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2012-03-12

[6] K패션의 글로벌 성공 전략은?

글로벌 시장 겨냥한 새로운 패션 비즈니스 플랫폼 필요


신한류의 주역으로 등장한 K팝에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일본, 중국, 태국 등 아시아 주요국가에 아이돌 그룹의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열기가 시작된 K팝은 이제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국 등 서구권에도 팬층이 확대되고 있다.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에서 보여진 k팝 공연의 티켓 매진사태와 이에 따른 유럽 팬들의 자발적인 공연 연장 시위 등은 서구사회에 불고 있는 K팝 열풍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K팝의 열기는 욘사마로 대표되는 1세대 한류와는 규모와 파급효과 면에서 분명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아이돌 그룹을 중심으로 아시아권을 넘어 미주, 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까지 빠른 전파력으로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는 K팝은 단순한 문화적 관심을 넘어 경제적 성장으로의 그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K팝의 생산유발효과는 2010년 약 4조 98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대비 약 1조원이증가한 것으로 앞으로 더 높은 경제적 파급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K팝은 직접적인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뿐 아니라 국가 브랜드와 상품 인지도 제고 등 파급효과가 큰 한국의 전략적 자산이다.

이에 따라 K팝의 성공요인을 면밀히 분석해 기업 경영에 있어 시사점을 도출하고 다양한 산업에서 K팝 열풍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뜨거운 시점이다.

K팝 전세계 10~20대 소비자를 유혹하다


지난해 6월 SM엔터테인먼트의 파리 공연 성공은 한국 대중문화가 유럽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당초 1회로 기획됐던 ‘SM타운 월드투어’ 티켓은 1만5000석 전석이 예매 시작 10분만에 매진되면서 추가 공연을 요청하는 유럽 팬들의 시위로 이어졌다.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열린 K팝 시위는 영국, 스페인 등 인근 국가로 퍼지면서 K팝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대변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영국 공영방송 BBC는 한국의 국가 브랜드가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에서 한류로 바뀌고 있다는 뉴스를 보도하기도 했다. 이들은 소녀시대, 카라 등 K팝 열풍을 소개하면서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증가하고 한류 스타가 모델로 나오는 상품의 매출 증가하고 있다는 사례를 바탕으로 향후 K팝이 가져올 경제적 파급효과를 강조했다.

이처럼 K팝이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된 데에는 스마트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유튜브와 같은 SNS의 영향력이 확대된 것이 주효했다. 실제로 온라인상에서 한국 아이돌 그룹의 동영상과 노래 등을 검색하고 공유하는 빈도는 점차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유튜브 K팝 동영상 조회수는 총 235개국 약 23억회였으며, 구글을 통한 K팝 검색 회수도 2004년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와 같이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유튜브는 최근 K팝을 별도의 음악 장르로 분류하고 전용 채널을 개설했으며, 미국 빌보드 역시 지난해 8월 K팝 파트를 신설했다.

지난해 소녀시대가 발표한 신곡 ‘The Boys’의 뮤직비디오의 경우 유튜브 공개 4일 만에 조회수 1000만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아이돌 스타 저스틴 비버와 비슷한 기록. 이러한 열기에 힘입어 소녀시대는 올 1월 미국 CBS의 인기 TV 토크 프로그램 ‘데이비즈 레터맨 쇼(The Late Show With David Letterman)’ 및 ABC 토크쇼 'LIVE! with Kelly' 등에 게스트로 출연해 본격적으로 미주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K팝에 열광하는 전세계 주요 소비층은 소셜 미디어와 IT 기기에 익숙한 10~20대 젊은 소비자들로, 과거 TV 드라마를 중심으로 형성된 1세대 소비자들과는 다른 양상을 띤다. 이들은 단순히 K팝을 듣고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화로서 적극 향유, 스스로 K팝을 소재로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놀이문화와 커뮤니티 등으로 컨텐츠를 창출하고 있다.

K팝의 노래와 안무를 따라 하는 ‘커버댄스’ 역시 전세계 K팝 팬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놀이문화로, 이제는 하나의 엔터테인먼트 문화로 정착됐다.

K팝 열풍... 이제는 K패션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음악의 한류지수는 107로, 게임(101)과 국가(101) 인지도를 상회하고 있다. K팝은 해외에 본격 진출한지 10년 만에 전성기에 도달하게 됐다. 초창기 한류의 정점이었던 2004년을 100으로 봤을 때, 2011년 ‘K팝 한류지수’는 262로 7년 사이 2.6배가 급증했다.

그렇다면 K팝은 대중 음악계의 변방에서 언어와 문화의 높은 장벽을 뚫고 어떻게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을까?

K팝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장기적 관점에서 기본기를 갖춘 스타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해 한국문화의 강점을 재창조함으로써 성공할 수 있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K팝의 성공 요인과 기업의 활용전략’이라는 보고서에서 예술사회학 분야에서 문화현상 요인분석 시 사용하는 ‘문화의 다이아몬드 모델’을 활용, 생산자, 전달방식, 소비자, 컨텐츠 측면에서 4대 성공요인을 도출해 냈다.

생산자 입장에서 각 기획사들은 제작 프로세스를 시스템화하고 긴 시간 동안 스타 양성에 집중, 장기적 안목으로 치밀하게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했으며, 자발적 환산이 용이한 소셜 미디어를 전달방식으로 활용해 해외 진출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절감했다.

그 결과 IT에 친숙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문화를 향유하고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는 능동적 소비자들을 통해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컨텐츠적인 측면에서는 가창력과 안무, 비주얼의 3박자가 결합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해 전세계인들을 매료시켰다.

K팝 스타를 양성하고 있는 국내 기획사들은 대부분 수시로 진행되는 국내 오디션과 글로벌 오디션을 통해 인재를 발굴하고 5년에서 10년 정도의 장기적 트레이닝을 거쳐 최고의 아이돌을 탄생시키고 있다.

전문가로 구성된 전담 트레이너와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보컬, 댄스, 연기는 물론 바디 트레이닝, 스타일 교육, 인성교육은 물론 해외진출을 위한 외국어 교육까지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전 방위적인 트레이닝이 실시된다. 이들 연습생들은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 동안 트레이닝 기간을 거치며 서바이벌 방식을 통해 최종적으로 데뷔의 기회를 갖게 된다. 

음반 프로듀싱의 과정에 있어서도 글로벌 소싱을 통해 세계 최고의 전문가를 영입, 앨범의 완성도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곡 아이디어 발굴 단계부터 외부 아이디어를 다양하게 수집하고 있으며 국적과 분야 등이 다양한 전문가를 폭넓게 활용, 제작 단계를 분업화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 매년 2회 300여명의 해외 작곡가를 초청, 컨퍼런스를 개최해 적극적으로 소싱력을 확보하고 있다. 실제로 F(x)의 '츄(Chu)', 동방신기의 '주문', 소녀시대의 '런 데빌 런' 등 많은 히트곡들이 스웨덴과 덴마크 등 해외 작곡가들의 작품으로, 여기에 한국인이 작사를, 세계적인 안무 전문가가 퍼포먼스를 구성해 완성했다.

내용면에 있어서도 노래, 안무, 비주얼 모두를 완벽히 결합해 차별화의 근간으로 줘 서구의 팝 스타일과 동양적 정서에 맞는 쉬운 멜로디를 융합해 보편적 대중성을 확보했으며, 신곡을 발표할 때마다 감각적인 패션과 스타일 연출로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해 워너비로서 환상을 심어줬다.

이는 수년간 트레이닝을 받은 인재와 해외에서 수입한 곡의 결합으로 완성된 우리의 대중음악이 해외시장에서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아시아를 넘어 유럽, 미주 지역까지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해에는 해외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의 대표적인 연예기획사들이 통합 에이전시 UAM(United Asia Managemet)를 설립하기도 했다.

SM, JYP, AM엔터테인먼트, 키이스트 등 6개 업체가 공동 출자한 이 회사는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초상권과 지적재산권 권리행사, 캐스팅 등을 주요 업무로 K팝을 위시한 한류의 빠른 성장과 성숙을 위한 효과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 겨냥한 새로운 비즈니스 플랫폼 필요

세계 음악의 변방국에서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극복하고 세계에서 인정받은 K팝은 해외에 진출하려는 국내 산업 전반에 많은 교훈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대중문화와 같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여겨지고 있는 패션계에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성공 모델로서 K팝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껏 국내 패션산업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유망 산업분야로 각광받으며 빠른 성장을 일궈왔지만, 성장 속도와 규모, 국내 소비자의 패션 수준 향상에 비해 패션강국으로서 세계적인 위상을 논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나 K팝 등 한국의 대중문화가 전세계적인 영향력을 확대해가면서 한국의 문화와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패션업계도 지금의 호기를 활용 K패션의 성장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K팝과 패션산업의 연관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국내 CEO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K팝 열풍을 통해 수혜를 볼 업종에 대해 방송·영화·게임(64%), 관광·여가(61.5%), 패션·뷰티(49.7%), 정보통신(IT)·가전(16%) 순으로 응답한 바 있다.

K팝을 사랑하는 해외 소비자들은 K팝이 지닌 음악적 독창성과 화려한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K팝 스타들의 스타일리시한 비주얼과 에티튜드에 열광하고 있다.

철저한 트렌드 분석과 컨셉 설정으로 완성된 K팝 스타의 이미지가 해외 시장에 먹혔듯 K팝의 성공 노하우를 경영전략에 활용하거나 K팝 가수를 제품 광고 또는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다양한 노력들이 수반된다면 K패션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확률도 높아 보인다.

특히 K팝 소비자 대부분이 IT와 SNS 문화를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10~20대 젊은이들에게 집중되어 있어, 해당국의 유행을 주도해가는 트렌드 세터로서 향후 시장 확장 잠재력에 높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이들을 통한 다양한 파생상품의 확산 가능성에 주목해 장기적인 성장전략을 짜는 것이 지속 성장에 유리하다. 

K팝의 성공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대중문화의 플랫폼을 통해 완성됐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본기를 갖춘 스타를 체계적으로 육성해 한국문화의 강점을 재창조했으며 작사, 작곡, 안무, 스타일, 컨셉 등 분야별 세계적인 전문가를 영입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글로벌 소비자의 눈높이를 정 조준해 성공을 앞당겼다.

패션 기업 역시 이러한 사례를 바탕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조달하는 역 발상 필요하다. 또 단순히 K팝스타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 장기적인 프로세스를 차용하고 경쟁력 있는 컨텐츠를 개발해 글로벌 도약을 위한 지속성장을 준비해야 한다.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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