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앤토크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두영 2014-03-20

스타보다 더 잘 나가는 男子, 오리지널 신원맨의 유쾌한 패션

스타 뺨치는 패션 센스는 기본, 느와르풍 콧수염에 유쾌한 입담마저 타고난 대세남, SBS ‘패션왕 코리아’에서 최종 우승한 디자이너 정두영을 만났다.



 


 

여기 스타 뺨치는 패션 센스는 기본, 느와르풍 콧수염에 시선을 뺏기는 것도 잠시, 유쾌한 입담마저 타고난 듯한 ‘대세남’이 있었으니 바로 최근 SBS ‘패션왕 코리아’에서 최종 우승한 디자이너 정두영이다. 뭘 그리 수식어를 늘어놓느냐 볼멘소리를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올해로 16년차 디자이너인 정두영은 요즘 패션 인생 최고의 황금기를 맞고 있다.

‘대세남’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각 종 패션 프로그램 고정 패널로 활약하고 있으며 ‘반하트 디 알바자’에 이어 ‘지이크 파렌하이트’의 디렉터까지 겸하는 등 명실공히 신원의 대표 얼굴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이번 ‘서울패션위크’에서도 오픈 첫날 메인 1관 첫 컬렉션에 선택되는 행운을 얻는 등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 중인 디자이너 정두영. 웃음 가득 했던 그와의 만남을 풀어봤다.


■ 
‘패션왕 코리아’ 우승, K-패션 교두보 되나 

한 브랜드를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공중파 방송을 제 집 안방처럼 드나들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며 마지막까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다는 것은 내로라하는 탑스타들에게도 힘에 부치는 일. 허나 ‘신원맨’ 정두영은 지난해 11월부터 방송된 공중파 최초의 패션 예능 프로그램 SBS ‘패션왕 코리아’에서 김나영과 함께 최종 우승을 확정해 다시금 화제가 됐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디자이너들이 총출동한 ‘패션왕’에서 디자이너 정두영이 우승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그의 사교성 넘치는 성격도 한몫 했겠지만 ‘반하트 디 알바자’만의 디자인 철학이 대중과 소통했다는 것을 뜻한다. 이태리 패션 거장 알바자 리노가 그의 역량에 반해 스타일 디렉터를 자처한 것처럼 이번 ‘패션왕 코리아’ 우승이 내포하는 의미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심사를 하는 쪽에 있다 심사를 받게 되니 기분이 묘했다. 원래 방송 체질이기도 하고 패션을 주제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라 생각해 쉽게 생각을 했는데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더라. 하지만 파트너 김나영씨가 워낙 패션에 대한 열정, 감각이 뛰어났고 디자인적인 전문성이 합쳐지다 보니 무한한 시너지 효과가 났다. 다시 한번 우승에 감사드리고 대중과 소통했다는 것에 정말 희열을 느낀다”

하운드투스 체크 팬츠와 크롬하츠, 콧수염으로 무장된 그의 완벽한 스타일링이 그의 철두철미한 성격을 대변해 주는 듯 했다. ‘패션왕 코리아’ 우승도, 반하트 디 알바자가 이렇게 클 수 있었던 이유도, 어쩌면 오래 전부터 묵묵히 한 길만을 걸어온 그의 당연한 ‘결실’일지도 모르겠다. 대중과 소통했다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는 그에게서 더 이상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개인적인 환영에 사로잡혀 패션을 예술로만 보게하려는 일부 디자이너들과 달리 이 시대가 진정으로 찾는 비즈니스형 디자이너로서의 면모가 느껴졌다.

‘패션왕 코리아’는 시즌 2로도 제작 될 예정이며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국가들과의 프로그램 공급을 계약 협의 중이다. 정두영 디자이너뿐 아니라 ‘패션왕’에 출연했던 이주영, 박윤정 디자이너 등 이미 뜨고 있는 K-패션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물론 그 중심에 ‘그’가 있겠고.

■ 신원 입사 16년, 득인가 실인가 

최근 정두영 디자이너는 ‘반하트 디 알바자’에 이어 ‘지이크 파렌하이트’의 크리에이티브도 겸하게 되면서 완연한 신원의 얼굴이 됐다. 그가 입사한지도 올해로 16년째. 1998년 입사해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할 때 마다 빠지지 않고 참여한 정두영은 어느새 국내 대표 탑 디자이너로 떠올랐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디자이너가 됐지만 이쯤 되면 드는 생각이 바로 개인 브랜드 런칭이다. 패션 기자 본인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반하트 디 알바자’ 외 원조 정두영표 컬렉션에 기대를 품고 있고 신원에서만 16년을 지내온 그에게 ‘그 곳’의 내재된 의미도 궁금했다. 

“이 부분에 있어 정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 패션 트렌트 추세가 빅패션하우스로의 재편이다. 유럽이나 미국의 명품시장은 이미 LVMH, 리치몬드 등의 대기업 위주로 아예 정착이 됐으며 새롭게 떠오른 디자이너들의 최종 목표가 바로 빅패션하우스로의 진입이다. 지금은 패션이 거대자본 시장이 돼 버렸기 때문에 소자본이나 개인적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어 “나 역시 정두영보다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불리는 것이 좋다. 앞으로 개인 디자이너가 패션 마켓에서 펼칠 수 있는 역량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빅패션하우스 아래 오히려 패션적인 영감, 개인적으로 할 수 없었던 비즈니스적 측면을 강화할 수 있다. 신원에서는 내가 역량을 펼칠 수 있게 든든히 서포트 해주고 있으며 나 역시 브랜드에서 바라는 일정부문의 수치를 채울 수 있도록 무단히 노력 중이다. 윈-윈 효과라고 보면 된다”

방금 전까지 ‘패션왕 코리아’ 일화를 들려주며 유쾌하게 웃던 방송인 정두영 대신 오리지널 신원맨의 진지한 면모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였다. 한 직장에서 16년. 그것도 디자이너 하나의 카테고리로 그 긴 시간, 수많은 역경을 견디기란 보통 쉬운 일이 아니였을 터. ‘득’과 ‘실’을 굳이 따지기 보다는 루이비통의 마크제이콥스, 생로랑의 애디슬리먼처럼 그도 신원하면 ‘정두영’을 떠올려지길 바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신원이 그를 담기에 조금 모자란 감이 들기도 하지만.


■ 14 F/W 키워드, 스타 뮤즈–완벽한 테일러링–조르지오데키리코–첫 회

국내 최고의 스타 뮤즈가 컬렉션에 오르는 것으로도 유명한 그의 ‘반하트 디 알바자’ 역시 이번 2014 F/W 서울패션위크에 참가한다. '참석'도 아주 제대로 하는데 ‘반하트 디 알바자’는 새로 준공된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의 오픈 첫 날 메인 1관의 첫 컬렉션에 선택되는 행운을 얻게된 것. 

자하 하디드의 DDP도 ‘대세남’을 알아본 것일까. 서울패션위크의 첫 테이프를 끊게 될 ‘반하트 디 알바자’는 이번 시즌 이태리 초현실주의 화가 조르지오 데 키리코의 열정을 패션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을 담았다. 오민규, 오현웅을 비롯해 밀란패션위크에서 활동 중인 김무영이 런웨이에 오를 예정이며 스타 뮤즈 역시 등장할 예정이다.

“기존 이태리 모던 클래식 감성에서 컬러를 가미했다. 컬러 블로킹을 눈여겨 봐주셨으면 좋겠고 구조적인 느낌, 수트의 형태감에 주목해 주셨으면 한다. 창의적이고 크리에이티브한 작품들이 대다수 선보여질 계획이며 스타 뮤즈는 죄송하지만 아직 비밀이다.(웃음)”

그가 인터뷰에서 입고 있던 수트에서도 느껴졌듯이 ‘반하트 디 알바자’는 스타일리시한 수트룩을 표방한다. 브랜드가 뜨기 전부터 패셔니스타들을 비롯한 수많은 셀러브리티들이 애용했으며 핸드메이드로 이루어지는 완벽한 테일러링은 ‘반하트 디 알바자’의 마스코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컬렉션 역시 정두영만의 디자인 철학에 내심 기대가 됐으며 다소 모노톤 일색이였던 컬렉션에 화려한 컬러가 가미된다고 하니 이른 봄을 느끼기에 제격이다.

■ 신원의 얼굴, K-패션 선도자로 

정두영 디자이너의 룩을 보면 어렴풋이 떠오르는 한 인물이 있다. 바로 패션계 전설 칼 라거펠트. 수트를 기반으로 한 옴므룩, 블랙과 완벽한 테일러링 디테일 속 빛나는 크롬하츠. 심플한듯 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이들의 옷차림은 묘하게 닮은 구석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 칼 라거펠트가 그의 롤모델이라고.

“형님이라고 부르겠다. 라거펠트 형님은 후문으로 들어보니 아직도 야근을 하신다고 한다. 얼마전 파리 그랑팔레 샤넬 쇼를 보고 정말 대단한 열정을 지니셨다고 생각했다. 70세가 넘으신 나이에 그런 감각과 세계 트렌드를 휘어잡는 카리스마는 정말 본받고 싶고 배울점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안주하지 않고 뛰어가겠다”

신원의 대표 얼굴이 됐고 국내 탑 디자이너 반열에 오르며 ‘승승장구’ 중이지만 아직도 정두영은 배고프다. 3년만에 다시 맡게 된 ‘지이크 파렌하이트’의 변혁을 시도하고 있으며 ‘반하트 디 알바자’의 해외 컬렉션도 준비 중이다. 칼 라거펠트에 비해 명성은 부족할 줄 몰라도 그 열정만큼은 그를 능가하는 듯 했다.

스타 디자이너 정두영. 그는 이미 스타다. 탁월한 사교적 성격으로 패션 비즈니스에 최적이며 ‘반하트 디 알바자’의 성공은 그의 역량을 입증한 결과물이다. 드라마, 가요 뿐인 한류 콘테츠가 점점 식어가는 이 때, K-패션을 필두로 한 K-컬쳐가 지구촌에 전파된다면 국내 패션 브랜드 파워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다. 정두영이 한국의 ‘칼 라거펠트’로 불리는 날이 곧 오지 않을까. 2014년 K-패션 선도자로서의 정두영을 기대해본다.  




패션엔 이형준 기자
zzangyach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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