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 2014-06-09 |
대한민국 패션교육, 비 디자인 교육 강화만이 살길이다
현재 세계 패션계는 하루가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 교육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현재 업계는 단순히 디자인만 하는 아티스트의 개념을 넘어 창조적인 크레에이티브 디렉터를 원하고 있다. 런던 칼리지 오브 아트의 비 디자인 교육 강화 움직임은 우리 대학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아마도 대한민국만큼 패션 관련 대학이나 학과가 많은 나라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땅덩어리가 큰 것도 패션 산업 규모가 큰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도대체 이 작은 땅덩어리에 왜 이렇게 많은 패션 디자이너를 양성해야 하는지 대한민국 패션 교육 시스템을 이해할 수가 없다. 특성화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제고가 아닌, 일반화를 통한 고만고만한 인력 생산은 취업에 있어 공급 과잉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며 대학에 입학하는 패션 학도들은 매년 증가, 지난 2013년에는 12,132명이 지원해 이중 1,665명이 입학을 헸다.
현재 패션 디자인 관련 학과 재학생은 4년제 대학의 경우 약 6700명, 전문대 2,300명으로 대학만 약 9,000여명이 넘는 것으로 예상이 된다. 여기에 사이버 대학과 학점은행제, 패션 전문 학원을 포함하면 족히 1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문제는 졸업생들은 패션 업계에서 모두 채용할 수 없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다.
교육인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2013년 패션 디자인과 취업률이 46.9%로 2명 중 1명만이 취업이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이 통계 안에는 대학원 진학이나 인턴 사원을 포함한 수치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취업률은 더 낮을 것이다. 문제는 업무내용과 전공의 일치도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패션 관련 학과 출신 졸업생들에게 조사한 결과 ‘일치한다.’는 응답이 35%로 나와 대학 교육이 현장과 유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 업무 내용과 전공이 불일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디자인 교육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교육부에서 펴낸 <2014 미래의 직업 세계: 학과 편>에 보면 패션디자인학과의 졸업 후 진출 분야로 문화예술 관련 정부 부처 및 국책 연구소, 정부 산하기관, 의류제조업체, 복장학원, 전통직물제작소, 특수의상제작소, 공연기획사, 방송국, 영화사, 잡지사, 멀티미디어업계, 이벤트업체, 문구 완구업체, 가구관련화사, 디스플레이 미디어 연구소, 조명관련회사, 게임 밎 캐릭터 개발업체 등으로 나와 있다. 졸업 후 진로 분야만 봐도 실기 위주의 디자인 교육이 무용지물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실기 위주의 디자인 교육에 대한 자기반성은 창의적인 패션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런던에서도 나오고 있다. 런던에서도 매년 패션 스쿨에서 수천 명의 패션 디자인 전공 졸업생들을 배출하고 있지만 그들 중 상당수는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하지 못하거나 혹은 패션 업체 취직에 실패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 역시 수요와 공급의 간극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 상황에 대해 런던 칼리지 오브 패션의 프란시스 코너 교수는 “우리는 너무 많은 패션 디자이너를 양성하고 있지 않나요?” 라는 질문을 던진다. 여기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이라는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너무 많은’이라는 의미는 아마도 편중된 디자인 위주 교육에 대한 비판일 것이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패션 디자인 교육은 패션 브랜드, 그것도 유명한 럭셔리 하우스 중 한 곳에서 디자이너로 바로 일 할 수 있도록 잘 지도해야 한다고 것을 가정으로 한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가정의 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프란시스 코너 교수의 주장이다.
먼저 이러한 잘못된 생각의 바탕에는 패션 교육이란 업계를 위해 ‘오븐 레디 치킨’ 즉 졸업 후 바로 일을 시킬 수 있는 졸업생을 훈련시키고 준비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있다. 하지만 영문과나 사학과 졸업생이 졸업 후에 자동적으로 영문학자나 역사학자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학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자 과정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패션 디자인 관련 학과를 나왔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패션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교정을 해야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2명 중 1명만이 패션계에 종사할 수 있는 상황에서 패션업계가 필요로 하는 직업 교육에만 집중한다는 것은 졸업 후 취업 선택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어쩌면 패션 업계가 요구하는 마이스터식 디자인 실습 교육은 젊은 인재들의 창의성을 망치고 기업의 기술 개발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요즘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시대다. 재봉질 잘하고 패턴을 잘 뜨는 인력보다는 창의적인 사고와 재능을 가진 젊은 인재가 등용되는 시대다. 이제 세계 패션에서 아웃소싱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 버렸다. 옷 잘 만드는 테크닉보다 어떻게 창조할 것인가에 패션 미학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할 수 있는 커리큘럼이 필요하다.
둘째로 패션 산업을 너무 좁게 정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 패션업계는 패션 디자인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가진 졸업생을 원하지만 디자이너로 일하기 위해 필수 조건은 아니다. 패션은 많은 산업과 경제를 움직인다. 패션은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무엇인가 소비자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어야하기 때문이다. 즉 의류와 액세서리뿐 아니라 자동차, 가구, 푸드, 최신 핸드폰까지 패션을 추구하기 때문에 영역은 우리 생활 속 어디에나 존재한다.
아울러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 창조적 주체와 패션이 끝나는 라인 사이의 전통적인 경계의 흔들림, 그리고 영화, 그래픽, 미디어, 음악, 리테일링, 뷰티는 패션의 융복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산업들은 교육을 통해 그들이 사회와 경제에서 디자인의 역할을 이해하도록 준비시키는 런던의 변화된 패션 교육에 대해 긍정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글로벌 창조 산업의 복잡성과 확산성을 잘 이해하는, 준비된 패션 디자인 관련 졸업생에게는 의류 뿐 아니라 다양한 업종으로 진출할 기회가 무궁무진한 셈이다.
세계에서 사장 오래된 패션 교육기간으로서 전적으로 패션에만 집중하고 있는 ‘런던 칼리지 오브 패션’은 컨템포러리 산업의 폭넓음을 제공하는 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비즈니스 스쿨 협회로 인증을 받아 패션 대학 최초로 EMBA를 실행하고 있다. 포트폴리오는 비 디자인 패션 섹터의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 눈에 띄는 성장을 했다고 한다. 지난 15년간 학부생 오퍼가 7개 과목에서 40개 과목으로 확장되었는데, 그중 60%가 비 디자인 과목이하고 한다. 대학원생은 현재 28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데 그중 71%가 비 디자인 과목이다.
‘런던 칼리지 오브 패션’의 학생 중 약 3/4은 졸업 후 6개월 내에 취직을 한다. 저널리즘(관리직 65% 포함) 취업률은 90%로 가장 높고, BA 매니즈먼트 코스 취업률은 85%(관리직 80% 포함)라고 한다. 무엇보다 2학년 학생의 절반 이상이 비 디자인 기회를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인된 현장 실습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리테일 매니즈먼트, 마케팅, 비주얼 머천다이징, 미디어, 사진 혹은 저널리즘, 영화 제작, 홍보 등이다. 실제로 런던 칼리지 오브 패션의 비 디자인 과목은 종종 저널리즘, 사진, 미디어, 마케팅 및 관리와 같은 다른 창조적인 분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는 스킬을 제공하고 있다.
패션 교육은 산업의 미래 세대와 산업의 본질에 대한 질문 사이에서 패션의 정의에 도전하기 위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것은 가치와 구조의 문제다.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패션이란 의상 디자인과 관련 된 제품 그 이상이라는 것을 이해시켜야 한다. 따라서 향후 패션 교육은 의류 뿐 아니라 동등한 중요성의 다른 영역에 참여하도록 학생들을 독려해야 한다. 앞으로 패션 커뮤니케이션, 패션 과학, 패션 윤리, 패션 비즈니스 등은 미개척 분야이기 때문에 앞으로 그 기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미래의 패션 산업은 창의력과 혁신성, 그리고 시각적 사고를 요구한다. 이것들은 패션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 분야의 관리자와 CEO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업계는 여전히 기술을 가진 졸업생을 원할 것이다. 디지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스마트한 글로벌 마켓에 주목해야 한다. 패션 심리학자, 시장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패션 리테일러, 패션 3-D 프린터와 이-커머스 등 미래에 포커스를 맞춘 패션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이 새로운 유망 직종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패션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 단순 실습 위주의 평준화 교육은 특성화를 통한 세계적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시대 양성에 발목을 잡고 있다. 디자인 교육과 비 디자인교육의 조화를 통해 보다 미래적인 패션 교육에 대한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유재부 패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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