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14-03-26

2014 가을/겨울 서울 컬렉션 리뷰(4)

디자이너 박춘무와 이석태의 관록을 과시한 패션쇼에서 부터 이청청과 윤춘호 등 첫 데뷔 컬렉션에서 인상적인 패기를 보여준 GN의 루키들까지 다양함과 젊은 패기, 그리고 관록이 돋보인 4일차 서울패션위크를 만나본다.




서울패션위크 개막 4일 차인 24일, 신진 디자이너들의 무대인 제네레이션 넥스트 컬렉션이 성황리에 종료됐다. 여성복 13회, 남성복 4회의 총 17명의 신인 디자이너가 보여준 이번 제네레이션 넥스트 컬렉션은 신인 특유의 참신함과 활기찬 무대로 젊은 패션 피플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 점점 더 젊어지는 서울패션위크의 회춘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해외 프레스와 바이어의 경우 제너레이션 넥스트 컬렉션에서 한국 패션의 무한한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며 전에 볼 수 없는 호평을 쏟어 냈다. 당장의 바잉은 어렵지만 앞으로 이들의 발전하는 모습에 주목하겠다는 그들의 다짐처럼 이들 젊은 그대들이 있기에 패션코리아의 미래는 밝은 무지갯빛이다. 박춘무와 이석태의 관록을 과시한 패션쇼에서 부터 이청청과 윤춘호 등 첫 데뷔 컬렉션에서 인상적인 패기를 보여준 루키들 까지 다양함과 젊은 패기, 그리고 관록이 돋보인 4일차 서울패션위크를 만나본다.




2014 F/W DEMOO PARKCHOONMOO Collection


패션코리아에서 데무 박춘무의 존재는 온전히 패션 디자이너로 살아가는 한길 인생의 전형을 보여준다. 남대문 시장에서 시작해 NWS를 거쳐 파리 찍고 뉴욕 시장 진출에 이르기 까지 느리지만 오래가는 마이웨이 행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적어도 아이덴티티에 있어서만큼 데무 박춘무는 한눈팔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왔고 그 결과 대기만성형 성과를 이루어 냈다. 만약 현존하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중에 100년을 바라 볼 수 명품 브랜드를 꼽으라면 데무 박춘무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커머셜이 대세인 컨템포러리 패션에서 자신의 아우라를 지킬 수 있는 그 뚝심에 패션인의 한사람으로서 박수를 보낸다.   


절제된 라인의 블랙과 모노톤의 컬러를 기초로 디자이너의 캐릭터를 보여줘 온 데무 박춘무는 쿠튀르적인 정교한 커팅과 구조적인 테일러링으로 레트로 무드의 아방가르드 룩을 재해석해왔다. 다양한 아이템의 레이어링과 믹스 매치로 자신만의 룩을 창조해 온 데무 박춘무는 이번 컬렉션에서 25년 전 초심으로 거슬러 올라가 브랜드 시작점의 0을 보여준다.


박춘무 디자이너는 “‘이것은 옷도 아니다’처음 디자인한 옷에 대한 한 비평가의 평론이 나에게 승부욕을 불러 일으켰고 평생 무엇이 좋은 디자인인가 생각하게 해준 말이다. 과연 무엇이 진정한 옷일까? ‘무(無)로부터’라는 브랜드 네임을 가진 DEMOO를 전개하며 항상 무(無)의 의미는 내게 항상 다르게 다가왔고 그렇게 25년이 흘렀다. 무(無)는 내게 무한한 가능성과 의미를 지닌다.”라고 말했다.


아주 두꺼운 펠트(+)와 아주 얇고 하늘거리는 실크(-)의 매치, 블랙(+)과 화이트(-)의 조화, 오래된 것(-)과 모던한 것(+)의 믹스를 통해 데무 박춘무만의 가감법으로 새로운 무(無)를 창조해 냈다. 데무 박춘무의 기본적 스타일을 충실히 따르는 형태는 펠트, 가죽, 모헤어, 실크, 퍼가 화이트, 블랙, 베이지 컬러와 만나 완성되었다.















2014 F/W ENZUVAN Collection


디자이너 홍은주의 엔쥬반은 아방가르드한 감각에 페미닌하고 오리엔탈적인 요소와 실용성을 가미한 컬렉션이다. 내추럴한 무드, 정돈된 소재, 자유로운 라인의 결합으로 차별화된 스타일을 제안해온 엔쥬반은 이번 시즌 ‘패러독스 오브 뷰티(Paradox of beauty)’라는 테마를 들고 나왔다.


부드러움과 강함, 부풀린 듯 과장된 볼륨과 몸에 밀착되는 실루엣. 단순하면서 디테일이 살아 있는 디자인, 색의 혼합과 소재의 혼합으로 이루어내는 미묘한 느낌의 실루엣, 겨울과 여름 시즌의 공존 등 서로 상반되어 조화될 것 같지 않은 요소들의 재배합이다. 몸을 감싸 둥근 선으로 표현되는 코쿤 스타일과 타원형으로 퍼지는 트라페즈 스타일, 배기바지 혹은 H라인 스커트와 오버 사이즈로 표현되는 니트들의 코디네이션 등 여성스러움과 중성적 느낌이 혼재하는 스타일링을 보여주었다.


패브릭으로는 벨로아, 벨벳, 플로킹 벨벳, 쟈카드 스판, 프린트 기모 원단, 레이스, 나일론 패딩, 페이크 퍼, 페이크 무스탕, 울 저지가, 컬러는 블랙, 화이트, 레드, 와인, 카키, 골드, 실버가 사용되었다.
















2014 F/W KAAL E.SUKTAE Collection


이석태 디자이너가 이끄는 칼 이석태는 구조적 아방가르드를 추구하는 모던 컨템퍼러리 디자이너 브랜드다. 옷에 대한 구조적 해석과 시크하고 무게감 있는 테일러링이 특징으로, 다양한 스트리트 패션과 문화적 감성을 수공예적으로 접근한다.


비트 강한 패션쇼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긴 생머리에 챙 길이가 긴 모자를 쓴 모델들이 캣워크를 활주하면서 패션쇼가 시작되었다. 블랙과 화이트의 조화가 돋보이는 구조적인 실루엣, 다소 무거워 보일 수 있지만 그런지한 신발의 부조화속 조화를 엿볼 수 있었다. 그의 구조적인 실루엣에 대한 탐미주의적 시각은 초기에는 다소 아트적인 느낌이라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낸 지금은 그만의 에스프리로 변주해 주목을 받고 있다. 그 바탕에는 바로 완벽한 테일러링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컨셉코리아를 통해 뉴욕패션위크에 참여하기 시작한 이석태의 구조주의는 '서울 10 소울'때보다 한단계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시즌 칼 이석태는 1990년대 패션에서 영감 받아 그런지 패션을 모던하게 재해석했다. 오버사이즈 실루엣의 레이어링 스타일로 새로운 구조적 실루엣을 제안했는데, 이는 가죽, 울, 벨벳, 새틴, 코튼 소재가 블랙, 그레이, 아이보리 등의 모노톤 계열의 모던한 색상 그리고 에메랄드 그린, 잉크블루, 레드 등의 포인트 컬러와 조화를 이뤄 완성되었다.
















2014 F/W LIE Collection


한마디로 이청청의 독립선언이었다. 아버지 이상봉 밑에서 인터네셔널 디렉터로서의 임무를 수행한 이청청에게 아버지와 다른 DNA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트적인 패션을 추구하는 아버지와 달리 아들 이청청은 마치 나는 나라는 미이즘을 표출하듯 아버지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는 자신만의 패션쇼를 선보였다. 영국 센트럴세인트마틴스 출신답게 부분적인 엣지가 엿보이기는 했지만 커머셜한 라인을 추구하는 디자이너의 속내를 감출 수는 없었나 보다. 너무 솔직한 커머셜 라인은 감동보다는 가능성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후광을 버리고 GN컬렉션을 통해 스텝바이스텝으로 자신의 길을 가려는 이청청의 도전 정신이 있기에 그의 앞날 역시 맑음이 아닐까.


변형된 럭셔리 에브리데이 웨어를 표방하는 이청청 디자이너의 라이는 이번 시즌 ‘My girl’을 테마로 했다. 매니시 룩에서 받은 영감을 라이의 강점인 테일러링과 흥미로운 소재들의 혼합을 사용해, 도시적이지만 스포티한 요소들을 감성적으로 표현했다. 한 마디로 ‘Urban yet Sporty’,  ‘Feminine yet Mannish’로서 여러 감성에 대한 느낌들을 미묘하게 결합했다. 테일러링과 스포티한 요소들이 가미된 아우터, 새로운 커팅과 소재를 믹스 매치했으며, 울, 코튼, 가죽, 시폰의 소재와 블랙, 그레이, 아이보리, 코럴, 머스터드 컬러를 사용했다.
















2014 F/W Monte Milano Collection


아마도 서울패션위크에 참가한 디자이너 중 가장 커머셜한 디자이너를 꼽으라면 바로 몬테밀라노의 실비아 오일 것이다. 물론 너무 커머셜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 다양성이 존중받는 현대 패션에서 실비아 오 같은 디자이너 역시 존재의 의미가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패션의 양극화 시대에서 아트적인, 어깨에 힘이 들어간 패션도 의미가 있지만 힘을 뺀 대중적인 패션도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바탕에는 열렬한 마니아들이 존재한다. 작품성으로 인정받는 디자이너가 있다면 대중성으로 인정받는 디자이너도 있어야 한다.


화려한 프린트와 소재의 믹스 매치로 페미닌한 감성의 믹스 매치 룩을 지향하는 디자이너 실비아 오의 몬테밀라노는 이번 시즌 우아한 색조로 보헤미안 이미지를 표현하고 골드, 오렌지색을 결합한 오리엔탈 무드를 나타냈다.


컬러풀한 프린트 컬러로 몬테밀라노의 강렬한 에너지가 예술적인 감성의 컬러로 구현된 것. 코튼, 울,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활동의 편리함을 위한 라이크라와 스판의 혼방직물로 만들어진 신축소재 등 다양한 패브릭이 쓰였고, 가죽과 퍼 등의 고급스러운 소재도 사용되었다.















2014 F/W Steve J & Yoni P Collection


위트와 개성이 돋보이는 디자이너 레이블 스티브 J & 요니 P의 이번 시즌 테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과 삶은 흘러간다(Nevertheless life goes on)’이다. 암울한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방황과 속박 속에서도 결코 잃고 싶지 않은 희망의 빛을 런웨이에 담았다.


이 세상의 모든 희망은 어둠 속에서 강인한 생명력을 꽃 피우는 법. 엉킨 쇠사슬과 체인 프린트는 플라워와 결합되어 강하지만 동시에 로맨틱한 무드를 표현한다. 그리고 오늘날 군대와 전쟁의 상징인 카무플라주는 플라워 자수와 만나 드라마틱하고 낭만적인 룩으로 재탄생했다. 눈부시게 반짝거리는 스팽글 장식과 시스루 플라워 프린트 드레스 등은 까마득한 혼돈의 길을 환하게 밝혀줄 기특한 아이템들이었다.
















2014 F/W GOENJO Collection


조고은 디자이너가 이끄는 고은조의 핵심 콘셉트는 구조적 테일러링과 예술적 패턴이다. 입체적 재단으로 인한 착용에서의 실용성과, 고유의 프린트 디자인을 통한 예술성을 함께 만족하는 것. 이번 시즌의 패턴 프린트로 사용된 이미지는 이성수 화백의 작품으로, 주로 초현실적 연상을 유도하는 자동기술기법이 적용되는 단순하고 추상적인 문양들이다.


호안 미로(Joan Miro)의 원초적 기호나 심리검사에 사용되는 로흐세크(Rorcharch)에서 영감 받은 이 프린트는 세련되고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매력을 지닌 패턴들이다. 조고은 디자이너는 이 프린트의 연상효과를 최대한 확장하기 위해 미니멀하고 구조적인 형태의 옷을 디자인하여 순수예술과 패션 간의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패브릭은 아트 프린트가 되어있는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였다. 저지나 면류 등의 대중적인 것에서부터 실크, 퍼의 고급스런 원단까지 다양했다. 컬러는 블랙&화이트 프린트를 기본으로 하고 거기에 버건디, 그린 오렌지 등을 포인트로 활기를 더했다.
















2014 F/W fashion story JUNG HUN JONG Collection


패션스토리 정훈종의 주력 아이템은 심플함과 화려함, 우아한 여성미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원피스로, 수작업을 이용한 오트 쿠튀르적인 디자인 포인트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2014 F/W 컬렉션의 주제는 ‘꽃의 왈츠’로, 꽃을 매개로 화려한 색감, 텍스처를 이끌어 꽃향기가 퍼지는 것 같은 경쾌한 생동감을 콘셉트로 잡았다.


또한 볼륨을 강조한 풍성한 실루엣으로 한국적인 요소와 과장된 왜곡, 오브제의 활용 등 서양의 입체적인 요소를 접목시켰다. 울, 시폰, 실크, 레이스 소재와 블랙, 레드, 옐로, 핑크 컬러가 자주 볼 수 있던 소재와 컬러.
















2014 F/W TheKam Collection


실루엣은 클래식하지만 어딘가 엉뚱한 구석이 있는 위트 있는 여성들을 위한 브랜드, 더감의 2014 F/W 컬렉션 테마는 ‘Modern tribal’이다. 이는 디자이너가 아날로그의 삶을 그리워하는 현대인을 보고서 아날로그 적이지만 세련된 감각과 형태를 찾기 시작한 것에서 출발한다. 옷을 통해서 민속적이면서 대지의 향취를 느껴질 수 있는 아프리카 무드와 인체의 곡선을 아름답게 나타낸 50년대의 실루엣을 참고해 둥근 어깨선과 곡선의 느낌을 나타냈다.


1950년대의 실루엣, 그리고 아프리카를 키치적이면서 소녀적인 순수함으로 나타냈는데, 클래식한 실루엣을 토대로 유머스러운 감각을 통해 서로 상반되는 것이 주는 즐거움을 보여주었다. 소재로는 모, 알파카, 앙고라, 면 레이온 혼방이, 컬러로는 블루, 카멜, 그린이 쓰여 컨템퍼러리 룩을 완성했다.















2014 F/W ARCHE Collection


윤춘호 디자이너의 아르케는 클래식을 베이스로 모던 페미니즘을 추구하는 브랜드로 2014 F/W 테마는 ‘더 로즈 오브 베르사유(The rose of Versailles)’다. 애니메이션 <베르사유의 장미>의 마리 앙투아네트를 모티브로, 스웨트 셔츠, 스커트, 코트, 점퍼, 드레스, 와이드 팬츠 등의 다양한 아이템을 모던하게 재해석했다.


특히 ‘Marie Antoinette’라는 로고가 박힌 스웨트 셔츠, 꽃 자수 모티브, 보석 프린트, 진주 등이 돋보였다. 네오프렌, 실크, 페이크 퍼, 새틴 등의 소재는 화이트, 페일 핑크, 페일 블루, 민트와 같은 파스텔 톤부터 블랙, 퍼플, 네이비, 골드 같은 강한 컬러에까지 다양하게 쓰였다.
















2014 F/W BAKANGCHI Collection


30대 후반에서 40대 여성을 타깃으로 다양한 상품을 구성하고 있는 박항치는 실용적이고 멋스러움을 강조한 어반 캐주얼 룩을 선보인다. 이번 시즌 룩은 ‘시크 쉐이크(CHIC SHAKE)’를 테마로 한다. 블랙, 브라운, 그레이 컬러에 악센트를 주어 코트 하나, 원피스 드레스 하나만으로 시크함에 몸서리치는 룩을 표현하고자 한 것.


알파카 트위드 등의 소재에 가죽, 레이스 등 다양한 소재를 믹스해 모던 미니멀 라인을 창조했는데, 캐시미어, 알파카, 울 저지, 홈스펀, 색스니, 레이스, 실크, 가죽, 퍼 등의 소재도 볼 수 있었다.
















2014 F/W how and what Collection


박병규 디자이너가 이끄는 하우앤왓은 페미닌한 감성이 표현되는 뉴 미니멀리즘을 표방하는 브랜드. ‘업타운걸 인 서울’을 주제로 하는 이번 시즌 컬렉션은 볼륨 & 타이트 스타일링으로 하이 스트리트 룩을 지향하는 서울의 모던 걸을 표현했다.


기존의 여성스러운 룩이 좀 더 하드하고 단단해진 느낌으로, 전보다 볼륨감 있는 박시한 핏을 선보였다. 타이트한 룩과 박시한 룩을 레이어드해 스타일링의 강약을 준 점이 돋보였다. 원피스와 무스탕 등의 아우터를 많이 볼 수 있었고, 페이크 퍼, 페이크 가죽, 울과 폴리에스테르, 울 실크 등의 소재가 메인 컬러의 블랙과 만나 하우앤왓이 지향하는 바를 보여주었다.
















<자료제공=서울패션위크>


패션엔 유재부 기자

kjerry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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