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2014-03-24 |
2014 가을/겨울 서울컬렉션 리뷰(3)
3일째를 맞은 2014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는 10회의 서울 컬렉션과 6회의 제너레이션 넥스트 컬렉션 등 총 16회의 화려한 무대가 펼쳐졌다. 이번 시즌 여성복에는 구조적 실루엣과 다양한 소재감, 세심한 디테일이 돋보였다. 마치 디자이너들이 그려내는 한 폭의 그림처럼 섬세하게 런웨이를 수놓은 여성복을 만나본다.
2014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 3일째를 맞아 서울 컬렉션에서는 본격적인 여성복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패션 코리아의 레전드 진태옥과 이상봉, 그리고 차세대 디자이너 홍혜진과 최지형, 박승건의 무대는 한국 패션의 신구 조화를 엿볼 수 있는 유익한 무대였다.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진태옥의 내공이 느껴지는 무대는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주었고, 파리 컬렉션에서 뉴욕 컬렉션로 갈아탄 이상봉의 컨템포러리한 변화는 급변하는 세계 패션 시장의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 아울러 신진을 대표하는 3명의 디자이너들은 요즘 젊은 소비자들의 취향을 그대로 읽을 수 있는, 각자의 아이덴티티티가 묻어나는 웨어러블한 의상을 다수 선보여 런웨이와 컨템포러리 스트리트의 경계를 허물어 버렸다. 10회의 서울 컬렉션과 6회의 제너레이션 넥스트 컬렉션 등 총 16회의 화려한 무대가 펼쳐졌다. 이번 시즌 여성복에는 구조적 실루엣과 다양한 소재감, 세심한 디테일이 돋보였다. 마치 디자이너들이 그려내는 한 폭의 그림처럼 섬세하게 런웨이를 수놓은 여성복을 만나본다.
2014 F/W JINTEOK Collection
감동, 그리고 감동이었다. 한국 하이엔드 패션의 레전드 진태옥. 그 이름 석 자만으로 패션인들의 가슴을 떨리게 하는 그의 패션쇼를 볼 때마다 필자는 왠지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 짐을 느낀다. 1934년 일제 치하의 척박한 한국에서 태어나 패션 디자이너의 길을 걸은 지 올해로 49년째다. 이제 80대에 들어선 이 거장이 걸어온 그 지난하고 험난했던 여정은 패션코리아의 살아있는 역사다. 대한민국 1세대 패션 디자이너인 진태옥은 90년대 초 11인의 동료 디자이너와 함께 마치 패션 코리아의 독립선언을 하듯 도쿄 컬렉션에 맞서고자 1년에 두 번 정기적으로 열리는 컬렉션 문화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장본인이다. 어쩌면 지금의 서울패션위크를 만끽하고 있는 것도 모두 그의 덕분일 것이다. 컨템퍼리리한 웨어러블 패션쇼가 대세로 여겨지는 작금의 상황에서 이번 시즌 진태옥이 보여준 패션쇼는 아이덴티티 분명한 디자이너의 에스프리가 관객에게 얼마나 큰 감동을 안겨주는지 여실히 증명했다. 가뭄에 내리는 단비 같은 그의 패션쇼 덕분에 새삼 한국 패션의 뿌리 깊은 나무를 만날 수 있었다.
지난 봄/여름 시즌에는 밝은 화이트 컬러가 주를 이뤘다면 이번 가을/겨울 시즌은 클래식한 올 블랙을 선택해 웅장한 패션 오페라를 보는 듯 했다. “이번 패션쇼는 모든 컬러가 블랙입니다. 가을/겨울 시즌 이니 만큼 클래식하고 쿠튀르적인 것을 아방가르드하게 풀었어요. 컬러는 블랙이지만 울, 코튼, 실크, 레더 등 섬유조직의 변화를 줘 재미를 더했지요.”눈에 보이는 트렌드가 아닌 그 너머에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예술혼에서 진정한 장인의 손길 또한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마영범 교수의 비트를 뺀 몽환적인 음악에 스타일리스트 서영희의 손길이 더해진 스타일링은 아트와 패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모호함에 대한 극단적인 몽환적 연출로 잠시 동안이지만 관객에게 패션을 꿈꾸게 만들었다.
진태옥은 늘 영감을 얻기 위해 방황하고 돌아다니는 것이 디자이너의 숙명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나가는 나무, 돌멩이도 하나의 아이템이라고 생각하며 언제나 자극받을 만한 요소를 찾아다닌다. 여백의 미와 화이트의 정갈함이 돋보이는 그의 패션을 백자를 닮았다고 찬사를 보내는 이유 역시 영감의 원천이 자연이자 예술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역시 예외는 없었다. 프랑스 오르세 박물관 문예 전시를 보고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블랙 로맨스(Black Romance)‘라 명명된 패션쇼는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의 그림에 나오는 여인들에서 영감 받은 여성의 섬세한 아름다움을 레이스와 실루엣으로 변주했다. 펠트 울, 본딩 벨벳, 도트 레이스, 실크, 메탈과 코튼으로 된 메시 소재가 블랙과 화이트 컬러와 만나 오버사이즈 코트, 레이어드 스타일의 블라우스, 라운드 쉐이프 스커트, 페티코트를 보여주었다.
이윽고 피날레 무대. 화장기 없는 수수하고 깨끗한 얼굴에 깔끔한 화이트 셔츠차림에 패터 코트를 입고 등장한 그의 모습에는 담백하고 기품 있는 39년 디자인 인생을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서울 패션위크는 내게 ‘도도한 강물’ 같은 존재예요. 오늘날의 서울패션위크는 모든 디자이너들이 만든 패션의 기지라고 볼 수 있죠. 좁았던 계곡의 자갈들과 큰 바위들이 모두의 노력 끝에 갈고 닦아져 반짝이고 범접할 수 없는 큰 강물이 된 것이라고 생각해요”거장의 이 한마디는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영혼 없는 웰메이드(well-made) 패션은 대중추수주의이자 포플리즘 패션에 다름 아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웰크리에이티브(well-creative) 패션만이 하이엔드 패션 디자이너들이 가야할 힘들지만 지름길임을 그는 한편의 패션 오페라로 증명해 보였다.
2014 F/W Lie Sang Bong Collection
디자이너 이상봉을 처음 만난 것은 필자가 기자 생활을 막 시작하던 90년대 초반이었다. 선배들이 만든 SFAA 컬렉션에 뒤늦게 합류한 이상봉은 중앙디자인그룹이 배출한 전도유망한 신인 디자이너였다. 하지만 80년대 중반부터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전개한 디자이너에게 신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기에 송구스럽지만 당시 정기적으로 컬렉션을 여는 패션 디자이너가 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요즘처럼 몇 년 만에 스타 디자이너가 되어 컬렉션 무대에 오르는 것과 비교하면 는 그야말로 그때를 아십니까일 것이다. 90년대 이상봉은 컬렉션을 통해 블랙을 기본으로 레드가 포인트로 들어가는 공격적이고 아방가르드한 스타일로 늘 앞서나가는 패션쇼를 선보였다. 그래서 일부는 디자이너라기보다는 아티스트에 가깝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예술과의 조우를 통한 그만의 색깔을 유지했다.
이후 파리 컬렉션에 진출하면서 한국적 미학의 세계화를 위해 한국적 헤리티지에 대한 탐미적인 시각을 버리지 않았다. 언제나 화려한 색감과 문양 그리고 간결한 실루엣으로 한국 전통의 멋과 현대적인 패션의 감각이 함께 어우러진 그의 패션을 보고 세계 언론은 ‘한국의 알렉산더 맥퀸’이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글의 패션화나 지난 시즌 무궁화를 모티브로 한 팝 아트 패션 역시 그 연장선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부터 파리 컬렉션에서 뉴욕 컬렉션으로 글로벌 둥지를 옮기면서 작지만 변화가 엿보였다.
자신의 고유한 에스프리를 유지하되 콘템포러리 패션과의 적극적인 이종배합을 시도하는 듯 했다. 어쩌면 커머셜한 뉴욕 소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디자이너의 선택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번 패션쇼를 보고 이전의 파워플한 모습이 사라졌다고 아쉬워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이 역시 그가 가야할 행보라면 몇 시즌 더 기다려보는 것 또한 메이드인 코리아 대표 디자이너에게 우리가 줄 수 있는 작지만 의미 있는 선물이 아닐까 한다.
구조적인 실루엣과 아트적인 감성을 기본으로 새로운 패턴, 커팅, 실루엣이 잘 드러난 이번 시즌 컬렉션은 디자이너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폭발적인 화산의 이미지와 옐로우 스톤 국립공원의 그랜드 프리즈매틱(Grand Prismatic) 호수에서 영감을 얻어 그만의 감성으로 흥미로운 스토리를 풀어냈다.
이제는 이상봉의 시그니쳐가 되어버린 듯한 다양한 패턴 플레이를 보는 순간 '이상봉의 옷'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강렬했다. 특히 태극기 문양을 떠 올리는 블루, 레드 등의 한국적인 색감의 다양한 변주는 블랙 위주의 90년대의 이상봉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으로 자리잡은 느낌이다. 같은 블랙과 레드를 사용했지만 확연히 구분되는 스타일에서 진화하는 스타일의 살아있는 증거를 보는 듯 했다.
여우 털, 실크, 레이스, 캐시미어, 울, 가죽 등의 고급스러운 소재와 블랙, 레드, 블루, 베이지, 컬러를 통해 1970년대 빅 코트, 모던하게 분할된 컬러 블로킹, 각기 다른 성질의 패브릭 매치를 표현하는 등 컨템포러리 패션의 현주소를 확인하면서도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았다. 창조는 늘 파괴를 통해 이루어진다. 새로움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37세인 그의 파괴적 창조 본능이 끝이 어디일지 여전히 궁금하다.
2014 F/W the studio K Collection
올 3월에 열린 아시아패션연합회(AFF) 방콕 총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해 다른 5개국 디자이너와 패션쇼를 마치고 돌아온 스튜디오K의 홍혜진 디자이너는 몇 년 전 '서울 10 소울'에 선정된 이후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어 몇 안 되는 블루칩 신진 디자이너 중 한 사람이다.
소위 '홍혜진 감성'이라는 불리는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일찌감치 정립한 그는 셀럽들과의 친분을 통한 스타 파워까지 가세해 현재 무한질주를 하고 있다. 이번 시즌 역시 스타 파워를 증명이라도 하듯 패션쇼장 프론트 로에는 그의 의상을 사랑하는 패셔니스타 정일우와 이기우, 이청아 커플, 브라운아이드걸스 제아, 조정치 & 정인 커플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었다.
누구누구의 딸인 아닌 패션 디자이너 홍혜진으로 우뚝 선 그의 가장 큰 강점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읽어내는 탁월한 컨템포러리 감성이다. 그래서 그의 패션쇼를 볼 때마다 느끼는 생각은 깔끔함과 트렌드 소화 능력이다. 적어도 최신 트렌드를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뱉어내는 커머셜 감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역사와 문화에 대한 탐미주의적 시각으로 패션을 바라보는 디자이너 홍혜진의 이번 시즌 주제는 ‘당신은 어디에서 왔나요?’로 부제는 ‘Reinvented 00°00’00”’다.‘우리 모두는 어딘가에서 왔다’라는 대전제 아래 가상의 공간에서 컬렉션이 펼쳐졌다. 위도의 기준이 되는 적도와 경도의 기준이 되는 본초자오선이 교차하는 곳, 위도와 경도가 동시에 제로가 되는 스폿은 바로 기니만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서해안 바다 한 가운데에 있는 00˚00’00”를 가상의 공간으로 설정하여 이곳을 재조명했다. 더스튜디오K는 00˚00’00” 스폿을 기준으로 구의 형태인 지구가 자전하는 원리를 통해 또 다른 새로운 점, 선, 면을 만들어냈다. 다양한 방식으로 패턴을 이루는 선과 점이 간결한 테일러링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가로선(위도)과 세로선(경도)의 다양한 조합이 만들어내는 스트라이프와 체크 패턴, 기하학적인 패턴, 그리고 00°00’00”가 위치한 바다 한 가운데에서 볼 수 있는 블루 컬러들은 올 가을 블루이즘이라는 트렌드를 그만의 철학적 메시지로 풀어냈다. 하지만 의미가 철학적이라고 해서 의상 또한 철학적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런웨이 의상은 금방이라도 입고 나가도 될 만큼 웨어러블한 감성의 깔끔한 마무리로 여심을 유혹한다.
2014 F/W JOHNNY HATES JAZZ Collection
구조적이고 직선적인 실루엣에 현대적인 감성을 위트 있게 버무리기로 유명한 쟈니헤잇재즈의 디자이너 최지형 역시 '서울 10 소울'이 배출한 촉망받는 신진 디자이너로 지난 2012년 CFDK 패션 어워드에서 여성복 부문 신인 디자이너상을 수상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번 시즌에는 모험을 즐기는 북유럽 신화 속 바이킹족(VIKING)의 특별한 여행(NU-VOUAGE) 스토리를 보여주었다. 블랙, 그레이, 화이트의 모노톤의 컬러에 블루, 카멜, 레디시 브라운 등의 컬러를 더해 모던하면서도 바이킹의 강렬하고 생동감 넘치는 이미지를 표현했고, 바이킹 특유의 와일드하고 그런지 무드는 수트나 코트 등 테일러드 아이템에서 재해석되어 클래식하게 표현되었다.
그레이, 네이비, 블랙, 다크 브라운, 블루를 주조로 한 날카롭고 직선적인 테일러링의 오버사이즈 코트와 와이드 팬츠 등을 볼 수 있었다. 패턴화된 페이크 퍼와 바이킹 시그니처 이미지를 변형한 그래픽적인 패턴, 코트에 달리거나 재킷과 분리된 형태로 연출되는 큼직한 후드는 컬렉션에 활기와 위트를 더하기 충분했다.
2014 F/W BIG PARK Collection
2012 봄/여름 런던 컬렉션에 첫 선을 보인 디자이너 박윤수의 '빅 파크'는 글로벌 감성의 모험적인 스트리트 웨어를 기존 박윤수올스타일에서 다루었던 다양한 입체적 작품을 통해 재해석하고 있는 브랜드다. 컨셉코리아를 통해 뉴욕 패션 위크에도 참가하고 있는 그의 글로벌 마켓을 향한 야심작인 셈이다.
이번 시즌은 바쁜 하루를 마치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디너, 그리고 그 공간 속 스토리를 무대에 올렸다. 여행 중 앤티크 마켓에서 보물찾기를 하며 디자이너가 수집해 온 앤티크 실버웨어와 접시들, 그 테이블 위에 담진 삶과 이야기는 마치 캡처된 순간의 그림처럼 컬렉션 가운데 담겼다. 가죽, 면, 실크, 울, 네오프렌 소재가 블랙&화이트, 크림, 레드, 그레이, 오트밀 컬러와 만나 디자이너의 일상 가운데 가장 소박한 행복인 디너의 공간으로 표현되었다.
2014 F/W pushBUTTON Collection
엉뚱함과 유쾌함이 매력적인 푸시버튼은 톡톡 튀는 개성과 기발한 디자인으로 독창적인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번 시즌에는 ‘초 정상 자극(Super Normal Stimuli)’이라는 주제를 통해 하이엔드 뉴 스트리트 룩을 보여준다.
한 심리학자가 정의한 이 개념은 자연 현상이 아닌 인조적인 것에 끌리는 ‘본능’을 말한다. 과일보다 달콤한 사탕, 아기보다 눈이 큰 동물 인형, 포르노그래피에 끌리는 본능이 모두 초정상 자극이다. 패션에 있어서는 ‘평범한 것을 낯설어 보이게 만드는 것’으로 표현된다. 그런 의미에서 푸시버튼은 그간 선보여 온 ‘헌 것’에 조금씩 변형을 가미해 ‘새롭고 낯선 자극’을 주고자 했다.
스커트와 팬츠와 믹스된 머스큘린 클래식 재킷, 머메이드 스커트와 매치한 오버사이즈 면 셔츠, 하트 쉐이프 페도라, 모터사이클 팬츠와 스타일링한 실버 메탈 니트 등은 익숙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느낌이다. 레오파드 프린트, 스트라이프, 푸시버튼의 시그너처 로프 스트라이프, 그래피티적 요소 등도 초 정상 자극을 표현한 대표적 아이템이었다.
스타 파워를 자랑하는 박승건의 프로트 로우 역시 배우 공효진, 배두나, 김C, 정준하, 노홍철, 빈지노, 티아라 효민, 지연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2014 F/W SOULPOT STUDIO Collection
국내파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김수진은 노력하는 디자이너다. 유학파가 다수인 신진 디자이너 그룹에서 그를 지탱하는 것은 패션에 대한 열정과 잘 할 수 있다는, 그래서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아닐까 한다. 직선적인 말투나 행동만큼이나 솔찍한 그의 패션을 보노라면 소울팟이라는 브랜드명과 아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그녀가 이끄는 소울팟스튜디오는 이번 시즌‘서울 – 다시긋다’라는 주제를 패션쇼 무대에 올렸다. 서울 지역에 대한 특징을 바탕으로 그 내재된 의미를 조형화 작업을 했다. 디자이너의 도시건축적 시각이 잘 드러났던 쇼로, 평면도와 지형도의 흔적을 따라 의상을 평면이나 입체로 해석해 다양한 기법을 보여주었다.
퀼팅, 패딩, 프린티드, 니들펀칭, 컷아웃, 패턴 DTP, 패치워크, 핸드 스티치, 로우엣지 등이 선보였고, 현재 시점의 물성과 과거 시점의 물성을 소재로 로우엣지, 트위드, 러프울의 소재와 신세틱, 크랙, 인공적인 소재를 믹스해 표현했다. 미니멀 룩을 기반으로 한 스포티브 룩은 매트와 광택 소재, 변형된 유틸리티 디테일이 돋보였으며, 울트위드, 모헤어, 러프한 느낌의 크랙, 고광택의 신세틱 소재, 나일론 비닐의 퀼팅은 아크로마틱 컬러와 와인, 잉크, 네이비, 블루, 카키 등의 블랙에 가까운 컬러와 만났다.
2014 F/W LE QUEEN couture Collection
쿠튀르 감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실용적으로 스타일링 할 수 있는 옷을 통해 고급스러운 여성미를 제안해 온 명유석 디자이너의 르퀸 쿠튀르. 우아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구조적인 실루엣과 수공예적인 디테일을 가미한 페미닌 룩을 선보이고 있는 르퀸 쿠튀르는 이번 시즌 동양 전통 감성과 미래적 미니멀리즘을 접목한 우아하고 신선한 라인을 제안했다. 퍼, 무톤, 오간자, 울, 가죽 소재와 아이보리, 핑크 샌드, 윈터 민트, 블랙 컬러와 만나 구조적 래핑, 독특하게 표현된 클래식 코트,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동양의 아름다움을 선보였다.
2014 F/W KIM CHUL UNG MODE Collection
심플하면서 입체적이고 우아한 뉴 레트로 모던 스타일을 표방해온 김철웅 모드는 1970~1980년대 빅 스타일 실루엣과 레이어링을 선보였다. 구조적이면서도 극과 극이 조화와 대비를 잘 이루는 아이템들을 미니멀한 실루엣으로 재해석하였다. 펠트, 울, 가죽, 리버시블, 캐시미어, 니트, 실크 소재가 블루, 블랙, 그레이, 네이비, 아이보리 ,브라운 컬러와 만나 모던하게 해석된 오버 사이즈 레이어링 룩을 완성했다.
2014 F/W CANEZOU Collection
김보민 디자이너가 이끄는 칸쥬는 실용성과 예술성, 오트 쿠튀르 정신이 조화를 이루는 합리적 럭셔리를 추구한다. ‘My Dream with Barbie’를 메인 테마로, ‘꿈을 주는 패션 디자이너’를 부제로 하는 올 시즌 컬렉션에서는 어릴 적 바비 인형과 함께했던 패션 디자이너로의 꿈을 무대에 담았다. 사랑스러운 어린 아이들에게 꿈을 주는 바비 인형처럼, 그리고 여성들의 꿈을 옷으로 실현시켜주는 패션 디자이너를 표현한 것이다. 벨벳, 페이크 퍼, 캐시미어, 울, 니트, 레이스의 소재가 핑크, 바이올렛, 그린, 블루, 블랙&화이트 컬러와 만나 모던 클래식, 레트로 팝을 기본으로 하는 페미니즘 스타일이 완성되었다.
2014 F/W CARNET DU STYLE Collection
서바이벌 패션 프로그램 <솔드아웃>으로 주목을 받은 까르네듀스틸의 이대겸 디자이너는 서울패션위크 데뷔 무대인 GN 컬렉션에서 ‘TIMELESS + REMINISCENCE’를 테마로 미니멀리즘을 주제로 한 레이어드 룩을 선보였다. 미니멀리즘을 표방하는 쇼답게 블랙이 주된 컬러로 쓰였으며, 여기에 화이트, 그레이, 블루, 그린 등을 컬러 블록해 지루하지 않은 룩을 보여주었다. 울, 코튼, 실크, 폴리에스테르, 가죽 등의 소재도 적절히 믹스했고, 깃을 올린 코트와 재킷, 슬리브리스 상의, 여성스러운 실루엣의 원피스, 와이드 팬츠 등은 웨어러블한 미니멀리즘의 향연에 동참한 아이템!
2014 F/W SECOND RUN Collection
이상오 디자이너의 세컨드런은 베이식한 아이템이나 스포티브 스타일을 재해석된 캐주얼 스타일을 표방한다. 접하기 쉬운 소재들을 중심으로 한 절제된 스포티브 스타일 위에 프레시한 컬러 액센트나 디테일을 더해 기능적이면 감각적인 룩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2014 F/W 컬렉션은 테마는 ‘아프리카의 봄’이다. 척박한 아프리카 대지에 비가 내리고 대지에 꽃이 만개하는 과정을 무대에 담았는데, 아프리카에 산재되어 있는 정치, 사회, 자연적인 문제들이 봄이라는 상징성으로 통해 보여주었다. 네오프렌, 테이블클로스 레이스, 스폰지 신세틱 소재는 화이트, 블랙, 버건디, 바이올렛 컬러와 만났다. 미니멀하고 심플한 실루엣에서 풍성하고 아방가르드한 실루엣까지 전개되는 과정을 통해 아프리카에 따뜻한 봄이 오길 희망하는 디자이너의 마음을 잘 보여주었던 쇼였다.
2014 F/W Decon Collection
남성복 디자이너 이주영에 이어 동명이인의 여성복 디자이너가 서울패션위크 무대에서 데뷔무대를 가졌다. 이주영 디자이너의 브랜드명 디콘은 ‘DECONSTRUCTION’의 약자로 해체주의 개념에서 영감 받았으며, 구조적인 실루엣과 비대칭적인 디테일은 브랜드 고유의 아이덴티티다. 퍼즐 조각들이 결합되면서 또 다른 형태를 만들어내듯 분해된 면과 선의 재구성을 통해 독특한 라인을 만들어내며, 그 안에서 위트도 엿볼 수 있다. 이번 컬렉션에서도 역시 선과 면이 이뤄내는 ‘하모니’를 보여주었다. 이는 색채와 선, 면 등 순수한 조형 요소만으로도 감동을 줄 수 있다는 디자이너의 생각에서 출발한다.
이주영 디자이너는 “미국 유학 당시 우연히 찾은 구겐하임에서 접하게 된 칸딘스키의 작품은 나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조형적인 느낌의 그의 추상화는 무한한 상상력의 원동력이 된다. 우리의 삶 속에서 선과 악이 존재하며 희비가 교차하듯 그의 작품에서도 희노애락이 있다. 서로 대립되는 요소들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부분이 우리의 삶과 닮아 있다. 직선, 대각선, 곡선, 원과 지그재그 라인들이 서로 뒤엉켜 만들어내는 치열하지만 구조적이며 아름다운 조화는 감동적이며 유머러스하다”라고 말했다.
조형물에서 느껴지는 구조적인 라인을 전체적인 실루엣으로 살렸으며, 그 안에서 유머러스함이 느껴지는 디테일을 포인트로 잡았다. 라인과 면의 강조를 위해 입체감이 느껴지는 소재를 사용했으며, 대조되는 부분은 이질적인 소재와 컬러 대비를 통해 대립을 극대화시켰다. 모노톤을 기본으로 한 컬러는 빛의 각도에 따라 다르게 연출되는 색의 변화를 이용해 3D 효과를 내면서 포인트를 살렸다.
2014 F/W Mosca Collection
서발이벌 프로그램 <프로젝트런웨이 코라아 시즌4 >에서 톱3에 올라 대중들의 주목을 받은 오유경 디자이너는 어린 시절 잡지를 통해 디자이너의 꿈을 키웠다. 이후 중학교에 들어가자 마자 동네 커튼 집에서 봉제를 배웠고 패턴은 교재로 독학으로 배워 고등학교 때는 직접 옷을 만들어 입을 정도로 싹수있는 디자이너였다. 유학을 준비하다가 사디에 입학한 후 학생 신분임에도 동아TV 프로그램인 ‘워너비 패션디자이너‘에 출연한 것이 계기가 되어 학교를 다니면서 두타에 입점에 오늘날까지 한길을 걸어오고 있다.
오유경 디자이너가 전개한는 모스카는 흔하고 아름답지 않으며,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의 상징이다. 사람과 세상에 대한 연민이 모여 세상을 뒤덮은 오해와 편견이 줄어들길 바라는 데서 브랜드의 시작점이 있다. 이번 시즌에는 나이가 변하는 여자, 호수 앞에서 먹는 홍차, 별 색으로 물드는 머리, 처음 보여 주는 들판 등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 펼쳐지는 스타일은 어떠한 나라인지, 어느 시대인지 모호하게 섞여 있다. 자수가 들어간 면, 울 펠트, 핀 스트라이프 소재가 쓰였으며, 와인, 코발트블루, 핫 코렐을 포인트 컬러로 톤 다운된 무채색 컬러를 풀어냈다.
2014 F/W GREEDILOUS Collection
박윤희 디자이너가 이끄는 그리디어스는 ‘GORGEOUS ENERGY’와 ‘GLAMOROUS SPIRIT’을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삼은 브랜드. 오트쿠튀르의 진정한 독창성과 환경 보호를 위한 마음을 모두 담아 디자이너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2014 F/W 컬렉션은 페인티드 레이디 버터플라이(Painted Lady Butterfly)’로, ‘그녀는 나에게 100% 여자였다’라는 부제를 가진다. 그리디어스는 이번 시즌 더욱 고급스러우면서도 거칠고 쿨한 여성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숫자 플레이와 나비 모티브로 콜라주 형태를 그려낸 프린트는 현대적 감성과 지오메트릭한 형태로 디자이너 개성과 야망을 표현했다. 코쿤 실루엣의 오버사이즈 아우터와 판초로 변하는 보머 재킷, 보이프렌드 재킷을 떠올리게 하는 퍼 코트, 소매에 퍼를 매치한 턱시도 등 절묘한 조화와 어울림이 강조된 아이템들도 주목 받았다. 프린트 소재와 트위드 원단, 리얼 가죽 등 다양한 소재의 믹스는 스포츠웨어와 이브닝 웨어를 모두 믹스한 듯한 감각으로 젊음과 반항 정신을 표현하였다.
2014 F/W chez HEEZIN Collection
정희진 디자이너의 쉐희진은 다양한 색감과 예술적인 감성을 유러피언 스타일의 섬세함을 다양한 원단 개발과 프린트 테크닉으로 모던하게 풀어내는 브랜드. 100% 디자이너의 드로잉으로 프린트를 개발하며, 2014 F/W 콘셉트는 ‘쉐희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이다. 디자이너의 첫 컬렉션답게 로고인 열쇠를 시작으로, 열쇠를 열고 쉐희진의 세계로 한걸음씩 들어오는 과정을 통해 앞으로의 스토리를 기대하게 하였다. 어딘가의 공간에 초대되어 들어오면서 볼 수 있는, 문, 창문, 손잡이, 열쇠 등 집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요소들을 재미있는 프린트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면, 실크, 폴리에스테르, 자카드 등의 소재가 다양한 멀티 컬러 프린트와 만나 쉐희진만의 독특한 세계를 보여주었다.
<자료제공=서울패션위크>
패션엔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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