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2014-01-13

대기업 여성복 구조조정은 예고된 수순?

바바패션, 아이디룩, 대현, 인동에프엔 등 여성복 전문기업 시대 부활!


금융위기 이후 대기업의 거침없는 사세확장으로 상대적으로 위축되었던 여성복 전문기업들의 명성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금융위기의 환란을 틈타 무차별적인 M&A와 신규 브랜드 런칭으로 몸집을 키워 온 패션 대기업들의 문어발식 확장이 기업부실과 수익악화의 부메랑으로 돌아와 최근 들어 여성복 브랜드 중단 및 구조조정이 확산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2000년 중반을 기점으로 자본력과 규모에서 우월적 지위를 지닌 대기업에 밀려 여성복 시장도 '대기업 대세론' '대기업 주도 여성복 판도변화' 등 각종 예측설들이 쏟아져 나오며 상대적으로 입지가 좁아졌던 여성복 전문기업들은 10여년이 지난 지금, 기획과 디자인, 소싱력 등 각 기업이 가진 장점을 살리며 오히려 불황속에서도  확고한 영역을 구축하며 또다시 여성복 전문기업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과거 몇 년 동안 대기업들은 남성복에 집중된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여성복과 수입 브랜드를 공격적으로 확장해왔다. 그동안 사업 다각화냐, 문어발식 확장이냐에 대해 패션업계에서는 찬반양론이 많았으나 결과적으로 지난 몇년간 대기업이 인수했거나 신규 런칭한 여성복 브랜드중  성공한 브랜드가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기업 여성복 구조조정은 이미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다.

 

로벌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제일모직과 LG패션은 크고 작은 국내외 브랜드를 무차별적으로 도입하고 경쟁적으로 신규 브랜드를 출시해 대기업 독주체제 기틀과 규모의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문어발식 확장은 수익성 악화의 악순환을 초래했고 구조조정 우려를 현실로 만들었다.

 

(사진=제일모직 데레쿠니)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은 지난해 여성복 브랜드 '데레쿠니'에 이어 여성복 '에피타프' 사업도 중단했으며 정구호 전무를 비롯해 과거 몇년동안 포진해있던 거물급 여성복 디렉터들과 패션부문에서 수입과 영업 등을 담당했던 상당수 인력이 회사를 떠났다. 지난해 11월 스타 디자이너인 정구호 전무가 10년 만에 제일모직을 떠나기로 하면서 본격적인 구조조정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정구호 전무는 이서현 부사장이 직접 영입한 인물로  해외 진출 등 구호의 브랜드 이미지 확장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구 제일모직)은 유능한 디자이너와의 조우를 통해 그들의 독창성과 창의성을 브랜드에 접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외부 디자이너 모셔오기 경쟁에 가장 앞장서왔다.  정구호 전무를 중심으로 한때 9명의 크리이에티브 디렉터를 확보하며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제일모직 CD입문이 성공의 잣대가 되기도 했다.

 

2009년 정구호 전무 주도하에 런칭한 '데레쿠니'는 40~50대 루비족을 겨냥해 만든 시니어 브랜드로 자사 브랜드인 '르베이지'보다 낮은 가격대와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국내는 물론 중국 진출 등을 통해 1,000억원대의 브랜드로 키울 계획이었다. 하지만 런칭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결국 중단을 하게 됐다.

 

'에피타프'는 2012년 20~30대 여성들을 타깃으로 출시한 캐릭터캐주얼 브랜드로 2016년까지 매출 5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었지만 2년동안 매장을 8개밖에 출점하지 못하는 등 고전했다.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관계자는 "패션시장 침체가 지속되어 지난해부터 브랜드 효율성 차원에서 수익성 낮은 브랜드를 중단하고 빈폴과 갤럭시, 로가디스 등 주력 브랜드와 빈폴아웃도어, 에잇세컨즈 등 성장 브랜드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LG패션의 'TNGTW'도 중단 위기에 놓였다.

LG패션은 지난 2009년 SPA 브랜드와 비즈니스캐주얼을 접목한 신개념 브랜드 'TNGTW'를 오픈, 새로운 한국형 제조유통 브랜드 육성을 선언하며 대규모 투자를 단행, 여성복 사업 부활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당시 LG패션은 여성복 사업을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지목하면서 김영순전무와 유정윤부장 등 여성복분야의 베테랑급 디렉터들이 포진하고 있었던 시기라 그만큼 'TNGTW'는 초미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글로벌 SPA 브랜드에 대응해 대규모 자본이 투자되는 강남대로와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대형 직영매장을 공격적으로 오픈,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양재역, 논현역, 강남역 등 직장인 유동인구가 많은 테헤란로 상권을 속속 오픈한데 이어 가로수길, 삼청동 등지에는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토털 라이프 스타일숍'의 컨셉스토어로 매장을 오픈했다. 강남상권의 대형 직영점 1개점 초기 오픈비용이 40~50억원이 소요될 정도의 빅 프로젝트로 그만큼 관심도 배가됐으며 전개추이에 관심이 집중됐다.


'TNGTW'는 매장환경에따라 남성 캐릭터 'TNGT'와 함께 남녀 복합점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거나 뉴코아아울렛, 마리오아웃렛, 양재 하이브랜드 등 아웃렛과 쇼핑몰 등지로 유통채널을 다각화시키며 볼륨화 정책을 구사했다. 그러나 3~4년전부터 물밀듯이 밀려오는 글로벌 SPA 브랜드의 공세와 경기불황이 맞물리면서 투자대비 수익성이 받쳐주지 않아 사실상 오래전부터 중단위기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동안 'TNGTW'는 수차례 디자인실과 사업부의 교체를 반복하며 리뉴얼 등을 통해 반전을 모색했으나 이렇다할 성과를 나타냈지 못했다는 평이다.

 

(사진=LG패션 TNGTW)


이처럼 대기업들이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구조조정 등  역풍을 맞는 경우가 늘어나자, 여성복 패션전문기업에 대한 역할과 역량이 다시금 부각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한때 대기업의 공세에 밀려 상대적으로 역량을 위협받기도 했던 전문 여성복 기업에 대한 '작은문화(culture of smallness)`에 대한 가치가 부각되고 있는 것. 글로벌 SPA 브랜드의 영토확장과 대기업의 자본이 집중 투하되었던 어려운 시기에 인동에프엔과 바바패션, 아이디룩, 대현 등 전문성과 포트폴리오를 동시에 갖춘 여성복 전문기업들은 기획, 소싱, 디자인력 등 고유의 장점들을 살려 오히려 탄탄한 기업구조를 갖추며 주목받고 있다.

 

 

패션엔 류숙희기자
fashionn@fashion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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