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 2014-05-02 |
명품과 프리티 우먼 효과
'프리티 우먼 효과'가 연구를 통해 실제로 증명되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잘 팔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그렇다. 친절한 점원보다 무뚝뚝하고 무례한 점원이 명품을 더 잘 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날 여왕님은 추녀였다. 평소에도 추녀였겠지만, 그날은 각별히 추녀였다. 밤을 세운 탓에 고무공처럼 부어오른 얼굴, 부스스한 머리를 고무줄로 아무렇게나 묶고 T셔츠에 진 바지 차림의 초 캐주얼 스타일․․․․․․ 사넬이니 에르메스니 떠들어대도 보통은 이런 차림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 맥 빠진 모습 그대로 밖으로 나가, 친구와 이세탄에 기게 되었다. 시간을 좀 때울 생각이었지만, 이세탄에 가면 샤넬을 엿보지 않을 수 없는 나카무라 우사기의 슬픈 습성.
슈퍼에 가는 아줌마 차림이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여왕님이기 때문에 나는 어깨에 힘을 주며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
이세탄 샤넬 매장의 점원은 볼품없는 아줌마를 보더니 "어서 오세요"라는 인사말도 없이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아니, 어쩌면 인사하는 것을 잊었는지도 모르지만, 성질이 삐딱한 여왕님은 순간 충격을 받았다. 무시당했다․․․․․․. 내가 샤넬의 점원에게 무시당했다! 당신 같은 가난한 아줌마 냉큼 돌아가라는 뜻인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이를 빠드득 갈며 무표정한 점원 앞을 몇 번 왔다 갔다 한다. 하지만, 점원은 변함없이 모른체 한다. "무엇을 차고 계십니까?"라는 말도 없다. 겉으로는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지만, 마음속 깊이 서서히 열이 받치는 여왕님․․․․․․. 너, 나를 바보로 여기는구나!!!
여왕님은 잽싸게 매장을 둘러보았다. 바로 눈앞에 새로 나온 가방이 있었다. 별로 가지고 싶지도 않으면서 여왕님은 열심히 요리조리 뜯어보며, '그래 사자, 사자'하고 무언의 주문을 외우며 가방에 손을 댔다... 그 순간! 가방은 여왕님의 손에서 미끄러져. 매장 안을 크게 울리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진 것이다! 그 소리에 매장안의 사람들이 모두 쳐다보았다. 이제까지 무시하고 있던 점원도 잽싸게 달려온다.
여왕님은 당황했다. 아무리 점원의 관심을 끌려고 했다고는 하나, 이런 식으로 주문받을 생각은 아니었다. 이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닌가!
"아, 아, 미안합니다․․․․․․!"
"괜찮습니다."
점원은 웃으면서 가방을 주워들었다. 흠 잡을 데 없이 매우 정중한 대응이다. 하지만 비뚤어진 여왕님은 그 미소에서 이런 메시지를 읽었다.
"저 촌닭은 이래서 안 돼! 이런 매장에서는 마음대로 상품을 만질 수 없으니까, 점원을 부르는 게 예의야!"
물론 점원은 그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모두 나의 망상이다. 아까부터 줄곧 삐딱하게 나가는 여왕님은 자신의 망상 메시지에 완전히 빠져들고 말았다.
"아, 저기․․․․․․ 그 가방!"
원래의 장소에 가방을 올려놓고 있는 점원에게 여왕님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꽂혔다.
"그 가방, 다른 색도 있나요?"
"있습니다. 이것은 빨강과 보라, 두 가지 색이 있습니다."
"알았어요."
여왕님의 눈앞에 두 가지 색상의 가방이 날라져 왔다. 하지만, 처음부터 살 생각이 없었던 가방인지라 어느 쪽을 선택할 수도 없다. 분명히 말해, 빨강도 보라도 모두 별로다!"
"어느 쪽으로 하시겠습니까?"
점원이 공손하게 묻는다. 여왕님의 귀에는 그것이 "빨리 결정해, 촌닭아!"처럼 들린다.
"어, 저기․․․․․․."
"가격도 저렴합니다."
점원은 단순한 사실을 말했을 뿐이지만, 여왕님의 귀에는 그것이 "당신에게는 비쌀지 모르겠군. 흥"하는 소리로 들린다.
그 순간, 여왕님은 눈을 부릅뜨고 완전히 열 받은 얼굴로 점원에게 소리쳤다.
"이거 둘 다 줘요!"
쿠르르릉(지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전 친구는 매장을 나온 후 이렇게 물었다.
"너, 지불할 수 있어?"
지불할 능력이 없다! 까악․․․․․․!
위의 글은 일본 작가 나카무라 무사기의 책 <너희가 명품을 아느냐>의 '여왕님, 비뚤어진 대가'라는 제목의 글이다. 카피라이터와 기자를 거쳐 작가로 데뷔한 그녀는 스스로의 엄청난 낭비 생활을 고백하는 에세이스트로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다. 위의 내용이 바로 '프리티 우먼 효과'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최근 캐나다에서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버릇없는 무례한 점원들이 고객들에게 명품을 더 잘 파는 일명 '프리티 우먼 효과(Pretty Woman Effect)'가 사실로 증명되었다고 한다. 이 용어는 1990년에 개봉한 리차드 기어와 줄리아 로버트 주연의 영화 <프리티 우먼>에서 콜걸로 나오는 줄리아 로버츠를 얕보고 무례하게 대하는 무뚝뚝한 판매 사원에서 유래했다. 실제로 프리티 우먼 효과는 소비자에게 더 많은 것을 사고 싶게 만든다고 한다. 단 하이엔드 명품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한다.
'악마는 프라다를 팔 수 있을까? 판매 거부는 잠재 소비자들의 브랜드에 대한 욕망을 증가시킨다(Should the Devil Sell Prada? Retail Rejection Increases Aspiring Consumers Desire for the Brand)'라는 타이틀의 새로운 연구의 구체적인 결과는 <소비자 리서치 저널(Journal of Consumer Research)> 10월호에 발표될 예정이라고 한다.
영국 컬럼비아 대학의 연구원들은 자원 봉사자들에게 그들이 디자이너 브랜드나 혹은 하이 스트리트 매장에서 쇼핑을 할 때 판매 사원들(배우가 연기)이 환대하거나 혹은 무뚝뚝하게 대할 때의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를 질문했다. 그 결과 나중에 무례한 직원들을 만난 사람들의 경우 특히 판매사원의 야비한 태도에 의해 영향을 받는, 자신만의 명품을 소유하기를 갈망하는 사람들처럼 이들도 명품을 더 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H&M이나 갭과 같은 숫자가 더 많은 대중적인 브랜드에서는 이런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프리티 우먼 효과는 소비자들이 진심으로 갈망하는 버버리나 구찌 같은 럭셔리 브랜드 매장에서만 일어났다" 연구를 지도한 대런 달 교수는 소비자들의 명품에 대한 욕망이 출세지향주의 브랜드인 명품 구매로 이어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달 교수는 "속물근성이 루이비통이나 구찌와 같은 명품 브랜드의 가치를 구입하는 자격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연구는 그들이 다른 사람이 참여하기를 갈망하는 고등학교의 '내집단(內集團])'과 비슷한 효과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소유에 대한 욕망은 강력한 힘이다"라고 말했다.
달 교수가 말한 내집단은 집단 사이의 관계를 집단의 폐쇄성이라는 사실과 관련하여 설명하는 집단개념으로, 인간의 심리적 집단태도의 유형이기도 하다. 이 용어는 미국의 심리학자 W.G.섬너가 처음으로 사용하였는데, 그는 미개종족에 관한 연구를 통하여 종족 간에 대립관계가 발생하면 내집단과 외집단, 즉 ‘우리집단(we-group)’과 ‘그들 집단(they-group)’이라는 범주가 사람들의 태도에 뚜렷이 나타나며, 내집단에 대한 단결과 충성의 감정, 그리고 외집단에 대한 적의와 배척적인 태도가 상관적으로 발전해 간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감정은 필연적으로 인종중심주의의 태도를 낳으며, 자기가 속하는 내집단의 포크웨이즈(folkways:생활양식이나 도덕·가치)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종족적 편견을 가지게 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내집단과 외집단은 파벌의식· 애향심· 애국심· 내셔널리즘 등의 배외적 태도로 설명할 수 있다.
수입 명품 브랜드의 프리티 우먼 효과는 고객을 대할 때는 쌀쌀맞게 대하고(treat them mean) 열망하게 만들라(keep them keen)는 그들만의 판매 전략인 셈이다. 즉 한꺼번에 다 주지 말고 밀고 당기라는 뜻일 것이다. 결국 소비자를 왕이 아닌 밀땅 관계의 연인으로 보는 수입 명품 브랜드의 낭만적(?)인 전략이 여성 고객들에게 통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해본다. 보통 여자들은 착한 남자보다 마초적인 나쁜 남자를 좋아하니 말이다.
어쨌든 수입 명품 브랜드의 '소비자는 애인'이라는 판매 전략은 특히 속물근성과 내집단주의에 빠진 아시아 소비자들 덕분에 여전히 승승장구 하고 있다. 비싸야 잘 팔리고 한정 품이라야 잘 팔린다는 수입 명품 소비의 본질은 현대 여성들의 공허함이 소유욕으로 나타난 현대적 의미의 토템 사상이 아닐까 한다. 수입 명품은 여성들을 착각하게 만드는 존재다. 하지만 더 나쁜 착각은 '나는 허영심이 아니라 품질을 따지는 현명한 안목의 소유자'라는 자기 정당화다. 명품예찬론자는 여성들의 적인 셈이다.
대체 옆 탈의실에 있는 여자는 어떤 여자일까?
조심스레 밖으로 머리를 내밀어 훔쳐보니 '저런 여자가 샤넬을 입는다고? 착각도 유분수지!'라는 느낌을 주는 키 작고 못생긴 뚱보 아줌마(삼중고를 다 갖췄지만 부자인 듯)였다.
그 모습을 보니 여왕님은 한층 기가 살아 거의 싸울 것 같은 기세로 점원을 불렀다.
"저기요 저분이 입은 정장, 나도 그거 입어보고 싶어요!"
"기다리세요!"
종종걸음으로 사라지는 점원의 뒷모습을 보면서, 흠- 하고 콧바람을 세게 내뿜으며 탈의실에서 도도하게 서있는 여왕님(팬티 한 장만 걸치고) 아까 꾀병을 부려서라도 도망치려고 했던 자신과 지금의 내가 동일 인물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재빠른 변신이다.
그리고 이렇게 된 이상 이제 나는 샤넬이 파놓은 함정에 빠져 껌짝할 수 없는 개미 새끼 상태.
이것도 주문하고 저것도 주문하여 순식간에 백만 엔을 넘어섰지만, 본인은 아직 깨닫지 못한다.
대게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문득 제정신이 돌아와 "빌어먹을. 또야 또! 샤넬에서 또 쇼핑을 하고 말았어. 이 나카무라야!!!"하며, 숨이 끊어질 듯 절규할 뿐이다.
<나카무라 우사키의<너희가 명품을 아는가> 중에서>
글 유재부 패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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