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14-02-17

2014 가을/겨울 뉴욕 컬렉션 리뷰(1)

지난 2월 5일 시작되어 일주일간 열린 2014 가을/겨울 뉴욕 패션위크를 키워드별로 분석했다. 올 가을에는 어떤 유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 2회로 나누어 연재한다. 그 첫번째.


피부 노출을 자제하되, 스타일은 더 시크하게



올 가을을 위한 뉴욕 컬렉션의 일관된 경향은 바로 추위였다. 지난 몇 년 사이 지구 온난화로 인해 겨울이 유난히 추워지면서 추위가 패션 트렌드에 새로운 영감을 주고 있다.

지난 2월 5일부터 시작된 뉴욕 컬렉션에서는 노골적인 스타일 중심의 트렌드를 만들어 내는 디자이너들 덕분에 올 가을을 한껏 기대하게 만들었다. 행사가 열리는 곳이 뉴욕이라는 정체성을 과시하듯 그 어느 때보다 아메리칸 웨스턴 바람이 심하게 불었지만 대세라고 하기에는 좀 약한 느낌. 다만 웨스턴의 영향인지 해체주의적인 느낌의 부츠가 트렌드로 부상해 올 가을 매장의 한자리를 꿰찰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가죽과 퍼와 같은 스테디셀러 겨울 트렌드와 함께 컬러가 올 봄/여름 시즌에 이어 여전히 강세라는 점에 주목해야 할 듯하다. 특히 가을 시즌에는 컬러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깬 이번 뉴욕 컬렉션은 새롭게 부상한 엔드로지너스 트렌드와 함께 시즌리스 역시 대세임을 증명했다.

이번 뉴욕 컬렉션에서는 요정 같은 실루엣이 여전히 지배적인 이브닝 웨어를 제외하고 패션쇼에 등장한 모든 카테고리의 아이템들은 박시함이 대세였다. 카프만 프랑코의 하프 소매가 달린 칼라 없는 헤링본 퍼 재킷은 럭셔리 스포티즘의 도래를 예고했다. 레베카 타일러의 솜털이 보송보송한 터틀넥과 크리스찬 시리아노의 오버사이즈 알파카 코트와 타미 힐피거의 벨벳 스웨트 셔츠 스타일의 드레스 등은 무척이나 웨어러블했다.

제이슨 우가 디렉터를 맡은 후 데뷔 무대를 가진 휴고 보스는 테일러드 스타일의 아주 미니멀한 수트와 벨트 드레스를 선보였고, 제레미 스캇의 저지와 튜브 양말을 응용한 튜브 드레스를, 마르케샤는 미스 하비샴 풍의 고풍스러운 레이스와 브로케이드로 장식된 드레스를 각각 선보였다. 이 밖에 안나 수이의 록큰롤 아르누보 스타일, 폴로 랄프 로렌이 선보인 인도식 담요 드레스와 고풍스러운 털로 라인을 장식한 가죽 바이커 재킷, 캘빈 클라인의 공예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오버코트와 니트 등이 눈길을 끌었다. 그럼 2014 가을/겨울 뉴욕 컬렉션에 타나난 올 가을 예상 트렌드를 키워드별로 알아보자.


KEY 1 올 가을 니트의 변신은 무죄?




이번 컬렉션에서 85%를 니트웨어로 선보인 캘빈 클라인의 프란시스코 코스타 부터 마이클 코어스는 플로럴 보텀과 매치한 두툼한 스웨터, 밀리의 니트 레이서 복장, 타쿤의 두꺼운 골지게 짠 스웨터, 토미 힐피커의 어깨 위에서 아래로 풍성하게 늘어진 판초 같은 니트 담요에 이르기까지 이번 뉴욕 패션 위크에서는 니트가 거의 모든 패션쇼 무대를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이 선보였다. 가장 두드러진 니트의 경향은 다양성이었다. 샐리 라포인테는 두꺼운 캐시미어 울 터틀넥 니트를 선보였고 레베카 타일러의 스웨터는 셔츠와 코트 아래에 레이어드되었다. 올슨 자매가 전개하고 있는 더 로우는 아침에 따뜻한 침대보를 두르고 침대에서 뛰고 있는 착각을 일으키는 니트 미디 스커트에 긴 스웨터를 입은 모델을 등장시켜 주목을 받았다. 니트의 부상은 뉴욕 패션위크가 열리는 일주일내내 영하의 추운 날씨가 지속된 뉴욕을 방문한 관객들에게는 환영받기에 충분한 아이템이었다.

































KEY 2 무릎을 따뜻하게... 미디 스커트



일반적으로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디자이너들이 스커트를 다소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토리 버치처럼 미니 스커트를 겨울 컬렉션에 얼굴로 내세우는 디자이너들도 있다. 많은 디자이너들은 올 가을 시즌을 위해 무릎 아래 기장의 겸손한 길이를 다수 선보였다. 레베카 민코프의 낮게 떨어진 비대칭 햄라인(올 가을 빅 트렌드로 예상됨), 빅토리아 베컴의 반짝이는 미디 스커트, 수노와 트레이시 리즈의 장식적인 패턴이 들어간 미디 스커트, 이갈 라즈로엘의 펜슬 스커트 같은 미디 스터트까지 다양했다. 내년 겨울 여성들의 무릎이 한층 더 따뜻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KEY 3 시즌리스 컬러, 핑크의 부상


이제 핑크는 봄/여름 시즌을 위한 전유물이 아니다. 올 가을을 위한 디자이너들의 핑크 사랑은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다. 알렉산더 왕의 뜨거운 자홍색에서 부터 모니크 루엘라의 앞뒤 기장이 다른 멀릿 드레스안의 밝은 핑크 줄무늬 안감, 오프닝 세라머니의 연어 핑크 코트, 활기찬 핑크가 돋보인 타쿤의 스웨터와 프린트가 대표적이었다. 핑크의 언니뻘인 레드 또한 패션쇼 무대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KEY 4 다양한 빈티지 격자무늬의 부활



1980년대 중반 파리에서 아주 많은 버팔로 체크가 선보인 이래 이번만큼 많은 격자무늬(Plaid)가 등장한 적은 없었다. 프린의 퍼팔로 체크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미디 드레스로 변주되었다. 래그&본의 버팔로 체크는 격자 무늬 보머 재킷(올 시즌 빅 트렌드로 예상)에 응용했다. 그러나 격자 무늬는 다양한 버팔로 체크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마크 제이콥스는 남성용 스키 고글과 함께 타탄풍 풍쿠 앙상블을 선보였고 델포조의 아름다운 격자 무늬 재킷은 핑크 컬러로 인해 여성스러웠다. 베즐리 미슈카는 닥터 지바고에서 영감을 받은 패션쇼에서 소피스티케이트한 격자무늬를 선보였다. 디자이너 이상봉과 박춘무 역시 오리엔탈적인 해석이 돋보이는 격자무늬를 선보였다.



























KEY 5 밍크보다 더 미묘한 시얼링




올 가을 시즌 시얼링((Shearling) 트렌드의 주인공은 새로운 여우털이었다. 아늑함은 말할 것도 없고 밍크보다 더 미묘한 여우털을 이용해 오네 티텔, 밴드 오브 아웃사이더스, BCBG 막스 아즈리아, 열리, 토미 힐피거와 같은 디자이너들은 코트 라인에 응용하거나 칼라에 액센트로 사용했다. 필립 림은 시얼링을 염색해 밝은 색상으로 변주했다. 시얼링 트렌드는 내년 가을의 주요 트렌드 중 하나로 전개되는 따뜻한 빅 코트에 생명력을 불어 넣고 있다.






<3.1 Phillip Lim>


<3.1 Phillip Lim>



<3.1 Phillip 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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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 6 앤드로지너스의 진화, 소프트 머스큘린



남성복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소프트 머스큘린(soft masculine) 트렌드가 남성복에 부는 앤드로지너스 바람의 영향을 받은 듯 많이 선보였다. 제이슨 우는 남성복에서 영향 받은 트렌

드를 반영한 전형적인 머스큘린의 구조적인 재킷과 움직일 때 마다 펄렁거리는 허벅지 부분부터 넓어지는 와이드 트라우저를 선보였다. 특히 남성복에서 영향을 받은 팬츠가 다수 선보여 올 가을 매니시한 팬츠가 강력한 트렌드로 부상했다. 이러한 머스큘린 터치의 미묘한 변화는 패션쇼의 무대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레그&본의 컬렉션은 일하는 남자에 대한 헌정 무대처럼 보일 정도였다. 아마도 올 가을에는 유행을 예약한 오버사이즈 울 오버코트와 함께 매니시한 팬츠가 함께 뜨고 있어 많은 여성들이 남성들의 옷장을 탐낼 것으로 보인다.



<3.1 philip Lim>























KEY 7 아래로 더 아래로 섹시하게



도나 카란과 토리 버치는 젊은 남자들의 얼굴에 홍조를 띠게 만들 정도로 깊숙하게 네크라인을 파서 크리비지 라인이 그대로 드러나는 극단적인 섹시미를 선보였다. 다이엔 본 퍼스텐버그 역시 패션쇼 무대 바닥을 청소할 수 있을 정도의 긴 드레스의 네크라인을 밑으로 깊숙이 파서 우아함과 젊은 관능미의 완벽한 믹스라는 찬사를 받았다, 특히 다이안 본 퍼스텐버그의 금별이 수놓아진 아찔한 시어 맥시 드레스는 올 가을 머스트 바이 아이템으로 미리 찜할 정도로 많은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KEY 8 정렬적인 여전사, 미스 스칼렛



이번 시즌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모델인 바로 나탈리 웨슬링일 것이다. 나탈리의 보틀 레드 헤어는 군중들 속에서도 그녀는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였고 그녀의 레드 헤어는 올 시즌 트렌드인 미스 스칼렛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절묘한 캐스팅이이었다. 특히 프로발 그룽 패션쇼에서 나탈리 웨슬링이 입은 밝은 진홍색 톤으로 깔맞춤한 큰 매듭의 스카프와 매치된 밝은 진홍색 니트 스웨터와 사롱 스타일의 시어 스커트는 완벽한 루즈 앙상블을 완성했다. 이오에도 오스카 드라 렌타의 딥 블러드 레드 벨벳 프록 스커트 위에 입은 레드 코트와 코스텔로 타글리아피에트라의 극단적인 우아미를 과시한 트논 시프트 레드 드레스, 그리고 도나 카란 패션쇼에서 카일리 코로스가 입고 나와 주목을 받은 와이드하게 하늘거리는 소매 부분이 특징인 시어 레드 드레스가 주목을 받았다. 레드 컬러를 유난히 좋아하는 이상봉 디자이너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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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엔 유재부 기자

kjerry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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