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2011-02-21

[패션 키워드] 새로운 워킹맘 ‘모피스족’을 주목하라

모피스룩 인기… 원숙한 아름다움으로 트렌드 리드


최근 종영된 MBC 드라마 ‘역전의 여왕’은 워킹맘을 주인공으로 일과 사랑, 가정과 육아라는 갈등요소를 극복해 나가는 기혼여성의 성장기를 보여줬다. 주인공 황태희는 한때 개발팀장이자 회사의 실세인 상무의 최 측근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다 결혼과 동시에 추락한 이후 5년 뒤 다시 계약직 사원으로 직장에 복귀해 고군분투한다. 그녀는 결혼으로 희생양이 됐지만 특유의 열정과 아이디어로 직장 내 핵심 인력으로 자리잡아가며 기혼여성들에게 많은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역전의 여왕’의 인기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모피스(Moffice)족이다.

미씨(Missy)와 오피스(Office)의 합성어인 모피스족은 일하는 워킹맘을 상징하는 신조어로 기혼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확산되고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면서 등장한 신흥 세력이다. 과거 워킹맘이 생활고와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나 자아실현을 위해 가족을 등한시하는 이기적인 여성으로 그려졌다면, 오늘날의 워킹맘은 가정과 일, 그리고 자신의 삶을 균형 있게 꾸려가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야망으로 가득 차 억척스럽게 성공을 위한 혈투를 벌이기 보다는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회와 가정에서 동시에 인정받기 원하게 된 것이다.

모피스족 vs 미씨족

모피스족은 어려서부터 부모의 관심과 전폭적인 지원 속에 학업, 운동, 리더십 등 모든 면에서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엘리트 여성으로 성장했다. 자신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 경력을 쌓고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위치에 올라선 그녀들은 결혼과 출산, 육아라는 성장 단계를 이전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인다. 이들은 자신이라는 존재근원을 지키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는 방법을 찾는다.

모피스족에 앞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아줌마 세력으로는 미씨족(Missy)이 있었다.
1990년대 중반 등장한 미씨족은 아가씨 못지않은 몸매와 화려한 패션 감각으로 기혼여성의 전형을 바꿔버렸다. 긴 생머리와 탱탱한 피부에 미니스커트로 늘씬한 각선미를 뽐내던 이들은 행복한 가정을 꾸리면서도 예쁜 모습을 유지하는 현대판 현모양처의 모습으로 대변되며 남편들의 무한한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그들 역시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새롭게 포장된 충성스러운 아내의 모습일 뿐이었다.

세월이 흘러 2010년 후반 새롭게 등장한 모피스족은 나이를 거스르는 젊음과 화려함을 탐하지 않는다.

그들은 나이만큼 성숙한 자존감과 자신감, 커리어를 무기로 우아함과 세련됨을 강조하고, 화려한 차림새보다는 회사와 가정이라는 공간을 넘나들며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스타일을 선호한다. 출산 후 달라진 몸매와 피할 수 없는 세월의 주름 앞에서 억지스럽게 젊음을 유지하기 보다는 삶의 경륜이 담긴 부드러운 미소가 진정한 아름다움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피스룩, 패션 마켓 점령하다

이러한 아내들의 변화를 일찌감치 감지한 미디어들은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소재로 한 드라마들을 쏟아내며 새로운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역전의 여왕’에서 황태희 역의 김남주는 모피스룩의 정석을 보여준다. 드라마에서 결혼 전 도도한 커리어 우먼의 모습을 뽐냈던 황태희는 결혼 후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모피스룩을 선택했다. 그도 그럴 듯이 이미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과 자신감을 지니고 있던 그녀의 입장에서는 날이 선 파워 수트나 과도한 치장 따위는 필요치 않았다. 대신 팬츠와 블라우스, 카디건 등 실용적인 베이직 아이템에 스카프나 머플러로 포인트를 주고, 다이애나비를 연상시키는 미니포셋 헤어스타일로 부드럽고 단정한 인상을 강조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그녀가 가진 연륜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도시적 애티튜드로 스타일을 완성했다.

이 같은 스타일은 기혼 직장 여성들의 출근 복장을 새롭게 조명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이 착용한 의상과 액세서리 정보가 실시간 공유되는 것은 물론 품절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역전의 여왕에 제작지원과 협찬을 한 「마코스포츠와」와 「케이트스페이드」 「피아자셈피오네」 등 패션 브랜드들은 드라마에 노출된 제품들이 즉각 판매량이 급증하고 품절되는 것을 지켜보며 ‘모피스룩’ 열풍을 실감했다. 이에 대해 「마코스포츠」 마케팅팀 임정식 부장은 "김남주가 착용한 제품들이 방송이 된 후 문의가 끊이질 않았다. 특히, 핑크컬러 배색이 돋보이는 코트나 등산복으로 착용한 패딩 점퍼 같이 눈에 띄는 아웃터들의 경우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모피스룩의 완성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부드러운 미소다. 커리어적인 연륜과 가정이 주는 안정감과 평화, 강인한 모성이 빚어낸 여유로운 자태야말로 그 어떤 화려함 보다도 이들을 돋보이게 만드는 이유인 것이다.

완성된 삶이 아름답다

모피스족은 개인의 편차에 따라 사회적, 제도적, 인구통계학적인 기준으로 정의 내리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3040세대의 기혼 직장 여성으로 보면 된다. 이들이 트렌드 리더이자 영향력 있는 소비층으로 부상한 원인은 사회 문화적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오늘날 취업과 불투명한 미래를 고민해야 하는 20대의 ‘젊음’은 더 이상 매력적으로 포장되지 못한다. 반면 자신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추고 사회적, 경제적 역량을 갖춘 성숙한 여성이 새로운 이상향으로 부상했다. 싱그러운 젊음은 사라졌지만 이들에게는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잘 알고 자신의 매력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 여기에 발달한 의학과 피부 및 몸매 관리 산업의 성장 등은 이들을 더욱 매력적인 외모로 유지할 수 있게 도왔다.

2009년 발간된 ‘핫트렌드 2010’에서는 이상적인 꿈의 나이로 35세를 지목했다. 35세는 20대처럼 뭔가 덜 완성된 느낌도, 40, 50대의 노후한 느낌도 아닌 성숙하고 프로페셔널한 느낌이 있는 나이라는 것이다.

이상 연령이 높아지고 있는 뉘앙스는 패션계의 이슈에서도 찾을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10대에서 20대 초반의 어리고 깡마른 이미지를 내세워 트렌드를 주도해 왔던 패션 디자이너들은 이번 시즌 ‘나이’라는 물리적 장벽을 허물어뜨렸다. 이들은 젊음보다는 우아하고 농익은 여성의 성숙하고 지적인 아름다움을 부각시키기 위해 80년대와 90년대를 주름잡던 왕년의 수퍼모델들을 런웨이에 컴백시키고, 하이패션의 주 소비계층인 중년의 모델을 끌어들여 클래식한 아이템들을 중심으로 이지적이고 럭셔리한 스타일을 제안해 변화된 여성상을 환기시켰다. 이는 이슈를 위한 디자이너의 술수라기 보다는 달리진 미의식을 입증하는 대목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 커리어 우먼이자 워킹맘인 모피스족의 부상은 원숙미가 시대의 아름다움으로 떠오르고 있는 세계적인 흐름과도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패스트 패션의 공세 속에서도 한편으로는 기본기와 완성도에 집중한 하이 패션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최근 패션계의 현상 역시 이를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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