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 2012-09-24 |
[3] SPA 시장 진화, 어디까지 왔나?
다양화, 세분화 거치며 지속 성장 모델로 가속화
SPA 브랜드의 볼륨확대가 본격화되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빅 플레이어(big player)’들의 시장 쟁탈전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명동, 강남역, 가로수길, 홍대 등 가두상권의 요충지는 이미 국내·외 SPA 브랜드들이 점령하면서 글로벌 경쟁구도가 형성됐으며, 백화점, 대형 쇼핑몰 등 주요 유통채널들도 SPA 브랜드를 중심으로 MD를 구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SPA 시장이 패션 유통을 위협하는 거대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멀티 라인, 멀티 컨셉, 저가격으로 대표되던 SPA 브랜드들의 전략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남성과 여성, 아동부터 성인까지 전 연령층을 타겟으로 가능한 많은 소비자들을 흡수하던 전통적 전략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라인 확장과 함께 타겟별, 가격별, 컨셉별, 복종별로 시장 세분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신규 진입 브랜드를 중심으로 두드러지고 있다. 특정 연령층을 공략하거나 단일 복종을 지향하고, 높은 퀄리티로 중고가 시장을 겨냥하는 등 차별적인 포지셔닝으로 니치마켓을 공략하는 브랜드들이 늘어나면서 단순히 ‘패스트 패션’으로 대표되던 SPA 시장은 다양한 가치와 컨셉이 공존하는 메이저 패션 시장으로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
다양화, 세분화로 시장 지배력 확대
그 동안 라인 익스텐션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천했던 기업들은 이제 라인 확장 차원을 넘어 다양한 고객의 니즈에 집중하는 세분화 전략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스페인의 인디텍스사는 이 같은 세분화 전략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의류 기업으로 성장한 케이스다. 인디텍스 그룹은 「자라」를 시작으로 「풀앤베어」 「마시모두띠」 「버쉬카」 「스트라디바리우스」 「오이쇼」 「우떼르케」 「자라 홈」 등 캐주얼, 정장, 하이패션, 언더웨어, 잡화, 홈 패션에 이르기까지 라이프스타일을 망라한 다양한 브랜드를 런칭해 SPA 시장의 다양화를 리드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도 2008년 「자라」를 런칭한 이래 「마시모두띠」 「풀앤베어」 「버쉬카」 「스트라디바리우스」 등을 순차적으로 도입, 시장 점유 확대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이랜드가 「스파오」 「미쏘」 「미쏘 시크릿」을 런칭한 데 이어 최근에는 빈티지 캐주얼 「후아유」를 SPA 브랜드로 전환하는 등 SPA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랜드는 글로벌 SPA 브랜드 육성을 목표로 전 사업부에 걸쳐 SPA 브랜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중소 SPA… 자신 있는 아이템으로 집중 공략
대규모 투자가 불가능한 중소기업의 경우 모기업의 장점을 핵심 역량으로 활용, 차별화된 컨셉으로 SPA 시장에 진입하기도 한다.
올 6월 런칭한 신성통상의 「탑텐」은 모기업의 안정적인 니트 소싱력을 바탕으로 베이직 캐주얼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내 브랜드들이 우븐 아이템을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것과 달리 「탑텐」은 전체 상품 중 니트 비중을 80% 가량 구성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 “우리가 잘하는 아이템으로 공략하자”라는 발상은 시장에 적중해 대학로 1호점은 오픈 15일만에 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패션시장의 비수기였던 7월에는 대학로점과 명동점 2매장에서 총 1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속옷 기업과 유아동 기업들도 이와 같은 전략으로 SPA 열풍에 합류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랜드가 여성 이너웨어 「미쏘 시크릿」을 런칭한 것을 시작으로 좋은사람들이 올 상반기 인도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퍼스트올로」를 런칭했다. 쌍방울도 내년 런칭을 목표로 SPA 브랜드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는 소식이다. 유아동 기업 참존어패럴 역시 베이비 & 키즈 라이프스타일 스토어 「트윈키즈365」를 오픈해 키즈 SPA 시장에 도전할 계획이다.
SPA + 편집숍, 컨셉 스토어로 남다른 가치 제안
SPA 시장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국내·외 브랜드간의 경쟁구도가 갖춰졌다고는 하지만, 국내 브랜드가 글로벌 수준의 정통 SPA 비즈니스를 지향하기에는 규모와 시스템 면에서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내셔널 SPA 브랜드를 중심으로 편집숍과 컨셉스토어 등을 믹스한 신개념 SPA 모델이 부상하고 있다.
기획, 생산, 유통을 모두 관장하는 기존의 SPA 개념에 편집숍의 바잉 개념을 적용한 신개념 SPA 브랜드들은 합리적인 가격대와 다양한 아이템, 유니크한 가치까지 추구하는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의 니즈를 만족시키며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시스템적인 약점을 보완하는 것은 물론 브랜드 아이덴터티 구축과 인지도 확보 면에서도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에잇세컨즈」는 SPA와 컨셉스토어의 스페셜한 감성을 믹스하는 전략으로 빠르게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합리적인 가격과 트렌디한 감성은 물론, 창의적이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의 공존을 통해 SPA 브랜드의 개념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스파이시칼라」는 자체 제작 50%에 동대문 벤더 30%, 직수입 아이템과 콜라보레이션 20%의 비중으로 상품을 구성하고 펀핑(Funppng = Fun + Shopping)의 개념을 접목했다. 「랩」 역시 자체 제작과 국내 밴더 해외 바잉 상품을 믹스해 월 300 스타일의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바잉 상품의 경우 바잉에서 입고까지의 기간을 현재 5일에서 2일까지 단축시켜 SPA 특유의 속도감을 높일 계획이다.
내셔널 SPA, 한국적 특수성으로 경쟁 우위 확보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스타일링에 대한 관심은 향후 SPA 시장의 성장에도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무슨 브랜드를 입느냐’가 아니라 ‘어떠한 스타일을 연출하느냐’가 패션 소비의 기준이 되면서 다양하고 트렌디한 아이템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하는 SPA 시장은 메이저 패션 시장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내셔널 브랜드라면 날씨와 사회 문화적 시류 등 지역적 특성을 활용해 글로벌 SPA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노려볼 만 하다. 소비자들은 글로벌 수준의 트렌드를 지향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국내시장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글로벌 SPA 브랜드들에 대해 갈증을 호소해 왔다.
이러한 니즈에 주목해 글로벌 트렌드와 국내 상황을 믹스해 새로운 절기를 구분하고 그에 따른 MD로 전략적으로 대응한다면 새로운 니치마켓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잇세컨즈」는 올 여름 장마와 우기가 길어진 국내 날씨 상황을 반영, 레인부츠와 레인코트를 주력 상품으로 출시해 재미를 봤다. 런던올림픽 시즌에는 삼성전자와 함께 대대적인 캠페인을 펼쳐 브랜드 인지도 확대를 도모했다. 「에잇세컨즈」는 시류를 반영한 아이템 출시와 마케팅을 통해 글로벌 SPA 브랜드와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굳힐 수 있었다.
한국형 「유니클로」를 표방한 「스파오」는 런칭 초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마케팅을 제휴해 소녀시대, 슈퍼주니를 활용한 K-POP 스타마케팅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지도를 획득했다. 「미쏘」는 대부분의 SPA 브랜드가 캐주얼을 기반으로 한 여성복을 선보이는데 착안해 오피스 레이디를 겨냥한 한국형 오피스룩을 제안해 차별성을 확보하고 있다.
SPA 시장은 스마트한 가치 소비와 다양한 스타일링을 지향하는 소비문화가 확산되면서 부상한 거대 시장이다. 그만큼 한국적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차별화 전략은 내셔널 브랜드의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동조화 속에서도 글로벌 시장과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국내 시장만의 트렌드를 캐치해 빠르게 대처하는 전략은 곧 거대한 SPA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전략이 될 것이다.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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