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 2012-06-27 |
백화점 유통 구조조정 본격화되나?
국내 대형 백화점 매출 지상주의 성장전략 제동
"판매부진을 겪고 있는 백화점들이 불황탈출을 위해 온갖 명분의 파격적인 할인 이벤트를 벌이고 있지만 고객 발길은 오히려 줄고 있다." "너도 나도 대규모 재고 소진 행사나 가격인하 등 창고 대방출 개념의 강제성 행사물량 유치로 백화점 스스로가 백화점을 포기한 것 같다." "백화점이 백화점다워야 하는데 땡처리장으로 변모했다’ ‘스트리트 전문 브랜드와 SPA 브랜드 등 저가 브랜드가 넘쳐나 백화점에 가면 대형마트와 동대문 시장에 와 있는 것 같다." 패션 관계자들이 본 최근 백화점의 단면이다.
한국 사회에서 고급 소비의 대명사로 군림해 온 백화점 유통이 유럽 등 유럽재정위기와 실물경기 침체, 불경기 속의 고물가 행진, 소비심리 위축 등에 흔들리고 있다.
무소불위의 독선과 횡포를 누렸던 국내 백화점 유통은 그동안 매출과 외형을 키우며 꾸준한 성장을 기록해왔으나 올해들어서는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까지 내몰리는 등 백화점의 위상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국내 백화점, 고급?고품격 이미지 포기했다
지난해 추동시즌부터 급격한 매출부진에 시달려 온 백화점 유통은 불황기 장기화되면서 매출 만회를 위한 온갖 행사유치로 고급, 고품격 이미지로서의 백화점을 포기하고 당장 외형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아웃렛 못지않은 할인으로 고객을 끌어오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
불황탈출을 위해 이른바 구두 핸드백 초특가전, 선글라스 특집전, 의류창고 대공개, 스포츠 대전 등 ‘땡처리’ 수준의 온갖 파격적인 이벤트에 패션업체들을 반강제적으로 참여시키며 백화점은 땡처리장 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으며 대규모 ‘떨이’ 행사에 집중하고 있지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백화점 매출 증가의 한 축을 담당했던 ‘명품’ 관련 매출도 뚝 떨어지면서 백화점 유통업계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지난 5월 말까지 국내 주요 백화점의 럭셔리 브랜드 매출신장률은 10% 정도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큰폭 하락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명품 소비도 최근 들어 감소세로 전환되는 등 그나마 믿어왔던 부유층도 지갑을 닫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몇 년동안 내셔널 브랜드가 급격히 감소하고 매출과 수익도 감소세를 보이자 백화점 유통업체들은 그 대안을 명품 브랜드와 수입 브랜드를 대체하는 선에서 위안을 찾았으나 이마져도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것.
신세계백화점이 지난해 25%에서 올해 13.1%를 기록,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으며 현대백화점은 10.3%로 두 자릿수에 겨우 턱걸이했고, 롯데는 지난해 21%에서 8%대로 1/3토막이 났다. 백화점 매출을 올려주던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들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면세점과 명품 아웃렛 쇼핑몰로 옮겨가고 있어 백화점의 매출 침체 악순환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동안 백화점의 국내소비가 감소하고 있는 부분은 일본·중국 관광객이 메꾸어주었으나 최근들어 관광객들도 백화점 소비를 외면하고 있는 것. 반면 면세점은 상대적으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또한 백화점들이 불황극복을 위해 사실상 연중 할인에 가까운 대형행사를 지속하고 있어 패션상품 가격정책에 거품이 크다는 인식이 확산, 백화점에 입점된 중고가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불신과 구매력 저하가 더욱 팽배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백화점 유통업체와 고급 패션기업의 주가도 큰폭으로 떨어졌다. 4월부터 6월까지 대표적인패션주인 신세계인터내셔날 주가가 21.7%, 한섬은 무려 20%가까이 떨어졌다.
TV와 컴퓨터, 에어컨 등 생활가전은 전문 양판점 외에도 인터넷 쇼핑몰들이 줄어든 유통마진을 가격에 반영시키면서 비약적인 매출 신장세를 보이고 있어 소비패턴이 '실속형'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을 반영해주고 있다.
‘트레저헌터(treasure hunter)’. ‘보물을 찾듯이 적극적으로 상품을 발굴하는 소비자’라는 뜻의 신조어로 제품 하나를 사기 위해 발품 팔기를 주저하지 않는 새로운 소비층을 일컫는다. 이들은 ‘불황’ ‘반값’ 등으로 대변되는 유통 시장에서 특유의 정보력과 적극적인 가격 비교를 통해 고물가 속 ‘착한 소비’를 이끄는 핵심 소비층으로 급부상했다.
백화점 유통, 구조조정 시작되나?
한편 백화점 유통업계의 위상추락과 매출부진은 유럽재정위기 등 글로벌 경기 둔화와 소비심리 악화에서 비롯됐지만 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그들 스스로 갑의 입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현실에 안주하는 자세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크다.
당장의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전유물이었던 원가수준의 초저가 바겐세일을 경쟁적으로 유치해 고품격 백화점 체면을 구기고, 오로지 성장위주의 매출 지상주의전략이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알뜰형 소비자를 위한 독자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창조하기보다 중국과 일본 관광객들이 올려주는 달콤한 매출에 빠져 지금처럼 무방비 상태의 매출하락을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80년대의 고도성장기를 거치며 국내 백화점들은 질적인 개선을 뒤로한 채 양적경쟁을 위해 대형화, 다점포화에 주력했다. 90년대 초반에 등장한 할인업태의 거센도전에도 백화점은 목표고객을 명확히 하지 않은채 모든 소비계층을 수용하고 단순한 나열식 머천다이징과 브랜드 유치에 급급, 오로지 성장위주의 전략으로 점포를 확대하며 몸집을 불려왔다.
지금까지 소매업에서의 독점적 업태지위를 유지하며 순탄한 성장을 지속해 온 국내 백화점은 2000년대 중후반 들어 백화점을 대체하는 신업태의 등장과 그들의 약진, 장기 불황에 따른 고급 소비재의 매출 부진 등이 맞물려 이미 내부에서는 보이지 않는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시각이 크다.
아웃렛, 홈쇼핑, 온라인몰과 모바일 쇼핑 등 신유통업태를 넘어서 글로벌 SPA 브랜드와도 경쟁하는 시대를 대비해 변화와 혁신을 위한 진화된 MD전략과 생존방안을 강구하기보다 당장의 매출이라는 단물에 빠져 봉건적이고 후진적인 영업행태를 지속하고 있는 한 국내 백화점은 빠른시일 내 구조조정 물결이 확산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빠르게 덩치를 키워왔던 유통업계가 거센 외풍을 맞고 있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 악재를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백화점 SPA브랜드 구애 전략
득보다 실 많았다…기대 이하 매출 속앓이
매출 지상주의에 급급해 글로벌 SPA브랜드를 적극 유치해온 국내 백화점들의 구애 전략도 결국 득보다 실이 많다는 주장이다. 2005년 국내시장에 「유니클로」가 진출 이후 「자라」 「H&M」 등 해외 SPA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온 국내 백화점들은 예상 외의 부진한 실적으로 속앓이가 커지고 있다.
당초 백화점을 떠난 젊은 고객층의 집객효과를 목표로 무리하게 글로벌 SPA 브랜드를 유치했던 백화점들이 기대 이하의 매출과 낮은 이익률로 고전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결국 유통사들이 ‘자기 꾀에 넘어간 것’이라고 지적한다. 고급화를 지향해야 할 백화점들이 당장의 이익과 매출을 위해 기존 고객들의 기대감을 무시하고 이와 상반되는 패스트 패션을 도입한 것 자체가 오류였다는 지적이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의 일부 점포들은 기존의 국내 내셔널 브랜드를 10~20개 이상 드러내고 파격적인 조건으로 글로벌 SPA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이들 브랜드들은 기존의 국내 브랜드들이 부담하고 있는 입점 수수료의 1/3 수준의 수수료를 지불하며 백화점에 ‘모셔졌다’.
반면 국내 브랜드에 대한 매장 입점 조건은 더욱 까다로워졌고 설 땅을 잃은 국내 브랜드들은 가두상권과 온라인 유통으로 쫓겨나거나 아예 사업을 철수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국내 백화점 글로벌 SPA 브랜드 덫에 걸렸다
빠른 속도로 백화점 내 입지를 확대해 가며 성장세를 달리고 있는 글로벌 SPA 브랜드와 달리 백화점은 이전만도 못한 저조한 수익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글로벌 SPA 브랜드를 받아들이는 백화점 고객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적극적이지 못했던 탓이다.
또한 이전의 MD와 비슷한, 혹은 상위 실적을 거두고 있다 하더라도 이전에 입점됐던 국내 브랜드에 비해 1/3 수준으로 떨어진 수수료로 인해 이익을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구조다.
이에 대해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큰 공간에서 다양한 제품을 저렴하게 보여주는 SPA 브랜드의 특성상 넓은 공간과 낮은 수수료는 불가피한 부분이다. 문제는 백화점들이 SPA 브랜드와 백화점 브랜드의 고객 성향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간과하고 무조건적으로 글로벌 SPA 브랜드를 수용한 점이다. 집객 효과를 이유로 유치 경쟁을 벌이다 보니 결국 기존 고객마저 이탈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패션 유통 피라미드의 상위 자리를 군림하며 독단적으로 매장 입·퇴점을 주도하던 대형 유통사들은 오히려 글로벌 SPA 브랜드의 덫에 걸리고 말았다.
2010년 「H&M」을 유치한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인천점과 충주점을 오픈하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인천점의 경우 기존에 영업 중이던 국내 브랜드 20여 개를 철수, 1~3층에 걸쳐 매장을 개설하고 별도의 출입문을 만드는 등 파격적인 조건으로 「H&M」을 유치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매장은 현재 월 10억원 대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기존의 20여개 국내 브랜드가 퇴출되기 전 매출의 절반 수준. 게다가 국내 브랜드의 백화점 수수료가 30% 이상인데 반해 이 매장의 입점 수수료는 8%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대략적인 수치로만 계산해도 백화점의 손실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 울며 겨자먹기 부산센텀 「H&M」 오픈 왜?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신세계백화점은 올 F/W 부산 센텀시티에 H&M 매장을 오픈하려던 계획을 취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 매장은 당초 인천점, 충주점과 함께 오픈하기로 계약됐던 것. 그러나 「H&M」측이 이에 대해 법정대응을 준비하는 등 강경한 대응을 보임에 따라 백화점 측은 울며 겨자 먹기로 「H&M」의 오픈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국내 내셔널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들도 국내 대형 유통사들의 독단적인 횡포에는 질린 모습이다. 최근 글로벌 브랜드의 유입률이 높아지고 국내 유통사의 해외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는 만큼 기존의 주먹구구식의 매출지향적 사고에서 벗어나 글로벌 스탠다드의 선진화된 유통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도 성장기를 구가하며 다점포화를 통해 몸집을 불렸던 대형 백화점들은 이제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궁지에 몰린 것이다.
대형백화점 중장기적 수익모델 창출해야
중소기업, 중소 브랜드 개발 및 육성 독려
부도기업 증가와 신규 브랜드 런칭 급감으로 더 이상 과거의 1차원적 MD방식은 힘들어졌다. 글로벌 SPA 브랜드의 위협적인 세력확장, 유통채널의 다각화 등으로 복잡, 다양해지는 소비 패러다임을 만족시키는 위한 새로운 형태의 유통환경이 필요해지고 있으며 입점업체의 마진만으로 수익을 내는 기존 비즈니스 관행을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가?
백화점 유통업체들은 특화 MD로 새로운 수익창출 모델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하는 새로운 환경에 직면해있다. 더욱이 중소형 브랜드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판매부진과 수익구조 악화로 패션시장 진입기회가 더욱 어려워진 기업들에게 유통업체가 적극적으로 신규 브랜드 개발을 독려하고 장려하는 수준을 넘어 패션의 등용문 역할을 선도해 중장기적으로 패션시장을 근본적으로 활성화시키는 역할이 필요해지고 있다.
<류숙희,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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