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 2012-09-06 |
래코드, 구호, 탐스 착한 패션 리드한다
업사이클, 공정무역, 코즈마케팅 확산
불황과 패스트 패션의 공습에 맞서 한 편에서는 윤리적 패션을 지향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윤리적 패션이란 환경과 사회의 건강성을 고려한 패션, 즉 환경, 노동, 인권 등 친환경적이고 공정하고 윤리적인 가치를 반영한 패션을 의미한다. 이 같은 패션 소비성향은 스마트 기기와 SNS 등을 기반으로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윤리적 소비의식이 확산되면서 함께 부상하고 있다.
불황일수록 윤리적 소비 선호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2009년에 오히려 윤리적 소비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1년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윤리적 소비자가 몰려온다’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공정무역인증기구(FLO)는 2009년 공정무역 제품의 매출액이 약 5조3천억원으로 2008년 4조6천억원보다 15%가 증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져 2008년 280%, 2009년 210%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윤리적 소비성향은 글로벌 제정위기로 불황의 기운이 깊어진 2012년 현재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소비자 10명중 7명이 인권, 노동, 환경과 같은 윤리적 가치를 반영한 소비활동을 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실제로 지난 1년간 윤리적 소비를 했다’고 응답한 소비자도 절반이 넘었다.
이 같은 결과는 윤리적 소비가 경제침체기에도 외부적 경제상황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이러한 소비가 향후 지속 가능한 소비영역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최근에는 브랜드 밸류와 네이밍 등 자기과시적 소비성향이 강했던 패션 소비에서도 이 같은 성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이효리, 공효진 등 그 동안 패셔니스타로 꼽혀온 셀러브리티들이 SNS를 통해 환경과 인권, 동물보호 등 친환경적이고 공익적인 관심을 표명하는 소셜테이너로 진화하면서 윤리적인 라이프스타일이 대중들에게 친근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하게 받아들여지게 된 것도 윤리적 패션소비의 확산에 한 몫 했다.
나눠 쓰고 재활용하고… ‘착한 패션’ 각광
윤리적 가치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점점 높아지면서 패션기업들도 여기에 발을 맞추고 있다. 비용절감, 품질개발 등 매출지향적 전략에만 치중하던 기업들이 이제 환경과 인권, 윤리적 가치를 반영한 제품생산, 환경보호, 사회공헌 등 ‘착한 기업’으로의 변화를 통해 장기적인 생존을 꾀하고 있는 것.
최근 잇 백, 잇 슈즈로 대표되던 고가 명품백과 슈즈의 매출이 수그러든 대신 에코백과 스니커즈가 인기 아이템으로 부상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캔버스와 나일론 소재에 유명 명품백의 이미지를 프린트해 착시효과를 노린 「진저백」과 「투게더백」은 ‘페이크(fake)’라는 유머러스한 요소를 활용해 강남을 중심으로 ‘진짜’ 잇 백으로 떠올랐으며, 신발 한 켤레를 사면 빈민국 아이들에게 신발을 나눠주는 ‘one for one’ 브랜드로 유명한 「탐스」는 올해 신세계백화점에만 9개 매장을 오픈하는 등 전국 주요 백화점에 단독점을 대거 입점, 제도권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친환경을 내세운 여성 커리어 브랜드 「이새」는 여성 커리어 시장의 약세와 달리 윤리적 의식이 확고한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사세확장에 성공, 이번 추동 현대백화점 목동점, 미아점, 충청점,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광복점 등 백화점 5개점에 입점되는 쾌거를 이뤘다. 「이새」의 성장에 힘을 얻은 이새FnC는 최근 공정무역 브랜드 「메라하트」를 런칭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코오롱인터스트리 FnC부문은 지난 3월 기존의 재고상품을 활용한 업사이클 브랜드 「래코드」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그 동안 패션기업이 마케팅이나 사회공헌사업으로 리사이클을 시도한 적은 많았지만, 이를 화두로 중견기업이 단독 브랜드를 런칭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
「래코드」는 지적 장애인 단체 ‘굿윌 스토어’가 재고 상품을 해체하고 7명의 인디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을 맡아 제작하는 방식으로 남·녀 의류, 가방, 액세서리 등을 선보이고 있다. 이 브랜드는 지난 5월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열린 첫 번째 팝업스토어에서 10일간 3천만원 이상의 매출을 거둬 상업적으로도 성공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올 F/W에는 ‘프런코4’ 출신의 디자이너 강성도 라인을 런칭하는 한편, 신세계 강남점, 현대 무역점 등 주요 백화점에 팝업스토어를 오픈해 인지도를 확보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연내 단독 플래그십스토어 오픈도 추진 중에 있다.
제일모직의 「구호」는 티셔츠를 판매하는 수익금으로 시각 장애 아동들의 개안수술을 돕는 ‘하트포아이’ 캠페인을 올해로 9회째 지속하고 있다. ‘하트포아이’는 매회 유명 셀러브리티들이 참여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올해는 온스타일 프로그램 ‘골든12’에 출연한 이효리, 버스커버스커 장범준, 이하늬 사진작가 홍장현, 디자이너 요니P 등이 참여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불황기일수록 소비자들은 의미와 가치를 지닌 소비를 지향한다. 친환경적이고 공익적인 가치는 물론 스타일리시한 요소를 탑재하는 것이 윤리적 패션의 성공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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