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패션 2014-05-08

[연극] 5월 광주의 트라우마 다룬 ‘아버지와 살면’

채 피어보지도 못한 젊은 영혼들의 앗아간‘세월호’ 참사를 통해 온 국민은 트라우마라는 무시 무시란 괴물과 싸우고 있다. 여기 80년 5월,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그 트라우마로 힘겨운 싸움을 하는 여자 정숙이 있다. 그녀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5월, 그날이 다시 왔다. 여기저기에서 5월 광주 민주화 운동을 기리는 행사가 다앙한 가운데 80년 5월을 다룬 연극 < 아버지와 살면>이 주목을 끌고 있다. 오는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5월 20일부터 6월 1일까지 공연되는 <아버지와 살면>는 5월의 의미를 되집어 보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연극 <아버지와 살면> 은 <달님은 이쁘기도 하셔라> 라는 공연으로 국내에 잘 알려져 있는 일본 극작가 이노우에 히사시의 희곡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오노우에 하사시의 원작을 극단 '다'가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각색 번안해 공연한다. <아버지와 살면> 은 날이 갈수록 상업화로 물들어가는 한국사회 또는 자본에 의해 잠식되어져가는 연극 사회에서 다소 무거워 보일 수 있는 주제지만 인생을 다루는 중요한 화두를 던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장사를 하는 억척스런 아버지와 그의 어린 딸이 있다. 1980년 5월 광주, 아버지는 장사 하던 중 계엄군의 총칼에 사망한다. 이후 딸은 전문대를 졸업하고 도서관 사서로 근무하는데... 조심스럽고 수줍음 많은 한 청년이 끈질기게 구혼을 해오고 이 딸도 관심이 있으나, 고아인 자신의 환경에 대한 비관으로 고심만 하며 세월을 보내는 중,‘사랑의 응원단장’을 자칭하며 아버지가 유령이 되어 나와 딸을 응원하다.

거창한 역사관이나 숭고한 저항정신과는 거리가 먼 순박한 한 젊은이(정숙)가 주인공이로 아버지의 존재도 허상에 불과하니 따지고 보면 1인극에 가깝다. 평범하고 순수한 정숙은 아프다. 천둥이 치면 아이처럼 공포에 질리고 남자에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명백한 트라우마다. 그 기원은 역사가 개인에게 부과한 폭력이다. 너무나 무시무시하고 힘겨운 폭력이다. 광주의 명예회복도, 한 남자(경호)의 헌신적인 사랑도 그 치료제가 아니다. 그 동안 우리는 살인마에 대한 복수만이 희생자들의 원한을 씻어줄 수 있다고 믿었다. 개인의 상처에 대해서 역사적인 해결만을 고민했다. 그렇다면 살인마가 버젓이 살아있다면 정숙에게는 행복의 자격도 주어지지 않은 것일까? 소연과 아버지의 원한이 씻기지 못하면 계속해서 자폐적 세계에서 살아야 하는 걸까?

<사이공의 흰 옷>, <고리끼의 어머니>,<어른의 시간>, <2014년 여름> 등 다양한 작품을 연출한 임세륜 감독은 " 연극 <아버지와 살면> 은 국가권력에 희생되어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국가권력에 의해 국가의 기본 단위인 가족이 희생되는 이야기는 어느 시대나 장소를 막론하고 일어났었고 현재와 미래에도 일어날 만한 보편적인 이야기이다. 5•18 광주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잊혀져가는 식상한 옛날이야기가 아닌 기억해야 할 우리 역사이자 현재 혹은 미래에도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 현실이다. 이번 공연을 통하여 한국현대사 속에서 국가권력의 욕망에 의해 희생된 평범한 사람들이 그 상처를 치유하지 못 한 채 사회적 트라우마로 현재까지 남아있는 과정을 관객들과 나누고 성찰케 하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보다 나은 미래를 희망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언출 변을 밝혔다.

개인에게 역사는 괴물이다. 집단적이고 이기적인 이 괴물에게는 개체 따위는 안중에 없다. 역사 자체가 진보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역사의 수레바퀴에 개인-개체의 삶은 늘 짓밟히거나 부대낀다. 선한 사람들의 피를 말하지 않고 역사를 논할 수 없다. 광주의 5.18! 지난 30여 년간 광주는 우리의 양심이고 양식이었다.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도 된다는 허락이었고 우리가 따뜻하게 살아야 한다는 명령이었다. 우리의 30년은 5.18을 역사로 호출하고 그 가치와 의미를 역사로 만드는 데 투여된 세월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 여전히 ‘개인’은 없었다. 거대한 역사 앞에 한낱 개인을 언급할 수는 없었고, 역사의 스케일 앞에 개인-단자를 끼워 넣을 수도 없었다.

이제 역사보다는 개인을 보자. 그리고 광주의 딸 정숙의 행복에 대해 고민하자. 행복한 자가 더 오래, 더 강하게, 더 끈질기게 싸운다. 이제는 행복해질 시간이다. 정숙의 행복은 용서할 용기도 없으면서 5.18을 벌써 망각 속에 던져버린 우리들 자신에 대한 경고인 셈이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kjerry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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