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 2012-09-10 |
[마켓 리포트] 국내 패션기업 도약이냐? 퇴보냐?
패션기업 불황 공포, 인력감축, 줄도산 루머 확대
국내 패션시장에 불황공포가 확산되면서 패션기업들이 도약이냐, 아니면 퇴보할 것이냐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경기에 민감한 패션산업에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외환·금융위기 때에나 볼 수 있는 각종 루머와 살풍경이 벌어지고 있어 위기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최근 국내 패션기업들은 국내외 경제 환경의 악화로 인해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이라는 격랑을 휩쓸리고 있고,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 체제에 돌입하면서 도약이냐, 아니면 퇴보할 것이냐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전환기에 놓여있는 국내 패션기업의 방향 키를 쥐고있는 변수는 바로 ‘글로벌 비즈니스’이다. 듀폰과의 1차 소송에서 패소한 코오롱은 항소를 통해 계속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또한 최근 무보증사채 발행과 함께 LVMH과의 관계가 언급되면서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또 이랜드는 중국 및 해외 사업과 국내 사업과의 연속성 부족으로 부채 규모가 400%가 넘는 현금 유동성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자금력이 탄탄했던 일부 대기업들도 지속적인 실적악화와 재고부담 등으로 LG패션은 지난해부터 자금유동성 위기에 대한 소문에 휩싸이며 긴축경영 및 자구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따라서 향후 국내 패션기업의 성장성을 좌우할 수 있는 키워드는 ‘글로벌 비즈니스’의 컨트롤 여부가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패션시장에 불어닥친 불황공포는 비단 특정 대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중소 패션기업까지 전방위로 확산되며 매각설과 부도설, 구조조정, 임금체불 등 각종 루머가 확대 재생산되며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패션시장의 최악의 매출침체 등 전방위적인 혼란과 맞물려 루머의 확산속도가 빨라지고 시장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 더욱 큰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코오롱 - 듀폰, 무보증사채, LVMH의 상관관계는?
최근 국내 패션시장에서 가장 큰 이슈를 제공하고 있는 곳은 바로 ‘코오롱’이다. 듀폰과의 소송과 무보증사채 발행, 그리고 LVMH와의 관계가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이를 둘러싼 소문이 일파만파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지난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미국 듀폰과의 특허 소송 패소했다. 코오롱인터스트리는 듀폰과의 아라미드 섬유인 케블라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것을 두고 미국 내에서 소송을 벌였다. 지난해 11월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듀폰의 손을 들어줘 코오롱인더스트리가 1조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코오롱측은 "이미 관련 기술은 외부 공개됐던 것으로 영업비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코오롱의 아라미드 생산 및 판매금지 등에 대한 판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재 코오롱은 지난 7월 30일 미국 연방항소법원에 항소를 제기한 상태이다. 아라미드 섬유는 강철보다 강도가 세고 열에 강해 슈퍼섬유로 불린다. 미국의 듀폰과 일본 데이진이 전세계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코오롱은 지난 7월 16일 무보증일반사채 1천억원을 발행했다. 이에 대해 코오롱은 무보증사채 발행자금 1천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사용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1천억원 가운데 400억원은 단기 차입금 상환으로, 600억원은 7~8월 원부재료 결제대금 용도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듀폰과의 소송에 따른 1조원 규모의 손해배상, 무보증사채발행, 그리고 지난 4월 투자자문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돌았던 코오롱그룹과 LVMH그룹의 유럽 현지 합작법인 설립 등이 연결되면서 코오롱그룹과 LVMH의 관계에 대한 다양한 소문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LVMH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보면 LVMH와는 우호적인 합작법인 설립과 브랜드 M&A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금융감독원에 1/4분기 보고서를 통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산총계는 4조,8천621억원, 유동자산이 2조2천58억원 이었다. 부채총계와 유동부채(단기 만기도래하는 부채)는 각각 2조9천782억원, 1조7천580억원이다.
부채비율은 158%로 높지 않지만, 충부채 가운데 단기부채가 59%를 차지해 단기부채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현금화가 쉬운 유동자산은 유동부채의 125%를 넘어서 큰 문제는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랜드 현금 유동성 악화 … 부채비율 400% 넘어
무리한 M&A와 해외 사업 연계 부족으로
최근 국내 패션기업 가운데 해외 사업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기업은 ‘이랜드’다. 이랜드는 해외 사업과 국내 사업의 연계 부족으로 현금 유동성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부채비율이 400%로 치솟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무리한 인수합병과 중국 사업에 대한 영업이익이 국내로 유입되지 못하면서 현금 유동성 문제와 부채 규모를 키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이랜드그룹의 24개 국내 계열사의 자산총계는 5조2천382억원, 유동자산은 1조6천251억원이었다. 부채총계와 유동부채(단기 만기도래 부채)는 각각 3조3천817억원과 2조3천293억원이다. 부채비율은 182%로 높지 않았으며 총부채 가운데 단기부채 비중이 68%를 차지해 유동성 위기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해외사업을 반영할 경우 이랜드의 부채비율은 40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랜드월드가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이랜드월드와 종속기업의 연결재무제표를 보면 자산총계는 5조8천253억원, 유동자산은 2조3천844억원이었다. 부채총계와 유동부채는 각각 4조6천804억원, 2조9천744억원이다. 부채비율은 409%까지 치솟았고, 유동자산은 유동부채의 80%밖에 되지 않았다.
또한 올해들어서도 이랜드의 부채규모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신고된 그룹 지주회사인 이랜드월드가 국내외 계열사에 빌려준 단기대여금과 금융권 빚에 대한 지급보증(한도액기준)은 총 4천72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말 3천946억원 보다 19.6% 늘어난 수치이다. 3월 말 기준 계열사 지급보증액은 4천157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19%(661억원), 대여금은 564억원으로 지난 연말 보다 25%(114억원) 증가했다. 이들 자금의 대부분이 해외사업 지원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랜드는 올해도 수익성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어 부채가 심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랜드패션차이나홀딩스를 홍콩증시에 상장하면 연결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소패션기업 매각설 등 각종 루머 확산
중소 패션기업의 부도설과 매각설 등 각종 루머와 위기상황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최악의 매출 하락세를 겪은 패션기업들은 올해들어서도 매출 쇼크를 벗어나지 못하고 수익성은 더욱 악화되어 경영환경에 위험 적신호가 커지고 있는 것.
유럽재정위기 지속과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가불안, 소비심리 위축 및 폭염과 태풍 등 최악의 계절적 비수기가 보태지면서 아예 벼랑끝에 몰린 부실한 패션기업 오너들은 공공연하게 기업 인수자 및 투자자를 찾는 경우가 많아졌으며 일부 중소기업들은 하루를 버티는데도 피말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캐주얼 브랜드를 운영하는 Y사의 경우 중국자본에 대주주 지분을 매각했다는 루머가 확산되면서 상당수 임원들이 사의를 표명해 곤혼을 치루고 있으며 D사의 경우 재무구조 악화로 비밀리에 인수업체 및 투자자를 찾고 있으나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비공개로 M&A를 추진중인 업체가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동안 시장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우성INC가 패션그룹 형지로, F&F의 「바닐라비」가 케이브렌즈로 매각이 성사되는 등 간간히 M&A 성공사례가 나타났으나 앞으로는 매각을 하고 싶어도 장기 불황으로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암울한 전망이 우세하다.
장기불황…팔고싶어도 마땅한 인수자가 없다
장기 침체가 예상되면서 벼랑끝에 몰린 패션기업 오너들이 하나둘 매각 의사를 밝히면서 시장에 매물은 쌓이기 시작하고 인수 희망업체들은 몸을 사리고 있다. 인수후 대규모 자금을 집행하기엔 경기 불확실성이 너무 큰데다 섣불리 매물을 샀다가 모기업까지 타격을 입는 승자의 저주가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패션 전문가들은 “최근들어 패션시장에 기업 인수 합병 매물은 쏟아지지만 제대로 계약이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팔리는 기업은 몸값을 너무 낮췄다며 불만이지만 사는 기업은 불황에 선뜻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진단했다.
실제로 금융위기 때만하더라도 이랜드, LG패션, 제일모직 등 대기업들이 공격적인 M&A를통해 몸집을 늘렸으나 최근에는 거의 성사단계까지 간 M&A가 무산되거나 중도 포기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가격이 맞지 않거나 피인수업체 부실이 예상보다 심각할 경우 미리 포기하거나 소심하게 베팅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는 등 M&A에 대한 회의론이 더 거세지고 있는 추세다.
불황 공포에 대기업도 M&A 몸사린다
슈즈업체인 M사의 경우 최근 국내 패션대기업과 M&A 협상을 추진했으나 금액에 이견을 좁히지 못해 성사돼지 않았다는 소문이다.
한편 패션시장이 장기 불황의 늪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 패션기업의 매각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하반기 경기호전에 대한 신호와 호재가 거의 없어 한계기업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계상황에 놓인 패션기업에 그나마 적당한 인수자가 나타나 M&A가 성사되면 다행이지만 사겠다고 나서는 인수자가 없어 줄도산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시장에 매물로 거론되고 있는 대다수 기업들이 튼튼한 자본을 가진 인수 대상자라면 언제든지 협상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매각의사를 밝히고 있으나 대부분 부채비중이 높거나 브랜드 가치가 낮아 인수협상 가능성이 극히 낮기 때문이다.
패션기업 비상경영 돌입했다
수익성 악화와 자금압박이 심해지며 패션업계에 비상경영론이 확산되고 있다. 유명 영캐주얼 브랜드를 운영하는 K사는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경경상태가 악화됐다는 풍문에 휩싸이고 있으며 여성복 대표기업 M사는 수익 급감에 따른 임원급 구조조정과 함께 비용절감을 위한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는 등 비상경영 태세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M사는 경기침체로 극도의 매출부진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투자 단계에 있는 신규 런칭 브랜드 비중이 높아 수익창출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으며 최근 현금 확보를 위한 투자설명회를 개최했다는 등 루머가 확대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회복을 기대하며 신규 브랜드 런칭과 M&A 등으로 공격적 투자를 진행했던 기업들이 경기가 기대만큼 호전되지 않아 예상 수익을 내지 못한 것이 자금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경기불황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중견기업의 현금사정이 나빠지는 등 더 큰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LG패션도 현금 유동성 확보 초비상(?)
LG패션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수많은 수입 및 신규 브랜드의 도입과 런칭, 공격적 M&A를 통한 외형확장, 물량의 과잉생산이 부메랑이 되어 현금 유동성에 빨간불이 켜지며 이미 지난해 말부터 비상경영 태세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몇 년동안 M&A로 몸집을 키우고 인터스포츠, 닥스종합관, LG패션 종합관, TNGT 직영점 등 주로 대규모 자금이 투자되는 대형 직영매장을 늘려온 반면 경기침체로 인해 심각한 매출부진이 누적되면서 전반적인 재무부실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 과잉생산된 물량이 판매 급감으로 이어져 1천억원이 넘는 재고물량이 쌓이고, 부동산에 묶인 자산도 1천500억원에 달해 올해 2천억원 정도의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을 치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들어 LG패션은 부동산에 묶인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직영점포를 정리하거나 아웃렛 매장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닥스」「해지스」등 기존 핵심 브랜드의 할인율을 높여 매출을 끌어올리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부터 신규 런칭 프로젝트를 취소하고 각 브랜드별 물량을 전년대비 30~40% 씩 축소하는 등 선제적 초 긴축경영으로 방어태세에 돌입한 LG패션은 대대적인 비용감축과 경비절감 등으로 매출상승에도 한계가 발생하고 수익까지 감소해 주가도 반토막이 난 상태다.
최근 아웃도어 브랜드 신규런칭과 함께 남성복 패션기업을 인수하며 공격적인 사세확장에 돌입했던 H사도 장기불황에 대비한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며 내부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내수부진 등 대내외 경영환경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데 대한 긴축경영 일환으로 감원, 감봉 현상도 확산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경제위기나 급격한 성장 둔화시기에 수요가 위축되면 기업이 인력을 줄이게 되는 상황이 또다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2분기 경기 바닥론’을 예상했던 기업들이 하반기에도 불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들을 내놓으면서 오히려 하반기 경기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띄우고 있어 몸을 움츠리고 비용을 줄이는 식으로 살아남기 경영에 주력하고 있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상반기동안 패션기업 대다수가 재고물량을 소진하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고 균일가 판매, 세일폭과 세일기간 확대 등 할 수 있는 모든 영업전략을 세웠지만 결과는 실패로 끝나 재무구조가 취약한 패션기업들의 생존 위기감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패션관계자들은 “경기민감 업종인 패션시장은 앞으로도 판매 둔화 조짐이 확연해지고 있다”며 “자금부족을 겪은 상당수의 부실한 패션기업들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과 맞물려 상당부분 근거가 희박한 루머가 마구잡이로 생산돼 패션기업들의 심리적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심각한 자금 압박에 시달린다’‘부도위기에 처했다’등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과장된 루머가 실제 현실이 돼 버리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허유형 / 류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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