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2010-08-16

[패션 키워드] 디지털 제너레이션의 패션은?

「유니클로」 「나이키」 동대문 패션 선호


전세계적으로 세대론(世代論)이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 경제 전문지는 20세기의 키워드가 ‘부와 가난’이었다면 21세기의 키워드는 ‘영(young) & 올드(old)’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제너레이션은 그 변화의 중심에서 전 분야 걸쳐 강력한 파급력을 발산하고 있다. 이전에도 10년에 한번 꼴로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지만, 디지털 제너레이션은 흥미로운 별칭에 비해 별다른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던 이전 세대들과 비교할 때 세계를 바꿀만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디지털 시대를 기반으로 형성된 이 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강력한 개성과 열정으로 자신만의 목표를 지향하되 남들과 함께 소통하고 참여하는 것이 익숙하다는 것이다.

디지털 제너레이션, 그들은 누구인가?

우리는 직장에서, 학교에서, 거리에서, 쇼핑몰에서, 거실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은 스마트폰으로 트위터와 문자메시지를 전송하고 아이팟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동시에 동영상을 내려 받는다. 그들은 멀티 태스킹에 능하고 소셜 네트워킹에 강하다.

디지털 제너레이션(Digital Generation)에 대한 정의는 디지털 기기의 보급 시기에 따라 국가와 지역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986년에서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규정한다. 이들은 전체 인구의 29.2%를 차지하는 베이비 부머의 자녀세대로 인구의 19.8%를 차지하고 있으며,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고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자랐다.

디지털 제너레이션은 밀레니얼 제너레이션(Millennial Generation), 제너레이션 Y(Generation Y), 넷 제너레이션(Net Generation), 제너레이션 넥스트(Generation Next),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에코 부머(Echo Boomer,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 테크 세대(Tech Generation), 구글 세대(Google Generation) 등 별칭도 다종다양하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바로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환경을 경험한 디지털 라이프 스타일을 지닌다는 것이다.

디지털로 시작해서 디지털로 끝나는 삶

디지털 제너레이션의 삶은 1996년 2G 핸드폰 시대 개막, 2000년 버디버디 오픈 등 디지털 디바이스와 소셜 네트워크, 인터넷의 성장과 함께 했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과 함께 성장했기에 디지털 환경을 공기처럼 받아들인다. 이들에게 인터넷은 글씨 쓰는 펜이고 휴대폰 번호는 주민등록번호와 같다.

이전 세대가 편지를 쓰거나 자료를 발송하는 이메일 등의 용도로 인터넷을 시작했다면 이 세대는 채팅으로 인터넷 시작했다. 따라서 이들에게 인터넷과 휴대폰은 근본적으로 가벼운 수다를 나누는 놀이의 수단이다. 이들의 디지털 라이프가 소셜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최우선의 과제는 진학과 취업이다. 디지털 제너레이션이라고 해도 근본적인 고민은 기존 세대와 일맥상통한다. 즉 인간의 본성이나 고민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그들이 들고 있는 도구가 디지털 디바이스로 변화되었음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똑같은 고민을 변화된 도구로 해소할 때 어떠한 행동할지를 고려해야 한다.

디지털 제너레이션, 패션=아이폰?

최근 패션 트렌드 정보사 PFIN이 한국의 디지털 제너레이션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응답자의 24.5%가 패션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다른 세대들의 경우 6.7%가 패션이 주요 관심사라고 응답한 것에 비하면 꽤 높은 수치다.

그러나 ‘나만의 스타일이 있다’, ‘나를 표현해주는 것은 옷이다’라는 문항에 대해서는 다른 세대에 비해 낮은 응답률을 보였다 <표1><표2>. 또한 ‘나 자신을 꾸미는데 들이는 돈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은 여느 세대와 비슷했지만, ‘옷에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응답에서는 세대 중 가장 높은 호응도를 나타냈다 <표3><표4>.

이 같은 모순된 결과는 이 세대가 더 이상 옷을 패션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들에게 패션이란 단지 ‘옷’이 아니다. 이들의 머스트 해브 패션은 바로 ‘아이폰’이다.  그렇다면 ‘패션’에 대한 기존의 정의를 불식시킨 디지털 제너레이션은 어떤 옷을 입을까?

이 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는 「유니클로」 「나이키」 동대문 제품 순으로 조사됐다. 과거처럼 응답률이 절대적인 우위를 보이는 브랜드도 없으며, 뛰어난 감각의 디자이너 브랜드와 같은 자부심을 주지 못할바에 차라리 합리적이고 코디가 쉬운 실용적인 브랜드 혹은 비 브랜드의 구매를 선호한다. 이는 2003년 가장 비호감 브랜드로 동대문을 지목했던 이전 세대와 비교할 때 대조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또한 디지털 제너레이션은 온라인 쇼핑몰의 활용에 익숙하고 쇼핑을 놀이의 일부분으로 인식하고 있다. 스타일링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한 그들은 옷을 구매하는데 있어 브랜드보다는 스타일을 의식한 주관적인 소비 성향을 지닌다. 소통에 익숙한 세대답게 타인에 대한 반응을 살피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리고 너무 튀는 옷보다는 편하게 매칭해서 입을 수 있는,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링을 보좌할 수 있는 아이템을 선호한다.

디지털 제너레이션, 눈높이를 맞춰라!


패션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13세의 파워 블로거 태비 게빈슨(Tavi Gevinson)은 Luxury Lab에서 개최한 ‘Generation Next’ 포럼에서 “브랜드는 트렌드에 성급하게 따르지 말고 자신의 길을 가야 한다. 디지털 제너레이션을 옷의 트렌드로 맞추려고 해서는 안 된다. 큰 시장을 보고 자신의 길을 가면서 그들의 눈높이로 소통해야만 그들에게 인정받는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디지털 제너레이션에게 온라인은 오프라인 이상의 중요도를 지닌다. 그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구매성향을 지니고 있다. 온라인에서 브랜드를 평가하는 디지털 제너레이션을 만나기 위해서는 우선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서포팅하는 매체’라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이미 알렉산더 맥퀸과 프라다, 버버리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은 온라인에 주력해 디지털 제너레이션을 공략, 매출 상승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또한 기업들은 이들을 새로운 디자이너로, 개발자로, 마케터로 모셔야 한다. 아이폰의 성공 뒤에는 애플리케이션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애플은 단지 플랫폼만을 제공했을 뿐이다. 창작의 영역에 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들의 눈높이가 유치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트는 그들만의 탁월한 감각임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재미를 주는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디지털 제너레이션은 매우 현실적이다. 그들은 인형 같은 연예인이 아니라 김연아, 박지성 선수처럼 살아 숨쉬고 노력하는 진짜 아이콘을 만나길 원한다. 그러나 이들은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탁월한 검색력을 지니고 있으므로, 이들에게 기업의 가공된 스토리 마케팅은 무의미하다. 따라서 기업들은 ‘진짜’를 찾아나서야 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제너레이션은 누구보다 심플하고 감각적인 베이직을 원한다. 또한 아무도 모르는 베이직과 나만이 가지고 있는 크리에이티브를 원한다. 기업들은 좀더 쉽고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는 진정한 베이직을 제공해야 한다.

변화의 중심에 있는 디지털 제너레이션, 이들은 고객이자 직원이며 동료이고 학생이며 자식이다. 이들을 이해하고 이들과 공존하는 일을 기회로 보는 시각이야말로 패션이 오늘의 위기를 벗어날 탈출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김은영> [자료 출처 : p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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