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2011-10-28

[패션 키워드] 소통의 시대 ‘Talk’가 뜬다

기업혁신전략 넘어 대중문화로 확대… ‘진정성’에 열광


교육계와 학계에서 시작된 토크 열풍이 기업의 혁신 전략과 마케팅 툴을 넘어 대중문화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소통의 욕구가 급격히 확산된 가운데 최근에는 지식공유와 멘토링 등이 결합된 토론, 강연, 프레젠테이션, 대담 등의 토크 수요가 높아졌다.

명사의 강연과 콘서트, 퍼포먼스와 토크쇼 등이 결합된 강연 콘서트가 인기를 끄는가 하면 명사가 아니더라도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할 수 있는 소규모 토론문화가 다양하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강의 역시 대화와 토론을 통한 소통으로 전세계적인 공감을 얻었다. 이 강의는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구시대적 소통방식이 아닌 객석과의 인터랙티브(Interactive)한 강연 방식을 통해 소통의 새로운 대안 제시했다.

집단지성을 활용한 컨퍼런스 형태의 토론 방식도 크게 확산되고 있다. 테드엑스(TEDx), 이그나이트(Ignite), 페차쿠차(Pecha-Kucha), 타운미팅(town meeting), 월드까페(World Cafe), 오픈스페이스(OST, open space technology), 바 캠프(bar camp) 등 다양한 토론 방식이 비즈니스 영역은 물론 시민활동과 교육에 이르는 모든 분야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

이들은 규모와 세부형식, 진행방식 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모두 소통의 본원적 원류를 구현하고 ‘의미’를 찾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토크콘서트, 지적 교류 토론회… ‘토크 열풍’


이 시대 최고의 멘토로 꼽히고 있는 안철수, 박경철의 ‘청춘콘서트’는 토크 열풍의 대표적인 사례다. ‘청춘콘서트’는 청년들의 문제를 고민하고 함께 희망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2009년 처음 대담 강연을 시작한 이래 직장인, 주부, 학생 등의 참여가 늘면서 인구 30만 이상의 도시에서 100일간 진행하는 형식으로 확대됐다.

미래세대를 위한 멘토들의 진정성 있는 메시지 전달은 젊은 세대들에게 귀감이 됐고 이들을 향한 지지는 정치적 영향력으로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2009년 시작된 방송인 김제동의 ‘토크콘서트 노 브레이크’ 역시 풍자와 유머로 풀어낸 사회 비판과 관객들을 어루만지는 진솔한 토크로 큰 인기를 모았다. 오직 김제동의 입담 하나에 의지해 진행된 이 공연은 관객들과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나누는 소통의 장으로 전회 매진 사례를 기록하면서 시즌2까지 진행됐다.

인기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기획한 토크콘서트는 티켓 판매 시작 20분만에 전체 좌석이 매진됐다. ‘나꼼수’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정봉주 전 국회의원, 김영민 전 한양대 겸임교수 등이 진행하는 시사풍자 인터넷 오디오 방송으로 기존의 언론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정치 뒷이야기를 유쾌하고도 날카롭게 지적해 20~40대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모으고 있다.

특히 정치에 무관심했던 20대들에게 정치에 관심을 갖게 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정치적 이목을 집중시켰다. ‘나꼼수’는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음악과 토크가 결합된 토크콘서트를 통해 소통의 진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집단지성의 지적 교류 측면서도 토크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지적 교류 컨퍼런스인 ‘테드(TED, technology-entertainment-design)’는 국내에 라이선스가 들어온 이래 미국, 인도 다음으로 많은 지역모임을 양산해 냈다.

기술, 오락, 디자인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18분 동안 자신의 아이디어나 자기 생각을 발표하는 ‘테드’는 진실, 다양성, 호기심, 비영리, 비정치 등의 컨셉을 바탕으로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갈망과 새로운 소통방식에 대한 호기심 등의 욕구를 만족시키며 대중적 인기를 확대해가고 있다.

또 20장의 슬라이드를 각각 15초 동안 보여주며 5분 동안 발표하는 프레젠테이션인 ‘이그나이트’, ‘이그나이트’와 유사하지만 20장, 20초, 6분 40초로 규칙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는 ‘페차쿠차’ 등의 프레젠테이션 토론문화도 발생지보다 더 큰 반향을 일으키며 소규모 토크 모임에 활용되고 있다.

사회적 의제를 놓고 이해당사자, 정치인, 전문가, 일반 시민들이 한자리에서 동등한 자격으로 토론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타운미팅’도 확대되는 추세다. 국내에서는 지난 6월 청계광장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1천인 원탁회의’를 통해 대중적으로 알려졌으며, 많은 의회와 단체들이 국민 참여와 효용성 증대를 위해 이를 채택하고 있다.

이처럼 토크콘서트와 프레젠테이션, 토론회 등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토크를 통해 ‘소통’의 근원적 원류를 경험하고 진정성을 공유한다는 점에 있다. 또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일상화되면서 오감(五感)을 사용하지 않는 지식전달에 갈증을 느낀 대중들이 생생한 강연을 통해 재미뿐만 아니라 삶의 의미와 긍정적 에너지를 얻고 있다는 점도 활성화를 부추겼다.

토크, 고객 마음 여는 체험 마케팅으로 부상


소통이 시대적 조류로 부상함에 따라 ‘토크’를 활용한 기업 마케팅도 활발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음악회와 뮤지컬 등 공연 중심이었던 고객초청 행사를 유명인사 특강으로 대체하는 등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부터 문화·예술·경영 등 다양한 분야의 국내·외 리더들이 강사로 나서는 '슈퍼토크'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4명의 강연자가 20분 동안 강연하는 이 행사에는 108명의 현대카드 고객만이 참여할 수 있으며, 강연내용은 온라인에 동영상으로 게재돼 공유된다.

지금까지 총 4회가 개최된 ‘슈퍼토크’에는 영화감독 임상수, 사진작가 김중만, 안상수 홍익대 교수, 뉴욕현대미술관 관장 글렌로리, 모노클 발행인 타일러 브륄레, 살림의 여왕 마사 스투어트, 바리스타 세계 챔피언 마이클 필립스 등이 참석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런 아이디어는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한 금융권에서 특히 선호되고 있다. 바로 젊은 고객층을 흡수하기 위해서다.

LIG손해보험은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와 배우 김갑수, 고객들이 추천한 명사 등 이 시대 대표 멘토 3인을 초청해 진솔한 인생 이야기를 나누는 'LIG손해보험 3인 3색 토크콘서트'를 열고 있으며, 신한은행은 다음 달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S20 청춘페스티벌'을 개최한다.

20대 관련 예·적금 상품을 통칭하는 ‘S20’ 상품을 전개하고 있는 신한은행은 주 고객인 20대를 공략하기 위해 사업가, 배우, 가수 등이 참여한 토크콘서트를 기획했다.

외환은행 역시 카드 고객 300명을 은행으로 초청해 유명인사의 강연을 듣고 소통하는 '예스 클래스 행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11월 10일 외환은행 본점에서 열릴 행사에서는 개그우면 조혜련이 강사로 나서 새로운 도전을 할 때마다 얻은 경험담을 소개한다.

제조업계에서도 ‘토크’는 중요한 마케팅 툴이다. 패션 브랜드 「뉴발란스」는 지난 10월 13일 강연과 콘서트, 아트 전시를 접목한 신개념 컬처 파티 ‘「뉴발란스」 574 Talk x Live’를 성황리에 마쳤다.

「뉴발란스」의 스테디셀러인 574 모델의 한정판 신제품 ‘H574 PPF 컬렉션’의 출시를 기념해 열린 이번 행사는 청년세대들의 멘토인 박경철 원장의 강연을 비롯 이승환, 10cm, 정성하 등 뮤지션들의 공연을 통해 브랜드의 문화와 철학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 밖에도 니콘은 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니콘 제품 디자이너 하시모토 노부오와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의 스피치와 패션쇼가 접목된 디자이너스 파티를 개최했으며, 우먼스 타이레놀은 지난 6월 여대생들을 대상으로 ‘몸&맘을 케어하는 우먼스데이’라는 건강 토크 콘서트를 개최해 건강정보를 나누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토크의 기술… 이제 비즈니스 기회로
 

전문가들은 광속의 시대와 스토리텔링의 시대, 파티의 시대에 맞는 프레젠테이션 방식으로 다양한 토론 문화들이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한다. 또 근엄한 연설보다는 ‘토크 밸류(talk value)’, 즉 화제가치가 더욱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라 강조한다.

최근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토크 열풍’은 소통의 근원적 원류 경험을 통해 의미를 찾고 진정성을 공유하기 원하는 대중들의 욕구에서 비롯됐다. 토크의 방식에 있어서도 대중들은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전통 방식이 아닌 캐주얼하지만 대중과 상호 교류하는 소통방식에 더욱 공감하고 있다.

토론문화도 첨단 기술을 접목해 효율적이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추세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SNS의 일상화를 통해 높아진 대중의 참여 의식이 토론문화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토론의 승자를 겨루는 TV 프로그램이 제작되거나 대학생 스펙 쌓기용의 의미 없는 모임들이 양산되는 등 의미가 변질되고 트렌드화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토크가 사회와 문화, 시대를 관통하는 소통 키워드임은 입증하는 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토론문화와 소통의 본원적 의미를 구현해 조직 내 활력과 비즈니스 혁신은 물론 대중과의 유쾌한 소통을 통한 공감 형성으로 ‘토크’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중들이 요구하는 소통 니즈를 만족시키고 새로운 소통방식과 소통의 기획, 조직, 진행, 분석, 평가 할 수 있는 전담 조직을 통해 더욱 친근하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공감을 유도해야 한다.

스티브 잡스로 대표되는 프레젠테이션과 소통의 기술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 현장에서 매번 완벽한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을 매장에 달려가게 만들었던 스티브잡스는 발표현장을 마치 깜짝 파티 현장으로 만들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했다.

뿐만 아니라 그가 비밀리에 운영했던 100인 그룹에 속한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이 벌이는 브레인 스토밍은 애플 제품의 혁신에 기초가 됐고, 소통과 융합의 IT 생태계를 만들어 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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