10. 10.강민경, 니트 착붙! S라인 몸매 그대로 끈 나시 미니 원피스 캠페인룩
  1. 1. 이지혜 “오늘 쬐끔 멋냄!” 찬바람에 꺼내 입은 뽀글이와 바라클라바 외출룩
  2. 2. 황신혜, 드디어 꺼내 썼다! 완전무장 퍼 바라클라바에 패딩 겨울 외출룩
  3. 3. 솔비, 15Kg 빼니 슈트도 완벽! 돌싱오빠들과 슬림한 방송 출근룩
  4. 4. [패션엔 포토] 뉴진스 하니, 나홀로 도쿄 출장! 단발머리와 뿔테 안경 지적인 오피...
  5. 5. '대세 배우' 변우석, 요즘 젤 잘나가...까르띠에 앰버서더 발탁
  6. 6. [패션엔 포토] 정은채, 부산이 들썩! 퀼팅 패딩으로 멋낸 클래식한 윈터룩
  7. 7. 변우석, 뉴질랜드 설원 조각남! 고급스런 실루엣의 로맨틱 가이 고프코어룩
  8. 8. 레드벨벳 슬기, 머리 싹뚝! 더 귀여워진 복슬복슬 퍼 재킷 겨울 입은 데일리룩
  9. 9. 아이더, 다운도 코트핏! 코트 대신 입는 세련된 실루엣 여성 다운 재킷 출시
  10. 10. 스트레이키즈 현진, 밀라노에서 포착된 슈퍼스타! 베르사체의 와인빛 데님룩

Style photo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
  •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