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14-01-28

2014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 총리뷰

2014 봄/여름 파리 오트 쿠튀르 컬렉션이 지난 1월 20일부터 23일까지 4일간 열렸다. 화려했던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줌인 이미지로 디테일하게 감상해 보자


얼마 전에 끝난 남성복 컬렉션과 여성복 컬렉션을 이어주는 브릿지 패션쇼인 2014 봄/여름 파리 오트 쿠튀르 컬렉션이 지난 1월 23일 화려한 막을 내렸다. 귀족적 아름다움과 클래식한 기품을 통해 패션 판타지의 정수를 보여주는 울트라 럭셔리의 상징, 파리 오트 쿠튀르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레드 카펫 의상을 미리 예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한 다양한 시상식에 이들 쿠튀르 하우스들이 의상을 협찬하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입은 드레스들은 미디어를 통해 바로 전 세계에 공개되고 곧바로 대중들의 주목을 끌기 때문에 럭셔리 하우스로서는 최고의 프로모션인 셈이다.






이번 2014 봄/여름 파리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는 프랑스 대표 격인 샤넬과 크리스찬 디올, 그리고 이태리 대표 격인 아르마니 프리베와 아뜨리에 베르사체의 자존심을 건 눈에 보이지 않는 대결이 눈길을 끌었다. 또한 20세기 초현실주의 패션의 원조인 엘자 스키아파렐리를 부활시킨 스키아페렐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르코 자니니의 데뷔 무대가 있었고, 4세대 쿠티리에라고 불리는 영국 디자이너 랄프 & 루소 듀오의 첫 패션쇼도 열렸다.


또한 빅터 & 롤프와 메종 마틴 마지엘라 그리고 디올 쿠튀르의 라프 시몬스에 이르기까지 젊은 피에 대한 미디어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특히 프랑스와 이태리, 벨기에, 레바논, 중국, 네덜란드, 불가리아, 포르투갈 등 다양한 국가의 쿠티리에가 참가해 파리만의 오트 쿠튀르가 아닌 글로벌 오트 쿠튀르로 변신한 점 또한 돋보였다.


범지구적인 경기 침체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중적인 테이스트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오트 쿠튀르에 대한 관심 자체가 사치나 작은 방종으로 비쳐질지 모른다. 하지만 한 땀 한 땀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섬세하고 화려한 예술 작품인 오트 쿠튀르는 입을 수 있느냐 없느냐, 아니면 대중적이냐 예술적이냐 라는 논쟁을 불식시킬 수 있을 정도의 아우라와 카르스마가 있다.


오트 쿠튀르를 패션의 꽃이라는 부르는 이유는 바로 쿠튀르만의 연출할 수 있는 황홀한 매력과 판타지가 아닐까. 오트 쿠튀르 패션쇼를 보다보면 마치 한편의 패션 오페라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굳이 옷을 살 수 없다고 하더라도 상관없다. 보는 것만으로도 패션을 꿈 꿀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 역시 상업적인 프레타 포르테(기성복) 컬렉션과 달리 오트 쿠튀르(고급 맞춤복)에서는 예술적인 미학을 더 중요시하는 그들만의 꿈의 무대다. 결국 오트 쿠튀르는 디자이너에게나 고객들에게는 의미는 다르지만 꿈의 무대인 셈이다.



<2014 S/S CHRISTIAN DIOR HAUTE COUTURE COLLECTION>


또한 오트 쿠튀르는 세계 패션의 창조적인 트렌드와 오리지날 디자인의 산실이다. 보통 유행을 2년 앞서간다는 오트 쿠튀르는 여전히 패션의 중요한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코코 샤넬과 이브 생 로랑의 사망, 발렌티노의 은퇴, 크리스찬 라크로아의 파산보호 신청, 베르사체와 지방시의 컬렉션 포기 등 럭셔리 하우스의 굵직굵직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파리 오트 쿠튀르의 종말을 이야기 하지만 여전히 오트 쿠튀르는 그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며 존재 의미를 과시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오트 쿠튀르 의상을 자동차 전시회으 컨셉카와 비유한다. 컨센트 카의 경우 실제로 상용화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고가의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자동차 산업과 디자이너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우리가 공상 영화나 SF 드라마를 보며 TV와 컴퓨터, GPS가 달린 최첨단 기능에 탄성을 질렀지만 지금은 자동차의 기본 사양이 되었고 여전히 진화를 계속하고 있다. 오트 쿠튀르도 마찬가지다. 럭셔리 하우스 매출의 10%밖에 안 되는 비즈니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유럽 럭셔리 하우스들이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정기적으로 여는 이유는 바로 패션의 미래를 미리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패션에 대한 판타지를 현실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파리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는 19세기 찰스 프레드릭 워스로 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1848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고 공화제 수립과 함께 한 영국 청년이 파리로 오게 되면서 패션 디자인 분야에서는 일대 혁명이 일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디자이너 폴 포아레는 그 청년에서‘오트 쿠튀르의 창시자’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그가 바로 찰스 프레드릭 워스다.


13세에 런던의 직물 시장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패션에 입문한 그는 20세 때 패션의 도시 파리로 이주해 원단 회사의 판매 보조원으로 일하다가 드레스 디자이너가 되었다. 당시 프랑스의 황후 유제니의 전속 드레스 디자이너로 많은 드레스를 디자인 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행을 이끌면서 귀족과 상층 부르주아 여성들이 이용했다.


그는 쿠튀리에의 신분을 격상시키는 데 일조했고 오랫동안 전통에 얽매어 있는 패션에 디자인 개념을 도입하고 표준화를 이루었다. 그의 노력 덕분에 이름 없는 장인들은 창작 디자이너로 인정받으며 명실상부한 예술가로 대접을 받게 되었다. 이후 1910년 파리의상조합이 결성되었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프랑스를 점령한 독일이 당시 세계 패션의 중심이었던 파리 오트 쿠튀르를 비엔나로 파리로 옮기려는 시도를 하지만 당시 파리의상조합 회장인 뤼시엘 들롱이 베를린까지 달려가 “파리 오트 쿠튀르 산업은 모든 것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재료를 공급하는 수많은 부속산업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쿠튀르 산업의 해외 이전이 불가하다”는 논리를 펼치며 저항했다. 결국 프랑스 패션인들의 노력으로 독일 나치의 쿠튀르 이전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프랑스는 쿠튀르 산업을 지킬 수 있었다. 프랑스가 파리 오트 쿠틔르 산업에 자부심을 느끼는 이유 중의 하나다.


프랑스어로 오트(haute)는 우아한 또는 고급스럽다는 의미이며 쿠튀르(couture)는 디자인, 봉재, 바느질 작업을 의미한다. 따라서 오트 쿠튀르는 고급 맞춤 이상이라는 뜻과 함께 최고의 예술적 기교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오트 쿠튀르 의상을 구입한다는 것은 파리 최고의 쿠티르 의상실에서 최신 패션 디자인으로 수작업된 의상을 산다는 의미다.


특히 한 땀 한 땀 장인이 손길이 느껴지는 디테일은 많은 정성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많은 수의 의상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비쌀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젊은 쿠티리에를 중심으로 드미 쿠튀르라는 개념의 시간을 대폭 단축한 오트 쿠튀르 의상을 내놓기도 하지만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품 하우스의 디테일과 봉제, 완성도를 쫓아가기엔 아직도 많이 부족한 상태기 때문에 쿠튀르의 존재감은 여전히 강력하다고 할 수 있다.


<2014 S/S ARMANI PRIVE HAUTE COUTURE COLLECTION>


그럼 주요 디자이너들의 패션쇼를 살펴보자. 먼저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칼 라거펠트는 컬러풀했던 2014 봄/여름 프레타포르테 컬렉션과 같은 흐름을 이어갔다. 다소 탁하지만 밝은 핑크, 그레이, 아이보리, 민트 컬러를 주로 선보였고 중간에 블랙과 화이트 드레스가 등장해 클래식 샤넬의 아우라를 뿜어냈다. 샤넬의 클래식 잇 아이템인 트위드 투피스는 무릎까지 닿는 긴 스커트와 크롭트 톱으로 제작되었는데, 여성스러운 실루엣에 샤프하고 트렌디한 디자인을 가미했다.


이번 컬렉션의 화룡정점은 스포츠 룩. 메탈릭 소재의 팔꿈치와 무릎 보호대, 허리에 치한 작은 가방으로 완성된 스포츠 룩은 라거펠트 만의 실험적인 시도가 돋보였다. 특히 모델들이 신은 스니커즈가 관객들의 주목을 끌었다. 드레스는 너무 비싸도 못사지만 스니커즈는 도전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심리 때문이 아니었을까?


크리스찬 디올은 사랑스러운 펀칭 디테일을 대거 선보였는데, 화이트 아일렛 원피스 위의 가느다란 실을 따라 수놓인 클로버 장식부터 연분홍 드레스를 돋보이게 한 다홍 컬러 펀칭, 아슬아슬하게 옷 위에 장식된 입체적인 펀칭이 돋보였다. 특히 레이디라이크룩의 전형인 부풀려진 플레어스커트부터 똑 떨어지는 박스 형태 모즈룩, 우주적인 크롭트톱과 미니스커트의 만남 등으로 클래식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르마니 프리베는 독특한 소재의 튜브톱 드레스와 투피스의 보디라인을 드러내 여성미를 강조했다. 특히 드레스의 은은한 컬러감이 묘한 매력을 자아냈다. 클러치 백과 슈즈, 헤어밴드 등 액세서리 역시 의상과 동일 소재를 사용해 통일감을 이뤘다. 또한 코르사주 장식과 무게감 있는 액세서리 등이 더해져 복고적인 감성을 배가시켰다. 화려한 플라워 프린트 투피스는 극적인 페미니니티의 정수라는 극찬을 받았다.


발렌티노는 울창한 밀림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동식물 패턴을 이용한 자연의 생동감이 넘치는 무대를 연출했다. 특히 동서양이 어우러진 신비로운 분위기도 압권이었다. 클래식한 아우터와 원피스는 깊이있는 아이덴티티로 전통을 강조했고 케이프 투피스는 독특한 문양으로 통일감을 주어 안정감을 주었다. 나비를 포인트 패턴으로 연출한 드레스 역시 극적인 페미니니티를 강조했다



<2014 S/S RALPH & RUSSO HAUTE COUTURE COLLECTION>


지성미 넘치는 이태리 패션의 젊은 피 지암바티스타 발리는 짧고 날카로우면서도 구조적인 실루엣을 선보였다. 아이보리 컬러를 기본으로 청량한 블루, 관능미 넘치는 레드를 더했다. 특히 꽃과 식물에서 얻은 모티브를 인공적으로 재해석한 시도도 돋보였다. 플로럴 패턴 위에 화려한 컬러로 같은 자리에 자수가 더해지는가 하면 눈부신 네온 컬러를 적절히 사용한 점도 박수 받을 만한 감각적 시도였다.


파리 패션의 앙팡테리블 장 폴 고티에의 이번 시즌 화두는 나비와 버건디. 먼저 허리 라인을 강조한 버건디 드레스는 어깨와 골반 부분이 강조되어 여성미와 나비 실루엣의 절묘한 조화를 연출했다. 여기에 버건디 레이스와 버건디 가죽이 더해져 관능미 넘치는 섹시미도 돋보였다. 나비 헤어피스도 주목을 끌었다. 여기에 오간자와 레이스 소재로 풍성하게 만들어진 거대한 면사포와 퍼로 만든 독특한 헤어피스도 눈길을 끌었다.


생애 첫 패션쇼를 오트 쿠튀르 쇼로 치른 런던의 4세대 쿠튀리에 랄프 & 루소 듀오는 블랙& 화이트의 모노크롬 컬러를 적절하게 사용해 초보(?) 치고는 차분한 패션쇼를 연출했다. 컷 아웃 스커트 라인이 매력적인 튜브톱 드레스는 보디라인을 드러내 여성미를 부각시켰다. 또한 시폰 소재가 더해져 풍성한 실루엣이 연출됐으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드레스가 완성됐다. 블랙을 포인트 컬러로 사용한 드레스는 세련된 여성미가 돋보였다. 허리 라인을 드러내는 디자인으로 곡선미를 살렸으며, 코르사주를 더해 화려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오스카 카르발로는 각양각색의 형광 빛깔이 격자무늬를 따라 퍼져나가는 드레스와 허리선까지 V자로 파여진 롱드레스 안에 메탈처럼 보이는 얇은 브라 톱 하나만 매치하거나 클래식한 펜슬 스커트에 알록달록한 줄무늬 레깅스를 덧입히는 등 다양한 룩을 연출했다. 오렌지, 블루, 화이트, 그린을 믹스매치한 레이디 라이크룩의 실크 드레스, 보디라인을 따라 흩날리는 바캉스용 드레스, 반짝이는 실버 장식이 박힌 드레스도 눈길을 끌었다.


다음에 소개하는 줌인 이미지는 2014 봄/여름 파리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서 선보인 작품들로, 쿠티르의 손맛을 느낄 수 있도록 줌인한 이미지를 소개한다. 디자이너들의 줌인 작품 이미지를 통해 오트 쿠튀르의 깊이와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014 S/S ALEXANDRE VAUTHIER HAUTE COUTURE COLLECTION>












<2014 S/S ALEXIS MABILLE HAUTE COUTURE COLLECTION>














<2014 S/S ARMANI PRIVE COUTURE COLLECTION>








<2014 S/S ATELIER  VERSACE HAUTE COUTURE COLLECTION>















<2014 S/S AURA-TOUT-VU HAUTE COUTURE COLLECTION>







<2014 S/S CHANEL HAUTE COUTURE COLLECTION>








<2014 S/S CHRISTIAN DIOR HAUTE COUTURE COLLECTION>







<2014 S/S ELIE SAAB HAUTE COUTURE COLLECTION>
















<2014 S/S FRANK SORBIER HAUTE COUTURE COLLECTION>












<2014 S/S GIAMBATTISTA VALLI  HAUTE COUTURE COLLECTION>








<2014 S/S JEAN PAUL GAULTIER HAUTE COUTURE COLLECTION>






























<2014 S/S OSCAR CARVALLO  HAUTE COUTURE COLLECTION>





<2014 S/S RALPH & RUSSO  HAUTE COUTURE COLLECTION>




















<2014 S/S SCHIAPARELLI  HAUTE COUTURE COLLECTION>








<2014 S/S TONY WARD  HAUTE COUTURE COLLECTION>











<2014 S/S VALENTINO HAUTE COUTURE COLLECTION>










<2014 S/S VIONNET HAUTE COUTURE COLLECTION>







<2014 S/S ZUHAIR MURAD HAUTE COUTURE COLLECTION>













패션엔 유재부 기자

kjerry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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