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 2012-04-13 |
국내외 SPA 브랜드 패션시장 점령했다
2015년 시장규모 4조원…최종승자는?
전세계 의류 소매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글로벌 SPA브랜드들이 국내시장에도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미 글로벌 전쟁터로 변모하고 있는 국내 패션시장은 이미 상당수의 브랜드가 극한 상황을 맞이하고 가격 거품구조가 심한 국내 백화점 유통구조에도 커다란 변화가 불어닥치고 있다.
제조회사가 의류기획, 디자인, 생산제조, 유통판매 등 전과정에 관여해 소비자에게 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상품을 공급하는 SPA 브랜드들은 최근 5년간 77.4%의 매출성장률을 기록하며 무서운 속도로 국내 패션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을 무색케 할정도로 럭셔리 소비층까지 흡수하고 있는 SPA브랜드들은 유명 디자이너 콜레보레이션 제품이 몇시간만에 품절될 정도의 폭발력을 보여주는 등 국내 브랜드의 위기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SPA 브랜드 마켓이 더욱 팽창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패션산업의 평균 매출성장률?3.9%와 비교, 향후 국내 패션기업들을 위기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비관적 견해가 패션관계자들을 암울하게 하고 있다.
2015년 SPA 마켓 규모 4조원대
메이저 시장으로 폭발적 성장 예고
「유니클로」「자라」「H&M」「갭」「망고」등으로 대변되는 SPA 브랜드 시장규모는 지난 2009년 대략 8천억원 수준에 머물렀으나 2010년 1조2천억, 2011년 기준 약 1조9천억원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향후 2015년에는 3~4조원 규모로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유니클로」는 2010년 52개 점포에서 2천700억원, 65개 점포에서 4천200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05년 한국에 상륙한 이후 2006년 300억원(회계연도 8월 기준)의 매출을 기록한 이후 6년 만에 12배에 가까운 매출 신장을 이뤄내는 등 연평균 60% 이상 매출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경기도 용인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교외형 점포도 선보인다. 2014년까지 1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다.
자라리테일코리아는 2009년 799억, 2010년 27개 점포에서 1천338억원, 2011년 34개 점포에서 2천200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는 「마시모듀티」「버쉬카」등을 포함하면 마켓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H&M」은 지난 2010년 2개 매장에서 370억원, 2011년 7개 점포에서 약 75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랜드 「스파오」는 2010년 21개 점포에서 321억원, 2011년 32개 점포에서 약 6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미국, 유럽, 일본 SPA 브랜드가 도심상권 점령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기침체와 유럽 재정위기가 확대되면서 최근 몇 년동안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전세계 패션시장은 이미 SPA 브랜드의 공격적인 확장이 이루어지고 이들 브랜드 중심으로 시장재편이 이루어지고 있다.
「H&M」「자라」「망고」「톱숍」등 글로벌 SPA브랜드들은 서유럽 지역을 시작으로 동유럽, 미국에서도 엄청난 성공을 거둔데 이어 아시아 마켓까지 투자규모를 확대해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
일본의 패션시장을 대변하는 도쿄 긴자거리는 SPA 브랜드와 셀렉트 숍 브랜드가 점령해버렸으며 세계 SPA 브랜드 각축장으로 변했다. 유명 브랜드와 럭셔리 상품을 취급하던 백화점은 쇠퇴하고 대신 글로벌 SPA 및 다양한 감성의 셀렉트숍 브랜드를 취급하는 패션 전문점은 팽창하고 있다.
1980~90년대 럭셔리 브랜드를 숭상해왔던 일본 소비자들은 장기 불황으로 인한 경제적 소비의 필요성을 깨달았고 획일적인 패션보다는 실험과 조화를 중시하는 젊은층의 패션스타일 변화가 가세하면서 글로벌 SPA와 함께 셀렉트 숍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주어진 스타일에 길들여진 중장년층 소비자들은 여전히 럭셔리 브랜드를 선호하고 있지만 역동적인 파워로 일본 어패럴 시장을 주도하는 젊은층들은 디자이너가 일반적으로 제시하는 럭셔리 브랜드에 종속되기 보다 다양한 머천다이징으로 발빠른 신제품을 유통하는 패스트패션에 열광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현재 전세계 11개 국가에 진출해 1천24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규모가 대략 11조8천억으로 알려지고 있다. 「갭」은 현재 38개국에 1천597개점을 운영, 지난해 6조4천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H&M」은 43개국에 2천472개점을 운영, 지난해 매출 14조4천억원을 기록했다. 「자라」는 77개국에 진출해있으며 매장은 1천723개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규모는 약 12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 패션 브랜드 어디로 가나?
한편 세계 유수의 패션상권처럼 국내 대표적인 패션상권인 명동도 이미 글로벌 상권으로 변모했다.「유니클로」「자라 「망고」「포에버21」「H&M」등 명실상부한 세계 SPA 브랜드와 국내 브랜드인 「스파오」「미쏘」「에잇세컨즈」까지 가세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으며 이들 SPA 브랜드들은 막강한 고객 흡인력으로 인근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을 위협하는 수준의 유통 경쟁자로 부상했다.
하절기에는 강하고 동절기에는 취약한 이들 글로벌 브랜드의 약점을 한국적 특수성으로 위안을 삼았던 국내 브랜드들은 앞으로 더 이상 한국적 특수성만으로 승부하기 어려운 시대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11월 아시아 최대규모로 오픈한 「유니클로」 명동 매장의 경우 하루 매출이 12억8천만원에 이르러 상상을 초월하는 폭발력을 보였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지난 2010년 7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기록한 하루 매출 4억5천만원의 3배에 이른다.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이들 다국적 글로벌 브랜드가 전국적으로 유통확장이 이루이지면서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는 기업도 있겠지만 상당수의 브랜드가 도태되고 백화점 유통의 유통마진을 포함한 고질적인 가격 거품이 제거되는 등 현재 백화점 종속현상이 심한 유통구조에도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니클로」「자라」등의 사세확장으로 국내 패션 브랜드들은 고유 영토를 포함한 상당부분을 내줘 수세에 몰려 있는 것은 물론 패션소비에 대한 가치기준까지 뒤흔들어버리는 그들의 위세에 생존을 걱정해야하는 수준의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SPA 브랜드 위세당당, 고객숙인 영캐주얼 시장
무엇보다 글로벌 SPA 브랜드가 제안하는 믹스매치의 자유로운 스타일링은 국내 내셔널 브랜드의 급격한 침체현상으로 이어지는 원인을 제공했다. 소비자들은 브랜드와 라벨에 관계없이 믹스매치하는 합리적인 감성소비와 스타일링, 다양성에 대한 욕구를 글로벌 SPA 매장을 통해 충족시키며, 상대적으로 다양성과 스타일링이 부족한 내셔널 브랜드 기피 현상이 심해진 것.
실제로 국내 영캐주얼 시장은 무경계,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아 브랜드별 조닝별 경계가 무너지고, 기존 시장 지배구조가 바뀌는 등 격변의 패러다임 위기를 겪고 있다. 이제껏 영시장을 지배했던 브랜드 신화와 진리의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폭풍속에 날아가기 시작했으며 전통적 강자라 불리었던 브랜드의 아성이 흔들리는 등 시장 지배구조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소비자들은 백화점과 로드숍, 메이저와 마이너 브랜드 경계를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브랜드의 의미는 극도로 축소되고 있다. 이미 1~2년전부터 백화점 유통의 영캐주얼 브랜드들은 급격한 매출 침체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올해들어서도 평균 30%의 역신장을 보일 정도의 직격탄을 받고 있다.
일본 내셔널 브랜드가 몰락의 길을 걸어온 것처럼 국내 내셔널 브랜드의 타격이 점점 커지고 있어 일본 영캐주얼 마켓과 똑 같은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백화점유통업계, SPA브랜드 구애 늘어
대형 백화점 유통업계도 글로벌 SPA 브랜드 유치에 적극적이다. 평균 10%가 넘지 않는 파격적인 수수료와 대형 매장 평수 등 까다로운 입점조건을 수용해주며 적극적으로 모셔오는 대형 유통업체가 늘어나고 있는 것.
전통적으로 대형 로드숍 중심의 영업전략을 고수하는 글로벌 SPA 브랜드들은 전례를 깨고 국내 백화점 유통업계의 적극적인 구애에 화답하며 내셔널 브랜드가 차지했던 자리를 점령, 내셔널 브랜드 설자리를 좁게 만들고 있다.
롯데쇼핑과 합작법인으로 진출한「자라」와 「유니클로」,신세계와 손잡은 「갭」을 비롯해「H&M」까지 국내 백화점 매장 오픈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롯데와 체결한 독점 입점 계약이 끝난 「자라」는 롯데 외에도 경방 타임스퀘어, 엔터식스 등 타사의 복합쇼핑몰이나 백화점으로 진출해 매장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H&M」의 경우 국내 백화점의 끊임없는 입점 제안을 받던중 신세계인천점이 국내 영캐주얼 20여개 가까운 브랜드를 철수시키고 1층부터 3층까지 2,230㎡ 규모의 매장을 내줬으며 천안점에도 비슷한 규모로 「H&M」 매장을 유치하는 등 파격적인 MD로 국내 패션기업의 원성을 샀다.
아이파크백화점은 패션관 2층에 기존 내셔널 여성복 23개 브랜드를 이동 또는 철수시키고 「유니클로」「자라」「갭」등 글로벌 SPA 브랜드관으로 재단장했다.
백화점 유통업계, 내셔널 브랜드 육성해야
국내 패션업체 관계자들은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들은 내셔널 브랜드 평균 수수료가 35~36%인데 글로벌 SPA 브랜드는 7~9%수수료를 주고도 유치하지 못해 안달이다. 글로벌 SPA 브랜드가 다양한 연령층의 소비자를 끌어모으는 집객효과가 뛰어난 점 때문에 파격적인 혜택으로 SPA 브랜드 모시기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며 국내 백화점 유통업계의 내셔널 브랜드 육성을 위한 자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2천㎡ 안팎의 초대형 매장만 고집하는 SPA 특유의 정책 때문에 SPA 브랜드 매장 하나가 문을 열기 위해서는 10개 이상의 다른 브랜드들이 철수해야 하는 상황이며 SPA 브랜드의 여파로 국내 중저가 유니섹스캐주얼과 영캐주얼 등 국내 패션기업들이 매장을 강제 철수당한 사례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상적인 백화점 유통영업을 통해 수익을 내지 못해 지난 몇 년동안 부도와 브랜드 중단 사례가 늘어난 대신 백화점 유통을 겨낭한 신규 브랜드 개발은 극히 미비해 시즌별 백화점 MD개편이 무의미해진지 오래다.
만성적인 적자구조는 패션기업의 신규사업 의지를 꺽어놓았고 이는 백화점 유통의 매장공백으로 이어질 것이다. 국내 유통업체들이 고수하고 있는 수수료 시스템에 대한 궁극적인 한계, 매출 최대 지상주의라는 유통 본래기능 상실, 특정매입 시스템을 위협할 정도의 거래업체의 추락과 신규 브랜드의 부재 등 이미 근본적인 문제점을 노출하고 대형백화점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파격적으로 싼 수수료와 매장평수를 요구하는 명품 및 유명 SPA 브랜드만으로 매장을 채울 것인가? 좀더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내셔널 브랜드 육성방안에 대한 방향설정이 절실해지고 있다.
1984년 도쿄 도심부에 오픈해 대표적인 유통업체로 명성을 이어왔던 세이브백화점 유라크점이 매출액 감소로 문을 닫게 된 본질적인 배경도 결국은 「유니클로」를 위시한 SPA 브랜드로만 소비가 몰렸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속되는 경기불황으로 직격탄을 맞아 쇠락의 길로 접어들 있는 일본 백화점이 올해부터 저가 글로벌 SPA 브랜드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것도 향후 국내 패션유통 시장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제일모직, 이랜드 등 글로벌 SPA시장 도전장
한편 제일모직 등 국내 패션대기업들도 패스트 패션 시장에 본격적인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국내 최대 패션기업인 제일모직이 최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를 출시한 데 이어 이랜드도 내수시장의 SPA 브랜드 확장을 꾀하면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췄다.
캐주얼 SPA「스파오」와 여성 SPA「미쏘」, 이너웨어 SPA「미쏘 시크릿」을 통해 SPA 비즈니스를 가동하고 있는 이랜드는 최근 각 BU별로 글로벌 SPA브랜드 개발을 지시했다. 현재 데코네티션의 「디아」와 캐주얼 BU의 「후아유」를 SPA브랜드로 전환키로 하고 구체적인 사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어중간한 가격대의 브랜드 제품 한 벌보다는 다양한 트렌드를 체험할 수 있는 여러 상품을 구매하는 멀티 구패 패턴이 확산되고 소비자가 트렌드를 접하는 시간이 더욱 단축되어 SPA브랜드의 구매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SPA 브랜드 간 경쟁양상도 치열해졌다.
장기간에 걸친 소비력 감소와 현명해진 소비자들의 구매의식은 SPA 브랜드들에게 한층 더 치열한 경쟁구도와 자구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전쟁의 최후 승자는 소비자의 요구를 온전히 인식하고 그것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바꿀 수 있는지의 여부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 체제에 접어든 지금 국내 패션 기업들은 이제 당장 눈앞의 매출에 연연해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싸움터로 변모한 국내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장기적인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기획·생산 등의 기본기를 충실히 다져 도메스틱 마켓에서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확실히 브랜드 아이덴터티를 구축한 후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상품력과 통일된 브랜드 컨셉, 마케팅 능력, 그리고 이를 믹스해 매뉴얼화할 수 있는 글로벌 스텐더드(Global Standard)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패션엔미디어 류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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