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앤토크 | 디자이너 최범석 | 2014-01-30 |
‘헤드’와 패션의 슈퍼 히어로를 꿈꾸는 디자이너 최범석의 패션 스토리
동대문 성공신화에서「제너럴아이디어」 대표, 코오롱FnC 「헤드」크리에이티브 디렉터, K패션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최범석, 도전과 열정으로 달려온 그의 파란만장한 성공스토리
남성복 「제너럴아이디어」의 대표이자 코오롱FnC 「헤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디자이너 최범석을 만났다. 컨디션이 좋지않아 썼다는 뿔테안경과 베레모가 꽤 스타일리시해보였다. 한눈에 봐도 그는 타고난 ‘옷쟁이’였다.
그저 옷이 좋아 열아홉의 나이에 무작정 패션에 뛰어든 최범석은 이제 연 매출 60억원의 패션기업 CEO이자 K-패션을 대표하는 디자이너가 됐다. ‘동대문 성공신화’, ‘중졸 출신 디자이너’ 등 그를 대표하는 수식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파란만장한 성공스토리는 패션에 관심없는 대중들에게도 두고두고 회자가 될 정도도 유명하다.
하지만 최범석에게는 이제 미래지향적인 수식어가 필요할 할 것 같다. 도전과 열정으로 달려온 그의 눈은 이미 세계를 향해 있다. 글로벌 탑 디자이너를 노리는 대한민국 대표 디자이너 최범석의 패션 스토리를 지금부터 만나보자.
‘5년 후에도 뉴욕 컬렉션을 할 수 있을까?’
뉴욕 컬렉션을 위해 출국을 며칠 앞둔 날 만난 디자이너 최범석은 11번째 뉴욕컬렉션에 대한 자신감과 기대감으로 한껏 부푼 모습이었다.
오는 2월 7일 열리는 2014 F/W 「제너럴아이디어」 컬렉션의 타이틀은 ‘2018090607’. 이 의문의 숫자들을 설명하기 위해 그는 「제너럴아이디어」의 2014 S/S 뉴욕 컬렉션이 열렸던 지난해 9월 6일로 거슬러 올라갔다.
“2013년 9월 6일 저녁 7시, 10번째 뉴욕 컬렉션을 마치고 맨하탄 거리를 걷고 있었죠. 해질 무렵의 빛과 마천루의 풍경이 정말 눈부셨어요. 문득 ‘5년 후에도 뉴욕에서 쇼를 하겠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번 컬렉션은 그날의 감정과 생각에서 시작됐습니다. 타이틀 ‘2018090607’은 그로부터 5년 후의 미래를 의미합니다.”
그날 맨하탄 거리를 함께 거닐었던 포토그래퍼 지인은 다음날부터 맨하탄 거리 곳곳을 담은 사진을 그에게 전송했다. 3개월이 넘도록 매일같이 기록된 맨하탄의 풍경은 F/W 컬렉션의 영감이 됐다.
그의 스마트폰에 저장된 맨하탄의 풍경은 기자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훌륭했다. 마천루와 하늘이 어울려 만들어낸 완벽한 실루엣은 콘크리트 건물의 구조적인 아름다움을 극대화시켰다. 맨하탄 거리에서 영감을 받은 이번 뉴욕 컬렉션은 회색 도시를 연상케 하는 다크 톤의 컬러와 구조적인 커팅 기법을 중심으로, 다양한 변형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디자인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제너럴아이디어 2014 S/S 뉴욕컬렉션에서 최범석 디자이너. 출처=제너럴아이디어 공식 홈페이지>
K-패션의 주역… 뉴욕을 넘어 세계로
그야말로 잘나가던 디자이너였던 최범석은 2009년 돌연 뉴욕행을 결심했다. 뉴욕 컬렉션을 위해 그 동안 힘들게 벌어뒀던 돈을 쏟아 부었다. 기댈만한 스폰서도 없었다. 누군가는 미쳤다는 소리를 했다.
“정말 미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죠. 누가 이렇게 할 수 있겠어요? 많은 이들이 무모한 도전이라고 만류했지만 제 선택은 뉴욕에 가는 것이었고, 나의 선택이 옳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노력에 대한 성과는 곧 나타났다. 진출 3년 만에 뉴욕패션위크의 공식 스케줄에 이름을 올렸고,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뉴욕패션위크를 주최하는 IMG는 ‘주목할만한 디자이너 3인’으로 최범석을 선정하기도 했다. “해외시장에서는 「제너럴아이디어」의 텍스처와 컬러 블로킹이 좋다고들 해요. 기본적으로 실용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해외 바이어들이 높이 평가하는 부분이죠.”
「제너럴아이디어」로 뉴욕 컬렉션에 진출한 이래 뉴욕시장을 집중 공략해온 최범석은 올해부터 세일즈 전략을 강화했다. 라스베이거스, 밀라노, 파리에 쇼룸을 오픈한 것. 현재 「제너럴아이디어」는 영국, 독일, 이탈리아, 미국, 캐나다, 홍콩, 싱가포르, 태국, 대만, 중국, 일본 등 전세계 주요 패션숍에 입점되어 있다.
최범석은 당분간 뉴욕 컬렉션에 집중할 계획이다. 오는 3월 열리는 서울패션위크에도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패션위크의 조직위원이기도 한 그의 결정이 의아했다. “서울패션위크에 참여할 수 있는 브랜드는 60여 개에 불과합니다.” 후배들 자리를 빼앗으면서까지 쇼를 열고 싶지는 않다는 게 그의 본심이다.
전세계에 K-패션의 가능성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최범석. 그에게 서울패션위크의 현실은 아쉽기만 하다. 그는 “서울패션위크는 ‘단지 쇼를 위한 장’으로 전락했어요. 컬렉션이 끝나면 쇼에 참석한 스타에게 관심이 집중될 뿐이죠. 비즈니스와 문화라는 새로운 접근을 통해 모두가 동경하는 패션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일침 했다.
<사진=제너럴아이디어 2014 S/S 뉴욕패션위크 중. 최범석은 트위터에서 위의 착장을 가장 좋아하는 룩으로 소개했다.
출처=제너럴아이디어 공식 홈페이지>
‘젊은 「헤드」’를 이끄는 슈퍼 히어로
최범석은 2012년부터 코오롱FnC의 스포츠 브랜드 「헤드(HEAD)」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하고 있다. 그가 합류한 후 「헤드」는 젊은 감성의 컨템포러리 스포츠 브랜드로 거듭났다. 이전에도 다양한 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비즈니스적인 역량을 인정받았던 최범석은 「헤드」를 트렌디한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탈바꿈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회사측이 그에게 주문한 것은 다운 에이징(Down Aging). 노후화된 브랜드 이미지와 모호한 컨셉을 바로잡아 「헤드」를 보다 젊은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브랜드의 체질을 바꾸는 일이란 쉽지 않은 일. 그는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는 방법으로 ‘히어로 시리즈(Hero Series)’를 출시하고 프리미엄 스포츠 라인 ‘H3B(HEAD BLACK BY BUMSUK)’을 런칭해 브랜드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급작스러운 변화보다는 매 시즌 5~10% 정도로 신선함을 주입하고 있어요. 기존의 소비자들이 괴리감을 느끼지 않도록 서서히 개선해가고 있습니다. 「헤드」가 가진 스포츠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하되, 한편으로는 젊은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스포츠 캐주얼을 제안해 고객저변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입니다.”
<사진=2014 S/S 서울패션위크에서 선보인 헤드 블랙라인 ‘H3B’.
컬렉션에 앞서 최범석은 “아름다운 컬렉션 스포츠의 새로운 씬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출처=제너럴아이디어 공식 홈페이지>
디자인부터 마케팅까지… ‘히어로 시리즈’ 젊은 고객 사로잡았다
“패션이란 얼마만큼 생각하고 집중하느냐에 따라 컬렉션의 크기가 달라진다. 이번 서울 컬렉션을 통해 헤드 블랙라인은 아름다운 컬렉션 스포츠가 이렇게 바뀔 수 있다는 새로운 씬(scene)을 보여주려 한다.”(최범석 트위터에서 발췌)
프리미엄 스포츠 라인으로 전개되고 있는 ‘H3B’는 지난해 2014 S/S 서울패션위크를 통해 첫 선을 보였다. 스포츠 DNA를 바탕으로 하이 퍼포먼스 기능과 디자이너 감성을 더한 프리미엄 스포츠 룩으로 스포츠 웨어의 넥스트 버전을 제안했다. 심플하고 간결한, 극단의 미니멀리즘으로 대표되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기존의 스포츠 브랜드에서 보여주는 비비드한 컬러가 아닌 블랙, 실버, 화이트를 주로 하용하고 재귀반사소재(reflective fabric)를 믹스해 고급스러운 럭셔리 스포츠 룩을 표현했다.
반면 히어로 시리즈는 젊은 고객들을 정 조준한 상품군으로 대학생의 젊은 감성을 자극하는 전략상품을 제안하고 있다. 2012년 처음 출시된 히어로 재킷의 경우 국내 「헤드」 역사상 단품 아이템으로는 최초로 1만장 판매를 돌파해 '젊은 「헤드」'의 성공가능성을 보여줬다. 매 시즌 업그레이드 되고 있는 히어로 시리즈는 히어로 야상다운, 히어로 4D 다운, 히어로 팬츠, 히어로 슈즈라는 이름으로 출시돼 젊은 헤드를 알리는 주역이 됐다.
히어로 시리즈는 최범석이 어릴 적 동경해왔던 영웅(Hero)에 대한 향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략 상품군으로, 19세에서 23세의 젊은 소비자들을 겨냥해 톡톡 튀는 컬러와 디자인,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스포츠 활동은 물론 일상에서도 스타일리시하게 착용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구성되며, 전략적인 마케팅을 통해 매출 시너지를 높이고 있다.
이번 시즌에는 히어로 슈즈의 출시를 기념해 스트리트 매거진 룩티크와 함께 스트리트 패션 포토그래퍼를 선발하는 ‘스트리트 히어로(Street Hero)’와 스타일리시한 패션 피플을 선발하고 기부까지 하는 ‘스타일 히어로(Style Hero)’를 진행하고 있다. ‘히어로 스텝(Hero step)’이라 명명된 이번 캠페인은 최범석이 직접 기획을 주도해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진=스트리트 포토그래퍼를 선발하고 지원하는 헤드의 ‘히어로 스텝’ 캠페인. 출처=헤드 공식 홈페이지>
인생의 모토 ‘삶은 재미있게, 일은 야무지게’
최범석을 칭하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많이 알려졌듯 그는 고등학교를 중퇴했고, 패션 관련 정규교육을 받지 않았다. 그저 옷이 좋아 19세의 나이에 홍대 노점상과 동대문을 거치며 옷 장사를 시작했고, 지금 열 한번째 뉴욕 컬렉션 무대를 앞두고 있다. 그의 드라마틱한 이력은 대중들의 관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방송에서는 그의 삶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 ‘패션왕’이 방영되기도 했다.
‘동대문 성공신화’ ‘중졸 디자이너’, 그를 지칭하는 수식어에 대해 최범석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아직도 과거의 성장 스토리를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아요. 이제 그 시절에 대한 이야기는 자동으로 술술 읊을 정도”라며 웃었다. “디자이너로 갑자기 유명해지고 저를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면서 잠시 우쭐했던 적도 있었죠. 하지만 그 수식어가 제 발목을 잡았어요. 처음 뉴욕 컬렉션에 나갔을 때 실감했죠. 「제너럴아이디어」가 아닌 최범석 쇼를 하러 갔던 거예요. 결과적으로 만족스럽진 못했지만 느낀 바가 많았습니다. 앞으로 뭘 해야 할지도 확실히 깨달았구요.”
최범석은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두 권의 책을 냈고 방송 출연도 꾸준히 하고 있으며, 영화 제작에도 욕심이 있다. 스킨스쿠버로 영혼의 휴식을 찾으며, 어느 날은 클럽에서 디제잉을 하기도 한다. 새로운 트렌드와 브랜딩, 마케팅에 관심이 많아 지인들의 사업을 컨설팅해주기도 한다. 혹시 패션 외에도 도전하고 싶은 일이 있는 걸까? 그에게서 돌아온 답은 단호한 어투의 “No!”.
“제 좌우명이 ‘삶은 재미있게, 일은 야무지게’ 입니다. 관심 분야는 많지만 당분간은 옷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한가지에 집중해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릴 때는 겁 없이 책도 내고 이것저것 해보려고 했지만, 세계무대에 나가면서 마음가짐이 달라졌죠. 지금 전 옷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중졸 동대문 성공신화에서 글로벌 탑 디자이너로
그는 「제너럴아이디어」의 세계정복을 꿈꾼다. “50세가 되기 전에 세계 최고의 남성복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전 세계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패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꿈이죠. 얼마 남지 않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시즌에는 여성복도 선보일 계획이다. “사실 이번 컬렉션에 여성복을 선보이려고 했는데 너무 어려워서 포기했어요. 남성복과 패턴 자체가 다른데다, 제가 남자이다 보니 여성복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죠. 좀 더 공부해서 다음 시즌에는 「제너럴아이디어」의 여자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여성복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세계를 무대로 전진하는 그에게 이젠 과거지향적인 수식어가 아닌 미래지향적인 수식어가 어울릴 듯 하다. 그는 자신이 모습이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길 바랄까?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부르던 상관없어요. 그저 열심히 옷을 만들고, 제 옷을 많은 사람들이 입고 즐겨준다면 만족합니다.”
도전과 열정으로 가득찬 청년 디자이너 최범석. 그의 찬란한 미래를, 그리고 그와 함께할 한국 패션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패션엔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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