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 2014-05-21 |
스텔라 맥카트니의 양심고백... “나는 100% 친환경 디자이너가 아니었다.”
본질적으로 지속가능과 패셔너블의 공존은 어려운 과제일까? 천연 모피와 가죽을 쓰지 않는 에코 프렌드리 디자이너로 알려진 디자이너 영국 디자이너 스텔라 맥카트니가 스스로 자신이 100% 친환경 디자이너가 아니라고 고백을 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나는 천연 가죽이나 모피를 소재로 쓰지 않는다. 단순히 내가 채식주의자여서도 아니고 패션업계를 위해 도살당하는 동물이 한 해 5억 마리에 달하기 때문도 아니다. 천연 모피와 가죽이 환경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말 밀접한 연관이 있다. 다행히 최근에는 이 사실을 깨달은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다. 무두질 공장에서 흘려보내는 폐수와 가죽 처리 과정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환경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함께 영국을 대표하는 지속가능패션 지지자인 디자이너인 스텔라 맥카트니의 말이다. 그녀는 자신의 컬렉션을 통해 천연 가죽과 모피 대신 인조 가죽과 모피를 사용하며 세계 패션계에 신선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랬던 그녀가 최근 <파이넴경 타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도 100% 친환경 디자이너가 아니라며 지속가능 패션의 한계를 실토했다.
지난 4월 <파이넨셜 타임즈>의 바네사 프리드만은 코펜하겐 패션 정상 회의에서 '패션 산업에서의 지속가능성의 역설'이란 주제의 연설을 통해 “디자이너가 시즌이 끝난 후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면서 트랜드라는 새로운 스타일을 밀어 붙여야 한다는 사실은 지속가능의 영속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전혀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패션의 지속가능성에는 다양한 측면이 있다. 하나는 제품이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환경 정책이나 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의 실패는 지난해 방글라데시 라나 플라자 공장 붕괴처럼 비극적인 결말을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 다른 측면은 소비자들이 더 세련된 새로운 제품을 기다리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패스트 패션의 영향으로 유행이 3개월 주기로 바뀌는 상황에서 지속가능 패션은 그 한계를 드러내는 셈이다. 오죽했으면 베티나 밸러드 전 <보그> 미국판 에디터는 “유행은 그것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에는 너무 빨리 피었다 진다”고 말했을까.
한편 지난 19일(현지 시간) 멕시코에서 열린 FT 비즈니스 오브 럭셔리 정상회의에 참석한 스텔라 맥카트니는 <파이넨셜 타임즈> 바네사 프리드만과의 인터뷰를 통해 위에 언급한 두 가지 요소 모두 '가치 소비를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로 하는 패션의 태도'에 의존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패션의 태도는 악명이 높으면서도 변덕이 심하다고 언급했다.
스텔라 맥카트니는 인터뷰에서 “패션 산업에서 가장 슬픈 일은 유행이 오고 간다는 것이다. 패션 관계자들은 그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한 시즌 모피가 유행하면 다음 시즌에는 유행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이어 “지속가능 패션의 실천과 비즈니스적인 책임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병행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텔라 맥카트니는 아르헨티나 판타고니아에 환경 친화적인 울 공장을 세우고 핸드백 라이닝에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는 등 천연 가죽과 모피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패션 사업에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방법을 구축한 것은 ‘미래를 바라본 책임감’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적극적인 동물 권리 운동가인 스텔라 맥카트니는 자신의 컴퍼니 스토리에 지속가능성이라는 요소를 추가하면서 지구 환경 살리기에 대한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적어도 그녀의 컬렉션을 볼 때면 환경주의(environmentalism)를 언급하지 않고서는 디자이너로서의 그녀의 경력을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소재 소싱에 대한 의문을 갖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비난을 한다. 그것이 중요한 문제다” 라고 지적한 스텔라 맥카트니는 이어 “사람들은 농사를 지을 때 다음 시즌에 훌륭한 농작물을 얻기 위해서는 토양을 다시 제자리에 돌려놔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패션 산업은 항상 그 관점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제품 생산에 있어 보다 책임 있는 접근 방식을 취해야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구축할 수 있지만 스텔라 맥카트니 자신의 브랜드 조차 지속가능 패션 실행에 있어 100% 지속가능과 거리가 멀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그녀는 자신이 선보인 지속가능한 컬렉션과 관계없이 디자이너로서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해야 하며. 특히 시즌을 앞두고 핫 티켓 백을 만들기 위해 물불 안 가리는 다른 디자이너와 자신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고백했다. 맥카트니는 “나는 패션 디자이너다. 그리고 나는 여성들이 갖고 싶어 하는 가치 있는 럭셔리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소비자들이 지속 가능 패션에 대한 인지를 하든 그렇지 않든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싱과 제조를 통해 패션 제품의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디자이너들은 여전히 자신의 제품을 구매할 소비자들을 설득하고 더 많이 사도록 하는 패션 게임을 벌어야 한다. 프랑스 시인 장 콕토는 “예술은 시간이 지나면서 아름다워질 가능성이 있는 추한 것을 만들어 낸다. 반면 패션은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추해지는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명언을 남겼다. 자본주의의 한계인 개발과 환경이라는 두 가지 개념이 대립되는 것처럼 지속가능성과 트렌드라는 두 가지 개념 역시 대립적이다. 지속가능성이라는 것은 장기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트렌드는 단기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비엔 웨스트우드는 “많이 고민하고, 비싸게 사서. 오래 입자”라는 발언을 통해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를 촉구했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지아니 베르사체는 “트렌드에 열중하지 마라. 패션이 당신의 주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당신이 당신을 정의하고, 옷 입는 방식과 생활 방식으로 당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결정하라.”고 말했다. 컨슈머를 벗어나 프로슈머가 되라는 말일 것이다. 또한 미국 디자이너 타미 힐피거는 “온갖 유행을 따르려고 무리하게 애쓰고 있지 않은가? 패셔너블해 보이고 싶어서 어울리지도 않는 이번 시즌 유행 아이템들을 모조리 긁어모으고 있지 않은가?”라며 맹목적으로 유행을 쫓는 패션 빅팀들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지속가능과 트렌드라는 전혀 다른 요소가 합쳐진 지속가능 패션의 한계를 보는 듯하다.
환경 보호 운동의 키워드는 맑은 물과 공기다. 물과 공기에 영향을 미치는 패션 제조 시스템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아울러 소비자들 역시 미래에 자손들에게 지구를 온전히 물려주기 위한 의식 개혁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발 빠른 유행을 쫓아가다보니 유럽의 경우 구입한 패스트 패션을 포장지도 뜯지 않은 채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빠른 유행과 싼 가격 때문이다. 아울러 디자이너들 역시 패드적인 성격의 단타 트렌드가 아니라 지속성을 가진 트렌드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트렌드의 학술적 개념을 보면 소수에 의해 1년간 지속되면 패드(Fad)가 되고, 상당한 사람들이 5년이상 지속하면 트렌드(Trend)가 되고, 이것이 10년 이상 지속되면 메가 트렌드(Mega Trend)가 되고, 이것이 30년 이상 지속이 되면 문화(Culture)가 된다고 한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패드가 되고, 아이돌 그룹의 트렌드와 메가트렌드를 거쳐 결국 K팝이 문화로 발전한 것이 그 좋은 예다.
적어도 5년 이상 지속될 트렌드를 보여주어야 하는 것을 결국 디자이너의 몫으로 남았다. 오가닉과 리사이클, 공정무역을 기반으로 하는 지속가능 패션의 성공여부는 디자인 개발에 달려있다. 오가닉과 리사이클, 공정무역이 트렌드가 되고 메가트렌드를 거쳐 문화가 되는 날 지속가능 패션은 지구 환경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이다.
글 유재부 패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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