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14-01-24

2014 F/W 남성복 컬렉션 총 리뷰

런던에서 시작되어 파리에서 종료된 2014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 런던은 새빌로와 스트리트 스타일이 공존했고, 파리는 꿈에 대한 영감을 주는 창의성과 흥미로움이 돋보였다. 하지만 하이 볼륨 파워를 가진 밀라노는 악화된 국내 경제 사정 때문인지 너무 비즈니스적인 밋밋함으로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2014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 리뷰.


파리 남성복 컬렉션에서 생 로랑의 피날레 패션쇼를 마지막으로 런던에서 시작해 피렌체, 밀라노, 파리로 이어진 2014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시즌 남성복 컬렉션은 한마디로 ‘충돌의 시즌’이었다. 젊은 크리에이터와 새빌로 전통이 충돌한 런던 컬렉션과 밀라노의 빅 비즈니스 브랜드, 그리고 파리의 스타일리시한 이노베이터들의 충돌이 그 중심이었다. 특히 밀라노는 더욱더 캐주얼해지고 럭셔리 스포티즘이 강했다면 파리는 보다 테일러드되고 드레스 업 되었다는 점이 차이였다. 한편 이번 남성복 패션위크 기간 동안 런던 남성복 컬렉션과 피렌체에서 열린 피티워모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많은 프레스와 바이어의 원성이 높았다.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둘 중에 하나를 포기하라는 것은 모든 쇼를 다 봐야 하는 의무가 있는 프레스와 바이어들에게는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도시별 주요 컬렉션을 살펴본다.


<2014 가을/겨울 버버리 프로섬 남성복 컬렉션>


런던 남성복 컬렉션은 새로운 에너지로 넘쳐났고, 전체 남성복 컬렉션의 훌륭한 스타트를 끊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젊은 에너지를 충전한 런던이 드디어 상승기류를 타기 시작했다. 실루엣이나 소재에 있어 실험적인 시도가 돋보였다. 창의적인 크리에이터들의 진보적인 패션과 새빌로의 테일러드 전통이 조화를 이루며 상생의 묘미를 살렸다. 한편 피렌체나 밀라노가 지금까지 테일러링에 있어 강세를 보였지만 최근 런던의 신선한 룩이 새빌로 하우스를 중심으로 두각을 나타내면서 이태리를 위협하고 있다.

먼저 버버리 프로섬은 한껏 힘을 뺀 편안한 룩을 선보였다. 화가와 아티스트의 감성을 표현학 싶었다는 CEO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토퍼 베일리는 블랙 일색의 클래식 아이템에 컬러플한 실크 스커프나 카페트를 연상시키는 패브릭으로 장식한 빅백, 그리고 버버리 패턴의 담요로 포인트를 주었다. 로맨틱한 패턴을 확대한 셔츠와 회화적인 붓 터치의 코트가 돋보였다.


<2014 가을/겨울 알렉산더 맥퀸 남성복 컬렉션>



톰 포드는 스키니한 팬츠에 볼록한 청키 니트, 패딩 코트를 매치하거나 방수되는 스포티한 수트 재킷을 연출했다. 하이라이트는 빛바랜 가죽과 화아트 컬러 테니스 슈즈였다. 알렉산더 맥퀸과 제레미 스캇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런던 디자이너 바비 에블리에(Bobby Abley)는 유니크하고 기발한 디자인으로 컬렉션마다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는 늘 자신을 베어라고 말할 정도로 곰을 사랑해 곰돌이가 그의 시그너처다. 이번 컬레션에서는 ‘유령의 집’이라는 미키 마우스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영화에 나오는 해골, 박쥐, 유령들에서 착안한 이번 컬렉션에서 무시무시한 마우스 피스가 특히 주목을 받았다


<2014 가을/겨울 J W 앤더슨 남성복 컬렉션>


아방가르드한 패턴으로 유명한 신예 JW 앤더슨은 그래픽 실루엣과 프린트 그리고 그의 시그너처 룩인 아름다운 니트 컬렉션을 통해 색다른 멋을 연출했다. 또 다른 니트웨어 디자이너 그룹 시블링은 내복을 연상하게 하는 롱 존스에 페어 아일 니트와 칭키한 니트웨어 그리고 벨트로 조여 맨 니트 카디건 등을 선보였다.

런던의 떠오르는 디자이너 케이티 이어리는 월트 디즈니의 마스코트 미키 마우스에서 영감을 받은 아트적인 프린팅과 미키 마우스 가면으로 독특한 쇼를 연출했다. 팝 아트적인 요소와 레드 컬러를 많이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크리스토퍼 케인은 어두운 느낌의 블랙에 가까운 톤을 사용했다. 편안한 오버사이즈 티셔츠, 니트웨어 등 독특하면서 실용적인 아웃 웨어를 다수 선보였다. 특히 크리스토퍼 케인이 이번에 선보인 독특한 그래픽은 3D 세포의 염색체 모양에서 모티브를 얻은 티셔츠와 트레이닝복으로 선보였다.


<2014 가을/겨울 바비 어블리 남성복 컬렉션>


프레스와 바이어들은 이번 밀라노 남성복 컬렉션이 다소 평범했다고 말한다. 물론 실망을 준 쇼를 꼭 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지난 2014 봄/여름 시즌에 보여주었던 강렬함이 사라졌다며 아쉬워했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의 금융 위기가 밀라노 남성복 컬렉션의 노골적인 상업적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번 시즌 밀라노는 아름다운 의상이 많았지만 파리와 비교했을 때 창의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마디로 밀라노가 제품과 창의력에서 리얼 패션 인더스트리를 보여주었지만 파리에 비해 미래를 향한비전이 부족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메이드 인 이태리를 만날 수 있어 좋았다는 사람도 소수지만 있었다.


<2014 가을/겨울 캘빈 클라인 남성복 컬렉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탈로 주첼리가 이끄는 캘빈 클라인 컬렉션은 불필요한 부피와 윤곽을 없애고 실루엣의 깊이를 구현하는 데 주력했다. 하운드투스, 헤링본과 바구니 무늬가 돋보였다. 기계적인 느낌의 표면과 클래식한 느낌을 혼합해 스포츠·이브닝 웨어도 선보였다. 컬러는 클래식한 차콜과 연한 헤더 색상이 어우러지면서 전반적으로 깊고 어두운 느낌을 연출했다. 캘빈 클라인은 매번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고 미래적인 것에서 영감을 받은 퓨처리즘을 보여주는 몇 안 되는 브랜드 중 하나다. 모던미를 잃지 않는 캘빈 클라인의 정체성은 늘 관객들을 편안하고 흥분하게 만든다.


<2014 가을/겨울 구찌 남성복 컬렉션>


구찌는 전통적인 잉글리시 패브릭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었다. 새로운 구조와 실루엣, 감각적인 오버사이즈의 비율은 구찌가 이번 시즌에 선택한 소재와 딱 맞아 떨어졌다. 기병들의 옷에서 영감을 받은 요소들도 다수 엿보인다. 생생한 컬러와 프린트는 대조적인 블랙, 그레이 컬러와 대비되는 느낌을 주었다. 깔끔하게 마무리된 디자인이 아닌 해체적인 구조의 재킷은 카디건과 함께 스타일링했다.

도나텔라 베르사체는 이번 2014 가을/겨울 베르사체 맨즈 컬렉션에서 마초 스타일의 남자들이 대거 등장했다. 젠더리스 트렌드로 런던과 파리 남자들이 화장을 하는 사이 이태리 상남자들은 바이크를 타고 황야를 질주했다. 특히 엉덩이 부분이 없는 가죽 바지는 안에 입는 속옷을 강조하기 위해 엉덩이를 노출시켰는데 파격 그 자체였다. 그나마 밋밋한 밀라노에서 볼 수 있었던 유일한 볼거리였다. 올 시즌 레이디 가가를 광고 모델로 등장시킬 정도로 파격을 좋아하는 그녀의 에너지는 남성복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닌 듯 하다.


<2014 가을/겨울 베르사체 남성복 컬렉션>


이번 시즌 남성복 패션 캐피탈을 묻는 질문에 대부분의 프레스와 바이어들은 이구동성으로 파리를 꼽았다. 파리는 늘 아방가르드하고 창의적이다.그래서인지 파리는 늘 에너지와 흥분, 열정, 그리고 젊은 디자이너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가득하다. 파리에 가면 늘 익사이팅한 패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실험과 전통에 강한 런던과 상업적인 우수성을 가진 밀라노와 비교해 파리는 그들이 넘보지 못하는 다양성과 창의력을 가지고 있다.


<2014 가을/겨울 폴 스미스 남성복 컬렉션>


만약 창의적인 가치를 따진다면 역시 파리가 패션 캐피탈이다. 앞으로 세계 패션계를 움직일 강력한 개성을 가진 젊은 천재들이 파리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LVMH와 같은 명품 하우스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에디 슬리만, 라프 시몬스, 리카르도 티시, 드리스 반 노튼, 겐조와 발렌티노의 듀오 디자이너들까지손가락을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여기에 패션 도시로서의 자부심과 진정한 인재 육성, 그리고 창의력을 높게 평가하는 시대정신이 깃들어 있기에 패션 캐피탈 파리의 독주는 계속될 듯 하다.


<2014 가을/겨울 지방시 남성복 컬렉션>


무대와 디자인 모든 것이 완벽했던 지방시는 위트있고 웨어러블하고 매우 모던했다. 여기에 아메리칸풍, 스포티즘, 쿨한 스타일 등 가이들이 좋아할 만한 스타일을 모두 갖추었다. 한마디로 스트리트 패션과 농구의 조화였다. 모델의 얼굴에 그물은 농구 그물이 연상되고 프린팅 또한 농구공 이미지를 추가했다. 농구공에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디테일이나 프린트가 다소 식상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생 로랑은 한마디로 전설이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에디 슬리만는 그런지에서 벗어나 엘레강스 룩을 선보였다. 몇몇 포멀 웨어는 테디 보이 에지를 선보였다. 한편 80년대 무드가 강했던 지난 시즌보다 더욱더 차분해졌다. 빈티지 코트와 세련된 레오파드 코트, 귀여운 야구점퍼, 웨어러블한 코트와 라이더 재킷이 돋보였다.


<2014 가을/겨울 디올옴므 남성복 컬렉션>


크리스 반 아쉐가 이끄는 디올 옴므는 기본이 탄탄한 테일러링에 서로 다른 많은 핀 스트라이프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테일러링의 형태와 수트 뿐 아니라 콤보 트라우저도 호평을 받았다. 진을 응용한 아이디어도 신선했다.


<2014 가을/겨울 겐조 남성복 컬렉션>



겐조의 캐롤 림과 옴베르토 래옹 듀오는 기하학적인 패턴이 돋보이는 제품들과 타이포를 활용한 디테일이 돋보였다. 너무 슬림하지도 너무 와이드하지도 않은 슬림 스트레이트 핏은 물론 캐주얼하고 포멀함이 느껴지는 아이템이 눈길을 끌었다.


<2014 가을/겨울 릭 오웬스 남성복 컬랙션>


릭 오웬스는 파워플한 무대를 선보였다. 패션 세계는 항상 모더니티를 추구했고 그것은 늘 빅 유토피아였다. 느낌 아는 릭 오웬스 역시 아주 모던한 의상을 선보였다. 다양한 드레싱방법은 젠더와 순간, 시즌과 관계 없었다. 밤과 낮이나 혹은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가 함께 입을 수 있는 그의 이번 시즌 컬렉션은 특정 고객이 없는 것이 최대 미덕이었다.


<2014 가을/겨울 루이비통 남성복 컬렉션>


루이 비통은 이번 시즌 럭셔리에 대한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아주 섹시하고 클래식했으며 패션쇼는 젊고 늘씬한 가이들로 넘쳐났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킴 존스는 LV와 완벽한 궁합을 보여주었다. 아주 소피스티케이트했지만 약간의 스트리트 에지도 있었다. 그의 컬렉션은 점점 더 견고해 지는 느낌이다.


<2014 가을/겨울 라프 시몬스 남성복 컬렉션>


라프 시몬스는 매번 의외의 실루엣과 생각지 못한 스타일링으로 패션이 아닌 예술에 가까운 컬렉션을 보여준다.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그는 이번 시즌 자신의 남성복 레이블에서는 현대 미술 작품을 보는 듯한 아트 워크를 옷에 그대로 반영했는데 미국 작가 스털링 루비와의 콜라보레이션을 보여주었다. 아트적인 부분과 창의적인 부분이 조화이자 동시에 컬러 사용의 새로운 방식을 보여주었다. 사실 둘의 만남은 하나의 도박이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결실을 맺었다. 그것은 콜라보레이션이라기보다는 두개의 미학이 하나로 통합된 느낌이 들었다. 스털링 루비는 차원이 다른 비주얼과 심리학적인 관심을 라프 시몬스 방식으로 변주한 셈이다. 특히 우주를 보는 듯한 디자인의 피코트는 스털링 루비 특유의 몽환적인 느낌이 유니크하게 표현되었다는 평을 받았다.


<2014 가을/겨울 준지 남성복 컬렉션>


디자이너 정욱준이 전개하는 준지는 1940년대 미국에서 유행한 주트 수트를 새롭게 재해석했다. 주트 수트는 어깨 부분이 과도하게 넓고 길이가 긴 재킷, 통이 넓고 아랫단으로 갈수록 폭이 좁아지는 바지로 구성된 의상이다. 색상은 블랙, 네이비, 그레이 등을 중심으로 다크 그린을 포인트로 사용했다. 디자이너 우영미는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 혹은 엘스워스 켈리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원형의 둥근 타원형을 모티브로 했다. 특히 이번 컬렉션에서는 가장 우영미스러운 샤프하면서 클래식한 테일러드에 전혀 예측 불가능했던 타원형의 부드러운 디테일의 요소를 적용, 새로운 형식의 미니멀리즘을 표현해 호평을 받았다.


<2014 가을/겨울 까르벵 남성복 컬렉션>



마지막으로 이번 시즌 남성복 컬렉션에 나타난 키 트렌드를 살펴보자. 먼저 포멀웨어의 부활로서 포멀 방식의 옷 입기가 다시 돌아왔다. 이전과 다른 점은 적당히 미묘하고, 부드럽고 편안한 방법으로 진화되었다. 즉 포멀이 아닌 것이 포멀인 셈이다. 테일러링과 스포츠의 만남도 주목해야 할 듯하다. 럭셔리 안에서의 스포티즘 응용은 색다른 느낌이다.


<2014 가을/겨울 발렌티노 남성복 컬렉션>


컬러 강세도 두드러졌다. 마치 컬러를 통해 모든 패션 도시가 하나로 묶인 느낌이다. 활력이 넘치는 강렬한 컬러의 강세와 함께 브라운 컬러 역시 매력적이었다. 특히 브라운은 테일러드나 스포츠 웨어 등 거의 모든 컬렉션에 등장했을 정도로 인기였다. 깊어지고 다크해진 컬러도 강세였다. 아웃 웨어를 위한 오버사이즈 실루엣은 종종 어깨 아래로 떨어진 것이 특징이었고 가을/겨울 시즌에 대표적인 아이템인 니트 역시 많이 선보였다.

<2014 가을/겨울 라프 시몬스 남성복 컬렉션>


밀리터리 강세와 함께 퍼 터치도 주목을 받았다. 아마도 풀 퍼 코트는 너무 과했지만 퍼 터치는 넥스트 시즌을 위한 남성복 패션에 대한 접근으로는 훌륭했다는 평가다. 또한 소재의 촉감이 중요시 되고 있다. 이전에는 플랫한 소재가 많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긁히고, 짜고, 변형되어 마치 패션이 비주얼에서 촉각으로 이동하는 듯하다. 코트의 강세도 두드러졌다. 럭셔리한 파카에서 부터 트위드 오버코트까지 다양했다. 여기에 빅 코트와 빅 볼륨 코트도 많았다. 드랍 숄더의 두꺼운 코트도 인기를 끌었다. 여전히 수트는 슬림했으며 톱 위의 코트 역시 에지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자를 위한 폴드 오버 클러치 백이나 러플 등 젠더리스 바람과 함께 많이 등장했다. 여기에 일부지만 굽이 높은 펌프스 까지. 과연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둘지는 좀더 두고 볼 일이다.


<2014 가을/겨울 에르메스 남성복 컬렉션>



<2014 가을/겨울 루이 비통 남성복 컬렉션>



<2014 가을/겨울 드리스 반 노튼 남성복 컬렉션>




<2014 가을/겨울 메종 마틴 마지엘라 남성복 컬렉션>


<사진 출처= Sonny Vandevelde>


패션엔 유재부기자

kjerry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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