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 2010-02-08 |
[패션 키워드] ‘하비홀릭’ 당신의 취미는 무엇입니까?
블루슈머 등장을 주도하는 신 문화 컨텐츠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던 한국인들이 삶의 여유를 찾기 시작했다.
다음이나 네이버 등의 취미 카테고리에 속한 온라인 동호회의 숫자는 130만개를 훌쩍 넘어섰다. 또, 타 카테고리에 속한 취미 모임을 고려하면 이 숫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LG경제연구원은 ‘하비홀릭’을 ‘2010년 주목해야 할 소비 트렌드’ 중의 하나로 꼽았다. 특히, 최근의 ‘하비홀릭’들은 다양한 연령대에 걸쳐있으며, 등산부터 프라모델 조립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일과를 마치고 남은 시간을 취미에 투자하는 여가 선용이 아니라 자신의 취미를 위해 일과를 조절하는 홀릭의 경향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비홀릭'이란 취미를 뜻하는 ‘Hobby’와 광적이라는 의미의 ‘Holic’의 합성어로, 특정 취미와 관심사에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람을 뜻한다. 기존 이력서의 칸 채우기식의 취미, 삶의 그레이드를 과시하기 위한 취미를 벗어나 정말 취미에 홀릭한 이들은 이제 새로운 문화 컨텐츠를 창출하는 집단이 됐으며, 새로운 블루슈머를 탄생시키는 소비자 집단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하비홀릭, 세대를 아우르는 마니아 열풍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취미 확산의 원인은 비용 절감, 여유 시간의 확대, 사이버 네트워크 등으로 요약된다.
예를 들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디지털 카메라의 가격 인하와 이로 인한 보급률 증가가 사진에 대한 취미 확산의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기존 취미 생활을 위해 비싼 수동 카메라와 컬러 필름, 흑백 필름을 구입하고 또 다시 인화하는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이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과 함께 현저하게 줄어들어 취미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얻게 되는 동시에 좀더 대중적인 취미생활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여유시간의 확대는 취미에 홀릭하는 사람들의 숫자를 증가시켰다.
과거 주 5일제는 일시적으로 야외 활동을 늘리거나, 가족과의 마찰로 인한 사회문제 등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과도기적인 단계를 거친 대다수의 사람들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늘어난 여유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았다. 또한 퇴직으로 인해 경제력과 시간의 여유를 갖게 된 시니어 세대의 등장도 취미 확산의 중요한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비용 절감, 시간 여유와 함께 취미 확산에 가장 기여한 온라인 커뮤니티다.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는 자신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제공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고 있다. 자신과 같은 관심사를 가진 집단이 활발하게 취미 생활을 즐기고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심리적인 부담감을 줄이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수월하게 만든다.
게다가 끊임없는 정보 공유로 인해 취미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게 만드는 기능이 있어 ‘하비홀릭’의 탄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신은 어떤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까?
과거 ‘우리결혼했어요’에 4차원 아내로 출연한 이시영은 건프라에 홀릭한 캐릭터로 출연해 자신의 인지도를 확대하는 효과를 얻었다. 하비홀릭의 모습은 다른 어떤 것보다 4차원 캐릭터를 설명하는데 효과적이었고, 이로 인해 신인 연기자에서 주연급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요리하는 남자, 인라인을 즐기는 할머니, 프라모델에 홀릭한 여자, 뜨개질하는 남자, 다도를 즐기는 어린이, 게임하는 주부, 드럼치는 선생님, 다육식물을 키우는 남자.
취미의 영역에는 나이와 성별이 없다. 사회가 부여한 성 역할도, 세대간의 격차도 취미의 영역에 들어오는 순간 모두 눈녹듯이 사라진다. 내가 좋으면 그만이며, 나의 경제력이 취미를 즐기는 방법과 정도를 결정할 뿐 그 밖에 어떤 고정 관념도 취미를 규정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들 하비홀릭들은 취미 생활을 위해 일과를 조절하고, 돈을 모으고, 시간을 모으며, 정보를 모은다. 또한, 이들은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자신의 정보를 공유하고,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기에 이르며, 결국 하나의 작은 집단으로 성장하게 된다.
최근 소비자 트렌드 예측에 등장하는 블루슈머 집단은 하비홀릭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마다 각광받는 소비자 집단인 맨슈머들도 메트로 섹슈얼, 위버 섹슈얼, 게스트로 섹슈얼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집단도 작은 취미에서 시작된 것이 대부분. 이와 마찬가지로 활발한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는 액티브 시니어도 역시 하비홀릭의 세분화된 한 부분일 뿐이다.
요리하는 남자 1명의 등장은 기존의 성 역할을 거부하는 돌연변이였지만, 최근 요리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요리하는 남자는 멋진 하비홀릭으로, 파워 블로거로 유명세를 치르는 상황이다.
하비홀릭을 잡는 브랜드가 성공한다!
유명 화장품 동호회는 베스트 셀러를 탄생시키고, 품절 사태를 빚기로 유명하다.
이들 사이에서 소문이 난 아이섀도의 경우 구매 대행 등으로 인해 일본에서도 품절 사태를 빚을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이들의 정보력은 실로 엄청나다. 세계 각지에 있는 동호회 회원들로 인해 어떤 상품이 독일 어느 면세점에 남아있다는 정보까지 올라오고 있다. 워낙 유명한 동호회인지라 관련 상품에 대한 영향력은 동호회 회원뿐만 아니라 많은 여성들의 화장품 구매 지침서의 역할까지도 하게 된 상황이다.
하비홀릭의 영향력은 비단 이 동호회 뿐만이 아니다.
각각의 동호회에서 유행하는 아이템은 구매로 연결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카메라 동호회에서 유저들이 자신이 사용하는 카메라의 장단점을 세세하게 분석해 이후의 구매자들의 구매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식가 동호회에서 식당을 평가하는 것은 이제 너무나 보편적인 상황이 됐다. 최근에는 국내 미유통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공동 구매를 추진하는 등 이들의 구매력은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들 하비홀릭의 추천 상품은 타 소비자의 구매를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어 이들에 대한 기업의 관심은 매우 높은 상황이다.
많은 브랜드들은 신상품 출시 이벤트 초대나 상품평 적기, 블로그 연동 등의 이벤트를 통해 이들 하비홀릭들의 관심을 끌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비홀릭들은 상업적인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자비를 들여 만들어진 정보에 대한 신뢰도는 대단히 높은 반면 브랜드 주도로 만들어진 정보는 기업 홍보활동으로 치부해버려 이들을 겨냥한 기업의 노력은 헛수고로 돌아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하비홀릭들에 대한 지나친 개입은 부정적인 효과를 얻기도 한다.
한때 파워 블로거들이 특정 기업 홍보를 목적으로 향응을 제공받은 일이 발각되면서 오히려 이들에 대한 불신과 불매사태로 번지는 등 진정으로 하비홀릭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프로슈머, 크리슈머, 트윈슈머 등 다양한 블루슈머로 각광받는 하비홀릭에 대한 관심은 소비자의 니즈 변화 파악에 필수이며, 이들 마니아 집단이 소비 트렌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방안 마련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삶의 질 향상과 세분화된 개인의 욕구로 표현되는 ‘하비홀릭’이 이미 마이크로 트렌드의 확산과 바운들리스 트렌드의 확대를 이끌며 사회 문화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소비자 주도의 시장 흐름은 이미 원숙기에 이르렀다. 이미 기업 주도의 광고, 판촉 활동에 대한 효과는 그 영향력이 줄어든 상황이다. 이제는 ‘양방향 마케팅’에 대한 관심 증가와 소비자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유진> [자료:LG경제연구원]
- <저작권자(c) 패션엔미디어, www.fashionn.co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