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 2012-03-12 |
[2] 이제 K-POP 이어 K패션이다
코리아 패션 프리미엄… 컨텐츠 확보가 관건
K팝을 위시한 한국의 대중문화가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을 넘어 미주, 유럽, 중동까지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바야흐로 신(新) 한류의 시대가 시작된 것. 대중문화로 시작된 한국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은 이제 언어, 음식, 문화를 넘어 소비재까지 확대되고 있다. 우리도 모르는 거대 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적인 불황과 내수시장 위축 등으로 인해 성장 정체기를 겪고 있는 국내 패션시장에서 K팝 열풍은 해외시장 개척이 불가피한 패션업계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한국의 대중문화에 관심이 높아진 지금 한국 패션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으로 증폭된 세계인의 니즈를 공략, K패션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데 업계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
실제로 K팝과 패션산업의 연관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류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송, 영화, 게임, 관광 등의 산업에 못지 않게 패션과 뷰티 산업의 수혜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그 동안 한국의 주력 수출 아이템이었던 정보통신과 가전보다도 높은 성장이 예측된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
그러나 K팝의 호기에 편승하기에 K패션의 역량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그 동안 국내 패션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받으며 빠른 성장을 일궈왔지만 속도에 집착한 단기적인 성장 정책은 브랜드와 컨텐츠 부족이라는 문제를 낳았고, 결국 글로벌 전쟁터로 변모한 내수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말았다.
이 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K패션은 내수시장 중심으로 재편된 국내 패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 도약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패션업계의 지속성장을 위한 새로운 화두로서 K패션은 K팝에 편승한 단기적 시류가 아닌 전략적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한국문화 이목 집중… K패션 도약 지금이 적기
K팝을 포함한 신한류 현상이 지속될수록 의식주, 즉 음식과 패션 등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패션은 드라마와 K팝을 넘어 한류 3.0시대를 이끌어 나갈 차세대 컨텐츠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커버댄스’ 등 K팝 스타를 따라 하고 싶어하는 한류 팬들의 모방심리는 의류와 액세서리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무역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앞으로 구매하고 싶은 한국상품' 1위는 자동차나 가전제품이 아닌 의류와 액세서리(28.6%)인 것으로 나타났다. 2위는 화장품(26.8%)이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K팝 공연을 통한 수익보다는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 확대로 인해 벌어들이는 부수적인 경제효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한류로 인해 한국을 찾은 관광객은 979만2413명으로 일본보다 많았고, 무역액 1조 달러를 넘기는 데도 한류가 큰 역할을 했다.
무역협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류는 제조업 수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류가 한국상품에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답변은 83.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한류 스타가 광고하거나 착용하기 때문에 상품을 고른다'는 응답도 66.9%나 됐다.
이러한 분위기에 따라 K패션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부와 관계기관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식경제부의 ‘글로벌 패션 브랜드 육성 사업’, 문화체육관광부의 ‘컨셉코리아’, 서울시의 ‘서울’s 10서울(Seoul's 10 Soul)’를 비롯 새로운 부가가치 산업으로 K패션을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이 시행되고 있으며, 후즈넥스트, 트라노이 등 유수의 패션 트레이드 쇼에 국내 패션디자이너를 소개하고 글로벌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늘어나고 있다.
K팝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도 생겨나 지난 3월 11에는 K팝 스타와 패션쇼, IT 기술이 결합된 패션 콘서트 ‘K컬렉션 인 서울(K-Collection in Seoul)’이 성황리에 개최되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소녀시대, 빅뱅, 아이유, 미쓰에이 등 K팝 스타를 비롯 뷰티 브랜드와 신진 디자이너, 「에잇세컨즈」 「카파」 「카스텔바작」 등이 참여해 열기를 더했다.
K패션의 현주소는?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에 힘입어 국내패션 브랜드에 대한 국제적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국내 패션업체들의 해외 시장 공략 범위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기존의 중국시장에 집중됐던 것과 달리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중동 등 신흥국가의 시장진출이 이뤄지고 있으며, 유럽, 미국, 일본 등 패션 선진국의 진출도 늘고 있는 것.
중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해 이미 글로벌 기업으로서 외형을 확보한 이랜드는 지난해 중국 내 총 5080개 매장에서 1조 6천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한국에서 올린 패션 매출 1조7000억원 대비 48.5%의 비중이다. 올해는 중국 매출 2조 1000억원, 한국 매출로 2조원으로 중국 매출이 한국 매출을 추월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가 중국시장에서 2조원의 고지를 달성하는데 걸린 기간은 약 15년. 한국에서 30년이 소요된 것과 비교하면 매우 가파른 성장 속도다. 올해는 「라리오」 「피터스콧」 「만다리나덕」 「코치넬리」 등 인수 브랜드를 기반으로 중국을 넘어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2009년 여성복 「오즈세컨」과 「오브제」로 중국에 진출한 SK네트웍스는 중국 여성복 트렌드를 리드하는 명품 브랜드로 안착에 성공했다. 2009년 100억원대의 매출을 거뒀던 「오즈세컨」의 경우 지난해 34개 매장에서 매출이 300억원로 증가했다. 올해는 한섬과 체결한 중국독점 판매권이 발효되면서 더욱 시너지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LG패션의 「헤지스」는 2007년 중국시장에 진출한 이래 지난해 60개 매장에서 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고급 트러디셔널 캐주얼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대형 매장을 80개까지 늘리고 매출액도 350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매년 35%씩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아웃도어 시장에 주목, 프랑스 라푸마 그룹과 함께 중국 베이징에 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이를 통해 올해 중국시장에서 2천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방침이다.
앞서 중국시장에서 성공적 행보를 보인 보끄레머천다이징은 최근 러시아, 싱가포르, 미국 등지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온앤온」은 현지화 전략으로 러시아 시장을 넓혀나가고 있으며, 「모린꼼뜨마랑」은 고급화 전략으로 보수적인 미국 시장의 빗장을 여는데 성공했다. 셀렉트 숍 브랜드 「라빠레뜨」 역시 2010년 중국, 지난해 12월 싱가포르에 진출한 데 이어 올해는 일본 오사카에 1호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지난해 캄보디아와 베트남에 매장을 오픈한 쌍방울은 올해 중국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으로 시장을 확대해 ‘내의 한류’를 주도할 계획이며, 한국형 SPA 브랜드 「스파이시칼라」 역시 지난해 7월 싱가포르에 매장을 오픈한 데 이어 올해 말레이시아와 중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K팝과 드라마 등 한류열풍에 힘입어 일본시장에 진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일본에 세라 재팬을 설립한 세라제화는 캐릭터가 강한 ‘바비 슈즈’로 일본 내 10개 매장을 운영 중에 있으며, 한류스타 장근성과 JYJ를 광고모델로 내세우고 있는 「코데즈컴바인와 「NII」는 지난 2월 일본 나고야에 위치한 한류 쇼핑몰에 홀세일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또 이랜드는 일본 백화점 업체들과 「스파오」와 「미쏘」 등 한국형 SPA 브랜드의 진출을 협의 중에 있으며, 홀하우스도 남성복「존화이트」로 일본 진출을 계획 중이라는 소식이다.
그 동안 진출의 기회가 적었던 유럽과 중동 등 신흥국가의 진출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패션 종주국에 진출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K패션의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들이 돋보인다.
「MCM」은 독일 태생이라는 브랜드 아이덴터티를 부각시키기 위해 베를린, 뒤셀도르프 등에 매장을 오픈한 데 이어 연내 두바이 백화점에 입점, 중동 지역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루이까또즈」는 프랑스 마레 지구에 매장을 개설했으며, 「제이에스티나」는 이달 중 미국 뉴욕에 핸드백 및 주얼리 매장을 개설할 예정이다.
지난해 프랑스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한 이탈리아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는 올해 뉴욕과 네팔에 매장을 개설할 방침이며, 플랫슈즈 브랜드 「바바라」는 호주의 한 메가숍에 홀세일 형태로 1억 원어치의 제품을 판매하며 해외진출에 물꼬를 텄다.
코리아 패션 프리미엄… 컨텐츠가 관건
과거 소싱처로서 패션 변방국의 이미지가 강했던 한국은 이제 글로벌 패션시장의 핵심 거점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패션 시장의 중심이 아시아에 집중되면서 한국은 지정학적 입지 조건과 선진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아시아 본부로 낙점되고 있다.
국내패션기업들 역시 글로벌 브랜드의 잇따른 국내 시장 진출과 저성장 시대에 돌입한 국내 패션시장의 환경, 해외시장 개척 등을 위한 다목적 카드로 ‘글로벌’이라는 키워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여기에 K팝을 위시한 한국 대중문화의 전세계적 인기는 K패션의 성공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러나 K패션을 지속적인 경제적 성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컨텐츠가 중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유사업종인 뷰티 산업이 「설화수」 「라네즈」 등과 같은 고급 브랜드와 「미샤」 「더페이스샵」 「에뛰드하우스」 등과 같은 저가 브랜드로 화장품 한류를 주도하고 있는 것과 달리 패션계에서는 이렇다 할 대표 브랜드가 없는 상황.
개인적으로 프레타포르테 등에 참여, 오랜 기간 해외진출을 시도했던 우영미, 준지, 이상봉 등이 세계 시장에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정도이며, 내셔널 브랜드의 경우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글로벌 SPA 브랜드와 매출 부진 등에 밀려 국내 시장에서조차 영향력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K패션을 성공시키는 요인은 ‘컨텐츠 확보’다. 체계적인 시스템과 장기적인 투자를 통해 오늘날 K팝이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 브랜드로 자리잡았듯이, K패션 역시 단기적인 시류 편승이 아닌 태생적인 글로벌 전략과 장기적인 투자로 지속성장을 노려야 한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K’가 주는 의미, 즉 국가 브랜드로서 K패션이 지녀야 할 가치 창출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을 동반해야 한다.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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