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 2012-05-17 |
[5] 편집숍 과잉의 시대 지속성장 해법은?
홀세일과 리테일러의 질적 향상…패션 선진화 앞당겨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접어들면서 패션산업 전반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패션유통 구조에도 기존의 틀을 캔 새로운 규칙들이 속속 등장하며 패션기업들의 고민이 날로 커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기존 원 브랜드 원샵 개념이 흔들리고 있다는데 있다.
고가의 해외 디자이너 컬렉션에 치중했던 1세대 편집숍을 벗어나 소호형 독립 편집숍의 폭풍 성장과 함께 최근에는 편집숍 브랜드의 기업화가 진행되면서 편집숍 비즈니스에 대한 지속성장 해법을 찾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단순한 수입 브랜드 구성을 통해 인큐베이팅하는 역할을 넘어 상품, 기획, 영업, 마케팅 등 전통적인 패션 비즈니스를 뒤흔드는 거대한 변화를 수반하고 있는 편집숍이 또다른 대안유통으로 발전가능한지에 대해 찬반 여론이 분분하다
편집숍, 대중유통으로 진화한다
획일화된 MD구성에 식상해진 소비자들이 컨셉, 글로벌 트렌드와 스타일을 갖춘 차별화된 편집숍을 선호하고 주체적인 소비를 시작하면서 편집숍이 유럽과 일본 등과 같은 차세대 성장 비즈니스로 발전단계를 밟고 있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또 패션 의류 아이템 중심에서 코스메틱, 외식, 인테리어, 문화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의 다양한 아이템과 차별화 된 서비스까지 제공하면서 그 범위도 넓어지고 하이엔드에서 로우앤드 마켓까지 점령하는 등 편집숍은 바야흐로 대중유통 채널로 진화하고 있다.
자금력과 운영 노하우를 갖춘 대기업들도 잇따라 편집숍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에 대해 체계적인 운영 시스템을 통한 패션 유통 선진화를 이끌고 홀세일 시장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이미 활성화된 상권에 거대 자본의 등장은 결과적으로 인디 디자이너 및 소규모 신진 디자이너의 이탈을 가져오고 자생적으로 생성된 독창적인 콘텐츠가 사라져 결국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교차하고 있다.
단일 브랜드 숍 막내리나?
이처럼 국내 패션유통 시장에 편집숍 열풍이 확산되는 이유는 백화점과 대리점 유통으로 성장해온 기존의 전통 브랜드 매력이 급격히 저하되었고 점점 더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는 단일 브랜드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편집숍이 유럽을 비롯한 일본은 이미 패션유통의 한 맥으로 자리잡은 것에 비하면 국내 패션시장은 발전속도에 비해 느린편이다. 일본은 과거 10년동안 백화점을 내셔널 브랜드 설자리가 없어지고 패스트 패션이나 차별화된 컨셉트를 갖춘 셀렉트숍으로 대체됐다.
그와 반면 일본과 유사한 길을 걷고 있는 한국시장도 향후 편집숍이 새로운 대안 유통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클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당면한 국내 편집숍 브랜드의 현주소는 어떤한가?
편집숍, 새로운 대안유통인가?
리테일 비즈니스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운영 및 인력시스템을 갖추지 못한채 당장 소비자들이 찾는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나 제품 구성으로 점포별 차별화가 없이 비슷비슷한 현상을 재현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국내 기업들이 운용중인 대부분의 편집숍은 기존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수수료를 지불하고 백화점들에 입점해있으며 기업화되고 있는 가두 편집숍들도 절대다수가 국내 패션유통의 오랜 관행이었던 위탁 수수료제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 재고 부담은 지지 않으면서 최대한 많은 컨텐츠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국내 패션유통의 성장과 발전을 더디게 하고 백화점 유통을 임대업자로 지탄했던 그들이 같은 방법으로 고율의 수수료 방식의 위탁제를 취하고 있어 역량있는 디스트리뷰터 배출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대형 유통업체, 선진 패션유통구조 정착에 앞장서야
대형 백화점들도 역시 마찬가지다. 해외 백화점들이 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새로운 컨텐츠를 개발하는 직매입 시스템과 달리, 막대한 자본력과 다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백화점의 경우 국내시장에서 인디 및 신진 디자이너 발굴과 유치를 통한 컨텐츠 확보와 홀세일 개념을 적용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는 비제도권에서 급부상한 편집숍 유통 브랜드를 자사 매장에 입점시키는 기이한 형태를 취하는 경우까지 벌어졌다. 유통업체를 유통하는 기형적인 갑을병으로 형성된 판매구조까지 등장한 것이다.
영국 런던의 해러즈 백화점은 해마다 새로운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과 함게 디자이너의 상품을 사입 판매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컨설팅도 해준다.
압구정동의 편집숍 데일리 프로젝트나 텐꼬르소꼬모에서도 국내 디자이너들의 상품을 일부 매입해왔지만 정욱준, 서상영, 홍승완 등 중견급에 속하는 하이패션 디자이너들에 그쳤다. 개인 또는 소규모의 독립 디자이너 브랜드가 명동 핵심 상권 또는 대형 백화점에 자기 이름을 내걸고 옷을 판매하는 사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에 속속 자리잡고 있는 편집숍은 한국 소비자들이 한국 디자이너들의 옷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대형 유통업체 스스로가 자본의 이해관계를 떠나 홀세일 시스템을 통한 독립 디자이너를 육성하고 이릍 통해 풍부한 컨텐츠와 경쟁력을 확보하는 선진 패션유통구조 정착에 앞장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금처럼 특정업체를 끼고 편집매장을 전개하던 데서 탈피해 직매입 비중을 높이고 진정한 의미의 편집숍 비즈니스 마인드가 요구되고 있는것이다.
자기주도형 홀세일 시스템 갖춰라
대부분의 해외 유통업체나 심지어 국내 온라인 멀티숍 사이트들조차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판매가의 40~50%수준으로 사입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제 막 성장 초기단계에 돌입한 편집숍 비즈니스가 새로운 대안유통으로 성장하는데는 백화점 유통을 포함한 중소 유통브랜드 모두 새로운 유통환경에 맞는 중장기적인 운영시스템을 갖추고 지속적인 컨텐츠를 성장 발굴시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 패션국가들처럼 유통업체가 책임지고 자기주도형 편집숍 비즈니스로 발전시키기 위한 사업구조 전반에 걸친 변화가 필요해지고 있는 것. 당장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위탁제를 고집하는 체제에서 벗어나, 통찰력 있는 바잉 시스템 구축과 전문 인력 보강 등 홀세일 비즈니스 정착을 위한 사업구조 전반에 걸친 변화와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유통 브랜드와 리테일러 동반성장 조건은?
일부 패션기업과 유통 브랜드에서 일정부분 사입제를 도입하고 경쟁력 있는 홀세일 전문 브랜드가 등장하는 등 바람직한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편집숍 유통 브랜드 활성화는 홀세일 전문 브랜드 및 개별 디자이너 브랜드 성장을 가져오고 결과적으로 원 브랜드 원 숍 중심의 패션 프렌차이즈 시장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몰고 올것으로 보인다.
홀세일 브랜드, 디스트리뷰션, 디자이너 등의 군소업체의 동반 성장이 곧 리테일러와 유통기업의 지속성장으로 이어지고, 개별 디자이너 브랜드 역시 유니크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상품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영세한 몇몇 기업 위주로 초기 성장기를 거쳤다면 지금부터는 자금력과 운영 노하우를 가진 새로운 세력들로 시장이 재편, 양질의 유통 브랜드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장기적으로 국내 패션시장이 홀세일 유통 구조가 확립되고 리테일러의 질적 향상을 가져와 패션유통의 선진화에 대한 기대감 또한 높아지고 있다.
<패션엔미디어 류숙희>
[참조 : 본지 655호와 656호에서는 '편집숍'관련 내용을 좀 더 자세하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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