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2014-02-27 |
2014 가을/겨울 런던컬렉션 리뷰
영국식 전통과 새로운 패션이 조화를 이룬 2014 가을/겨울 런던 컬렉션에서 제시한 7가지 빅 트렌드 키워드를 만나보자.
버버리 프로섬에서 보라 아크수, J.JS Lee, 톰 포드, 피터 필로토에 이르기 까지 올 2014 가을/겨울 런던 컬렉션은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유명 브랜드 부터 새롭게 부상 중인 전도유망한 젊은 디자이너들까지 세대가 소통하는 컬렉션이었다. 그 중에 한국 출신의 디자이너 이지선(J.JS Lee)도 런던 패션 위크의 공식 오프닝 쇼의 주인공으로 부상하며 런던 패션을 이끌 차세대 주자로 주목을 받았다.
지금까지 런던 컬렉션은 헤리티지 브랜드와 에지있는 신진 디자이너들이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항상 패션 캐피탈 런던의 에너지와 창의력 넘치는 패션을 표현해 왔고 이번 역시도 이 두 조합의 조우로 검증된 브리티시 클래식과 새롭고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패션 캐피탈 순위에서 1,2위를 다투는 비결이기도 하다. 이번 2014 가을/겨울 런던 컬렉션은 웨어러블한 실루엣과 간명하면서도 효과적인 프린트, 강렬한 광택 그리고 다양한 블루와 오렌지 컬러가 프레스와 바이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번 런던 컬렉션에서 주목받은 빅 트렌드 키워드를 만나보자.
스웨터와 펜슬 스커트의 만남
추운 날씨 때문인지 몰라도 올 가을 패션의 최대 화두는 바로 니트가 아닐까 한다. 글로벌 패션 위크의 오프닝을 장식한 뉴욕 컬렉션의 경우 행사가 열리는 동안 영하의 날씨 때문에 스웨터의 등장은 피부로 다가온 트랜드가 아니었을까 한다. 런던 컬렉션이 열리는 기간 중에도 패션쇼장 앞자리를 차지한, 펜슬 스커트와 스웨터를 입은 패션 에디터들이 새로운 니트 트렌드의 스타일링 방법을 미리 알려주었기에 첫 번째 키워드로 스웨터와 팬슬 스커트의 만남을 선택했다.
런던 디자이너들은 그들의 소비자들이 웨어리블하면서 추운 겨울 동안 따뜻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 듯하다. 변화하는 지구 환경과 함께 해온 옷의 원초적 기능에 부합하려는 노력 또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내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케인의 화사한 그린 니트에서 부터 잇사(Issa)의 털실 방울 텍스추어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을 위한 적당한 점퍼가 다수 선보였다. 스커트의 경우는 마리 카트란주의 무릎을 과감히 드러낸 미니부터 마이클 반 데르 함(Michael van der Ham)의 레이어드 스타일까지 펜슬 스커트가 주목을 받았다. 추위도 막고 스타일도 시크있게. 올 가을/겨울 시즌의 주요 화두인 듯싶다.
그녀가 블루에 꽂혔다.
두 번째 키워드는 시크하고 차분한 이미지의 딥 블루다.이번 런던 컬렉션에서는 코발트와 로얄 블루 그리고 인터내셔널 클라인 블루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딥블루 물결이 마치 토네이도가 되어 런웨이를 휩쓸었다. 줄리앙 맥도날드의 광택이 나는 드레스부터 디자이너 이지선의 피크닉 담요 스커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타일로 빅 트렌드로 등극했다.
아마도 올 겨울 옷장에 하나 정도 마련해야 할 월동 아이템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단 패션쇼에서 영감을 받은 스타일을 그대로 재연하기 위해서는 그레이와 블랙과 함께 팀을 이루어야 한다는 사실. 특히 볼드한 블루 색상의 독특한 니트나 코트에 주목하시길.
상큼발랄 오렌지가 겨울잠을 깨운다
세 번째 키워드는 오렌지다. 이번 런던 컬렉션에서는 상큼 발랄 오렌지가 강력한 컬러로 부상하며 딥 블루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이미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여주인공으로 나오는 천송이가 오렌지 립 메이크업을 유행시키며 오렌지 열풍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도 감안하시길.
감귤 브라이트 부터 더욱더 부드러워진 메리골드 색상에 이르기까지 디자이너들은 슈즈 혹은 타이즈와의 매칭과 레이어드를 통해 너무도 다양한 컬러블로킹을 선보여 과부하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오렌지 코트가 새로운 핑크 코트로 등극할 수 있을지는 시간이 말해 줄 것이다. 시즌리스 트렌드 덕분에 봄/여름 시즌 못지않은 화려한 컬러가 주도하는 올 가을/겨울 시즌의 트렌드를 감안할 때 한번쯤 도전해 볼만 하다.
올 가을엔 스카프가 주인공
네 번째 키워드는 스카프다. 올 가을엔 슈즈와 가방은 당분간 잊어버려야 할 듯하다. 런던 컬렉션이 제안한 올 가을 시즌을 위해 당신이 기꺼이 투자해야 할 잇 액세서리가 바로 스카프이기 때문이다. 먼저 스카프는 어른들을 위한 올드한 패션 아이템이라는 선입견부터 버려야 할 듯. 만약 이번 런던 컬렉션의 다산왕(?)을 뽑는다면 많은 스카프를 선보인 버버리 프로섬이 아닐까 한다.
일명 ‘버버리 코트’라 불리는 트렌치코트에 이어 제2의 잇 아이템을 만들어 내기 위한 크리스토퍼 베일리의 야심작이 아닐까 한다. 역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텅서 CEO까지 겸직하더니 스테디셀러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발동한 것일까.
어쨌든 그림을 그린 것 같은 실크 스카프를 토핑하지 않은 패션쇼를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그야말로 스카프 풍년이었다. 템퍼리 런던의 경우 스카프와 망토가 서로 대체품으로 활용되어 차이나 블루 니트와 레이어드 되었다. 오스만은 벨트와 목도리로 활용되는 것은 기본이고 아예 몸 전체를 스카프로 감싸는 스타일을 선보였다. 이정도 되면 올 가을 스카프는 조연이 아니라 주연이다. 바야흐로 스카프 전성시대의 개봉 박두.
애니멀 프린트의 새 강자, 파충류의 습격
다섯 번째는 파충류 하우스다. 올 가을 역시 애니멀 프린트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다른 시즌과 다른 점이라면 뱀 가죽과 악어 엠보싱, 비단 뱀 프린트 등 그동안 금기시되었던 다양한 파충류 스킨이 다수 선보였다는 점이다.
엘밀리아 윅스테드는 그녀의 풀 스커티드 코트 드레스에 파충류 스킨을 이용했으며 사이몬 로샤와 탑샵 유니크는 파충류를 싫어하는 관객들이 소스라칠 정도의 아주 특별한 노란색 뱀 스킨 코트를 선보였다. 톰 포드는 파충류의 질감으로 부터 영감을 받은 고급스러워 보이는 스커트 수트를 통해 은은한 파충류 패션을 선보였다. 가방이나 구두에만 쓰일 것 같은 파충류가 드디어 의상에 까지 응용이 되면서 보더리스 트렌드의 진면목을 보는 듯하다.
단 이 스타일에 도전하라면 비위가 좋아야 할 듯하다. 또한 필자처럼 파충류를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이 스타일을 적용하려면 상대방의 취향을 먼저 파악한 다음 착용해야 할 듯하다. 잘못 입었다가는 혼비백산한 상대방의 모습에 난감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참 파충류 의상을 입고 지하철을 타면 치한으로 부터 보호받을 수 있으려나?
스팽글, 패션 혁명을 외치다
여섯 번째는 반짝반짝 스팽글이다. 밤 문화를 위한 이브닝드레스의 단골 메뉴였기 때문에 과도한 스팽글 사용은 정확하게 말해 그닥 새로운 트렌드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 런던 컬렉션에 참가한 디자이너들은 이브닝웨어로 부터 벗어난 다양한 시도를 했다. 이브닝 웨어 대신 청바지나 야구 유니폼, 티셔츠 드레스, 화이트 드레스 등에 스팽글을 장식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미 여러 시즌 이런 방식을 선보였던 아쉬시(Ashish)는 이번 시즌엔 스팽글 스포츠웨어를 통해 혁명에 가까운 스타일을 선보였다. 톰 포드 역시 과감한 스팽글 사용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패션은 돌고 도는 물레방아 같다고 한다. 이 스팽글 트렌드의 경우 올 가을 주목해도 좋을 듯하다. 패션에서의 색다름이란 스테레오 타입에서 벗어난 용감한 시도에서 부터 출발하니까 말이다. 클럽에서 벗어난 스팽글의 스트리트 진출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제 보플은 패션에 양보하세요
마지막 키워드는 보풀이다. 복실복실한 느낌의 털도 이제 엄연한 트렌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번 런던 컬렉션에서는 보풀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퍼 트리밍이 코트 소매에서 부터 드레스의 포켓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선보였다. 이런 보플 트렌드를 가장 쉽게 시도한 디테일이 바로 칼라 즉 깃으로 프린과 하우스 오브 홀랜드의 패션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받아들이기에 다소 과도한 스타일도 있으니 유념하시길. 매튜 윌리암슨은 투 톤의 퍼로 트리밍한 이브닝 웨어나 펠더 펠더의 폭신폭신한 촉감이 느껴지는 보플 소매를 단 광택이 나는 바이커 재킷은 경우 용기가 필요할 듯하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 <저작권자(c) 패션엔미디어, www.fashionn.co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