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2012-05-10

[진단] 위기의 패션시장 저성장 쇼크 오나?

국내 패션기업 수익구조 하락, 구조조정 본격화


패션기업들이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다. 지난해 최악의 매출 하락세를 겪은 패션기업들은 올해들어서도 매출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경기침체로 인한 제조원가 상승과 함께 수익성은 더욱 악화돼 대규모 구조조정 바람이 또 한번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매출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지난해 추동시즌부터 심각한 매출 타격을 받았으며 이로 인한 수익구조 악화가 계속된 데 이어 올해들어서도 소비둔화와 할인판매 증가에 따른 정상가 판매율 하락으로 국내 패션시장에 브랜드 중단과 M&A, 인력 구조조정 등 금융위기 때와 같은 위험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패션기업 수익률 확보 비상, 부실기업 늘어나


일부 기업이 양호한 실적을 올린 경우도 있지만 사실상 성장률은 대부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의 중견기업들의 실적은 더욱 부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매출 규모면에서는 일부 성장을 했지만 실질적인 수익성 면에서는 크게 하락한 것으로 보여진다.

LG패션의 경우 매출액은 전년대비 개선되었지만 영업이익이 할인판매와 재고평가손실 등이 반영돼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은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보였지만 국내 브랜드인 「보브」와 「지컷」 등의 낮은 성장세가 실적을 제한하고 있으며 한섬도 올해 1분기 실적이 저조했다.

따라서 패션기업들의 매출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가운데 제조원가가 상승하는 등 경기 침체 여파로 자금사정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앞으로 패션기업의 수익성 하락이 장기화될 경우 줄도산 공포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 비슷한 브랜드와 경쟁했던 시대와 달리 지금은 경쟁 상대가 글로벌 브랜드로 바뀌면서 시장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이미 글로벌 외부환경 변화로 수익구조는 더욱 악화됐으며 양극화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어 이에 대한 후폭풍이 감지되고 있는 것.

실물경기 자체가 내수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둔화되고 있고 해외 불확실성, 정치적 리스크 확대, 가계부채 누적에 따른 소비침체 등 부정적 영향이 커지고 있어 중소, 중견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대해 패션 관계자들은 “유럽발 재정위기가 최고조에 이르고 경기 하방위험이 늘어 경기 민감업종인 패션시장은 앞으로도 판매 둔화 조짐이 예상된다”며 “ 올해 일시적인 자금부족을 겪은 상당수의 부실한 패션기업들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물경기가 악화되면서 1분기 자금사정 BSI(기업경기실사지수)가 하락하고 어음부도율과 부도기업이 동반 상승하는 등 기업경영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를 반증하고 있다. 국내외 경기부진에 따른 매출감소, 제조원가 상승, 수익성 감소, 대출축소란 연쇄 부메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패션기업 매출 쇼크 장기화되나?


4월 정기세일에 사활을 걸었던 대형백화점들도 윤달 영향으로 웨딩 관련 상품군이 부진했고, 세일 기간 중 평년 대비 3~4도 낮은 기온을 보이면서 의류 상품 판매가 아웃도어군을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롯데백화점은 시즌 정기세일을 ‘첼린지 세일’로 정하고 1분기 동안 부진했던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 사상 최대 기간과 규모로 가격과 물량공세를 펼쳤다. 브랜드 파워가 있는 여성복업체를 중심으로 가격인하와 창고 대방출 개념의 강제성있는 대규모 행사물량을 유치해 실적 챙기기에 나섰으나 폭발적인 집객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대형 백화점의 당장의 실적 챙기기로 인해 가격인하, 물량 방출 등을 강요받는 패션기업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으며 자사의 손실을 감수하고 대형 백화점 유통업체의 실적을 메꾸어주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사상 유례없는 파격적인 백화점 정기세일을 진행했으나 윤달 영향 때문에 고가의 예복이나 혼수 구매가 줄면서 관련 상품군의 매출이 부진했고 남성복은 매출 쇼크로 충격에 빠졌다. 지난해 12월 정기세일 때도 기존의 관행을 넘어 최장 기간 파격적으로 세일행사와 반값 할인진행, 매출 신장 카드를 내세웠던 백화점들은 소비자의 냉각된 소비심리를 이끌어내는데 한계를 보였다.

특히 백화점들이 정상매출과 행사매출을 차등 적용했던 각 브랜드별 매출 평가기준을 버리고 올해부터 정상과 행사매출을 포함해 단순히 외형기준으로 평가기준을 새롭게 마련해 앞으로 백화점 유통업체와 패션기업간 가격인하 경쟁과 물량행사 요구 등 악순환은 끊임없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 1/4분기 매출 증가율 둔화 
여성 정장, 여성 캐주얼, 남성 등 매출 감소 심각


이에 따라 롯데, 현대, 신세계백화점 등 빅 3 백화점의 1/4분기 매출 증가율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백화점 및 대형마트의 매출 증감률에 따르면 백화점은 지난해 12월 전년대비 11%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11월 전년대비 -0.5% 감소했고, 또 올 1월에는 -4.1% 감소했다. 2월에는 2.9%, 3월에는 1.6% 소폭 증가했으나 전체적인 매출 증가율은 감소 추세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주5일제 수업에 따른 레저 활동 증가로 아웃도어 및 스포츠용품 판매는 증가했으나, 꽃샘추위로 인한 봄 신상품 판매 부진으로 매출이 소폭 증가에 그쳤다고 말했다.

스포츠와 수입 명품만이 선전하고 있을 뿐 여성, 남성, 잡화 등 대부분이 복종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출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거나 감소했다. 특히 여성 정장은 큰 폭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지난해 8월 전년대비 -1.8%, 10월 -3.6%, 11월 -11.5%, 올 1월 16.5%, 3월 -0.3%의 감소율을 보였다. 

또한 여성 캐주얼은 지난해 11월에 전년대비 -1.0%, 올 1월 -8.1%, 2월 -0.2%의 감소율을 보였고, 남성은 지난해 11월에 전년대비 -3.2%, 올 1월 -5.2%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잡화도 지난해 11월에 전년대비 -1.9%의 감소율을 보였고, 올 1월 -5.1%, 2월 -0.4%, 3월 -2.4%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3월, 4월 매출도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최근 패션기업의 매출 현황이다.

한편 대형마트의 의류 매출 증가율도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의류 매출은 지난해 8월 전년대비 -1.4%, 11월 -8.4%, 올 1월 -1.6%, 2월 -10.5% 등 감소폭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패션기업, 브랜드 중단 등 대규모 구조조정 가시화


패션기업들도 정상 판매를 유지하며 판매 효율 극대화 전략을 고수하기엔 당장의 생존이 걸려있어 마지막 비상수단을 쓸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한 재고물량을 소진하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고 균일가 판매, 세일폭과 세일기간 확대 등 할 수 있는 모든 영업전략을 세웠지만 결과는 실패로 끝나 재무구조가 취약한 패션기업들의 생존 위기감이 더욱 깊어졌다.

특히 1/4분기 매출 부진에 이어 4월에도 여성복업계의 매출이 급감해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유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롯데, 현대, 등 주요 백화점들의 여성복들이 PC별로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40%까지 역신장을 보이는 등 대다수 영캐주얼 및 영캐릭터 브랜드들이 전년비 큰 폭으로 매출이 줄어들었다.

「유니클로」「자라」「H&M」등 글로벌 SPA 브랜드와 멀티 셀렉트 숍으로 젊은층이 몰리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국내 내셔널 영캐주얼 시장은 이미 고유 영토를 내줘 수세에 몰려 있으며 앞으로도 브랜드별, 조닝별 경계가 무너지고 메이저와 마이너의 경계가 사라지는 등 엄청난 지배구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누적된 판매부진이 올 1/4분기 내내 회복되지 못하고 4월에도 매출 성장세가 뚝 떨어지면서 여성복 패션기업들은 일부 투자 리스크를 안겨주는 비효율 브랜드를 중단하거나 인력 구조조정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안혜영부띠끄가 결국 문을 닫은데 이어 미샤의 「아임」도 브랜드 영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성창인터패션의 「AK앤클라인」도 밸류캐릭터 대표주자로 한동안 고수익을 창출하며 주목을 받았으나 미국측의 브랜드 중단방침으로 인해 라이선스 브랜드인 「AK앤클라인」의 지속 전개가 어려워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패션그룹형지, 우성 I&C 인수 등 M&A 잇따라


여기에 크고 작은 M&A도 잇따르고 있다.
톰보이와 한섬이 각각 신세계인터내셔널과 현대홈쇼핑으로 주인이 바뀐데 이어 최근에는 패션그룹형지가 남성복 「본」과 「예작」 등을 운영하고 있는 우성 I&C를 인수했다.

패션그룹형지는 「크로커다일레이디」 「샤트렌」 「올리비아하슬러」「라젤로」 「남성 아날도바시니」 「와일드로즈」 「CMT」 등 7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 7천억을 달성했다.

우성 I&C는 남성복 「예작」「본」 「본지플로어」 브랜드 등을 전개하는 남성복 전문 기업이다. 1980년 시대셔츠로 창업해 1998년 남성 와이셔츠 자체 브랜드 「예작」을 출시하며 남성 정장 및 캐주얼 전문 기업으로 성장했다.

패션그룹형지는 우성 I&C 인수를 통해 남성복 사업을 대폭 강화한다. 현재 전개중인 남성 「아날도바시니」와의 시너지를 통해 여성복에 치우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패션업계의 새로운 매출 활로인 남성 고객을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패션그룹형지 최병오 회장은 “이번 인수는 향후 패션그룹형지의 사업 확장을 위한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한국 패션 산업의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주도할 진정한 글로벌 패션 브랜드를 양성해, 국내를 넘어 세계 1등 패션 브랜드를 배출하는 종합패션기업으로 성장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형 규모의 단일 브랜드를 전개하던 중가 여성 브랜드도 M&A바람이 거세다. 2001년 런칭해 10년넘게 가두 커리어 시장을 지키며 전국적으로 50여개 매장을 운영했던 「주티첼리」는 칠성어패럴(대표 김순옥)이 인수했다.

경원와이엠씨가 13년간 전개했던 「리우베」도 지난해 7월말 리우베에프앤씨(대표 박병혁)에서 인수했다. 또한 예울디자인(대표 김상희)은 아이디이엠에서 10년간 전개했던 「이뎀」을 인수했다.

몸집 커진 대기업 발목 잡히나?
M&A로 외형 확대 … 수익은 후퇴


수익구조 악화 현상은 중소, 중견 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까지 그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상반기의 선전에 힘입어 일정 부분의 수익률을 확보했던 패션기업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출 증가율이 둔화되면서 수익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신규 브랜드 런칭과 M&A로 몸집을 불린 대기업들도 올 1/4분기의 경우 순이익뿐만 아니라 영업이익도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패션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제일모직과 LG패션, 이랜드 등은 최근 몇 년 M&A와 신규 브랜드 런칭, 신사업 추진 등으로 외형을 확대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출액 증가 둔화와 이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로 올해는 기존 브랜드의 체질 개선과 효율 확대에 주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F/W에 「빈폴 아웃도어」, 이번 S/S에 「에잇세컨즈」를 런칭한 제일모직은 올해 대규모의 신규 브랜드 런칭과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계획했으나, 패션 경기 침체와 매출액 감소로 사업 계획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이와 함께 해외 소싱과 상품기획의 압축을 통해 수익률 극대화에 주력하고 있다. 

금융위기 직후부터 공격적인 M&A를 통해 다수의 브랜드를 인수한 LG패션도 빠른 시간 내에 이들 브랜드의 매출 확대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기존 브랜드를 통한 수익률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이로 인해 LG패션은 당분간 신규 브랜드 런칭과 M&A를 자제하고 모든 비즈니스를 효율 강화에 맞추고 있다.

한편 지난 4월 23일 본지가 금융감독원에 신고된 대기업, 여성, 남성, 캐주얼, 유아동, 스포츠&골프, 아웃도어, 이너웨어, 핸드백, 제화, 수입 럭셔리 등 173개 패션 기업들의 2011년 감사보고서와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분석한 전체 패션 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010년 보다 소폭 하락한 8.56%에 머문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패션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09년 7.21%, 2010년 8.74%였다. 

영업이익률의 감소는 패션 경기 침체로 인한 매출 감소와 실적 개선을 위한 투자, 그리고 영업 및 유통 관리비 증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이 가장 좋은 복종은 수입 럭셔리와 스포츠 & 아웃도어, 패션잡화였다. 수입 럭셔리는 15.60%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고, 스포츠 & 아웃도어는 13.53%, 패션잡화는 11.79%의 영업이익률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 큰 폭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한 여성은 영업이익률이 6.12%에 머물러 영업 및 유통 관리비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반해 제화와 유아동의 영업이익률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화는 2.32%, 유아동은 4.70%로, 수입 럭셔리 기업이 1000원을 팔아 156원을 남긴 반면 제화는 1000원을 팔아 23원을 남겨 수익 구조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기업 및 남성의 영업이익률은 6.80%, 캐주얼은 7.31%, 이너웨어 8.45%, 골프 6.31%를 기록했다. <허유형/류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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