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 2012-03-12 |
[5] 가로수길, 진화냐 퇴보냐!
살아있는 한류 문화의 거리, 거대 자본과 대기업이 점령
가로수길은 독립 편집숍과 디자이너들의 쇼룸, 특색 있는 카페와 음식점, 화랑 등으로 구성된 예술적 분위기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면서 국내 주요 상권 중 하나로 부상했다.
여기에 전세계적인 한류열풍으로 명동, 동대문, 홍대 등지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가로수길에 관광객들이 모여들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신진 디자이너들과 소규모 개인이 운영하는 패션 숍들과 다양한 감성의 다양한 숍들이 활기를 주도한 가로수길은 최근들어 국내외 패션 기업들이 차별화된 컨셉과 편집숍을 잇따라 오픈하고 글로벌 SPA 브랜드까지 가세하는 글로벌 패션 중심지로 우뚝서고 있다.
가로수길에 주목하는 이유는?
한류 컨텐츠 경험하는 장소로 각광 … 국내 디자이너 파워 업
패션과 예술 등 문화적인 배경을 통해 형성된 가로수길은 타 지역과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며 원래는 소박한 감성과 개성을 지닌 거리로 출발했다.
독립 갤러리와 신진 디자이너, 작은 카페 등이 이곳에서 둥지를 틀며 유명해지면서 가로수길은 예술적 감수성을 충족할 수 있는 장소로 대중들에게 명성이 생기기 시작했다.
음반과 영화, 드라마 등의 한류 컨텐츠가 해외에서 호응을 받아 한류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홍대와 신촌, 강남 등 기존의 문화 중심지와는 차별화된 감성을 가진 가로수길에도 자연히 외국인들의 눈길이 모아져 지금은 글로벌 쇼핑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한류 드라마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 속의 배경이 된 카페와 음식점, 주인공이 입었던 의상과 액세서리, 드라마 속의 소품 등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장소가 되면서 관광객들의 유입이 갈수록 늘어났다.
국내외 패션 기업들과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대거 진출, 바야흐로 가로수길은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격전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가로수길의 문화적 배경을 통해 성장한 디자이너들도 최근 국내외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파리 트레이드 쇼인 트라노이에서 「디그낙」강동준,「재희 신」의 신재희,「쟈니헤잇재즈」를 운영하는 최지형 디자이너 등이 해외 바이어들에게 호평을 받고 정욱준, 송자인 등 국내 디자이너들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
특히 가로수길에서 기본기를 다진 일부 디자이너들은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고급 브랜드 「니나리치」의 국내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디자이너 정욱준이 대표적인 사례다.
가로수길, 명실상부한 글로벌 스트리트로
패션 기업들도 가로수길의 독특한 분위기를 반영해, 기존 시장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특색 있는 편집숍, 브랜드 감성을 담은 플래그십 스토어 등으로 가로수길 진입에 나서고 있다.
소비자들이 더 이상 기업 중심의 트렌드와 상품을 거부하고 신선한 스토리와 컨텐츠에 호응하면서 패션 기업들은 이를 통해 브랜드 신선도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고자 한 것.
특히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국내 패션 기업들은 가로수길 입점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 향상과 마켓 테스트를 겸할 수 있어 가로수길점 오픈을 주요 전략으로 삼고있다. 이에 따라 메인 상권이었던 가로수길에 이어 새롭게 떠오르는 새로수길에도 패션 매장과 편집숍들이 들어서고 있어 패션 상권의 범위는 더욱 확대 될 것으로 보인다.
거대자본 가로수길 점령하다
그러나 최근 가로수길에 패션과 외식 등 막강한 자본과 파워를 지닌 대기업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대기업 독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형 외국계 브랜드나 대형 패션 업체의 브랜드 매장이 메인을 잠식하면서 임대료 상승폭도 점차 높아지는 추세인 것. 상당 수의 업체가 브랜드 매장 개점을 가속화하면서 신진 디자이너들과 기존의 중소 업체들은 높은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해 가로수길을 이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티브앤요니피」,「비욘드클로짓」등 가로수길에 둥지를 튼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이태원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들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대기업과 글로벌 브랜드가 입점하며 판도를 바꾸고 있다.
올해「자라」는 커피빈 자리에, 제일모직의「에잇세컨즈」는 네스카페 자리에 매장을 오픈했으며, 스쿨푸드 자리에「스파이시칼라」가 신규 매장을 오픈했고 가로수길의 터줏대감인 블룸앤구떼에는 「라코스테」매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같은 거대 기업의 진출은 가로수길이 글로벌 패션 스트리트로서의 명성을 증명하는 현상으로도 판단할 수 있으나 기존의 고유한 가로수길 문화가 퇴색되면서 일본의 ‘하라주쿠’와 뉴욕의 ‘블리커’스트리트와 같은 시대적인 유물로 그칠 수 있다는 염려도 나타나고 있다.
화랑거리와 젊은 디자이너들이 운영하는 숍들로 특유의 개성을 지닌 가로수길에 유명 맛집이 생겨나면서 대중들에게 입소문이 나고 이에 따라 대중적인 커피숍이 증가한 이후 SPA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대형 매장이 들어서는 전철을 밟고 있다는 것.
막강한 자본을 바탕으로 진출한 국내외 패션 브랜드가 가로수길에 포진하면서 입점 수요도 크게 늘어나 임대료도 함께 상승했다. 건물주들도 디자이너 숍과 갤러리보다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들을 선호하면서 소규모 세입자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로수길, 글로벌 브랜드 격전지로
「포에버21」이어「자라」 「마시모두띠」입성
가로수길이 국내외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국제적인 패션 스트리트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브랜드의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포에버21」를 시작으로 최근「마시모두띠」「자라」등의 글로벌 SPA 브랜드가 새롭게 입점했으며 「탑맨」「파슬」등의 브랜드는 가로수길을 시작으로 한국 영업에 나서는 케이스다.
이들 브랜드는 획일화된 컨셉과 이미지, 매장 구성을 통해 영업에 나서야 하는 만큼, 글로벌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국이 한류 열풍을 주도하며 세계 전역에 영향력을 미치면서 이들은 한국 시장 공략을 전진기지로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최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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