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2011-04-19

[패션 키워드] ‘뉴 시니어’ 새로운 잠재력으로 다가오다

‘젊음’, ‘향수’, ‘자아’ 등 핵심코드로 무장


‘뉴 시니어’ 마켓에 패션뿐만 아니라 전 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시니어’ 시장은 엄청난 잠재력은 있지만 도입기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고,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고 해도 노인임을 스스로 인정하기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성향을 가진 고객들이 대다수를 차지해 실버 산업의 성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존 노년층과는 크게 다른 경제력 있는 은퇴계층 ‘뉴 시니어’가 부상, 국내 전체 소비의 22.5%를 차지할 정도로 확고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마켓을 긴장시키고 있다.

뉴 시니어 세대는 주로 은퇴 단계에 진입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내 중산층 그룹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들은 안정적인 경제력과 소비력을 보유하고 다양한 소비 경험과 노하우를 지닌 합리적 소비자다.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건강과 외모 가꾸기에 여념이 없으며, 자기개발과 여가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이렇듯 ‘뉴 시니어’ 세대의 시장성이 검증됨에 따라 기업들은 구매력과 소비 욕구를 동시에 지닌 이들에 집중,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뉴 시니어’ 그들은 누구?

건강, 여유 있는 자산, 적극적 소비 성향을 가진 40대 후반~50대 후반을 지칭한다. 이들은 본격적인 은퇴를 맞아 시간적 여유가 많고 안정적인 경제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에 참여하며 자아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특성을 보인다.

뉴 시니어 세대는 기존 시니어 층과는 명확히 다른 가치관과 소비 욕구를 가지고 있다. 해외 대중문화가 유입되고 한국 영화와 대중음악이 전성기였던 1960년대~1970년대 유년기와 청년기를 보냈던 만큼 다양한 문화 컨텐츠 활용에 능숙하며, 경제력을 갖춘 만큼 소비 욕구가 높아 패션, 뷰티, 미용, 건강, 여행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자신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뉴 시니어 세대가 전용 블로그를 운영하거나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더 이상 어색한 광경이 아니며, 유명 브랜드뿐만 아니라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젊은 감성의 제품을 거침없이 소비, 잠재적 시장 기회를 창출해 내고 있다.

뉴 시니어 세대는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싶어한다. 자식에게 얹혀 사는 뒷방 늙은이는 사절이다. 인생에서의 성공을 평가하는 잣대로 ‘부’의 축적을 손꼽는 사람들도 상당수이며 자신이 모은 재산을 스스로의 노후를 위해 적극 투자한다. 돈을 벌어도 최대한 아껴 쓰고 모은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겠다는 기존 시니어 세대와는 생각 자체가 다르다.

뉴 시니어 "우리는 결코 늙지 않았다"


‘뉴 시니어’ 세대를 지칭하는 가장 강력한 키워드는 ‘젊음’이다. 뉴 시니어 세대는 본인을 노년층으로 인식했던 시니어 세대와는 달리 스스로를 젊다고 느끼고 있다. 이들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실제 나이와 인지 나이의 격차가 크게 느끼고 있으며, 몸이 쇠약해져 건강에 이상을 느끼지 않는 이상 물리적인 나이에 연연하지 않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뉴 시니어 세대는 최신 유행 스타일의 패션이나 노화 방지용 화장품에 관심이 높다. 10~30대의 젊은층을 타겟으로 한 영캐주얼 브랜드에서의 뉴 시니어 매출 비중은 나날이 늘어 작년에는 전년대비 22%나 증가, 평균치인 16%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최근에는 얼굴 주름과 노화를 저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귀족수술, 팔자주름 수술과 같은 성형수술도 성행하고 있다. 또한 고스톱으로 대변되던 시니어들의 놀이 문화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 닌텐도사는 노인들의 신체와 뇌건강을 도모할 ‘두뇌력 증진 게임’과 ‘wii’ 제품을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뉴 시니어 세대를 공략한 상품은 기존의 노년 타겟 제품처럼 ‘고령용’을 강조하기 보다는 ‘젊음’과 ‘경험’에 소구하는 등 좀 더 세심한 접근이 요구된다. 프랑스 유명 생수업체인 ‘에비앙’사는 시니어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자사 제품의 광고 모델에 흰 머리카락의 뚱뚱한 두 명의 은퇴노인을 기용해 매출이 급감, 광고 기간을 다 채우지도 못하고 중단시킨 해프닝을 겪었으며 시세이도는 안티에이징 화장품에 “아름다운 50대가 늘어나면 일본이 변한다”는 나이를 강조한 광고 카피를 사용해 낭패를 보기도 했다.

또 Gerber사는 자사의 인기제품인 유아용 야채죽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노인용 야채죽(Senior Citizens) 제품을 선보였지만 ‘젊음’을 추구하지만 ‘유아시절’로 되돌아가길 원치 않는 ‘뉴 시니어’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 내진 못했다.

‘뉴 시니어’ 아날로그 넘어선다


‘뉴 시니어’ 세대는 과거의 감성과 가치를 향유하는 ‘향수’에 주목한다. 뉴 시니어 세대는 그들만의 복고 문화를 불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젊은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 내며 트렌드를 주도하기도 한다.

1970년대 통기타 문화 아이콘인 ‘세시봉’은 뉴 시니어 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컨텐츠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김세환 등 세시봉의 멤버들은 이미 60대를 넘어선 노년이지만 이들의 노래와 연주는 지난날을 추억하고자 하는 뉴 시니어 세대의 향수를 자극했다. 이에 따라 문화예술 컨텐츠에 대한 뉴 시니어 세대의 소비욕구는 나날이 증가, 블루오션으로 각광받으며 압도적인 문화적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식품업계 또한 뉴 시니어 세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주요 타겟인 유아동의 인구가 감소하면서 시장성을 넓히고 있는 뉴 시니어 세대를 공략, 이들의 입맛을 잡기 위해 찹쌀 유과, 인절미바, 누룽지 등 전통 소재를 이용한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외식업계 또한 고추장 소스를 활용한 스파케티, 된장을 활용한 떡갈비 스테이크 등을 선보이며 고객층을 넓히고 있다.

‘뉴 시니어’ 자기계발에 집중한다

기존의 ‘시니어’ 세대가 ‘인생의 황혼기’로 노년의 삶을 표현, 남은 시간을 살아온 삶을 정리하는 데 집중했다면, ‘뉴 시니어’ 세대는 남은 시간을 자아 발전의 과정으로 보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즐기려는 경향을 보인다.

뉴 시니어 세대는 성취감을 중요시하고 학습 의지가 높아 자기계발 활동에 시간과 비용을 적극 투자한다. 신세계백화점 문화센터 수강생 중 뉴 시니어 세대의 비중은 4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들의 높은 자기계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역시 지난해 대비 뉴 시니어 세대의 수강생 수가 10%정도 늘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는 영어나 재테크 등으로 관심 범위가 확대, 다양한 컨텐츠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이와 함께 뉴 시니어 세대는 지식과 지혜를 공유하려는 활동에 적극 참가하고 있다. 특히 뉴 시니어 세대의 상당수가 직장에서 PC를 다루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인터넷에 능숙, 인터넷을 통해 여가 생활을 즐기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온스와 시니어 유어스테이지는 50대 이상의 뉴 시니어 세대가 몰리는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로 미국과 한국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들 사이트 회원들은 충성도가 높아 이 사이트 저 사이트 옮겨 다니는 않는다. 시간도 많고, 경험도 많으니 사이트에 접속해 비슷한 연령대의 회원들과 건강이나 운동 등 취미를 공유하고 공통관심사에 대한 토론의 장을 열기도 한다. 접속 시간이 길다 보니 광고 효과도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사이트보다 훨씬 뛰어나다.

‘뉴 시니어’ 비즈니스 핵심 축으로 등장


‘뉴 시니어’ 마켓은 니치가 아닌 주력시장으로 급 부상하고 있다. 경제력을 갖춘 만큼 뉴 시니어 소비층을 잡으려는 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특히 뉴 시니어 세대의 최대 화두인 ‘젊음’을 표현하기 위해 패션 상품이 각광받고 있는 만큼, 패션기업들은 실제 연령보다 자신이 선택한 나이에 맞춰 패션을 추구하는 ‘마인드 에이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치코스」는 뉴 시니어 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미국 브랜드이다. 창업 당시 민속공예품을 파는 작은 가게에 불과했지만 편안한 착용감의 스웨터, 신축성 있는 허리밴드의 바지와 스커트 등으로 인기를 모으며 미국 의류기업 중 매장 1제곱미터당 이익이 가장 높은 기업으로 주목받았다.

제일모직의 여성복 브랜드 「르베이지」는 적극적인 뉴 시니어 마케팅으로 중·장년층 여성복 시장의 리딩 브랜드로 자리매김 중이다. 「르베이지」는 ‘감성은 30대, 사이즈는 50대’라는 브랜드 모토에 맞춰 가볍고 고급스런 소재, 우아하고 자연스러운 실루엣으로 시니어들의 체형을 보완한 상품을 제안,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런칭 첫해인 2009년 120억원, 2010년 3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베이지색을 기본으로 한 자연스러운 색감의 제품으로 기존 40대 후반~50대의 뉴 시니어 세대 뿐만 아니라, 30대 여성까지 고객을 확장했다.

롯데백화점은 5월 19일 본점 8층에 ‘시니어 기프트 편집숍’을 오픈할 방침이다. 롯데백화점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의 자사 백화점 구매 고객 정보를 분석한 결과 뉴 시니어 세대의 매출이 37%정도 증가했다는 사실에 착안, 뉴 시니어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대해 백화점 관계자는 “뉴 시니어 세대는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다. 백화점 매출 순위 10%안에 드는 VIP 고객도 상당수인 만큼 성장이 기대된다”며 “이전의 실버 매장이 의료기기나 건강관련 제품 일색이었던 것에 비해 이번 편집숍은 모자, 스카프, 화장품, 워킹화, 가발 등 패션아이템의 비중을 60% 수준으로 늘린다. 고객들의 니즈에 따른 특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정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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