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 2012-07-16 |
패션 대기업 문어발 확장 역풍 맞나?
경기 침체 장기화에 발목, 2분기 영업이익 큰 폭 하락
대기업도 위기인가?
금융 위기를 기점으로 공격적인 영업 방식으로 덩치를 키워온 패션 대기업들이 심상치 않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국내 소비 부진 등으로 인해 국내 패션기업의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특히 수익성을 대변하는 매출 대비 영업이익이 계속 하락하고 있어 패션기업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경기 침체 초기의 경우 중소기업의 실적이 큰 폭으로 둔화됐으나, 최근에는 이 같은 실적 둔화가 대기업으로 전이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기 침체 초기에는 기초 체력이 튼튼한 대기업에게 이 같은 위기는 기회였으나,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대기업도 예외없는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해외 사업의 비중이 큰 기업과 수입 럭셔리 기업의 매출도 동반 하락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백화점의 경우 지난 1월 -4.1%의 매출을 감소를 보인 이후 좀처럼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않고 있고, 패션 경기의 마지막 보루였던 수입 명품의 경우도 올 1월 기점으로 한 자릿수의 신장율로 둔화됐으며, 지난 4월에는 전년대비 -5.9%의 감소하는 매출 실적을 기록했다.
또한 소비 회복 지연과 2/4분기 실적도 부진을 면치 못 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제일모직, LG패션,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등도 부진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패션 업계 관계자들은 “패션 경기도 문제지만, 재고 부담에서 벗어나는 것이 관건이다. 패션의 경우 가을겨울 시장이 패션 시장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재고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다시 한번 하반기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반기 시장을 반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LG패션, 신세계인터내셔날 부진 늪 깊다
코오롱 FnC 상대적 양호한 실적 기록
기업의 현재와 미래 가치를 대변하는 척도는 바로 ‘주가’이다. 그런데 이 같은 주가가 사정없이 하락한다면 현재와 미래가 암울하다는 반증이다.
내수 패션 기업의 대표주인 LG패션의 경우는 올해 고점대비 48% 가까이 주가가 하락했다. 주가가 거의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한섬과 신세계인터내날도 동반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패션기업 가운데 LG패션,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같은 기업 가치 하락은 사업 영역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제일모직과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경우 전자재료와 케미칼 등 다른 영역으로 리스크가 분산되면서 상대적으로 패션의 부진이 드러나지 않았으나, 패션 전문 기업인 LG패션, 신세계인터내셔날, 한섬 등은 리스크 분산없이 매출 실적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의 경우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으나, 올 1/4분기에는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LG패션은 지난 1/4분기에 전년대비 16.43% 신장한 3천7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이 -19.97% 감소한 279억원, 순이익은 -13.20% 줄어든 21억원을 달성했다.
또한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1/4분기 매출이 전년대비 6.81% 증가한 2천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이 -32.29% 감소한 90억원, 순이익이 -17.59% 감소한 90억원을 달성했다. 한섬도 매출은 전년대비 7.64% 신장한 1천290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7.38% 감소한 224억원, 순이익은 -1.01% 줄이든 178억원을 달성했다.
패션 부문이 전체 매출의 31.3%를 차지한 제일모직의 1/4분기 실적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패션 부문 매출은 전년대비 13.25% 증가한 4천471억원을 달성했으나, 영업이익은 -26.26% 감소한 24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비중은 캐주얼 부문이 17.9%, 여성 부문이 7.0%, 신사복 부문이 5.2%, 기타 0.7%를 차지했다.
이에 반해 코오롱인더스트리의 FnC부문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오롱의 FnC 부문은 1/4분기에 전년대비 6.01% 증가한 2천88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1.98% 신장한 167억원을 기록해 타 기업에 선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의 실적 부진 이유는?
M&A 외형 확대과 발목 … 수익률 큰 폭 하락
이 같은 대기업의 실적 부진 이유는 글로벌 및 국내 경제 환경 악화와 이로 인한 패션 경기 침체, 그리고 글로벌 SPA 브랜드의 국내 진입으로 인한 마켓 점유율 축소 등을 그 이유로 꼽을 수 있다.
또한 글로벌 재정위기와 국내 경제 악화를 틈타 공격적으로 진행한 M&A와 신규 사업이 발목을 잡으면서 수익률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경기 침체 초기에는 기초 체력이 튼튼한 대기업에게는 글로벌 재정위기와 국내 경제 악화가 기회였으나,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공격적 사업 전개가 대기업에게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랜드, 제일모직, LG패션,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은 최근 몇 년 M&A와 신규 브랜드 런칭, 신사업 추진 등으로 외형을 확대해 왔다.
이랜드는 해외 브랜드 인수, LG패션은 해외 브랜드 직수입 전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톰보이 인수와 신규 런칭, 제일모직은 이태리 ‘콜롬보’ 인수와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런칭 등이 가장 눈에 띄는 신규 사업이었다.
하지만, 이들 사업이 외형 확대에는 일정 부분 기여했으나, 국내외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부진으로 매출 및 영업이익이 악화되면서 전체적인 기업 수익률은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패션 대기업의 수익률이 큰 폭으로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상반기의 선전에 힘입어 일정 부분의 수익률을 확보했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출 증가율이 둔화되면서 수익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대기업 2008년 이후 M&A로 외형 확대
국내외 M&A, 직수입 전개로 사업 다각화
이랜드, 제일모직, LG패션,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은 최근 몇 년 M&A와 신규 브랜드 런칭, 신사업 추진 등 공격적인 비즈니스 전개로 외형을 확대해 왔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이랜드와 LG패션이었다. 이랜드는 지난 2009년 베트남 국영기업 ‘탕콤’ 인수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영국 등으로부터 다양한 브랜드를 인수했다. 2010년에는 「벨페」와 「피터스콧」「라리오」를 M&A했고, 2011년에는 「만다리나덕」과 록캐런社를, 또 올 2월에는 「만다리나덕」을 인수한 이탈리아 부라니(Burani) 그룹으로부터 「코치넬리」를 인수했다.
이랜드는 이들 브랜드를 새롭게 리뉴얼해 중국 및 아시아, 그리고 유럽과 미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랜드와 함께 눈에 띄는 기업은 바로 LG패션이다. LG패션은 해외 직수입 브랜드 도입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켜 왔다. 신사복 위주의 기업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시켜 왔다. 이를 위해 지난 2006년 자체 여성브랜드 「모그」의 출시를 기점으로 다양한 해외 여성 브랜드의 국내 영업권을 인수했다.
이탈리아 여성 명품 브랜드 「블루마린/블루걸」을 시작으로 2008년 프렌치 시크의 대명사 「이자벨마랑」, 그리고 꽃무늬 프린트로 유명한 프랑스 명품 「레오나드」를 비롯해 2009년에는 「조셉」 「바네사브루노」 「질스튜어트」 「질바이질스튜어트」 등 유럽 및 미국 브랜드의 국내 영업권을 획득, 여성복 디자인 및 매니지먼트의 노하우를 습득해 왔다.
또한 2010년 2월에는 초대형 스위스 스포츠 아웃도어 멀티숍인 「인터스포츠」를 전개하기 시작했고, 2010년 7월에는 프랑스 라푸마와 중국 합작법인을 설립해 중국 아웃도어 시장에도 진입했다.
2011년에는 「질스튜어트」의 남성 라인인 「질스튜어트 뉴욕」, 이탈리아 명품 여성복 브랜드 「막스마라」, 「헤지스」의 스포츠 라인인 「헤지스 스포츠」,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닐바렛」, 세계적인 스노보드 브랜드인 「버튼」을 새로 전개하는 등 기존 브랜드의 강화와 신규 라인의 확장을 적극적으로 시도해 왔다.
제일모직은 2009년 글로벌 SPA 브랜드인 「망고(MANGO)」 도입을 시작으로 SPA 마켓 진입에 주력해 왔다. 2009년 2월 말 40~50대 타겟의 여성복 브랜드 「르베이지」를 런칭, 여성복 시장에 대한 외형을 확대했으며 2009년 8월에는 400년 전통의 이태리 피렌체 화장품 브랜드 「Santa Maria Novella」 런칭해 사업 영역 확장의 기반을 마련했다.
2009년 9월에는 뉴욕의 신흥 명품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토니버치」와 2010년 4월에는 세계 패션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Rick Owens」를 성공적으로 런칭해 명품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토대로 제일모직은 SPA 브랜드인 「에잇세컨즈」를 성공적으로 런칭, 국내 패션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최근 한섬과 국내 독점 판매권이 종료되는 「지방시」와 「셀린느」 등과 국내 라이선스권을 계약했으며 지난해에는 톰보이를 인수하기도 했다.
대기업 하반기 대반전 노린다
하지만 하반기 경기 전망 암울
제일모직과 LG패션, 이랜드,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패션 대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공격적인 M&A와 신규 브랜드 런칭, 신사업 추진 등으로 외형을 확대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출액 증가 둔화와 이에 따른 영업이익 및 순이익 감소로 하반기에는 기존 브랜드의 체질 개선과 효율 확대에 주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F/W에 「빈폴 아웃도어」, 이번 S/S에 「에잇세컨즈」를 런칭한 제일모직은 올해 대규모의 신규 브랜드 런칭과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계획했으나, 패션 경기 침체와 매출액 감소로 사업 계획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이와 함께 해외 소싱과 상품기획의 압축을 통해 수익률 극대화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해외 직수입 브랜드 전개 및 브랜드를 인수한 LG패션도 빠른 시간 내에 이들 브랜드의 매출 확대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기존 브랜드를 통한 수익률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이로 인해 LG패션은 당분간 신규 브랜드 런칭과 M&A를 자제하고 모든 비즈니스를 효율 강화에 맞추고 있다.
이와 함께 패션 업계 관계자들은 “신규 사업 축소와 패션 경기도 문제지만, 재고 부담에서 벗어나는 것이 관건이다. 패션의 경우 가을겨울 시장이 패션 시장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재고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다시 한번 하반기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반기 시장을 반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백화점들은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재고처분, 이월상품전 등 파격적인 가격 할인행사를 유치하고, 패션기업들도 재고가 한계치에 도달하면서 각 브랜드별 재고 관리를 위해 할인행사 등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 경기 침체로 인한 심각한 소비 부진과 정상 판매율 부진을 겪고 있어 하반기에도 반전을 계기를 마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반기에도 유로존 위기 및 유럽 재정위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세계 경기 둔화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국내 경제 및 패션 경기도 하반기 중에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허유형 기자>
- <저작권자(c) 패션엔미디어, www.fashionn.co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