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앤토크 | 디자이너 신재희 | 2014-03-14 |
터닝포인트 기로에 선 jehee sheen, 이제는 퍼즐을 맞춰나갈 때
국내 패션학도들이 가장 선호하는 컬렉션 브랜드로 떠오른 jehee sheen, 옴므 시장에 당당히 주역으로 부상한 디자이너 신재희의 고군분투 스토리
여전했다. 매번 그랬듯이 컬렉션을 앞두고 찾아간 그의 쇼룸은 발디딜 틈 없이 분주했고 뿔테 안경과 블랙 재킷 차림으로 나타난 ‘그’ 역시 친근한 인상 그대로였다. 벌써 세 번째 만남. 넓어진 사무실 크기만큼이나 어느새 대표 하이패션 옴므로 자리잡은 ‘jehee sheen’은 컬렉션을 코앞에 두고도 디자이너 신재희를 예전보다 한층 여유롭게 만들어 주는 듯 했다.
동양철학, 파격적인 익스비션, 모노톤, 묵직함. 신재희는 이미 ‘신인 꼬리표’를 떼며 국내 옴므 시장 판도에 당당히 주역으로 나서고 있지만 그가 브랜드를 런칭한지도 벌써 6년. 수많은 컬렉션과 대내외적 활동 속 ‘jehee sheen’은 터닝포인트의 한 기로에 서 있었다. 이제는 퍼즐을 맞춰가야 할 디자이너 신재희의 고군분투 스토리를 들어봤다.
■ 디자이너 브랜드, 캐시카우(cash cow) 뒷받침 돼야
디자이너들이 컬렉션을 진행할 때 흔히들 자신들의 신념과 부딪히는 요소가 있다. 바로 상업성을 뜻하는 ‘캐시카우’. 불모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국내 하이패션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뒀고 패션학도들이 가장 선호하는 컬렉션 브랜드로 떠오른 ‘jehee sheen’이지만 빅패션 그룹으로 양분화되는 지금의 패션계에서 ‘그’ 역시 자구책이 필요한 시점이였다.
“다이나믹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동대문으로 쇼룸을 이전했고 내적, 외적으로 성장통을 겪었다. 개인적으로 브랜드를 유지하다 보니 한계점이 보였고 해결책이 필요한 찰나 여성복 라인 출범과 플로어, 멀티샵을 진행하게 됐다. 생각보다 시장 반응이 좋았고 회사 규모와 생산 단계를 키우는데도 많은 도움이 됐다”
그와의 마지막 인터뷰가 13 F/W 때. 횟수로는 일년도 채 안된 시점이지만 그 짧은 시간에 신재희는 브랜드 철학과 캐시카우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가고 있었다. 안경 너머 짓는 묘한 웃음이 그 동안 겪었던 고심을 말해주는 듯 보였다.
세계 패션계가 LVMH, PPR, 리치몬드 등 빅그룹으로 양분화되고 국내 역시 대기업들이 독식해 가는 이 때, 개인 디자이너 브랜드로 한참을 달려온 ‘jehee sheen’의 고충을 십중팔구는 이해할 수 있었다. 허나 이미 단단히 뿌리내린 그의 디자인 철학과 비즈니스 역량은 걱정보다 기대를 앞서게 하며 다가올 컬렉션에 대해 흥분케 했다.
■ 컬렉션 주제 ‘숭배’, 여전한 그의 디자인 모티브 ‘동양철학’
런웨이 대신 익스비션(설치형 무대), 전형적인 피날레 대신 단체 캣워크, 한 시즌의 컬렉션 무대를 영화관으로 만든 전적이 있었기에 이번 패션위크 역시 ‘jehee sheen’의 쇼형태가 궁금했다.
파격적인 컬렉션 무대를 떠올릴 때 많은 이들이 디자이너 신재희를 미래지향적인 인물로 그려낼 터, 허나 그와는 전혀 반대로 ‘jehee sheen’은 동양철학에 디자인 모티브를 두고 있다. 이번 컬렉션 주제도 ‘숭배’. 군더더기 없는 테일러링과 대조되는 묵직한 주제 역시 매번 신선한 느낌을 주는 그만의 묘책 중 하나다.
“이번 컬렉션 주제는 대자연과 우주에 대한 숭배다. 시각적인 디테일과 모티브에 신경을 썻고 동양적 디자인에 미래지향적인 요소를 추가했다. 기존의 울 소재에서 벗어나 폴리합성소재 등 신소재의 수트, 아우터를 개발해 실질적인 패션코드에 반영했다. 키포인트는 숭배에 대한 시각화. 프린트도 눈여겨봐 주셨으면 한다”
한층 밝아진 그의 성격처럼 컬렉션에도 미묘한 변화가 있었다. 전작들에서는 디자인 철학과 신재희의 개인적인 취향이 깊게 반영된 반면 지난 시즌부터는 좀 더 실용성에 중점을 두기 시작한 것. 브랜드를 현대화하려는 그의 ‘고군분투’가 작품 속에 고스란히 스며드는 듯 했다. 그 중심에 ‘동양철학’이 자리잡고 있었고 요즘 세대들에게도 통하는 디자인으로 보아할 때 그에게 마주친 숙제를 잘 풀고 있는 듯 보였다.
■ 터닝포인트(turning point), 이제는 비상할 때
분명 디자이너 신재희, jehee sheen에게 2014년은 ‘터닝포인트’일지 모른다. 6년을 숨 가쁘게 달려온 그가 확실한 신념과 현실과의 타협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 중이다. 이미 퍼즐은 맞췄다. 그 동안 흩어졌던 수많은 물줄기를 하나로 모을 때 다.
“jehee sheen의 철학은 동일하다. 현대화, 실용성이라는 소스가 더해질뿐. 향후 브랜드를 좀 더 라이징하게 만들기 위해 유럽베이스를 강화하고 빠른 시일 안에 리테일숍도 런칭할 계획이다. 향이 짙은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말, 그 의미 속 뼈대는 고정불변이다”
세 번째 인터뷰지만 ‘신재희, 이름 하나로 쇼를 본다’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여전히 다이나믹했고 여전히 묵직했으며 보통사람 신재희의 또 다른 ‘이면’도 엿볼 수 있었다. 터닝포인트 한 기로에 서 있는 그이기에 염려도 앞서지만 또 다른 획을 그을 ‘jehee sheen’의 발자취에 그 귀추가 주목된다.
패션엔 이형준 기자
zzangyach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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