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 2014-06-05 |
아시아 패션의 허브로 등장한 싱가포르 패션의 힘
아시아 패션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유럽에 한눈을 팔고 주춤하는 사이, 상하이와 베이징이 아시아 패션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등장하더니 2년 전부터 싱가포르가 새로운 패션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패셔니스타>의 다하니 마우(Dhani Mau) 기자가 쓴 글을 토대로 새롭게 아시아 패션 허브로 등장한 싱가포르 패션의 저력과 함께 싱가포르 시장 진출에 대한 방법을 모색해 본다.
아마 서울 패션 위크를 유심히 본 패션인들이라면 몇 년 전부터 페어와 GN 컬렉션, 서울 컬렉션에서 싱가포르 디자이너들의 패션쇼를 기억할 것이다. 어쩌면 전형적인 열대 기후로 무덥고 습하며 비가 자주 내리는, 패션이 발전하기에 최악의 조건을 가진 싱가포르에 과연 패션이 있을까 하는 선입견(?) 때문에 무심코 지나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아시아 패션 허브로 가기 위한 중장기적인 로드맵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싱가포르의 서울 패션 위크 참가는 새롭게 보일 것이다.
인구 550만 명(세계 115위)에 GDP 2,873억 달러(세계 37위)의 에 아시아 강소국인 싱가포르의 정식 국명은 싱가포르 공화국(Republic of Singapore)이다. 1819년 영국이 무역 거점으로 개발한 도시로 1867년 싱가포르의 관할권이 영국 식민지청으로 이전되어 본격적인 식민지 시대가 개막되었고 제 2차 세계 대전 중에 일본에 점령당했지만 일본의 패망으로 1946년 영국의 직할 식민지가 되었다. 드디어 1963년 9월 16일 싱가포르는 말레이연방의 구성원으로 영국으로 부터 독립했지만 2년도 안되어 싱가포르의 정치인들이 비말레이계의 단결과 지지를 호소했다는 이유로 말레이연방으로 부터 추방 아닌 추방을 당하게 되어 1965년 8월 9일 독립했다.
당시 세계 언론들은 싱가포르의 독립보다 작은 섬나라의 생존 자체가 어려울 것 같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앞세우기도 했다. 국민의 대부분이 무단 정착촌에 거주하는 상황이었고, 제대로 된 교육도 실시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실업률도 10~12%에 달했다. 무엇보다 좁은 국토와 부족한 천연자원으로 인해 전통적으로 고정 수입원이 없는 상황이었고, 유일한 수입원인 중계 무역항은 19세기 이래로 개발이 미진하여 더 이상의 물동량을 소화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50년이 지난 지금 세계 패션계가 주목할 만큼 급성장을 이루었다. 가난했던 나라는 인접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지아, 캄보디아 등에 아웃소싱을 맡길 만큼 패션 선진국으로 성장했다. 싱가포르는 독립 이후 경제발전을 국가의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국가주도의 개발정책과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을 통해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 또한 경제개발 초기부터 정부는 외자주도의 경제성장을 추진하면서 외국기업이 싱가포르 경제를 움직일 수 있게 만들었다.
싱가포르는 이미 오래전부터 스스로 패션의 목표를 세웠다. 오차드 로드(Orchard Road)와 같은 메인 리테일 스트리트에는 유럽의 럭셔리 브랜드들의 멀티풀 부티크들이 산재해 있고 동시에 패스트 패션인 자라와 탑샵, H&M도 공존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대형 쇼핑센터들과 명품 브랜드에서 특이한 인디 브랜드 제품까지, 레디투웨어부터 오뜨 꾸뛰르까지 모든 것이 갖춰진 오차드 로드는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는 필수 코스가 된지 오래다. 특히 싱가포르 최고의 쇼핑구역인 오차드 로드에서 매년 열리는 ‘패션 스텝스 아웃 @ 오차드’ 축제는 싱가포르 패션의 세계화와 대중화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패션 스텝스 아웃 @ 오차드’는 전 세계 최신 시즌 컬렉션들을 선보이는 6주간의 패션 축제다. 특히 행사 기간 중 열리는 야외 패션쇼 무대는 최고 인기다. 폐쇄된 공간에서 열리는 다른 패션쇼와는 달리 이 패션쇼는 모든 이들에게 무료이며 누구나 가까이서 패션쇼를 감상할 수 있어 패션쇼를 자주 접하지 못하는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인기다. 특히 관객들이 직접 맘에 드는 모델에게 표를 던지는 ‘아시아 모델 찾기 경연 대회’에서 무대 위에 오른 아시아를 대표할 차세대 모델을 만나는 것은 축제가 선물하는 또 다른 보너스다. 여기에 전문 스타일리스트로부터 직접 배울 수 있는 패션 워크숍에 참가할 수도 있고, 패션 주제의 사진 전시회, 패션 파티에 참여하고 참가하는 쇼핑몰에서 수많은 쇼핑 혜택을 즐기며 경품 당첨기회도 잡을 수 있다고 한다. 철저히 고객에게 맞춘 패션 축제인 셈이다. 우리가 진행하는 강남패션페스티벌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코엑스 주변이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패션 스트리트인가?
이러한 흐름에 편승해 최근 유럽과 미국의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들이 호화로운 패션쇼를 열기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 2013년만 해도 샤넬은 리조트 컬렉션과 ‘리틀 블랙 드레스 전시회’를 열었고, 캐롤리나 헤레라, 츠모리 키사토, 피터 필라토, 후세인 사라얀 등이 ‘아시아 패션 익스체인지(AFX)’에 참가해 패션쇼를 선보여 주목받기도 했다. ‘아시아 패션 익스체인지(Asia Fashion Exchage)’는 매년 3월,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아우디 패션 페스티벌(Audi Fashion Festival)’의 부대 행사다.
‘아우디 패션 페스티벌’은 텐트에서 열리는 패션쇼로 싱가포르 디자이너와 월드 디자이너가 참가하는 일종의 컬렉션으로 일반적인 패션 위크와 같은 개념이다. ‘아우디 패션 페스티벌’에는 아시아 패션 익스체인지(AFX) 외에 코트리나 매직쇼와 같은 트레이드 쇼인 ‘블루프린트(Blueprint)’와 프로젝트 런웨이의 싱가포르 버전인 ‘아우디 스타 크리에이션’, 비즈니스에 포커스를 둔 컨퍼런스인 ‘아시아 패션 서밋’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올해 행사에는 브랜드 캘빈 클라인과 디자이너 빅토리아 베컴이 호스트로 ‘아우디 패션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했고, 네팔 출신으로 싱가포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미국 디자이너 프로발 그룽과 미국의 대표적인 디자이너 오스카 드 라 렌타가 AFX 패션쇼에 참가해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열린 샤넬의 리조트 컬렉션의 경우 정식 참가가 아닌 이벤트성이 짙은 행사로 인터내셔널 게스트와 프레스들에게만 패션쇼를 공개했다. 그 외의 럭셔리 브랜드들이 진행하는 대부분의 패션쇼는 싱가포르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기 위한 이벤트성 행사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매년 열리는 ‘아우디 패션 패스티벌’의 경우 일반 대중들은 오스카 드 라 렌타나 피터 필라토와 같은 디자이너로 부터 초청 티켓을 받아야만 패션쇼를 볼 수 있다. 이미 오스카 드 라 렌타와 피터 필라토는 자신의 첫 패션쇼를 다른 컬렉션에서 이미 선보인 상황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시즌 데뷔 쇼가 아닌 이벤트성 행사로 봐야 할 것이다. 월드 디자이너들에게 싱가포로에서의 패션쇼는 전략적 측면이 강하다. 세계에서 부유한 개인이 가장 많은 나라가 싱가포르기 때문에 컬렉션을 이미 치른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굳이 싱가포르에서 패션쇼를 하는 이유이다.
싱가포르는 명확한 럭셔리 소매 마켓을 가지고 있지만 아쉽게도 그것이 곧 자국의 패션 산업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에 일반적으로 유럽의 브랜드들이 많이 진출하고 있지만 자신들이 주도하지 못하는 럭셔리 마켓은 그저 남 좋은 일만 시키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미 그런 부분을 경험한 적이 있지 않은가. 뭐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지만...
서울시의 도움을 받고 있는 서울 패션 위크처럼 싱가포르 정부로 부터 일정 부분 도움을 받고 있는 AFX는 이런 왜곡된 럭셔리 마켓의 변화를 희망하고 있다. 싱가포르 트레이드 쇼의 중심으로 부상한 ‘블루프린트’는 싱가포르 관광청과 기타 정부 기간으로 부터 후원을 받는 텍스타일 & 패션 페더레이션 오브 싱가포르(일명 TaFf)에 의해 주도되는 민간 & 공공 부분 이니셔티브다. 약 200개 브랜드가 올해 AFX 행사에 참가했는데 그 중 40%가 싱가포르 내셔널 브랜드이고 나머지가 여타 아시아 국가를 포함한 외국에서 온 해외 브랜드다. 약 350명의 바이어가 참석했다. 서울 패션위크로서는 부러운 부분이다. 이는 아시아 제일의 패션 허브로서 싱가포르를 홍보하기 위한 운동의 일부분인 셈이다.
사실상 거의 리브랜딩에 가까운 싱가포르 패션의 변화는 싱가포르가 독립 국가가 된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TaFf의 칼리아 추아(Callia Chua) 이사는 “미국과 유럽의 브랜드들이 패션 아웃소싱을 시작할 때 TaFf를 조직한 싱가포르는 현재 아시아의 메이저 허브로 성장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의류 생산업체는 싱가포르를 떠나 주변 아시아 국가로 이주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우리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했고, 그래서 찾은 방법이 디자인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주는 것이었다.”고 칼리아 추아 이사는 말했다. 즉 단순 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인 OEM에서 디자인을 제공하는 ODM으로 변화를 준 것이다. 그러나 그런 움직임에도 문제점이 있었다. “우리는 우리에게 많은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상태에서 ODM을 시작했다.”는 칼리아 추아의 말처럼 ODM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디자인이 핵심인데 그 부분을 간과한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한 텍스타일 조직들은 디자인 관련 협회와 흡수 합병하여 텍스타일 & 패션 연합회(Textile and Fashion Federation)를 만들었다. 이후 디자인 센터로 부터 멤버들을 양성하기 시작한 다음 디자이너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여건과 그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며 디자이너를 이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시작했다. 디자이너에게 합법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노력이 바로 ‘블루프린트’였다. ‘블루프린트’를 통해 해외 바이어와 미디어를 끌어들이기 위해 패션에 경험이 많은 민간 파트너와 컨설턴트처럼 다른 기관들과 협력 관계를 유지했다. 또한 싱가포르 디자이너들끼리 서로 돕고 협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했다.
실제로 ‘블루프린트’에는 싱가포르의 로컬 디자이너들이 싱가포르 본토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많은 후원을 아끼지 않는다. 대부분 정부 주도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예를 들어 디자이너들은 ‘블루프린트’에서 패션 쇼를 위해 사용되는 비용을 상당 부분을 보조금으로 지원받고 있으며 또한 패션 펀드를 통해 디자이너들의 샘플 비용의 절반을 커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물론 싱가포르 정부와 TaFf는 단지 싱가포르 디자이너들이 자국 내에서만 성공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의 최종 목표는 로컬 디자이너들을 후원해 국제적인 디자이너로 키워내는 것이다. 이에 따라 로컬 브랜드들을 뉴욕과 파리의 트레이드 쇼로의 참가를 유도한다.
“우리는 3월에 ‘블루프린트’를 통해 프리 시즌 컬렉션을 선보인다. 그러나 가을/겨울 시즌과 봄/여름 시즌을 위해 우리 디자이너들을 뉴욕과 파리로 보낸다. 우리는 우리 로컬 브랜드와 바이어들이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한 칼리아 추 이사는 이어 “우리는 더 이상 싱가포르에 앉아서 바이어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옛날처럼 일하지 않는다. 만약 그들이 싱가포르를 방문한다면 대환영이지만, 만약 그들이 오지 않는다면 우리 브랜드를 그들에게 직접 보낼 것이다”라며 해외 진출을 통한 적극적인 바잉을 피력했다.
하지만 정부와 협회의 적극적인 지원과 세계에서 개인 부자가 가장 많은 매력적인 럭셔리 마켓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싱가포르 디자이너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싱가포르 로컬 디자이너들이 성공과 확장을 하는데에는 꽤 큰 장애물이 있다고 한다. 그중의 하나는 싱가포르에 생산업체나 제조 인력이 없다는 점이다. “패션 생산 측면에서 그 것은 큰 도전입니다”라고 옹 슌무감(Ong Shunmugam)이라는 여성복 브랜드로 주목받고 있는 싱가포르 디자이너 프리실라 슌무감(Priscilla Shunmugam)의 말이다. “비용이 너무 비싸고 간접비가 너무 높다. 우리는 숙련된 노동력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텍스타일 공장이나 재봉사, 지퍼를 달사람 과 같은 서포팅 산업을 원한다. 싱가포르에서 패션 생산은 도전인 셈이다.”
결국 싱가포르 디자이너들에게 아웃소싱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셈이다. 다행이 싱가포르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과 같은 강력한 아웃소성 제조 기반을 가진 이웃나라와 인접해 있다. 요즘 부상하고 있는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핸드백 디자이너 링 우(Ling Wu)의 경우도 자신이 디자인한 이국적인 스킨의 액세서리를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한다. 그 외의 디자이너들 역시 캄보디아와 베트남과 같은 이웃 나라에서 자신들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아웃소싱의 경우 주문을 할 때 공장들이 라지 미니멈을 요구하기 때문에 신생 브랜드에게는 어려움이 크다.
또 다른 도전은 날씨다. 싱가포르는 겨울이 없기 때문에 싱가포르 바이어에게 판매를 시작하는 많은 디자이너들의 경우 가을/겨울 컬렉션을 원하는 인터내셔널 바이어들의 유치하기 위해 힘든 시간을 보낸다.
또한 싱가포르의 패션 현장이 너무 생소하다는 점도 문제다. 아직도 유럽이나 미국의 바이어들이나 프레스들은 싱가포르를 새로운 재능을 발견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는 파슨스나 센트럴 세인트 마틴처럼 미래의 스타 디자이너를 양성하는 곳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 이러한 도전들을 싱가포르 디자이너들은 어떻게 극복했을까? 몇몇 브랜드들은 탈출을 시작했지만 그러나 그 것은 슬로우 프로세스로 진행되고 있다.
싱가포르의 가장 핫한 브랜드 중 하나인 디프레션(Depression)의 듀오 디자이너 앤드류 로와 캐니 림은 8년 전에 브랜드를 론칭했다. 그러나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은 불과 3~4년 전 부터다. 바로 TaFf와 블루프린트 덕분이라고 한다. “그들은 우리 사무실의 문을 두드린 후 말했다. ‘당신들은 더 큰 고객들에게 당신의 브랜드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캐니 림의 말이다. ‘아우디 패션 페스티벌’과 ‘블루프린트’에 패션쇼를 선보인 외에 그들은 정부와 협회의 지원을 받아 서울 패션 위크와 메르세데스-벤츠 말레이시아 패션 위크, 포틀랜드 솔스트럭(Solestruck), 도쿄의 우트 베를린(Wut Berlin)에도 참가했다. 젊은 디자이너들의 가능성을 해외 시장에서 꽃피게 해준 정부놔 협회의 후원과 디자이너들의 열정을 이룬 합작품인 셈이다. 그 외에 많은 젊은 디자이너들이 싱가포르 밖에서 열리는 이벤트와 트레이드쇼에 참가하거나 한국이나 일본 같은 국가에서 유통업체을 찾음으로써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싱가포르 패션의 성공 비밀은 스마트하고 비즈니스에 대한 전문성, 천천히 그러나 지속적인 프로세스, 유닉크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단순함이 열정적인 감정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잘 말해준다. 특히 영어가 공영어인 점도 싱가포르 패션의 세계화에 많은 도움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싱가포르는 서양의 세계주의적인 문화의 포장 아래 중국인, 말레이인, 인도인의 전통이 공존하는 다문화 도시 국가다. 싱가포르 각 민족의 무용은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을 공연한다. 특히 중국무용에서 전통과 현대가 혼합된 실험적 형태의 무용이 나오기도 한다. 글로벌과 글로컬에 이어 유니버설로 진화하는 세계 패션계의 흐름과 잘 맞아 떨어진다.
현재 싱가포르 패션시장은 2015년까지 연간 2~5%의 꾸준한 성장세 예상되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의 소비시장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주변국의 구매력 향상과 전 세계 관광객 유입의 증가에 힘입어 지속 성장하는 추세다. 여성복 시장은 2010년 기준으로 15억 싱가포르 달러(약 1조4000억 원)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싱가포르 시장은 매년 2% 이상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그럼 우리에게 싱가포르는 어떤 기회를 줄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지칠 줄 모르는 한류 열풍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한류가 성숙단계에 접어드는 싱가포르에서 한류는 드라마나 음악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로 뻗어 가고 있다. 싱가포르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주로 금융, 건설, 무역 관련업종이 주를 이루나 최근 한류를 활용한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들의 성공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한다. 싱가포르의 쇼핑몰 및 백화점에 한국 패션이라는 이름으로 따로 섹션을 만들어 판매하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띄며,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패션을 따라 하는 경향이 있는 싱가포르 젊은 층에 한류 패션은 충분한 매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틈새시장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싱가포르의 패션시장은 주요 브랜드를 제외하고도 잘 알려지지 않은 세계 여러 나라 브랜드가 다양하게 섞여 있다.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지만 아직도 70.3%에 해당하는 시장은 인지도가 없는 브랜드 및 기타 의류업체들이 차지해 한국 패션기업이 진출할 여지는 충분하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주로 유럽 및 북미 기업들이어서 아시아인 체형과 취향에 맞고 가격경쟁력까지 갖춘다면 이미 질적 수준이 높은 한국 패션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비즈니스 환경과 잘 구축된 싱가포르 유통망도 강점이다. 싱가포르는 비즈니스 환경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법인 설립 등 진출 절차가 간편하고 다양한 세금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아시아권을 넘어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거점으로 성장했다. 싱가포르는 이미 선진화된 백화점 및 쇼핑몰을 갖추고 있어 시장 경쟁력만 갖추면 빠른 속도로 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는 대형 백화점과 같이 대형 유통망 외에도 전문 브랜드 점의 활용도가 높으며, 이들의 점유율은 67%에 이르러 독자적인 마케팅 전략이 용이한 것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결국 차별화된 현지화 전략 필요가 필요할 것이다. 싱가포르인의 특성상 패션상품은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구매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며 최근 들어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여 사전 정보 습득 후 매장 방문을 하는 추세로 소셜 마케팅 활용도 유용할 것이다. 싱가포르의 한 온라인 쇼핑몰은 온라인상에서 본 의류를 직접 입어볼 수 있도록 하는 플래그십 매장을 제공하는 등 현지인의 특성에 맞게 서비스를 보완하고 있다.
싱가포르인들은 연중 한여름의 날씨지만 에어컨 환경에 적응이 돼 남성은 긴 팔 소매를 주로 입고, 여성 또한 여분으로 카디건 등을 입으며, 최근 한국, 대만 등 인접국들로 겨울 여행 수요가 증가해 재킷, 점퍼 등 겨울용 의류 매출이 증가하는 추세다. 싱가포르인은 명품이 아니면 질 대비 가격을 면밀히 따지는 성향으로 처음부터 프리미엄 가격 정책 구사는 어려울 수 있으며, 높은 품질의 제품이라는 인식을 먼저 제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자료 출처=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패션엔 유재부 기자
kjerry386@naver.com
- <저작권자(c) 패션엔미디어, www.fashionn.co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